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향수

[남자향수] 에트로 맨로즈 : 1일 1깡보다 더 중독적인 제라늄 장미

366일 2020. 5. 27. 15:27

 

 

향기나는 리뷰 

 

에트로 맨 로즈 오드퍼퓸

Etro Man Rose Eau de Parfum

 

 

 

 

 

 

이번엔 맨로즈,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남자향수 (실은 남녀공용 향수) 에트로 맨로즈를 들고 왔다.

2017년에 출시되었는데 랑세 향수 자체가 국내에서 몇 개 매장에만 한정적으로 유통되다 보니 아직까지 소문이 그렇게 많이 난 것 같진 않다.

 

에트로 맨로즈를 만드신 조향사는 특히 장미와 정원 잘 다루기로 유명한 메튜 나르딘(Mathieu Nardin) 이며, 이 분의 향수 세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세계 각국의 정원을 각각의 특색을 살려서 니치 향수 스럽게 옮겨오는데 아주 특화된 재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스타일리시한 향수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밸런스인데,

에트로 맨로즈의 향기는 어떨까?

 

 

 

 

에트로 맨로즈의 향기

탑 노트 ㅣ 베르가못, 쓰촨페퍼, 카다멈, 엘레미

미들 노트 ㅣ 터키쉬 로즈, 제라늄, 인센스

베이스 노트 ㅣ 파출리, 베티버, 머스크, 레더, 앰버, 우드

 

 

 

 

에트로 맨로즈 탑-미들 노트

『비 내린 직후 검정색 흙이 젖은 제라늄 화단을 크게 밟은 향기』

 

에트로 맨로즈의 첫 향기는 자몽 과즙이 스파클링하게 튀는 제라늄 향기가 페퍼의 알싸함과 어울려서 진붉은 시크함으로 퍼진다. 비 내린 직후 검정색 흙이 촉촉히 젖어 있는 제라늄 화단을 신발을 신고 거침없이 들어갔을 때, 주변의 들풀이랑 장미와 함께 흔들리며 확 퍼지는 것 같은 향기 같기도 하다. 혹은 장마비가 막 그친 뒤라서 드문드문 떨어지는 빗방울이 아직은 내리고 있지만, 하늘을 또 엄청나게 청량해서 그 차이에 괴이함을 느끼는 그런 날씨에 노출된 제라늄과 터키쉬 로즈의 향기라고 보셔도 될 것 같다. 비 내린 직 후이니 특유의 물 젖은 흙내음은 베티버와 어울려서 천천히 번져간다.

 

 

 

 

에트로 맨로즈 미들-베이스 노트

『제라늄 꽃과 줄기를 타고 들어가 흙 속의 파츌리 뿌리까지 닿은 베티버 향기』

 

시간이 지난 에트로 맨로즈는 이제 비가 완전히 그치고, 장미 꽃잎과 줄기를 타고서 떨어진 빗방울 천천히 똑, 똑, 똑, 떨어지며 바닥에 있던 파츌리와 앰버의 뿌리까지 깊게 스며드는 듯한 향기가 난다. 빗방울엔 장미 엑기스가 살짝 스며들어 있고, 줄기와 파츌리에 묻어 있는 흙과 어울리며 고소하고 시크하게 퍼지는 향기. 다만 전체적인 향기의 무게감은 선선하면서도 적당히 무겁다. 아직은 하늘에 먹구름이 살짝 끼어 있어서 시원하게 부는 바람, 그리고 정원에서 흙과 장미가 거칠게 자기 존재를 내뿜고 있는 그런 상태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에트로 맨로즈

상황극

 

 

 

 

 

“정말 좋은 사람이야”

 

사귄 지 일년 된 남자친구(에트로 맨로즈)를 떠올리며, 친구가 행복한 표정으로 한 말은 내게 생각보다 큰 놀라움을 만들었다.

 

“세상에… 마의 능선인 ‘괜찮은 남자’의 범주를 넘어섰네?”

 

대학교 시절부터 우월한 외모와 똑부러지기까지 한 스마트함으로 수 많은 남학생들을 울렸던 친구다. 하지만 수 많은 연애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는 뭔가 늘 부족해서 그 이상을 갈구하는 듯한 욕구가 있어 보였다. 그런 친구를 향해 나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딱 맞는 사람이 어딨냐, 눈을 좀 낮춰봐”

 

그래서 나는 괜히 더 궁금해졌다. 이 친구에게 영원을 꿈꾸게 만든 남자가 누구인지

 

“사진 좀 보자”

 

생각보다 단정하지만 끼가 확실히 있는 인상의 소유자였다. 180cm가 훌쩍 넘어 보이는 길다란 기럭지는 어딘가 모르게  유연함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본인이 주체하지 못하고 비오는 정원의 진흙탕 속으로 한바탕 뛰어들 것만 같은 소년미도 느껴졌다.

 

“어떤 점에 반한거야? 평소 네가 좋아하던 스타일은 아닌 것 같은데"

 

친구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리곤 사랑에 빠진 여자에게서만 나오는 특유의 떨림으로 한 마디 한마디 힘있게 말했다.

 

언젠가 이 남자가 그러더라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는 서로를 기억한다고

시간을 두고 같이 하면서 서로에게 맞는 형태로 마모되다가

결국에는 서로에게만 맞는 짝이 된다고

 

그때 느꼈어, 이 남자가 나의 종착지라고

 

 

 

결론

 

드디어 제라늄과 터키쉬 로즈를 주제로 한 남자 향수 중 이런 향수가 나오는구나…! 에트로 맨로즈 이 녀석, 칭찬 받아도 마땅하다 짝짝짝, 이라는 약간 오버(?) 스러운 감탄사를 내뱉을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을 주었던 향수였다.

 

어딘가 모르게 시크하게 툭툭 튀어 오르는 제라늄과 파츌리 향기 때문에 호불호가 살짝 갈릴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이내 시간이 지나면 촉촉히 젖어가는 정원의 흙 처럼 담백하게 마무리되는 베티버와 앰버의 향기가 굉장히 일품이다. 그냥 향기 자체의 밸런스가 ‘나 니치 향수야!!’ 를 마구마구 외치는 것 같다.

 

비슷한 향수로 딥디크 제라늄 오도라타가 생각나는데 딥디크 향수는 해가 진 절벽 밑의 제라늄 밭이라고 한다면, 에트로 맨로즈는 비가 막 그친 뒤의 정원에서 장미와 더불어 습습하고 알싸하게 퍼지는 그 특유의 자연내음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안정감이 있다.

 

중성적인 향기 찾는 여성분들도 충분히 소화 가능한 밸런스이니까, 사람들이 잘 모르면서도 밸런스가 잘 잡힌 특이한 니치 향수 찾으시는 분들에게 추천 드리고 싶다.

 

 

 

에트로 맨로즈 요약

 

[구매처 및 예산]

에트로 매장

15-16만원대

 

[연령대]

연령무관

 

[성별, 남녀공용]

시크하고 자신감 넘치는

은근히 장난기 있고 허당임

옷을 굉장히 잘입는

 

[계절감]

사계절

 

[지속력]

★★★★(4.0/5.0)

 

[비슷한 향수]

딥디크 제라늄 오도라타

+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 베티버

+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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