니치향수

[남자향수]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 솔직후기

366일 2013. 12. 3. 01:18


향수 :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 (Imperial Millesime Creed for men)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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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드 향수 2!

한 동안 공감 가는 향수들 위주로 포스팅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제 블로그는 다양한 향수를 다뤄서 보다 질 좋은 정보를 제공해 드려야 하기 때문에 이번엔 정말 고가의 향수를 준비했다. 이름하여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은 이탈리아 남쪽 시실리아 섬에서 바다 멀리서 해가 뜨는 모습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조향은 크리드 6세대이며 런칭년도는 1995년이다.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 향수인데, 과연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 Perfume Pyramid

탑 노트 :베르가못과일 노트(Fruity Note), 바다 소금(Sea Salt) 

미들 노트 : 아이리스아말피 레몬만다린 오렌지

베이스 노트 : 머스크앰버우디노트바다 노트(Sea Note)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은 살과 시향지에서의 향의 변화 꽤 큰 편인 것 같다. 그래서 우선 착향된 향 위주로 설명을 드리면 처음에 굉장히 짠 내가 난다. 바다에서 나는 비릿한, 그 특유의 바다내음이라기 보다는 염전을 만드는 곳에서 날 것 같은 향기다. 햇빛에 천천히 건조되어 가는, 수분 가득한 소금이 느껴진다. 그리고 단순히 짠내만 나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굉장히 정체 불명의 냄새가 섞여 있다. 상큼함과 습한 냄새라고 해야할까 혹은 휘발성 냄새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나는데 이게 상당히 개성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짠내는 조금씩 그 정체불명의 회색덩어리와 섞이면서 밸런스를 맞춰가는데 정말 신비로운 것이 피아노를 조율하듯이, 향기가 그렇게 천천히 조율되어 간다. 초 단위, 분 단위로 향기가 계속 섞이면서 스스로 밸런스 조절을 한다. 마치 향기가 살아 움직이는 것 처럼 그렇게 구름이 움직이듯이 부드럽게 조율되어 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반대로 시향지에서는 청사과 냄새가 조금 더 많이 난다. 짠내는 상대적으로 덜 느껴지고 청사과로 추측되는 과일향기가 나는 편이다. 이제서야 비로서 살에서 났던 그 정체 불명의 냄새가 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과일 냄새가 섞였던 거구나' 하고 말이다. 하지만 시향지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향기들이 스스로 조율해 가는 과정은 똑같다. 소금을 들이 부었는데 천천히 녹으면서 농도를 맞추는 느낌이다.

향기의 무게감은 뭐라고 할까정말 깨끗하다. 계속 맡고 있어도 머리 아프지 않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투명하면서 매끈하다. 다만 신기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다만 그 동안 여러분이 맡아 오셨던 그런 남성의 이미지와는 좀 종류가 다르다. 자세한 설명은 뒤에서 하는걸로~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의 탑 노트는 『수분 가득한 소금 + 복합적 과일향(대표 청사과) + 회색

 


시간이 조금 더 지난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의 향기는 조금 더 주황색 빛을 띈다. 기존에 느껴지던 과일냄새가 약간 오래된 골동품(?)의 그윽한 냄새처럼 변한다. 뭐라고 할까우리나라는 하얀색으로 코팅 된 책이 많이 나오는데 혹시 외국서적을 보신적이 있는가? 외국서적을 보면 잿빛색깔 나는 종이가 있는데, 그 종이에서 느껴지는 그윽함과 얼추 느낌은 비슷한 것 같다. 향 노트 설명을 보면 아이리스, 아말피 레몬, 만다린 오렌지 라고 하는데 과일의 존재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 향기가 복잡하고, 주위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것 같다. 아베크롬비의 잔향, 샤넬 남성 향수의 잔향이 잘 섞여서 수증기 혹은 물과 섞인 느낌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혹시 온천에 가보셨는지 모르겠는데 탕이 보이는 나무 문을 딱 열었을 때 확 느껴지는 물냄새, 수분감, 나무냄새, 그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 조금 더 도움이 될까 싶어서 말씀 드리면 보통 인기 있는 남성향수는 대개 성공한 남자가 떠오르던데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은 좀 다르다. 사회적 성공과는 별도로 태생적으로 고귀한 혈통의 느낌이라고 할까? 왕실의 피가 흐르고 있지만 지금은 잠시 몸을 숨겨서 서민 행세하는 그런 느낌이다. 혹은 연예인한테 날 것 같은 그런 향기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치면 오스카(윤상현)의 느낌이라고 할까?

시향지에서는 향기가 훨씬 더 투명하고, 물 냄새가 강하게 난다. 또한 레몬의 수분감과 오렌지 향을 섞은 듯한그 묘한 향기가 느껴진다. 이제서야 다시 알게 된다. 아하 착향되었을때 났던 그 정체모를 골동품 같은 향기, 유명한 남자향수 잔향을 섞어서 수증기와 섞었던 것 같은 향기가 레몬과 오렌지를 잘 섞은 것이구나 하고 말이다. 그만큼 레몬과 오렌지라는 과일 자체가 생각이 안 난다.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의 미들 노트는 『나무냄새 + 온천 + 레몬의 수분 오렌지 향

 


시간이 지난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은 향기가 조금씩 묽어진다. 재밌는 점은 이전에 느껴지던 향기들이 증발하는 느낌이 아니라, 베이스의 향기들과 섞이면서 점점 묽어진다는 것이다. 묽어진 후의 대표 향기는 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향 노트에는 Sea Note라고 되어 있는데 바다의 느낌보다는 높은 산에서 졸졸 흘러 강으로 들어가는 물 같다.나 깨끗해요의 느낌이라고 할까? 뭔가 많이 거치긴 거쳤는데, 쉼 없이 흘러서 자연의 좋은 것들만 담은 것 같다. 덕분에 머스크, 앰버 냄새가 상당히 희석 되어서 느껴진다. 조금 더 느낌을 설명하면 맹맹해진 꽃물이라고 할까? 상큼하고, 단 맛도 없는 그냥 물 맛인데 뭔가 부드러운 냄새가 첨가된 느낌이다.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의 베이스 노트는 『꽃 + 머스크 + 맑은 숲속의 물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이번에 새로 온 전학생이니까 모두 잘 대해주세요.”

 

안녕하세요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해요.”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의 분위기는 묘하게 인상 깊었다. 어디 하나 흠잡을 구석이 없는 얼굴이라고 할까? 입체적으로 확 두드러지는 얼굴이 아니라, 그냥 미끄럽게 딱 떨어지는 얼굴이다. 특이한 점은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이 풍기는 분위기인데뭔가 건드리기 힘든 고결함이 느껴진다. 중세시대에 태어났으면 쟨 귀족이었을 거야


저기 뒷자리에 멍하게 생긴 학생 있죠? 그 학생 옆에 앉으세요.”


멍하기 생긴 학생이란 말에 애써 시선을 외면했지만 선생님의 손가락은 정확히 날 가리켰고,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면서 내 옆에 차분히 앉았다. 그리곤 안녕 잘 부탁한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

차분한 말투, 부드러운 음색, 독특한 매력까지이유 없이 재수없는 녀석이다.

 

어쨌든 그 때가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과 나의 첫 만남이었고, 고등학교 3년 동안 우린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다만 그 녀석과 어울리다 보면 계속 특이한 에피소드들이 생기곤 했다. 가령 지하철을 타야 하는데 지하철노선도 자체를 이해를 못한다거나, 길거리 떡 꼬치, 닭 강정 등을 먹으면서 굉장히 신기해 한다는 것이다. 500원짜리 어묵을 먹으면서 행복해 하는 녀석의 얼굴을 보면 정말이지말로 형용하기 힘든 감정이 든다. 얼마나 가난하면 그 흔한 음식들도 못먹어 봤을까... 하지만 한 켠으로는 사소한 것들에 신기해하고, 행복해 하는 친구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그리고 지금은

 

이모~ 여기 순대곱창 하나, 야채곱창 하나 주세요.”

 

곱창집에 왔다. 몇 달 전부터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이 곱창이 뭐냐고 졸졸 따라다니면서 계속 묻길래, 직접 맛 보여줄 요량으로 데리고 온 것이다. 얘는 어떻게 살면서 곱창을 못 먹어봤지?

 

야 넌 도대체 평소에 뭘 먹고 다니는 거냐? 밥은 먹고 다니냐?”

 

우리 집이 그럴 형편이 못돼 헤헤

 

강아지마냥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요리를 하시는 아주머니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친구를 어떻게 미워할 수 있을까, 하긴 가만 생각해 보면 집안 사정이 힘들면 이 정도 가격도 부담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내가 살게, 큰 맘 먹고 사는 거니까 많이 먹어!”


없는 용돈에 나름 큰 결심을 했고,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은 특유의 깨끗한 미소로 고맙다며 화답했다. 이상하다... 보면 볼수록 녀석의 웃음은 기품있고 고급스럽다. 그런데 그때, 높은 톤의 째지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줌마! 아~ 내가 이래서 이런 싸구려 집을 안다녀 이 옷이 얼마 짜린 줄 알아요?!”

 

몰래 훔쳐보니 주인 아주머니가 서빙을 하시다가 손님이랑 부딪쳐서 음식을 옷에 엎지른 모양이다. 그런데 표정에는 억울함이 잔뜩 적혀 있는 걸로 봐서 일방적인 실수는 아닌 것 같은데하지만 돈 앞에서 우리 서민들은 절대 약자이지 않은가

 

아이고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세탁 깨끗이 해서 보내드릴게요.”


세탁비는 됐고, 옷 값 물어줘요. 이거 한정판이란 말이야

 

아이고 손님세탁해서 입으시면 될 것 같은데…”

 

말귀를 못 알아 들으시네! 세탁이 안 되는 옷이라고! 에이... 천만원 짜린데 선심 쓸게요. 천만원만 주세요.”


가격을 들은 아주머니의 눈빛은 놀라움과 어이없음이 뒤섞여서 굉장히 떨리고 있었다. 그때 특유의 고귀함이 묻어나는 친구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나 더러운 성격은 여전하네, 돈도 없으면서 어디서 돈자랑이야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성격 더러운 여성의 몸이 굳으면서 우리쪽을 뒤돌아 본 것은 내 착각일까? 게다가 놀라움에 터져버릴 것 같은 동공이라니... 도대체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지?


"너... 너가 왜 여기 있어?"


친구랑 행복한 만찬을 즐기러, 방해말고 빨리 사라져 줬으면 좋겠는데


귀까지 새빨개진 성격 더러운 여자의 꼴이 볼썽 사납긴 했지만, 그 보다 더 놀라운건 지금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게 뭐야...?


"야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 너 뭐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나를 두고, 녀석이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 친구"


 

결론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은 굉장히 개성있는 남성향수다. 그 동안 쭉 포스팅 했던 남성향수가 '자수성가해서 출세한 남성'의 느낌을 가졌다면 이건 반대로 '태생적으로 귀한 피'가 느껴진다. 그렇지만 절대적으로 겸손하면서 굉장히 자유분방한 영혼이 느껴지는 그런 향수다. 전체적으로 물의 느낌이 있긴 하지만, 맹맹하거나 비리지도 않다.

추천 연령대는 딱히 없는 것 같다. 나이 보다는 사용하는 사람에게 풍겨져 나오는 기운, 느낌이 중요할 것 같다.

복장도 딱히 상관 없어보이며, 사계절 내내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다. 향이 너무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미온수의 느낌이기 때문이다.

다만 살짝 아쉬운건 전체적으로 소프트한 느낌이 있어서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라, 상대적으로 지속력이 짧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개인적으로 바다(Marine) 계열의 향수를 안 좋아하는데, 이건 정말 좋네요. 어떻게 각각의 향기가 스스로 조율하는 느낌이 들게 조향을 했을까요? 예전에 포스팅 했던 크리드 실버마운틴 워터는 개인적으로 실망이 컸는데, 반대로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에서 굉장히 놀라움을 가지고 가네요.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다만, 호불호는 갈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PS)

1. 블로그를 2월에 시작했는데 벌써 12월 달이네요 그 사이 하루 3천명이 방문하는 블로그가 될 진 몰랐어요. 그래서 새해가 되면 독자님들께 자그마한 선물을 드릴까 생각중인데(향수말고) 우선 생각만하고 행동은 보류해 두겠어요. 전 이런 사람이니까요 ㅋㅋㅋ


2. 글을 보실때 혹시 독자님들이 사소하게라도 불편한 점이 있으면 꾸준히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그러니 밖에서 받으신 스트레스 여기서 다 푸세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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