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랑콤 미라클(Miracle Lancome for women)
소개
랑콤 향수 1탄, 랑콤 미라클을 소개해 드리게 되었다. 친동생의 예전 여자친구가 썼던 향수라던데, 동생이 향수 이름은 몰라도 냄새를 기억할 정도로 랑콤 미라클 향수가 특유의 정체성과 각인력이 있는 모양이다. 랑콤 미라클 향수의 출시년도는 2000년도이며 출시 이래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플로럴-프루티 계열의 향수이며 랑콤측에서 가장 잘 나가는 향수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랑 받는 향수는 이유가 있는 법, 랑콤 미라클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탑 노트 : 리치, 프리지아
미들 노트 : 연꽃, 생강, 만다린 오렌지, 페퍼, 쟈스민
베이스 노트 : 앰버, 머스크, 쟈스민
랑콤 미라클 TOP/MIDDLE NOTE
랑콤 미라클을 뿌리면 여자 화장품에서 나는 그 특유의 분 내음이 리치 알맹이의 달달함과 섞여서 부드럽게 올라온다. 혹시 빕스의 샐러드바에 있는 리치를 본 적이 있으신가? 리치의 딱딱한 껍질을 까고 나온 하얀 알맹이를, 한입 물었을 때 느껴지는 물렁한 달콤함이 예쁜 여성의 분 내음 처럼 올라온다고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다. 굉장히 연분홍색이 생각나는 여성적인 아름다움이어서, 예쁘게 화장하고 데이트를 나가기 전의 여성이 생각난다. ‘과일, 꽃’ 같은 자연적인 느낌 보다는 ‘여자, 화장품, 생머리’ 같은 이미지 적인 측면이 강하다. 재밌는 점은 전체적으로 리치와 프리지아 연꽃 등이 섞여서 나는 파우더리한 부드러움에 비해 각인력이 되게 좋다. 후추와 생강에서 느껴지는 그 특유의 알싸함을 꽃 잎에 뿌려서 쥐었을 때 날 것 같은 향기다. 뭔가 코를 슬며시 자극하고 지나가는 그런 ‘매운’ 향기가 있다.
『리치의 물렁한 달콤함 + 여자 화장품 + 연분홍색 꽃 + 후추의 알싸함 + 여성스러움』
랑콤 미라클 MIDDLE/BASE NOTE
‘나 예쁘지?’ 라면서 초 중반에 코를 자극하던 랑방 미라클 특유의 플로럴 + 파우더리 + 알싸함이 지나가고 나면, 부드러운 머스크 향기가 올라오면서 한결 편안해진다. 데이트 전 열심히 했던 화장이 이제서야 피부에 슬며시 스며든 것 같다고 할까? 연꽃의 은은한 수분감과 노란색 프리지아의 예쁜 봄 꽃 냄새가 섞여서 잔잔히 가라 앉는다. 그리고 이 느낌이 뭔가 굉장히 청초하면서 남성을 은근히 유혹하는 게 있다. 쉽게 말하면 ‘안고 싶은 향기’ 라고 해야 할까? 데이트가 끝난 후 아쉬움에 여자친구를 힘껏 안는 그러한 모습이 생각난다. 랑콤 미라클이 사람이었다면 검정색, 혹은 연한 갈색의 긴 머리 그리고 뭔가 조곤 조곤한 말투의 여성이었을 것 같다.
『연꽃의 수분감 + 노란색 프리지아 봄 냄새 + 부드러움 + 여성스러움 + 머스크의 뽀송함』
랑콤 미라클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오빠, 진짜 오랜만인 것 같아요!”
테이블로 몸을 가져다 대며 눈을 빛내는 랑콤 미라클의 모습이 낯설다. 중학교 때 내가 알던 눈물 질질 짜던 철부지 랑콤 미라클은 찾아 볼 수가 없다. 크림 색깔의 하얀 코트를 입고 있는 모습이 귀여운 토끼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우아하게 곡선이 진 헤어스타일과 뽀얀 얼굴을 보니 천상 아가씨 인 것 같기도 하다. 확실한 건 정말로 우아하게 예쁘다는 것이다. 자상함과는 조금 거리가 먼 세련된 아름다움
“그래, 진짜 반갑네. 십 년 만인가?”
“와~ 십 년! 진짜 그러네요. 요즘엔 뭐하고 지내요?”
“나야 뭐…”
지루하게 이어지는 내 말을 집중해서 듣고 있는 랑콤 미라클의 모습이, 다시 한번 놀랍다.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같은 표정이다. 결국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말이 많아지고 만다.
“아핫! 진짜요?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그냥 뭐 이제 좀 자리 잡은거지 뭐… 하핫… 너는 그 동안 어떻게 지냈어?”
“음 저는요”
하얀색 머그컵에 조심히 입술을 가져다 대며 ‘호호’ 부는 모습이 영화 속의 한 장면 같다. 내가 너무 빤히 쳐다 봤는지 랑콤 미라클이 서둘러 하얀 머그컵을 내린다. 새하얀 머그컵에 남겨진 분홍색 입술 자국을 보니 기분이 묘하다. 정말 여자가 되었구나
“고등학교는 미국으로 갔다가 대학은 중국으로 갔어요. 한국에 온지는 얼마 안돼요.”
말로만 듣던 유학파를 내 눈에서 보다니, 괜히 위축되는 기분은 어쩔 수가 없다. 예쁜데 똑똑하기까지
“와~ 그러면 중국어도 하고 영어도 하는 거야?”
“그냥 대화할 정도만요~ 잘은 못해요”
“진짜 부럽다… 난 한국말도 버거운데”
괜히 의기소침해져서 컵만 만지작거리게 된다. 다시 한번 새하얀 머그컵에 남겨진 랑콤 미라클의 분홍색 입술자국이 보인다. 못 본 사이 넌 이렇게 성숙해졌는데, 난 나이만 먹었구나…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랑콤 미라클이 서둘러 입을 연다.
“할 줄 아는 것과 잘하는 건 다르더라 구요. 저는 오히려 잘하는 것 한가지를 딱 찾은 오빠가 대단해 보이는데요.”
뭔가 랑콤 미라클의 진심이 우러난 말 같아서 위로가 된다. 어쭈 이게 다 컸다고 위로도 할 줄 알고…
“나가자, 따뜻한 위로의 대가로 맛있는 밥 사줄게”
랑콤 미라클 결론
개인적으로는 랑콤 미라클 덕분에 다시 한번 반성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왜냐하면 수 많은 향수의 포지션 속에서 랑콤 미라클이 보여주는 향기는 딱히 창의적인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되게 전형적인 플로럴-프루티 계열의 향수라고 할까? 사실 향수를 알게 되고 다양한 향기를 접하면 맡을 수 있는 후각의 스펙트럼이 넓어진다. 결국 선명하거나, 진하거나, 창의적인 '좀 색다른' 향기를 찾게 된다. 문제는 이런 향기를 일반 사람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점점 더 '나만의 향기'로 가는 경향이 없지 않아 생긴다. 남들이 맡기엔 그냥 고약스러운 향기가 나한텐 향기로워 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랑콤 미라클은 개인적으로도 '예쁘긴 한데, 평범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향수였다. 그런데 포스팅 마지막 단계, 객관성 검증을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게 왠걸? 확산이 잘 되어서 주변 반응도 좋고, 향기가 선이 굵고 여성적이어서 '아! 이거 랑콤 미라클!' 이라고 떠올리게 하는 확고한 정체성도 있던 것이 아닌가? 덕분에 꽤 많은 사람들에게 랑콤 미라클이 좋은 추억을 안겨 주었던 것 같다. 조금 창의적이지 못한 향기면 어떠랴, 사람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줄 수 있는 향수인 것을, 이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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