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향수

[니치향수/공용] 아르마니 프리베 베티베 디베 : 하얀 눈의 고장, 설국이었다

366일 2022. 3. 7. 19:57

향기나는 리뷰

아르마니 베티베 디베 오 드 뚜왈렛

Armani Prive Vetiver D’Hiver EDT

 

이미지 출처 : 아르마니 뷰티 공홈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글만 읽어도 눈 앞에 설산이 그려지는 정말 유명한 소설 속 문장. 노벨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학의 정수라 불리는 고전 중의 고전 소설인데, 이런 소설의 명장면을 현실로 옮겨 놓은 듯 섬세하고 웅장하게 ‘설산’을 묘사한 향수가 나올지는 상상도 못했다. 향수를 업으로 삼은 이래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의 ‘설국’을 묘사한 향수는 아직까지 이게 처음이자 유일한 것 같다. 

 

 

아르마니 프리베 라인의 베티베 디베

Armani Prive Vetiver D’Hiver

 

도대체 어떤 향기라서 그럴까?

풍경 속으로, 들어가보자.

 

 

 

 

아르마니 프리베 베티베 디베의 향기


탑 노트 ㅣ 베르가못, 레몬, 만다린 오렌지

미들 노트 ㅣ 핑크 페퍼, 카다멈, 코리앤더

베이스 노트 ㅣ 베티버, 파츌리, 모스 어코드

 

 

아르마니 베티베 디베의 첫 향기부터 - 미들 노트,

『눈 덮인 겨울의 산, 여름의 싱그러움을 지닌 채 그대로 눈 속에 파묻힌 레몬과 베르가못 열매

 

처음부터 소설 속 설국의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시릴 정도로 가득 쌓여 있는 눈의 차가운 향기와 여름의 싱싱한 색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얼어 있는 레몬과 베르가못 열매들이 눈 속에 그대로 묻혀 있는 신비로운 향기. 나는 얼어 붙은 한 손으로 눈 속에 있던 노란 빛의 레몬을 꺼내 집어서 아삭- 하고 물어본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눈으로 덮인 과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극도로 투명하고 순수한 아삭함이 느껴지는 그런 향기가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이런 소재 묘사는 너무 아쉬워서 조금 더 장면으로 묘사해보면,

 

‘몸서리치게 추운 눈의 고장, 겨울의 산이었다. 그곳은 베티버와 삼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언덕 중턱인데, 창 밖에는 베르가못과 레몬 그리고 만다린 오렌지 같은 평범한 열매가 아침해를 받아, 제각기 다른 이파리와 열매의 색을 내는데 그 광경이 항상 처음 보는 듯 새로웠다.’

 

 

 

아르마니 베티베 디베의 중간 향기부터 – 베이스 노트,

 『열차가 지나간 선로, 녹아 내린 눈 사이로 보이는 베티버 줄기와 가지런히 꽃 피운 파츌리

 

아르마니 베티베 디베를 뿌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코 끝에 닿는 하얀 산의 언덕 중턱으로 열차가 지나간다. 이윽고 열차가 지나가버리자, 저 멀리 선로 저편의 베티버와 파츌리가 안대를 벗은 듯 가지런히 눈망울을 빛내는 선명한 모습이 보인다. 새하얀 풍경 위에서 작게 싱그러움을 빛내는 베티버와 파츌리. 싱싱한 줄기 끝에 가지런히 녹음의 잎을 피워 놓은 모습이 참 고요해서 나도 모르게 사박- 사박- 눈길을 밟으며 다가간다. 한 손으로 베티버와 파츌리에 쌓인 눈들을 가지런히 쓸어 내려보니, 눈이 어찌나 부드럽던지 스르륵- 옷자락이 풀어지듯 녹아 없어지며 그 틈을 타 녹색 잎이 고개를 내미는데, 이때 내 코 끝에 닿은 부드러운 하얀 눈과 여름의 생명력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한 신비로운 향기다. 베티베 디베의 탑 노트는 확실히 레몬과 베르가못의 상큼한 싱그러움이 돋보였다면, 지금은 조금 더 사박사박- 눈 위를 밟아가는 듯 부드럽고 포근한 베티버와 파츌리의 향기가 더 돋보이는 것 같다. 엄청 새하얗고 왠지 따뜻할 것 같은 함박눈이 푸른 레몬과 베티버를 천천히 덮어가는 듯한 향기다. 새하얀 눈의 결정체로 화이트 머스크(MUSK)를 만든다면 이런 향기가 날까?

 

 

 

 

 

아르마니 프리베 베티베 디베

상황극

 

제설차를 세 대나 대고 눈을 기다리는, 겨울의 산이었다...

 

 

 

제설차를 세 대나 대고 눈을 기다리는, 겨울의 산이었다.

이곳의 눈은 항상 급하게 내려 싱싱한 열매와 아름다운 꽃들이 미처 겨울 준비를 하지도 못한 상태로 그 당시 여름의 색- 그대로 눈 속에 묻히고 만다.

 

“그래서 이곳의 설산에선 늘 꽃향기가 나요”

 

가이드를 자처한 이 마을의 여자가 말했다. 새하얀 눈이 가득한 설산의 저 벽에 부딪쳐서 다시 되돌아오는 메아리처럼 그녀의 목소리가 아름답게 울렸다.

 

“그러네요, 지금도 분명 얼어 있는 열매 향기가 납니다.”

 

내 말을 들은 그녀는 동의한다는 듯 가볍게 웃어 보였다. 가늘고 높은 코가 차가워 보이긴 해도, 그 아래 가볍게 올라가는 입꼬리가 아름다운 무지개 곡선처럼 매끄러웠다. 작은 얼굴은 마치 순백의 하얀 도자기 같았고 얕은 불기를 가져다 댄 듯 옅은 분홍빛의 살결은 신비로웠다. 지금껏 내가 살던 도시에선 한 번도 보지 못한 분위기의 미인이었다.

 

“그래서 우리 마을 사람들은 이 설산을 그냥 산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그럼 뭐라고 부르죠?”

 

“설국, 빛과 색채가 숨 쉬는 아름다운 눈들의 고향이오.”

 

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고, 내 시선도 서둘러 그녀를 쫓은 순간-

어느새 푸른 새벽녘의 은하수가 반짝이는 빛이 되어 우리 바로 앞의 언덕까지 내려와 있었다. 금방이라도 두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신비로운 느낌

 

“두렵도록 아름답네요”

 

말을 마친 내 이마 위로 톡, 하고 하얀 눈이 닿았을 때

 

“가요, 곧 다시 눈이 오겠어요.” 

 

하고 여자가 옷자락을 털며 일어난 장소에선,

처음 맡아보는 하얀 설국의 향기가 났다.

 

 

 

 

 

결론


아르마니 프리베 라인을 보면, 정말이지 향수시장이 정말 빨리 변화하고 개인화, 럭셔리화 되어가고 있구나 라는 것이 느껴진다. 기존의 조르지오 아르마니 뷰티가 갖고 있던 정체성과는 완전히 차별되는 새로운 럭셔리함, 아르마니 만의 니치 향수가 이런 것이다 라는 것을 아르마니 프리베 라인을 통해서 마음껏 펼쳐내는 것 같다.

 

꽤 많은 라인업이 출시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베티베 디베 라는 이 향수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들었다는 것을 넘어 약간 충격적이기도 했다. 딥디크 롬브로단로를 맨 처음 맡을 때의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나는 이렇게 문학적 감수성이 바로 연상될 정도의- 따뜻한 눈이 쌓인 겨울 산, 그리고 그 겨울 산 안에서 그대로 얼어 붙어 있는 꽃과 과일의 향기를 이렇게 디테일하게 묘사해 놓은 향수를 처음 봤기 때문이다. 이런 설산의 향수가 있었나…? 라고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내 기억엔 없다.

 

향기가 되게 산뜻하고 시원한 것 같으면서도-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프룻한 시트러스함이 마치 눈에 금방 얼어낸 것 같은 특유의 향기로 조율되어 있는데, 이게 굉장히 재미있고 완성도가 높은 것 같다. 전체적으로 은은하다고 말할 수 있는 향의 밸런스이기 때문에 아르마니 프리베 라인을 처음 경험하시는 분들에겐, 베티베 디베 라는 이 제품을 가장 먼저 권해드리고 싶다.

 

 

 

 

 

 

요약


[정가]

50미리 16 만원

100미리 24 만원

 

[성별, 풍경적]

포근한 눈이 따뜻하게 쌓인 겨울의 산

이 곳에선 항상 얼어 있는 꽃과 열매 향기가 났다

 

[연령대]

20대 후반 이상 - 무관

 

[계절감]

사계절

 

[지속력]

★★★☆(3.5/5.0)

 

[비슷한 향수]

세르주루텐 로 + 나소마토 실버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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