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향수/Fresh

[여자향수] 안나수이 럭키위시 : 실사판 앨리스, 세젤예

366일 2018. 4. 24. 18:44

향기나는 리뷰

 

안나수이 럭키위시

Anna Sui Lucky Wish for women

 

 

 

 

집 앞에 되게 작은 카페가 하나 있었는데, 아무래도 주거단지 근처라서 그런지 고등학생 커플들이 정말 많이 다녔다. 그 학생들을 보면서 나는 고딩때 연애도 안(?)하고 뭐했나….’ 라는 생각을 하며 괴로워(?) 하다가, 또 저렇게 소소한 데이트를 즐겁게 하는 학생들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곤 했다. 저러기에 나는 이제 너무 나이 들어버렸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쨌든 안나수이 럭키위시는 그때 남자친구랑 데이트하던 여고생? 여대생? 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학생에게서 나던 향기인데, 뭔가 알 듯 말 듯 하면서도 너무 좋은 향기가 나서

 

물어볼까 말까, 물어볼까 말까

 

계속 고민하다가 남자친구가 화장실 갔을 때 잽싸게 물어봤던 향수다. 여학생은 당시에 정말로 신나 하면서 알려줬고 기분이 정말 좋았는지 그걸 남자친구한테 아다다 말하기 시작했는데... 전달을 어떻게 했는지 남친의 강렬한 눈쌀을 견디지 못하고 내가 도망갔던 기억이 난다.

 

임뫄, 아무리 피 끓는 청춘이라고 해도 그렇지 그렇게 형을 무섭게 쳐다보면 임뫄...

 

“….무조건 형이 잘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사과의 말을 전한다.

그래도 여자의 범주에 너의 여친님을 넣기엔 내가 너무 철컹철컹이란다

그저 향수 이름이 궁금했던 순수한 나의 의도를 너도 언젠가는 이해해주길 바라며~ (사실 알고 있었겠지)

 

 

안나수이 럭키위시의 향기는 어떨까?

 

 

 

안나수이 럭키위시의 향기


탑 노트 ㅣ 프로즌 레몬, 탠저린, 포멜로

미들 노트 ㅣ 프리지아, 대나무, 오렌지블로썸, 오키드

베이스 노트 ㅣ 샌달우드, 머스크, 앰버

 

 

 

안나수이 럭키위시 탑-미들 노트

『레몬과 자몽의 살얼음으로 만든 샴푸 에센스로 케어 받은 머릿결 향기

 

안나수이 럭키위시의 첫 향기는 살 얼음이 얼어 있는 레몬과 오렌지를 얇게 슬라이드 썰어서- 시원한 탄산음료와 함께 공중에서 분해 시켜버릴 때 날 것 같은 상큼한 향기가 난다. 아사삭 거리며 바스라지는 살얼음이 입 안에서 사방으로 뒹굴고- 얇게 부스러지는 살얼음 안에 숨겨진 레몬과 자몽의 짜릿한 상큼함이 어울린 향기라고 할까? 중요한건 이 모든게 어울린 상큼한 향기가 과일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기 보다는 바디 미스트 혹은 샴푸 같이 촤랄라 거리는 질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른 등교길 헤어 에센스를 바르고 머리 아직 덜 마른 여학생이 앞에 지나갈 때, 그 뒤로 날 것 같은 촉촉한 향기다. 그리고 이 모든 은은하고 상큼한 향기를 한데 어울러서, 가장 찬란했던 학창시절을 곰곰히 곱씹어 보는 듯한 느낌의 여성여성한 향기로 번지기 시작한다. (페미닌한 여성미가 아님, 학창시절의 여학생)

 

 

 

안나수이 럭키위시 미들-베이스 노트

『예쁜 색감의 틴에이저 드라마의 명장면에서 날 것 같은 예쁜향기

 

 

시간이 지난 안나수이 럭키위시는 조금 더 샴푸를 깨끗이 하고- 혹은 상큼한 과일 향의 바디로션을 바르고 30분 정도 지난 것 같은 향기가 난다. 기분이 굉장히 유쾌하고 청량해지는 느낌의 상콤달콤함이 있는데 자꾸만 학창시절을 주제로 만든 드라마 혹은 영화의 여주인공이 사용할 것 같은 향기가 난다. 은은하면서도 굉장히 존재감 있는! 예를 들면 내가 교생 실습을 여자 고등학교로 나갔다고 치자. 정말 너무 풋풋한 느낌에 마냥 귀여워 하고 있는데, 저기 뒤에 앉아 있던 여고생이 선생님 좋아해요!’ 이 난리를 친다고 치자. 저 풋풋하고 어린 양의 마음이 뭔지 잘 알고 있는 우리야 대수롭지 않게 그 학생을 장난스럽게 자리에 불렀는데, 그 학생이 걸어 나온 자취에 흩날리는 뭔가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듯- 기분 좋은 상큼한 '여자류'의 향기가 있는 것을 보고 '우와... 뭐지?' 하고 굉장히 놀랄때 날 것 같은 향기다.  엄청나게 은은하고- 그 나이때에 잘 어울리는 상큼한 향기인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주변에서 잘 꾸미는 여성분들에게도 드문드문 맡을 수 있을 것 만 같은 촉촉하고 깔끔한 달콤함

 

 

 

 

 


 

 

안나수이 럭키위시

 

여자다..?

여자다..!

 

 

 

 

 

 

 

 

 

“엇, 안나수이 럭키위시 냄새다.

 

계단에서 나는 익숙한 너의 향기에 나는 서둘러 계단을 내려와 1층에 위치한 음료수 자판기 앞에 정신없이 섰다. 1000원짜리 지폐를 조심스럽게 넣고 불이 들어온 메뉴판을 훑어보다가- 이내 안나수이 럭키위시가 가장 좋아한다며 노래 불렀던 음료수 버튼을 꾹 눌렀다.

 

.-!

 

경쾌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부딪치며 튕겨나온 시원한 음료수를 손에 쥐고서 어떻게 하면 너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 건네줄 수 있을지 고민해봤다. 그리고 그냥 이런 고민 자체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괜스레 신나고 기분이 좋았다. 어른들이 대학가면 여자친구 생긴다더니, 정말로 그런걸까? 너만 생각해도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왔지만, 아직 성급하게 속단하긴 이르다고 나를 다독이며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음... 확실히 금방 지나갔나 보네, 니 향기 난다

 

향수도 잘 모를 뿐더러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렇지만 단순히 향기 만으로도 자신을 떠올리게 만들 수 있다면, 나도 너처럼 이렇게 좋은 향수 하나 정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지나갔다는 사실을- 나처럼, 너도 알 수 있게

 

드르륵-

문을 열자마자 너의 위치부터 탐색했다. 별 다른 수고 없이도 제일 뒤쪽 자리에서 ‘어?!’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안나수이 럭키위시가 보인다. 너는 이상하게 뒷자리를 좋아하더라, 나는 눈이 나쁜 편이라 뒷자리가 너무 불편하고 싫었지만

 

“왔어어~?

 

나를 향해 자리 맡아 놨다고 신나게 가방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는 순간, 칠판 글씨를 볼 수 없는 나의 저 품질 시력 따위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님을 깨닳았다. 나는 최대한 ‘딱히 너가 보고싶었던 건 아니야’ 라는 드라마를 훔쳐 보며 배운 표정을 흉내내며

 

 “후후, 기다린 눈치다?라며 허세를 부렸고, 너는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헛소리냐 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뭐래~! 라며 내 어깨를 살짝 잡으며 밀었다.

 

“엇…”

 

단지 손이 어깨에 닿았을 뿐인데, 내 평생 느껴 보지 못한 특유의 소프트한 감각이 온 몸을 쩌릿하게 관통했다. 남고에서 친구들이 농구나 한판 하자며 내 어개를 두드렸던, 내가 익숙했던 손의 질감과는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가 큰 간극. 같은 사람인데도 이렇게 손의 질감과 촉감이 다를 수 있는가?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여자다!’ 라는 시그널이 켜지며 갑자기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꿀꺽-

 

아무렇지 않은 듯 자리에 앉았지만, 내 옆에서 몸을 내 쪽으로 은근히 기울이며 (의도하지 않았는진 모르겠지만) 스르륵 옆으로 흘러나온 긴 머리에 다시 한번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냥 '나와는 다르다' 라는 너무나 당연한 것 같지만 그래서 떨리는 자극

 

결국 나는 오늘도

수업에 하나도 집중하지 못했다.

 

 

 

 

결론

 


 

 

하이틴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사용하면 딱 어울릴 것 같은 향수다. 누가 봐도 너무 예쁘고, 그립고, 아련하고- 그렇지만 이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거품처럼 과거로 지나갈 것을 알고 있는 우리가 보기에 너무 예쁜, 그런 느낌의 향수인 것 같다. 지금의 우리가 안나수이 럭키위시를 사용해도 그때의 맛이 영 나지 않는...?

 

물론 세월을 직폭으로 맞은 우리가 보기엔,  안나수이 럭키위시는 학생들이 쓰면 좋겠다~ 은은하니, 라는 생각을 많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유치하지 않다) 그렇지만, 확실히 10대~20대 초반의 남학생들이 보기엔 안나수이 럭키위시를 위해서라면 내 한 몸 불살라가며 사랑해줄 수 있을 것 같은- 그렇지만 나 말고 딴놈 좋아하는 인기 많은 여자일 것만 같다.  여기서의 여자는 우리가 흔히 묘사하는 여성스러운, 페미닌한 스타일과는 차이가 있고 뭐랄까... 사춘기를 지난 소년, 소녀들이 서로의 차이를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그 차이에 대한 간극을 정말 예쁘게 표현해주는 여성미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호불호 거의 갈리지 않을 것 같으며, 학원에 펑펑 뿌리고 가도 주변 친구들이 주루룩 모여서 향수 뭐쓰냐고 물어볼 것 같다.

안나수이 향수에 대한 편견(?)만 살짝 없앤다면, 정말 하나 정도 사놔도 거의 후회하지 않을 듯 싶다.

 

그리고 20대 중반을 막 넘어가려는 여성분이면....

나중에는 또 그 나이에 어울리는 향수가 있으니- 언능 안나수이 럭키위시 하나를 쟁여서 후회없이 써봤으면 좋겠다.

 

교복은 그때 입는게 제일 예쁘다

(라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늦게서야 알게되는 것 같다)

 

 

 

 

안나수이 럭키위시 요약


 

[판매처 / 정가]

드럭스토어 / 5.8 ~ 9.8

 

[연령대]

10~ 20대 초중반

 

[성별, 여성적]

소녀와 숙녀사이

굉장히 유쾌하고 기분이 좋은

사소한 것도 재밌어하는

 

[계절]

, 여름, 가을

 

[지속력]

★★★(3.5/5.0)

 

[비슷한 느낌의 향수]

베르사체 브라이트 크리스탈 + 살바도르 달리 오드루비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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