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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향수]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 솔직후기

366일 2013. 10. 7. 10:44

향수 :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Un Jardin Sur Le Nil Hermes for women and men)

 

소개

사진을 누르면 퍼퓸그라피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향수는 에르메스의,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 이라는 향수다. 애미없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에르메스의 향수들은 가격이 정말 장난 아니다. 요즘 말로 하면 등골 브레이커 라고 할까? 사실 이건 에르메스 향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그냥 이 브랜드가 좀 그렇다.


어쨌든, 에르메스에서는 정원 시리즈로(운 자르뎅) 여름에 어울리는 향수를 내놓고 있는데 종류를 살펴보면


2003지중해를 컨셉으로 만든 에르메스 운 자르뎅 메디테라네

2005나일강을 컨셉으로 만든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

2008인도를 컨셉으로 만든 에르메스 운 자르뎅 아프레 라 무쏭

2011년 지붕위의 가든을 컨셉으로 만든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뜨와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은 2005년에 조향 되었으며 조향사가 이집트의 나일강을 여행하다가 만들었다고 한다.  사실 에르메스 향수가 현재처럼 전속 조향사 시스템으로 간 이유가 샤넬 때문인데, 이런 에피소드들은 나중에 따로 다루기로 하고…^^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의 조향사는 Jean-Claude Ellena라는 분이다.

딱 감이 안오실 것 같아서 한글로 적으면, 쟝 끌로드 엘레나 라는 분이다. 향수 세계에서 거의 신화같은 인물인데 살짝 예시를 들면 이렇다.


이거 향수 조향사가 누구야?”

쟝 끌로드 엘레나

헉 대박완전 좋아나 살래!!!”

가 되는 것이다.


그럼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탑 노트 : 당근자몽토마토그린망고

미들 노트 : 오렌지, 피오니, 불러쉬, 로터스, Hiacynth

베이스 노트 : 랍다넘, 아이리스, 시나몬, 머스크, 인센스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의 첫 향은 굉장히 청량감 있고, 시원하고, 깔끔하다. 화창한 날에 햇살이 들어오고 있는 울창한 숲 속이 생각 난다. 민트향 처럼 코를 톡톡 쏘는 청량감이 아니라, 정말 시원한 바람이 쏴아~ 하고 부는 상쾌한 느낌에 가까운 것 같다. 건조하다거나 습한 느낌도 없고 살랑살랑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것 같다. 색깔은 녹색이 생각나는데, 이게 그냥 풀 냄새는 아니다. 상쾌하고 청아한 느낌으로 자연이 빚어낸 낸 정원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시간이 살짝 지나면 달달한 향기가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이게 되게 묘하다. 착향 했을때 달달한 냄새가 훨씬 더 심해지는데 여러 가지 과일을 섞은 냄새가 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자몽 냄새가 난다고 표현하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 굉장히 여러 가지 과일이 섞여있는 복합적인 향기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채소들을 갈아 넣은 싱싱한 야채쥬스가 생각났다. 달달함의 종류가 굉장히 특이한데, 보통 달달한 향기 하면 , 설탕, 사과, 바닐라’ 같은 것들이 생각나지 않는가? 그런데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의 달달한 향기는 당근, 브로콜리이런 느낌의 달달함이다. 그리고 테스트를 해보니까 이 달달함의 정도는 개인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다. 하지만 초반에 느껴졌던 자연이 만든 정원의 싱그러운 느낌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모든 것이 묘하게 섞이면서 굉장히 자연의 풍경을 묘사한다. 어떤 특정한 사물의 향기를 추출해 낸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추억이 서려있는 특정한 장소 같다. 다만 그 장소가 우리 주위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없고 아주 멀리 놀러 가야만 볼 수 있는 그런 곳인 느낌이다. 쉽게 범접할 수 없고 너무 고요하고, 부서질 듯한 청아함 마저 느껴져서 경이로운 감정이 드는 그런 장소 말이다.

너무 멋있게 표현해 놨는데, 싸구려처럼 말하면 야채쥬스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의 탑 노트를 요약하면 화창한 날의 울창한 숲 + 여러가지 과일 + 당근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초반에 느껴졌던 달달한 냄새가 많이 없어진다. 그리고 자꾸 야채쥬스를 생각나게 했던 미묘하게 과일이 섞인 냄새도 많이 사라진다. 대신 향기가 굉장히 은은해 지면서 전체적으로 조금 더 꽃의 느낌으로, 혹은 풀의 느낌으로 많이 다가간 것 같다. 아까는 해가 막 떠서 물이 과일에 잔뜩 묻어 있었다면, 지금은 물에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고, 꽃잎에 어렸던 물기들이 천천히 증발해 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러한 느낌 때문에 신기하게 연꽃이 생각이 난다. 실제로 연꽃 냄새를 맡아 본 적이 있는지 없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물에 둥둥 떠있는 연꽃이 생각난다. 만지려고 하면 도망갈 것 같고, 가만히 있으면 다가오는 도도함이 느껴진다. 혹시 연꽃이 생각나지 않는 분들을 위해 예쁜 사진을~


(사진출처 http://vibary.tistory.com/1174)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의 미들 노트를 요약하면 물기가 아지랑이 처럼 증발하는 느낌 + 연꽃 + 우아함

 

시간 좀 더 지나면 그 동안 줄곧 보여줬던 싱그러움이 많이 사라진다. 탑 노트와 미들 노트에선 해가 막 떠올랐다면, 이제는 해가 저물었다고 할까? 묘한 서늘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절 냄새라고 해야하나, 제사 지낼 때 피는 향 냄새 있지 않은가? 그것과 조금 비슷한 향기가 난다. 그렇다고 향 냄새다!’ 라고 말하기에는 향 특유의 맵고 싸한 느낌이 거의 없다.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은 약한 느낌의 꽃 냄새도 은은하게 같이 나기 때문인 것 같다. 어쨌든 이 두 가지가 섞여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향기가 난다. 신기한건 툭 치면 부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감히 건드릴 수 없는 고귀함이 느껴진다. 경건한 마음이 든다고 해야할까? 다만 살에서는 시향지보다  풀 내음같은 녹색의 느낌이 조금 더 있는 것 같다.


중요한 점은 향기를 들여다 보면 탑,미들,베이스 별로 미묘한 변화가 있지만,

크게 보면 은은히 물이 흐르고, 푸르디 푸른 숲, 정원의 느낌으로 통일되어 있다는 것이다.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생각난다.

제길…”

우리 부모님은 자수성가하신 재벌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렸을 때부터 나는 늘 사육당하는 것 처럼 길러졌다. 하지만 난 공부에 영 흥미가 없었고, 아버지 사업 물려 받는 일도 관심 없었다. 친구들이 나에게 접근하는 것도 전부다 돈 때문 인 것 같았고 그래서 사람을 못 믿었다. 심지어 사랑도 나에겐 사치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카드 몇 번 긁고, 자동차 키 쥐어주면 여자들이 알아서 울고 불고 난리를 쳤기 때문이다반면 하나 뿐인 내 남동생은 어려서부터 공부도 잘하고, 잘생기기 까지 했다. 장남인 나에게 오던 사랑이 전부다 동생에게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이리저리 방황하는 동안 동생은 아버지 옆에서 경영교육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난 몇 일 전에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는 사고를 쳤고, 아버지는 나에게 마음공부나 하라며 절에 처박아놨다. 사실 나도 내가 왜 이렇게 삐뚤게 행동하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건

 

나도 행복해 지고 싶다.”


넓게 트인 마당을 타고, 다시 나에게 되돌아온 행복이란 메아리를 들으며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갑갑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절 뒤쪽에 있는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 가보니 왠 꼬마 아가씨가 앉아서 멀뚱멀뚱 물 위에 피어 있는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 꽃을 쳐다보고 있다.

 

어린애가 밤에 여기서 뭐 하는거야 빨리 집에 가

 

하지만 꼬마애는 내 말을 귓등으로 흘려 듣는지, 계속해서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만 보고 있다. 이런 건방진 꼬맹이를 봤나 이런 늦은 밤에… 조금은 걱정되는 마음에 버럭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꼬맹이가 작은 입을 열었다.

 

기다려


“…?”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이 내게 올 수 있길 기다려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었지만, 날 보고 말하는 꼬맹이의 눈이 너무 깨끗하다. 귀여운 마음에 머리를 쓰다듬으려 가까이 다가가자 꼬맹이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잡으려고 가까이 가면 뒤로 도망가고, 내가 준비를 하고 기다리면 다시 다가와, 수면위로 피어 있는 꽃 밑에 뿌리가 떠있거든

 

나는 꼬맹이에게 다가가는 걸 멈추고 물어봤다.

 

그런데?”

 

몸이 굳은 채로 얼어서 물어보는 나에게 꼬맹이가 다가와서 살며시 안기며 말했.

 

행복도 그렇대

 

 

결론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은 봄,여름,가을에 잘 어울릴 것 같은 향수다. 겨울에 쓰기에는 향기가 청아하고 상쾌한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성별은 남,녀를 가리지 않으며 연령대도 전혀 상관 없을 것 같다.

지속력은 보통인데 끝에 남는 잔향이 꽤 오래간다.

향기의 호불호는 거의 없을 것 같다. 물론 '향기는 좋은 것 같은데 내 스타일은 아니야' 정도의 대답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외국사이트의 평도 그렇고, 거의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자연,숲,물,연꽃,우아함의 느낌을 정말 잘 표현한 향수라고 생각합니다. 대단하다고 생각하는건 물의 느낌을 가지고 있지만 물 내음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물 속성이 있지만 물 냄새는 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미들노트부터 조금씩 섞여서 나는 향 냄새는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의 신성함, 깨끗한 느낌을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녹색이 잘 어울리는 깨끗한 느낌의 향수라고 생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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