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향수

[니치/공용] 딥티크 로파피에 : 설경의 수묵화 속 노란 미모사

366일 2023. 5. 7. 17:11

향기나는 리뷰

 

딥티크 로파피에

Diptyque L’eau Papier Eau De Toilette

 

사진출처 : 딥티크 공홈

 

 

이번에는 23년 딥디크의 새로운 신상 향수, 딥티크 로파피에 라는 향수를 들고 왔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마음에 들고 회사 직원들 그리고 주변 지인들도 모두가 좋아할 정도로 호불호 없고 깨끗하면서도 성숙하고 신뢰 주는 향기를 갖고 있다.

 

향수 산업에 일하는 사람으로서, 딥티크 브랜드를 전체적으로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혹은 대표 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인적으로 쭉 이어오던 향수 산업에 대한 고민에 큰 영감과 마음의 물결에 일렁임을 준 향수이기도 하다.

 

한달이 넘는 시간 동안 정말 다양한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으며 향기 묘사에 대해 다듬었으니, 딥티크를 좋아하시거나 혹은 깔끔하고 개운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의 비누(?)향을 찾으신다면 이번 포스팅이 큰 도움이 되실 것 같다. (비누향은 절대 아니지만 달리 설명할 방법이..)

 

과연 딥티크 로파피에의 향기는 어떻길래 그럴까?

어코드 정보에는 공홈에 있는 정보 말고 포스팅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드로 함께 기재할 테니, 부디 많은 독자님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딥티크 로파피에


탑 노트 : 미모사, 허브, 베르가못

미들 노트 : 참깨, 우드 어코드

베이스 노트 : 화이트 머스크

 

 

딥티크 로파피에의 첫 향기는 허브와 난을 기르고 있는 동양화를 그리는 한 주택, 따스한 햇살이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방 안에서 묘한 비누와 종이 그리고 화환들의 향이 골고루 느껴진다. 허브와 난에서 날 법한 시원하고 그리너리한 계열의 향기가- 따뜻한 방 안을 부유하면서 아주 얇은 새하얀 한지에 스며들며 마치 비누인 듯, 비누가 아닌 듯 포근하게 번지는 향기다. 잘 마르고 새하얀 아주 얇은 한 장 손에 가볍게 쥐고서-  방 안에서 가볍게 하늘하늘 흔들었을 때 흔들리는 한 그루의 난에서 날 법한 향기 같기도 하다.  왜 아주 얇은 한지를 손바닥 위에 올려 놓으면 종이의 얇은 면을 투과해서 반투명하게 보이는 피부가 보이지 않는가? 그런 아주 얇은 재질의 종이를 공기중에서 살포시 흔들고 그에 맞춰 흔들리는 난과 그 공간에서 날 법한 청아한 포근함에 가까운 것 같다.

 

 

시간이 지난 딥티크 로파피에는 초반에 나던 시원한 향기가 상당부분 증발하고, 전체적으로 동양적인 화풍의 무드와 단아함이 느껴지는 공간의 향기로 바뀌는 것 같다. 동양화를 그리는 오래되고 격식 있는 화방을 갖고 있는 고즈넉한 주택의 거실에 딱 앉아서,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만개하는 미모사가 담긴 유리 화병과 그 주변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고 앉아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체취가 도란도란 어울리는 향기다. 딥디크 로파피에가 갖는 특유의 단아함과 동양적인 무드 때문인지 전체적인 향의 분위기는 굉장히 지적이고, 따뜻하고, 신뢰를 주면서도 편안하다.

 

 

 

 

 

딥티크 로파피에

연상 이미지

 

출처 : 핀터레스트

 

동양화는 채색용과 수묵용의 붓을 구별하지 않고 자신이 편한 붓을 사용한다고 한다.

같은 크기의 붓이라도 털과 털의 양에 따라 그리는 방식이 천차만별이기에,

그리는 사람의 마음에 기대어 화폭을 자유롭게 채워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사물을 그려도 전부 다른 풍경이 나와, 이세상에 똑 같은 그림은 없어”

 

지적인 이목구비에 편안하게 웃는 미소로, 딥티크 로파피에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붓을 세우는 각도에 따라 표현의 방법도 무한대에 가까워져,

사물을 보는 내 시야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 당시 내 마음의 기울기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딥티크 로파피에의 수업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표현보단 그 안에 담긴 본질에 조금씩 더 다가가려는 노력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수업은 늘 실력있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렇게 침묵 속에서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학생 한 명이 손을 들고 물었다.

 

“이번엔 설경을 주제로 저희가 다 같이 전시회를 열잖아요. 모두가 다른 그림이 나오겠지만 그런 다양함 속에서도 공통되게 집중해야 하는 것이 뭐가 있을까요?”

 

좋은 질문이라는 듯, 한참을 생각하던 딥티크 로파피에가 부드럽게 대답했다.

 

“종이위에 색을 칠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미 설경이 가득한 종이를 시작으로 붓으로 공간을 지워간다고 생각해보자"

 

"지우다 보면 알게 될거야,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했는지"

 

 

 

 

딥티크 로파피에 결론

 

서양권에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동양적인 무드가 많이 묻어나는 향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세탁세제, 런더리류의 비누향이 아니라- 손 위에 올려놓으면 살갗이 다 비춰질 정도로 투명하고 하얀 한지에서 날 법한 청아한 부드러움을 동양화의 그림처럼 비워가고 채워가며 촘촘히 만들어 놓은 그런 향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딥디크의 향을 전체적으로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딥티크 라는 브랜드의 향후 5년을 엄청나게 고심하면서 계속해서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느껴졌다. 변화하는 향수 시장에 굉장한 인사이트가 있으신 것 같고, 요즘에 한창 유행하는 우디향이 저물었을 때 그 다음에 가져갈 향기의 방향은 어디일까? 라고 끊임없이 되물으며 만든 명작인 것 같다.

 

딥디크 오르페옹, 딥디크 플레르드뽀 그리고 이번 딥디크 로파피에

각자 다른 무게감과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지만, 어쨌든 한국적 정서로도 일상적으로 편안하고 지적으로 사용 가능한 훌륭한 향수들인 것 같다.

 

한달정도 사용해보면서 연예인 누가 생각 나냐고 물었을 때,

‘유지태’ 라는 답변을 많이 받았다. 답변만 봐도 딥티크 로파피에가 가진 신뢰와 훈훈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딥티크 로파피에 요약


[정가]

50ml EDT / 165,000

100ml EDT / 233,000

 

[성별, 풍경적]

여백이 돋보이는 동양화

눈 덮힌 미모사와 따뜻한 햇살

편안하고 정적인 분위기

 

[연령대]

연령무관

 

[계절감]

사계절

 

[지속력]

★★☆ (2.5/5.0)

 

[비슷한 향수]

세르주루텐 로 + 딥디크 플레르드뽀 + 나소마토 실버 머스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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