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리뷰
레 조 드 샤넬 비아리츠
Les Eaux de Chanel Biarritz
샤넬 향수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면 아무래도 ‘독하다’ ‘백화점 냄새’ 등이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지금의 샤넬 향수를 있게 만든 넘버 5 등의 이미지 강렬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샤넬 측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익스클루시브 라인이라고 해서 별도의 고가 라인을 따로 만든 후, 굉장히 적극적으로 라인업을 넓히며 프로모션을 하고있다.
개인적으로는 샤넬이 진짜 변화에 빠르다고 느꼈는데, 왜 그런가 하면 레조드샤넬 향수라인은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샤넬 향수의 분위기와 결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니치 향수 만들고 싶은데 샤넬을 버릴 순 없으니, 샤넬을 얹어서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버리겠어!! 라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레 조 드 샤넬 비아리츠는 익스클루시브 라인 중에서도 가장 산뜻하고 경쾌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무더운 여름! 태풍까지 온다고 하는 이런 날씨라면 유독 더 즐겁고 편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언능 들고 왔다.
레 조 드 샤넬 비아리츠의 향기는 어떨까?
(이하 샤넬 비아리츠로 줄임)
레 조 드 샤넬 비아리츠의 향기
탑 노트 ㅣ 탠저린, 자몽, 베르가못, 레몬, 오렌지
미들 노트 ㅣ 릴리오브밸리, 네롤리, 그린어코드
베이스 노트 ㅣ 화이트 머스크, 파츌리
레 조 드 샤넬 비아리츠 미들 – 베이스 노트
『비아리츠 해변의 석양 아래로 자몽 샹그리아를 들고 거니는 청춘들 사이로 나는 향기』
샤넬 비아리츠의 첫 향기는 휴양지 해변에서 산 바람에 실려온 만다린과 자몽이 파도 비말이 부서지듯 엄청 부드럽고 상큼하게 퍼진다. 부서진 파도의 물거품이 공기 중으로 아주 옅게 흩날리다가 잘 익은 자몽과 만다린 열매에 천천히 스며들어 내 앞으로 툭-하고 떨어진 것만 같다. 눈을 감고 얼굴에 천천히 미스트를 뿌린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상큼한 향기가 더 이상 쪼갤 수 없을 정도로 아로마틱하게 퍼지는 향기다. 그래서 그런지 편안한 휴양지에서 쉬는 듯한 착각을 계속 불러 일으키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비아리츠 해변을 천천히 거니는데, 내 옆을 지나가던 누군가가 어깨를 가볍게 부딪치고- 들고 있던 샹그리아를 살짝 흘려서 내게 활짝 웃으며 사과하고, 나도 그의 경쾌한 에너지에 거리낌 없이 웃으며 괜찮다고 하는 장면이 연상되는 아주아주 산뜻하고 기분 좋은 싱그러움.
레 조 드 샤넬 비아리츠 미들 – 베이스 노트
『황홀하게 내려앉는 석양의 빚 사이로 비누잔향 처럼 포근하게 퍼지는 은방울꽃과 자몽』
시간이 지난 샤넬 비아리츠는 석양이 더 내려 않고 어둑어둑 해지는 그 찰나의 순간을 병에 담아 놓은 듯한 자몽+은방울꽃 향기가 난다. 초반의 경쾌하게 퍼졌던 상큼함은 대부분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칵테일, 샹그리아가 연상될 정도의 산뜻한 기조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 같다. 되게 로맨틱한 한 여름밤의 로맨스를 꿈꾸게 만든다고 할까? 게다가 잔향은 어찌나 은은한지 우리가 보통 일상 생활 속에서 상큼한 향기가 들어간 제품을 쓰다가- 처음의 스파클링함이 다 날아가고 나중에 폭닥거리는 살+비누 내음이 샴푸처럼 잔잔하게 남을 때가 있지 않은가? 딱 그 찰나의 잔향을 담아 놓은 것 같기도 하다.
레 조 드 샤넬 비아리츠
상황극
“우리들은 아직 젊고 이 곳에서의 여름 밤은 길거든요.”
석양이 내리는 비아리츠 해변의 한복판에서
술잔을 건네며 달콤한 미소를 짓던 그녀의 눈빛이 내게 깊이 닿았다.
“정말 아름답지 않아요?”
석양에 물들어 주황빛으로 물들은 바다. 그 앞으로 왁자지껄 사랑의 에피소드를 만드는 젊음의 열기가 가득한 곳. 그녀는 취하기라도 한 듯 몽롱한 눈빛으로 그 풍경들을 천천히 음미하고 있었다. 석양이 조금 더 내려오며 그녀의 볼을 발그레하게 비추고, 그 모습에 놀란 내가 얼떨결에 내 뱉은 말
“그러게요. 정말 아릅답네요.”
“그렇죠? 저는 이 곳이 참 좋아요. 마치 한여름 밤의 꿈 같아서요.”
머리를 옆으로 쓸어 넘기며 나를 향해 찡긋 웃어 보이는 그녀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당신이 아름답다는 말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약간의 상실감을 혼자 느끼고 있던 찰나, 그녀가 천천히 자세를 고쳐 앉더니 어깨를 내게 기댔다. 그리곤 더 내려가 어둑하게 변하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달콤한 목소리로 작게 속삭이는 것이다.
“집에 마시다 만 위스키가 있는데”
나는 고개를 들어 반짝거리는 그녀의 젊음을 보았다. 찬란하게 빛나는 저 석양빛을 꼭 닮았으면서도 이 뜨거운 열기가 지나간 뒤의 컴컴한 외로움이 그녀를 삼킬 것이 눈에 그려지는 듯 했다. 이 순간 나는 눈을 크게 뜨며 스스로 되물어봤다. ‘만약 먼 훗날 나이든 내가 시간을 거슬러 이 순간에 올 수 있다면,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 선택은 무엇일까’
생각보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가볍게 하이볼이 좋겠어요. 이 곳에서의 여름 밤은 길다면서요.”
한 여름 밤의 꿈
청춘이라면, 누구나 잊지 못할 비밀 하나쯤은 갖고 있기 마련이다.
결론
상큼한 향수는 꽤 출시되었지만 기분까지 좋게 만드는 향수는 많지 않다. 레 조 드 샤넬 비아리츠는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비아리츠 휴양지 한 가운데서 기분좋고 몽롱한 꿈을 꾸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게다가 샤넬 향수 독해!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선입견을 부숴봐~~' 라면서 샤넬 비아리츠를 권해줘도 정말 꿀잼 포인트일 것 같은 느낌...?!
성별 구분은 딱히 없는 것 같고 산뜻하고, 휴양지에 온 것 처럼 기분좋게 쓰기 좋은 향수다.
그리고 아무래도 향수 업계에 종사하다보니 이런점이 괜히 더 눈에 들어오는데... 뭐랄까 향수 시장에서 트렌드에 정말 민감하게 움직이는 회사 중, TOP을 꼽자면 '샤넬'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이번 포스팅에선 비아리츠만 소개해드렸지만, 숨겨진 띵작 같은 니치향수 스러운 향기들이 엄청 많이 포진되어 있으니까 독자님들도 다양하게 시향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
레 조 드 샤넬 비아리츠 요약
[구매처 및 예산]
백화점 /
11만원 ~ 18.9만원
[연령대]
상관없음
[성별, 자연풍경적]
노을아래 부서진 파도가
자몽과 은방울꽃을 덮치며 시작되는 꿈
[계절감]
봄, 여름
[지속력]
★★(2.0/5.0)
[비슷한 향수]
프레데릭말 엉빠썽
+ 아쿠아디파르마 만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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