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를 담은 리뷰
입생로랑 옴므(입생로랑 르 옴므)
Yves Saint Laurent L'Homme for men
입생로랑 르 옴므의 향기
탑 노트 ㅣ 베르가못, 레몬, 화이트진저, ozonic notes(공기노트)
미들 노트 ㅣ 스파이시, 화이트페퍼, 바질플라워, 바이올렛잎
베이스 노트 ㅣ 통카빈, 시더우드, 하와이 베티버
이번엔 20대 후반- 이상의 남성분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입생로랑 향수, 입생로랑 옴므를 들고 왔다. 정확한 명칭은 입생로랑 르 옴므인데 네이버 DB 등록도 그렇고 그냥 입생로랑 옴므라고 많이 부르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입생로랑 라 뉘드 옴므 가 조금 더 유명한 것 같은데, 실제로 더 편안하게 사용하기 좋은 향수는 입생로랑 옴므 라고 생각한다.
입생로랑 옴므의 향기는 어떨까?
입생로랑 옴므(입생로랑 르 옴므) TOP/MIDDLE NOTE
『단정한 캐쥬얼 복장의 성인남성이 소파에 기대 신문을 읽으며 커피를 마심』
입생로랑 옴므의 첫 향기는 어렸을 적 아빠 품에 났던 것 같은, 성인의 남성이 으레 생각나는 단정하고 따뜻한 향기가 퍼진다. 갈색 스웨터와 와이셔츠를 레이어드해서 입고 단정한 로퍼를 입고서 신문을 보고 있는 남성이 연상되는 따뜻하고 단정한 갈색 빛깔 향기다. 남자인 내가 맡아도 저절로 ‘형’ 소리가 나오는 성숙한 느낌이 있다. 정말 쉽게 예를 들면 샤넬 향수, 디올 향수에서 났던 그 특유의 남자 내음이 있는데 그것 보단 훨씬 더 갈색 스웨터 질감 같은 보드랍고 달콤한 향기가 퍼진다. 샤넬 향수에 정장을 벗고 달콤한 원두 커피를 들었다고나 할까?
입생로랑 옴므(입생로랑 르 옴므) MIDDLE/BASE NOTE
『고민상담을 들어주는 느낌의 따뜻하고 그윽한 시더우드와 베티버』
시간이 지난 입생로랑 옴므는 뭐랄까… 아까 소파에 앉아서 신문을 보며 커피를 마셨던 성인남성이, 잠시 볼일이 생겼다는 듯 자리를 떴을 때- 그 순간 방 안쪽에서 여자친구가 나오며 ‘남자친구가 머물렀던 공간이네’ 라고 인지할 듯한 남자의 잔향 같은 향기가 난다. 스웨터가 생각나는 머스크 특유의 부드러움과 커피 원두를 닮은 성인 남자의 체취, 그리고 베티버 특유의 알싸함이 어울린 듬직하고 자상한 향기. 그냥 향기만으로도 괜히 신뢰가 가는 남자의 향기다
입생로랑 옴므(입생로랑 르 옴므)
닮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남자
“입생로랑 옴므 라고 합니다. 6박 7일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10분만 지나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것 같은 아주 평범하고 그저 그런 인사.
그렇지만 ‘멋있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떡 벌어진 어깨와 넓은 등판. 그리고 고급 세단을 연상시키는 단정하고 짙은 이목구비는 그 평범한 인사마저 명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야, 대박 잘생겼어”
“나 오늘부로 이상형이 바꼈다”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썸녀까지 반짝거리는 눈으로 입생로랑 옴므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인 나는 그냥 모든 게 배알이 꼴렸다. 그렇지만 질투심에 어쩔 줄 모르겠으면서도 그녀의 그런 반응을 이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남자가 봐도 입생로랑 옴므은 너무 멋있었다. 질투를 불러 일으키는 화려한 인상이 아닌,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라는 존경의 감정이 더 먼저 드는 남자
“…. 친해지고는 싶네”
그 뒤로 6박 7일의 일정 동안 입생로랑 옴므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우리 중 나이가 가장 많은 형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온갖 궃은 일들을 먼저 나서서 했다. 게다가 교회의 여자들에게 딱히 찝쩍대지도 않아서, 그 여자들을 혼자서만 마음에 품던 수 많은 내 친구들도 경계심을 풀고 그 형을 따르게 되었다. 문제는 여자들이 자꾸만 먼저 접근한다는 건데… 내가 좋아하는 썸녀는 그러지 않았으니까 상관이 없…
“…어?! 얘 어디 갔지?”
아까 분명 간식 가지러 간다고 했던 썸녀가 보이지 않는다. 뭔가 짝사랑을 하는 남자만이 느낄 수 있는 싸늘한 촉이 발동했다. 괜히 불안한 마음에 여기저기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도착한 한적한 공원에서… 나는 결국 보고 말았다.
‘둘이 벤치에 앉아,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툭- 들고 있던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그냥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지금 솟구쳐 오르는 감정이 슬픔인지 분노인지조차 구별되지 않았다. 그냥 하얀 팔레트에 뒤섞어 놓은 물감처럼 내 감정도 이리저리 뒤섞여서 점점 탁해져 갔다. 그리고 난 ‘거기서 뭐해요’ 라고 물을 용기조차 없어서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나 바로 숙소로 들어왔다.
“……”
그냥 이야기만 한 것일 수도 있잖아 어때, 라며 합리화를 해봐도 뒤엉킨 이 분노와 짜증, 슬픔이 도무지 가라앉질 않는다. 그렇게 세상 가득 우울해져서 구석에 처박혀 찌그러져 있었는데, 끼익- 하고 문 소리가 열리며 입생로랑 옴므가 들어왔다. 자신감 있게 웃는 저 얼굴에 주먹이라도 한대 꽂아주고 싶다.
“형은 얼굴이 좋아보이네요”
“응, 좋은 소식을 들었거든, 이 나이먹고 지금 좀 설렌다.”
철렁-
다시 한번 가슴이 무너진다. 남녀가 대화를 나눈 후 듣는 좋은 소식이 도대체 뭘까, 내가 맨날 바라고 바랬던 바로 그 말이 아닐까
“…뭔데요”
“자연이(썸녀)가 너 좋아하는 것 같더라”
결론
샤넬향수나 디올향수에서 느꼈던 그 특유의 남성적 성숙함은 유사하게 가지고 있지만,
거기서 느껴졌던 어떤 성공에 대한 야망, 정장, 고급세단 같은 느낌은 싹 제거하고- 슬랙스에 스웨터, 로퍼, 멋스러운 코트 이런 형태의 캐쥬얼 복장이 연상되게 만드는 아늑하고 잔잔한 달콤함이 멋지게 퍼진다. 날티라곤 전혀 없으며 당장이라도 고민 상담하러 찾아가야만 할 것 같은 성숙함이 가득하다.
어느정도 얼굴에서 성인남자냄새가 나고,
평소에 말이 그렇게 많지 않으면서 고민을 잘 들어주는 성향의 남성분들에게 추천~!
입생로랑 옴므 요약
[연령]
20대 중후반 – 무관
[성별, 남성적]
솔선수범 리더십, 차분한, 배려심 있는
[계절]
봄, 가을, 겨울
[지속력/확산력]
★★★☆(3.5/5.0)
[질감]
고급세단이 연상되는 단정한 이목구비의 남성이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하는 듯한 잔잔하고 따뜻한 향기
(시더우드/통카빈/베티버/스파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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