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향수/Mature

[여자향수] 에르메스 트윌리 : 달콤한 우디플로럴의 성숙함

366일 2019. 12. 22. 20:44

향기나는 리뷰

 

에르메스 트윌리

Hermes Paris Twilly d’Hermes Eau De Parfum

 

 

 

에르메스 트윌리 스카프를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향수, 에르메스 트윌리를 들고 왔다. 에르메스의 새로운 전속 조향사 ‘크리스틴 나이젤’의 데뷔작(?)이기도 하고 출시 당시에는 굉장히 핫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음, 솔직히 말하면 에르메스 트윌리가 막 출시된 1년 전 초창기에는 개인적으로 그닥 특별하지 않은 향수라고 느꼈던 것 같다. 뭐랄까… 파리의 한 복판 내 옆을 스쳐지나간 파리지엔느 누님이 생강차를 들고 있을 때 날 것 같은 묵직한 달콤함이라고 할까? 혹은 트윌리 스카프가 연상되는 우디한 향조의 플로럴함에서 알 수 없는 영부인, 귀부인의 포스를 느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고 날이 훌쩍 추워진 지금…

아!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여자 향수들도 플로럴 향조를 배제하고 샌달우드 등의 우디 향조를 쓰는 트렌드가 있는데(최소한 한국에서는) 에르메스 트윌리는 그러한 우디향수들에서 볼 수 없는 튜베로즈와 오렌지 블로썸, 바닐라의 달콤한 우아함이 들어가서 자세마저 단정하게 만드는 포스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우디 향수들과는 확실히 차별화 되는 느낌이 있다.

 

 

플로럴 향조가 싫어서 우디 계열을 고려하시던 여성 독자님들 중,

그래도 뭔가 우아함과 여성미를 연출하고 싶었던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에르메스 트윌리의 향기는 어떨까?

 

 

에르메스 트윌리의 향기

탑 노트 ㅣ 생강, 베르가못, 비터오렌지

미들 노트 ㅣ 오렌지 블로썸, 재스민, 튜베로즈

베이스 노트 ㅣ 샌달우드, 바닐라

 

 

 

 

에르메스 트윌리 「탑 ~ 미들」 노트

 

에르메스 트윌리의 첫 향기는 광채에 따뜻하게 달궈지는 비터 오렌지의 향기 속으로 달콤한 진저가 들어가서 이리저리 녹아드는 것 같은 향기가 난다. 혹은 오렌지가 가득 올라간 달콤한 생강차를 입에 한 모금 머물고, 튜베로즈의 풍성한 크림이 얹어진 바게트 빵을 와앙 하고 한입 물고 있는 파리지엔느 누님의 곁에서 날 것 같은 향기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서양 사람들에게 날 것 같은(?) 묵직하고 달콤한 파우더리한 향기인 것 같으면서도, 확실히 따뜻한 햇살에 살랑거리며 녹아가는 진저향을 머금은 크림과 포근한 튜베로즈, 오렌지 블로썸의 파우더한 향기의 밸런스가 확실히 이색적이다. 에르메스 트윌리의 무게감은 딱 가을,겨울이 생각날 정도로만 묵직한데 전체적으로 엄청 연유처럼 부드러워서 그런지 바디크림으로 무조건 출시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향기의 질감을 갖고 있다.  (포스팅하고 찾아보니 에르메스 트윌리 바디제품이 따로 있었다!)

 

 

 

 

 

에르메스 트윌리 「미들 ~베이스」 노트

 

시간이 지난 에르메스 트윌리는 부드러운 우유에 달콤한 설탕을 휘휘 저어서 녹인 것 같은 노곤한 달콤함에 바닐라, 샌달우드가 섞여 한층 더 부드럽고 풍성한 우디향조가 마치 살갗에 닿아 녹아 퍼지는 듯한 크리미한 파우더함을 연출해준다.  활발하게 통통 튀는 산뜻 달콤한 프루티함은 전혀 없고, 세상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채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카페 테라스에서 흔들림 없이 바른 자세로 책을 보고 있는 여성이 생각나는 우디한 튜베로즈 향기다. 물론 이 여성이 먹는 커피는 달지 않은 라떼여야 하고, 옆에는 진저 크림을 가득 머금고 있는 가벼운 디저트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에르메스 트윌리 향기의 구석구석 바닐라와 재스민의 달콤함이 따뜻하게 녹아들어가 있는데, 그 향기의 묘한 달콤함이 생각보다 꽤 관능적이고 성숙하고 여성스럽다.  클럽보다는 미술관이 더 연상되는 차분함에 가까운 것 같다. (그렇지만 확실히 관능적이다)

 

 

 

 

 

 

 

에르메스 트윌리

상황극

 

 

 

 

“어떤 TV 프로그램 좋아해요?”

 

무슨 말이라도 해보고 싶어서 그냥 상투적으로 던진 뻔한 질문이었다.

 

“저는 TV를 잘 안 봐요.”

 

“저도 잘 안 봐요. 그래도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한 두개 있지 않아요?”

 

“그게… 집에 TV가 없고 대신 밤에 라디오를 들어요”

 

뒷통수를 세게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라디오를 듣는 사람이 실제로 있다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사실은 대답의 주체가 에르메스 트윌리라서 더 충격이었던 것 같다. 누가 보면 세상에 있는 모든 정치이슈들에 대해 논하거나, 교양프로그램을 보며 마음의 양식을 쌓을 것 같은 귀족적인 이미지의 소유자였는데, 집에 TV가 아예 없다니. 심지어 재밌는 예능 프로그램 대신에 듣는 것이 라디오라니

 

“라디오요? 저 10년전에는 한창 들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도 많이 듣나요?”

 

“생각보다 정말 많아요. 특히 사연자들의 일상고민을 듣고 해결해주는 코너를 제일 좋아하거든요”

 

말을 마친 그녀는 따뜻한 라떼가 가득한 머그컵을 한 손으로 들다가 생각보다 무거웠는지 잠시 낑낑거리다 재빨리 두 손으로 쥐어가며 후루룩 마셨다. 입술에 살짝 묻은 크림은 내가 보기도 전에 잽싸게 옆에 있는 티슈로 꾹꾹 눌러서 닦아 냈다.  닦아낸 티슈에 붉은 립이 조금 묻어나오자 그녀는 그 부분이 보이지 않게 안으로 반으로 접어서 옆에다가 예쁘게 접어 놓는 것이다. 정말 잠깐의 찰나였지만, 나는 왠지 그것 만으로도 그녀에 대해서 충분히 알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의외네요…”

 

“다들 그렇게 많이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제서야 나는 그녀의 전체적인 모습이 천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에 관해서 들었던 모든 사전 정보를 내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리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왠지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궁금한 게 많아졌어요”

 

이유 없이 당신이 좋아질 것만 같거든요

 

 

 

 

 

 

 

결론

 

에르메스 트윌리는 달콤한 진저 크림을 품은 우디한 튜베로즈에 귀족적인 오렌지 블로썸과 재스민 그리고 바닐라가 아주 고혹적으로 올라간 향수인 것 같다. 고급스러움 성숙함이 향기 곳곳에 물씬 풍긴다. 분명히 상큼한 예쁜 느낌이 어디 한 구석에도 존재하지 않는 중성적인 밸런스를 갖고 있지만, 전체적인 실루엣이 상당히 우아하기 때문에 여성스럽다. 여성스러운 향조가 하나도 없는데 이상하게 여성스러운 것이 상당히 신기한 것 같기도 하다.

 

 

지속력도 정말 하루 종일 가는편이라서 손목과 목덜미 쪽에 가볍게 뿌려주면,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종일 은은하게 존재감을 어필하는 녀석이다. 평소에 통통, 상큼발랄, 귀여움 이라는 키워드와 조금 거리가 먼 여성분들, 가령 차분함, 성숙함, 고급스러운, 아날로그적인- 이런 키워드에 어울리는 여성분들에게 강력추천 드리고 싶다. 물론 귀여운 분들도 잘만 소화하면, 귀여운 성숙함을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예쁘다 라는 표현 보다는

아름답고 곱다, 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우디-플로럴의 달콤한 향수, 에르메스 트윌리였다.

 

 

 

 

 

 

 

에르메스 트윌리 요약

 

[구매처 및 예산]

에르메스 매장,

8만원 이상 - 19만원 이하

 

[연령대]

20대 후반 – 40대 후반

 

[성별, 여성적]

흐트러지지 않는 우아함

깊은 성숙함과 고급스런 관능미

 

[계절감]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지속력]

★★★★☆(4.5/5.0)

 

[비슷한 향수]

샤넬 가브리엘 + 에르메스 자르뎅 수 라 라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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