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일 향기나는 블로그'
향수 : 불가리 맨(Bvlgari Man Bvlgari for men)
소개
<사진출처 : www.vanilyaclub.com>
불가리 남자향수 3탄
예전에 포스팅 했던 불가리 뿌르옴므 익스트림과 많은 혼동을 불렀던 불가리 맨을 소개해 드리게 되었다. 이 향수에 관해서 굉장히 많은 에피소드를 독자님들이 보내주셨는데… 정확히는 이 향수라고 착각해서 벌어진 불가리 뿌르옴므 익스트림의 구매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은 것 같다. 독자님들 본인은 굉장히 괴로운 기억이었겠지만, 정작 저는 꽤 재미있게 읽었던…^^
불가리 맨은 2010년에 런칭이 되었으며, 그 뒤로 불가리 맨 실버 리미티드 에디션이라고 해서 새롭게 냈다가, 2013년에 불가리 맨 익스트림이란 이름으로 새 버전이 나온 상태이다. 이번에 포스팅 하는 향수는 그냥 원조 ‘불가리 맨’이다. 조향사는 Alberto Morillas(알베르토 모리야스)라는 분으로 그 동안 자주 언급되었던 분이다. 포스팅 하다보니 문득 드는 생각이 이 분 조향 센스가 다시 좋아지시는 것 같다.
독자님들의 희로애락이 묻어 있는 불가리 맨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탑 노트 : 로터스(연꽃), 베르가못, 바이올렛 잎, White pear(화이트 피어)
미들 노트 : 베티버, 우디노트, 샌달우드, 앰버, 캐시미어 우드, Cypriol Oil or Nagarmotha:
베이스 노트 : 벤조인, 머스크, 통카빈, 화이트 허니(겨울에 결정된 꿀)
불가리 맨을 뿌리면 흙이 묻은 송진을 닮은 베티버 향기가 난다. 흙에 묻힌 나무 뿌리에서 날 법한 약간 캐캐하고 진한 향기다. 다만 바짝 마른 느낌이 아니라 검정색 빛깔을 띈 수분 가득한 흙이 묻어 있는 냄새가 난다. 뭔가 나무 뿌리에 흙이 덩어리져서 굳어 있는 전체적인 느낌과 비슷한것 같다. 단순히 보면 그냥 촉촉한 느낌이 있는 베티버 향기라고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이러한 촉촉한 베티버 향기가 꽤나 강렬하게 다가오는 탓에 은근히 중후한 남성이 연상된다. 서양사람들은 ‘매스큘린(masculine)’하다 라고 표현했을 것 같다. 그렇다고 그냥 중후한 남성이 떠오르는 베티버 냄새냐? 라고 물어보시면 그건 아니다 라고 즉답할 수 있다. 오히려 이러한 남성다움을 부드럽고 산뜻하게 풀어낸 불가리 맨의 밸런스가 놀랍다 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짙은 향기에도 불구하고 땅으로 꺼지는 느낌이 아니라 산들바람 불듯이 옆으로 퍼져 나가기 떄문이다. 통풍이 잘 된다 라는 말이 떠오르는 뭔가 바람 부는듯이 선선한 온도의 향기다. 뜨거운 태양빛이 내리쬐는 들판에 있는 베티버가 아니라,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는 들판 그늘에 들어가 있는 베티버 같은 향기다. 불가리 맨이 어떤 국가였다면 기후를 이렇게 표현했을 것 같다.
‘아무리 더워도 그늘 밑에 들어가면 시원해지는 나라, 불가리 맨'
불가리 맨의 탑 노트는 『베티버 + 촉촉한 흙이 묻은 나무 뿌리 + 송진 + 중후함 + 선선함』
시간이 더 지난 불가리 맨은 베티버의 전체적인 질감은 남겨 둔 채 향기의 속성이 조금씩 변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탑 노트에선 검정색(흙) +갈색(베티버) 의 느낌이 있었다면 지금은 연갈색(베티버) + 녹색(꽃,풀)의 느낌으로 변한다. 향기가 훨씬 더 부드럽고 은은하고 선선하다. 베티버가 잠시 머물렀다 일어난 ‘베티버의 자취’ 같은 그 느낌이 참 재밌는 것 같다. 물론 베티버가 앉았던 그 자리는 더 선선해진 공기와, 바람에 흔들리는 녹색 풀, 여러가지 꽃 들의 향기가 가득 채운다. 전체적으로는 ‘우디 노트’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강렬한 우디 노트는 아니다. 남성다운 기품을 잃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부드러워지려는 노력을 하는 우디 노트다. 불가리 맨 특유의 남성답지만, 은은하고 선선한 밸런스 덕분에 사계절을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게다가 연녹색 빛이 생각나는 부드러움은 여타의 자상함과는 조금 다르다. 시중의 자상한 향수는 ‘안는 듯한’ 느낌이 있는 반면 불가리 맨의 부드러움은 ‘기댈 수 있게 옆에 붙어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많은 여성분들이 불가리 맨으로부터 ‘남성다움’과 ‘편안함’, ‘부드러움’을 같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불가리 맨의 미들 노트는 『은은한 우디 노트 + 연보라색 꽃 + 하얀 꽃 + 편안함 + 부드러움』
시간이 더 지난 불가리 맨은 훨씬 더 은은해지고, 훨씬 복합적인 향기가 난다. 어떤 향기가 납니다 라고 하나 하나 해체하기 힘들 정도로 복합적이다. 그래도 전체적인 틀만 보면 짙은 느낌이 있는 흙 묻은 베티버를 가장 아래에 깔아 놓고, 그 위에 시원하고 선선한 풀잎, 꽃을 적절히 섞은 후 마지막으로 우디 노트라는 뚜껑을 닫은 향기다. 정말 자세히 향기를 확대해보면 나무에 꿀을 살짝 바른 달달함도 느껴지지만 의식할 정도는 아니다. 전체적으로 초반보다 향기의 세기가 약해져 있기에 향수를 뿌린 본인은 잘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 향기가 완전히 없어지기 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인 것 같다.
불가리 맨의 베이스 노트는 『옅어진 베티버의 자취 + 꿀 바른 우디노트 + 부드러움 + 차분함』
불가리 맨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남의 이야기인줄 알았던 상황이 나에게도 오고 말았다.
‘선 보는 날’
“내가 선이라니…! 선이라니!”
믿겨지지가 않는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20대의 나, 정말 잘 나갔단 말이다. 예쁘단 여자 연예인은 줄줄이 나를 닮았었고 수 많은 대시를 받기도 했다. 물론 성에 차는 남자가 없었단게 함정… 그리고 결국 솔로로 맞이하는 30번째 생일, 엄마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넌 멀쩡하게 생겨서 이 나이 되도록 남자 못 데려오고 뭐 하냐? 동창 통해서 선자리 봐놨으니까 꼭 나가봐라, 좋은 남자인 것 같더라.”
엄마! 전 자발적 솔로거든요?! 라고 항변해 봤자 소용이 없었다. 엄마들의 파워와 입김은 강력했고 나의 의지는 처참이 짓밟혔다. 그리고 결국 지금, 나는 레스토랑 의자에 앉아 있는 상태다.
“나 이런 여자 아닌데…”
‘이런 여자’가 도대체 뭘까 라는 뜬금없는 잡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있는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굉장히 편안하다. 굉장히 멋지면서도 고급 레스토랑 특유의 사람 기 죽이는 그런 느낌이 없는 편안한 인테리어다. 스타벅스에서 느꼈던 편안함이랄까? 심지어 종업원들의 동선도 내가 편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한 것 같다. 상대방 남자가 예약했다고 하던데 이 점만 보면 ‘넌 합격~’ 이야
“센스 있는 것 같단 말이지”
라며 혼자 괜히 설레 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문을 들고 오는 멋진 남자가 보인다. 누구를 찾는 듯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폼이 직감적으로 ‘나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요…”
조심스럽게 손을 들자, 그 남자가 활짝 웃으며 성큼성큼 걸어온다. 선 자리라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입었는데 정말 잘 어울린다. 게다가 활짝 웃는 모습과 넓은 어깨까지 뭔가 선이 굵직한 남자다운 모습도 마음에 든다. 잘생겼다기 보단 멋있는 호감형 인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불가리 맨이라고 합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
남자답고 따듯하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는 목소리에 닭살이 돋았다.
“아니요 저도 방금 도착했는걸요. 정말 괜찮아요.”
차분히 자리에 앉는 불가리 맨 에게서 여유 있는 자신감과 겸손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렇게 기품있는 남자 앞에서 나는
“……”
괜히 쑥스러워서 아무 말도 못하고 바보처럼 앉아 있는 중이다. 기선 제압 당한 느낌이야… 그런 나의 어색함을 불가리 맨도 느꼈는지 자상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녁시간이 조금 지났는데 허기지시죠?”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나기 직전이지만, 배고프다고 하기엔 뭔가 부끄러워… 그러기 싫어
“아뇨… 아직 괜찮은 것 같아요.”
나를 가만히 쳐다보는 불가리 맨의 시선이 괜히 부끄럽다. 배고픈거 들킨 것 같아…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 그가 큼직하게 입을 열었다.
“사실 제가 배고파서요 하하하… 저희 뭐라도 시키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메뉴판을 들어서 내 앞쪽에 놔주는 매너가 뭔가 멋있다. 동작 하나하나가 그냥 큼직 큼직하다. 일부러 노력하는 모습이 아니라, 그냥 몸에 배어있는 행동 같다.
“음…”
근데 뭐 이런데 와봤어야 알지. 꼬부랑 글씨가 의미하는 음식이 뭔지 도통 모르겠다. 그렇게 내가 미간을 찌푸리며 인상을 쓰고 있자 불가리 맨이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혹시 드시고 싶으신 거 있나요?”
“아… 전 아무거나 다 좋아요.”
습관적으로 ‘아무거나’ 라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분명 누구의 연애 특강에서 ‘아무거나’라고 말하면 남자들이 싫어한다고 했는데… 혼자 상상속의 나래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나를 잠시 지켜보던 불가리 맨이 메뉴판에 손을 가져다 대며 입을 열었다.
“아~ 그럼 이 메뉴는 어떠세요? 포크로 편하게 먹을 수 있고 부담스럽지도 않아요. 괜찮으시죠?”
“네…”
나도 모르게 계속해서 리드 당하는 것 같은데 뭐, 느낌이 나쁘진 않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이 충만한 느낌… 엄마…!
"나 땡 잡았어!"
…헉?
결론
『짙어진 남성미, 은근해진 섹시함, 품격있는 여유』
불가리 맨은 젊은 남성분이 써도 좋을 것 같고, 아버님들이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남성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선선한 바람이 계속 불고 있다. 다만 미들 노트의 특유의 은은함 때문에 냄새 안난다고 마구마구 뿌리면 주위 사람들이 곤란해질 수 있으니 조심하는게 좋아 보인다. 엄청나게 개성있는 향기는 아닌데 정말 불가리답게 모난 곳이 없는 향수인 것 같다. 사실 우리들도 튀는 옷에 시선이 가더라도 결국 구매하는건 포인트가 들어간 멋진 옷 아닌가? 불가리 맨도 그런 옷 같다. 포인트가 들어간, 멋진 옷
불가리 맨(EDT)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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