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리뷰
Jo Malone Earl Grey & Cucumber Cologne
2019년 현재, 이제 성인들 사이에서 향수좀 아는데 조말론 이라는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불과 5-6년 전 까지만 해도 유명 연예인이 사용하던 희귀향수였는데,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흥행할 줄… 한국만 인기가 많은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품귀 현상이다.
어쨌든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조말론 얼그레이 앤 큐컴버는 조말론 베스트 셀러를 1개 정도 보유하고 있는 분들이, 다른 대중적인 조말론 향수를 찾으실 때 가장 먼저 권해드리는 제품이고 실제로 매장 직원분들도 그렇게 권해주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말론 향수 중에서, 지금 계절에 쓰기 좋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향기 좋은 거 주세요!’
심지어 몇 년 동안 독자님들의 굉장히 많은 후기 요청이 있었던 조말론 향수,
조말론 얼그레이 앤 큐컴버의 향기는 어떨까?
조말론 얼그레이 앤 큐컴버의 향기
탑 노트 ㅣ 얼그레이, 재스민, 아쿠아 어코드
미들 노트 ㅣ 블랙티, 베르가못, 시트러스 어코드, 큐컴버, 안젤리카
베이스 노트 ㅣ머스크, 시더우드, 바닐라
조말론 얼그레이 앤 큐컴버 탑-미들 노트
『탄산 기포가 가득한 오이 조각과 달콤하고 그윽한 얼그레이+베르가못 차가 어울린 향기』
조말론 얼그레이 앤 큐컴버의 첫 향기는 차가운 냉동고에 얼려져 있던 얼그레이 티백을 꺼낸 후, 하얀 재스민 꽃과 함께 시원한 물에 막 담근 것 같은 시원한 향기가 난다. 우러난 티백의 고소함과 재스민 꽃의 예쁨이 섞인 화사함이 있는데, 베르가못을 소재로 한 스프라이트 한 상큼달콤한 기포가 얇은 오이 한 조각에 붙어있는 것 같은 경쾌함도 동시에 느껴진다. 탄산이 타닥타닥 붙어 있는 오이에서 주는 시각적인 경쾌한 느낌이 얼핏 보인다고 할까? 시향지에서는 얼그레이 특유의 알싸하고 얼큰한 느낌이 조금 더 강해서 약간 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살에 닿으면 베르가못과 블랙티의 달콤한 향기가 더 도드라지면서 그런게 싹 없어진다. 조말론 블랙베리가 블랙베리 특유의 진한 달콤함을 갖고 있었다면, 얼그레이 앤 큐컴버는 확실히 베르가못의 산뜻함과 시원한 얼그레이의 향이 어울려 더 산뜻하고 시크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조말론 얼그레이 앤 큐컴버 미들-베이스 노트
『바닐라향이 첨가된 블랙티를 하얀 목화 솜에 적셔 놓은 것 같은 향기』
시간이 지난 조말론 얼그레이 앤 큐컴버는 바닐라 향이 더 첨가되면서 더 부드럽고 달콤하게 변한다. 예를 들면 얼그레이 티가 초보자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쓴맛이 있다고 하자. 그래서 얼그레이티 제조사에서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 바닐라 향과 우유를 더 부어서 기분 좋게 만들어 놓은 신상품이 있다고 하면- 딱 그런 티백의 미들노트 같은 향기일 것 같다. 초반에 났던 스파클링한 탄산감은 거의 사라지고- 목화솜이 티백의 물을 천천히 빨아들이면서 노곤해지는 느낌의 부드러운 향기로 마무리 된다. 영국의 전통 블랙티는 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고급스럽고 달콤한 품격있는 잔향을 갖고 있다! 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조말론 얼그레이 앤 큐컴버
상황극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라는 조말론 얼그레이의 물음에
“타인의 생각을 궁금해하다니, 당신 답지 않네요” 라고 말했다.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까닥거리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장난기 어린 눈웃음 사이로 특유의 호기심 가득한 초롱거림이 나를 향한다.
“당신이기 때문에 궁금한거죠, 그런 당신의 생각”
“그런 이유라면... 솔직해도 되죠?”
“그럼요”
나는 출발신호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달리기 선수처럼 호흡을 깊게 가다듬었다. 그리곤 꼬았던 다리 한쪽을 교차로 번갈아가며 자세를 야무지게 고쳐 잡았다. 두어 개 정도 풀어 놓은 셔츠의 앞섬이 은근히 더 헤쳐질 수 있도록 허리를 앞으로 숙이고 고개를 곧게 들어 그를 봤다. 동화책 속에서 뛰어나온 것 같은 해맑음 뒤로 얼음보다 더 냉소적인 이지적인 눈빛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다.
“자극적인 맛은 없어도 풍미는 있는 사람 같아요.
그러니까 형형색색의 화려함은 싫어하지만 자기만의 화려함을 추구하는 사람. 그거 알아요?”
“말해봐요”
“지금도 되게 재수 없어요.
저 처럼 매력적인 여성이 눈앞에 있으면 본능적으로 아니, 그냥 예의상이라도 시선이 흔들리는 것이 정상 아닌가요? 분위기만 끝장나게 멋있으면 뭐해요. 남자다운 맛이 정말 하나도 없는데”
“그랬군요”
도발과 독설을 오고가는 날선 말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태연자약했다. 드넓은 바다에 조약돌 한개를 집어던진 것 같은 그의 무덤덤함은 묘하게 내 신경을 건드리며 계속 나를 애태우게 만든다. 억지로 뜨거운 물이라도 부어버리고 싶을 만큼 지금의 이 순간이 화가 나려는 찰나, 그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의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저는 당신이 좋은걸요”
결론
조말론 얼그레이 앤 큐컴버는 시향지보다 착향으로 꼭 판단해야 하는 향수인 것 같다. 시향지에서는 이상하게 얼그레이의 알싸하고 매운 향기가 도드라지는데 사실 이부분의 향기가 개인적으로 썩 좋진 않았었다. (주변 사람들은 다 좋다고 하는데도), 그런데 조말론 얼그레이 앤 큐컴버를 살에다 뿌리는 순간…! 와 이건 정말 경쾌함과 세련됨- 분위기 있음을 동시에 연출해주는 묘한 향기가 난다. 블랙베리앤베이보다 훨씬 더 고소하고 시원한 것 같으면서도 얼그레이 특유의 담백함도 가져가고 안젤리카와 큐컴버가 어우러진 스프라이트한 워터리함까지
조말론 블랙베리앤베이가 가끔 달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럴때 조말론 얼그레이 앤 큐컴버는 대체제로 되게 좋은 선택지인 것 같다. 게다가 향수에 풍겨져 나오는 느낌이 뭔가 자유분방한 것 같으면서도 자기의 세계관이 확고한 느낌도 있고...! 멋스러운 느낌 연출하기가 상당히 좋은 것 같다
계절은 봄부터 가을까지, 특히 여름에 편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으며
성별 무관 연령 무관. 특히 차(tea) 향기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시향해보셨으면 좋을 것 같다.
조말론 얼그레이 앤 큐컴버 요약
[판매처/정가]
조말론 매장
30ml / 92000
100ml / 192000
[연령대]
무관
[성별, 중성적]
냉소적이고 까칠하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상한 사람
[계절]
봄, 여름, 가을
[지속력]
★★☆(2.5/5.0)
[비슷한 느낌의 향수]
아뜰리에 코롱 울랑 앙피니 + 프레쉬 라이프 + 조말론 블랙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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