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리뷰
끌로에 압솔뤼 드 퍼퓸 (2017)
Chloé absolu de parfum
이번엔 워낙 향수의 완성도가 높아서 하위 라인업이 6개가 되어가는 끌로에 향수를 들고 왔다. 향수 초보자들도 좋아하고 또한 향수 매니아들도 그 완성도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끌로에 향수..! 심지어 뿌리고 나갔을 때 피드백까지 엄청 좋은 편에 속하니까… 10년이 넘도록 계속 사랑을 받는게 아닐까?
그렇지만 끌로에 측은 여기서 멈추면 안된다는 듯, 계속해서 신제품을 만들었는데 13년에 출시한 로즈 드 끌로에도 초대박을 치면서 여자 향수계에서 거의 절대 왕좌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보기에 향후 5년 이상은 거뜬할 듯 싶다.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끌로에 압솔뤼는 끌로에 출시 10주년 기념으로 2개월 전에 나온 신상이다. 기존에는 다마스커즈 로즈가 기본 베이스 였는데 지금은 조금 더 향이 풍부한 센티폴리아 로즈 앱솔루트를 베이스로 사용했다고 한다. 일반 매장에는 없고 백화점 전용으로 공급 되는 중~
추가로 이번 포스팅은 끌로에 향수 전 라인을 짧게 요약해놓았으니, 끌로에 향수 알아보시는 많은 독자님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길 바랍니다 :D !!
끌로에 압솔뤼의 향기
탑 노트 ㅣ 센티폴리아 로즈, 다마스칸 로즈
미들 노트 ㅣ 센티폴리아 로즈, 파츌리 에센스
베이스 노트 ㅣ 바닐라 앱솔루트
끌로에 압솔뤼 『탑-미들 노트』
끌로에 압솔뤼의 첫 향기는 굉장히 고혹적인 느낌의 고소한 장미 향기가 난다. 화단에 예쁘게 피어 있는 장미 가까이에 다가가 손가락 한마디 정도 거리를 두고 맡았을 때 날 것 같은 존재감. 마치 장미 꽃 잎에 부드러운 코트를 입혀 놓고- 거기서 슬슬 번져 나오는 따뜻한 향기 같다. 우리가 생각하는 느낌의 화사한 플로럴 향조가 전혀 아니다. 부드럽고 향긋한 핸드크림을 바른 것 같은 차분한 질감, 장미향수 라기보다는 장미 추출물을 담고 있는 보습용 핸드크림 이라고 봐도 적당할 것 같은 밸런스다. 향수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바디 제품으로 만들어도 정말 어디에나 잘 어울릴 것 같은 따뜻하고 고혹적인 향취, 끌로에가 괜히 끌로에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끌로에 압솔뤼 『미들-베이스 노트』
시간이 지난 끌로에 압솔뤼는 더 부드러운 살결 같은 우디 향취로 변한다. 향수쪽 용어를 쓰면 우디계열 이라고 분리가 될 것 같은데, 일반 사람들이 맡으면 샤워 후 엄청 향기 좋은 바디 로션을 바른 여성이 지나갔을 때 날 것 같은 기분 좋은 비누향기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흔히 끌로에 하면 되게 화사한 장미 향기를 떠올리실 수 있는데 뭐랄까… 자연유래 성분 장미 에센스를 넣고 수분감과 보습감을 엄청 올려 놓은 바디 로션을 듬뿍 바른 ‘살결’에서 날 것 같은 잔향의 느낌이 강하다. 혼자서 튀지 않고 주변과 융화되어서 잔잔하게 스며들어가는 조화로운 밸런스
끌로에 압솔뤼
진짜 자꾸 이러면 나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솔로천국, 커플지옥
우리의 사명이라 생각했던 저 문구를 철저하게 배신하는 말이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나… 사실 여자친구 생겼어, 100일 좀 넘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는 반사적으로 온갖 욕설들을 동원해 공격을 시작했고, 친구는 여친 있는 남자만 뿜을 수 있는 행복의 아우라로 그 모든 욕설을 여유롭게 흡수하고 있었다. 욕을 처먹으면서도 씰룩 거리며 웃는 저 얄궃은 미소란… 나는 배신감과 축하하는 마음이 뒤섞인 미묘함에 몸을 비비꼬다가 최후의 통첩을 친구에게 던졌다.
“여자친구 소개하는 자리좀 만들어 봐, 도대체 어떤 여자이길래...”
그렇게 마련된 작은 술자리. 친구는 강남의 꽤나 분위기 괜찮은 이자카야 집을 룸으로 미리 예약했고 나는 ‘이 녀석이 이런 녀석이 아닌데…’ 라는 알 수 없는 불안함에 사로잡힌 상태로 조심히 문을 열었다. 그러자 “어, 왔어?” 라며 반기는 친구와 그 옆에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끌로에 압솔뤼
… 첫 눈에도 그냥 예뻤다.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군더더기 없는 외모가 서비스직에 종사하면 날아다닐 것 같단 생각을 했다. 게다가 굉장히 담백한 느낌의 외모에 비해 온 몸에서 미묘하게 새어나오는 알 수 없는 섹시함은 뭐였을까? 하지만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평가하기엔 이르지 않은가… 마음이 착해야...! 라는 생각을 했을 때 끌로에 압솔뤼가 오히려 먼저 악수를 청하며
“안녕하세요~ 남자친구한테 이야기 진짜 많이 들었어요”
좋은 향기를 가진 목소리까지 가져버렸다. 하늘에서 살랑거리며 떨어지는 벚꽃 잎이 내 귀에 사뿐히 내려 앉는 것만 같은 느낌. 게다가 이 공간을 잔잔하게 꽉 채우고 있는 기분 좋은 향기까지, 내가 마치 샤워 부스에서 나와 온 몸에 힘을 빼고 있는 것 같단 착각이 든다.
“하하하…! 들으셨다던 그 이야기가 찰진 욕은 아니겠지요?”
이후부터는 무슨 말만 해도 다 같이 빵빵터지는 즐거운 자리였다. 친구의 전 여자친구 히스토리를 괜히 들춰내는 척 놀리는 것도 재밌었고, 그 장난에 더 짓궂게 몰아가는 끌로에 압솔뤼의 사교성도 굉장했다. 무엇보다 나도 저런 알콩달콩한 연애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밤, 끌로에 압솔뤼가 활짝 웃으며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
“여보세요오~? 어! 여기 강남역 10번 출구 쪽, 맞아 맞아!”
내가 조용히 눈치를 보며 친구에게 ‘야, 뭔데 뭐야’ 라는 눈빛을 보내자 하는 말
“여친 친구 중에 솔로인 퀸카가 있다더라, 일 끝나고 이따 이리로 오기로 했대 괜찮지?”
……
내 몸의 적혈구보다 연애세포가 더 많아질 것 같은 밤이었다
결론
더 이상 건들게 없다. (건들어서도 안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그렇다고 유치하지도 않고 연령대에 딱히 구애받지 않는 깔끔하고 고혹적인 향기다.
기존의 끌로에 향수도 확산력이 좋아서 피드백이 잘 오는 편에 속하는 향수인데, 끌로에 압솔뤼는 기존 버전보다 향기가 훨씬 더 선명하고 풍성하기 때문에 이것도 엄청 주변반응이 좋을 것 같다. 오히려 이 향수를 맡다가 기존의 끌로에를 맡으면 향기가 흐릿하게 번져간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만 오해하시면 안되는 것이 오리지널과 향기의 틀은 거의 유사합니다)
따뜻하지만 담백하고, 담백하게 아름답다.
게다가 미들 노트 이후의 포근한 잔향을 사람들이 ‘기분 좋은 향기, 포근한 살 냄새’ 정도의 뉘앙스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으니까 이건 뭐… 과하지 않게 자연스러운 느낌 연출하기가 너무 좋을 것 같다.
동서양에 문화적 차이에 따른 호불호도 거의 갈리지 않는 편이고… 그냥 신이 조향사에게 잠깐 오셔서 영감을 주고 가신 듯
개인적으로는 끌로에 시리즈를 넘을 수 있는 색다른 색의 향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뭔가 끌로에 베이스로는 더 이상 나은 향기가 생각나지 않는다.
끌로에 향수 총정리
(포스팅한 끌로에 압솔뤼 기준)
1. 끌로에 오드퍼퓸 (오리지널/2008)
우디 향취가 거의 없고 Fresh한 느낌의 프리지아 질감의 장미 향기, 앰버 머스크가 베이스
2. 러브 오 플로럴(2012)
아기 분 내음을 조금 더 강화시키고 스위트피의 꿀 같은 달콤함을 첨가
3. 로 드 끌로에 (2012)
파츌리 풀잎을 넣어 만든 레몬에이드 스러운 Green한 느낌의 쌉싸름한 향기
4. 끌로에 로즈(2013)
살아 있는 장미를 한다발 모아놓고 생화 향기를 더 모아 놓은 느낌
5. 끌로에 플레르(2016)
담백한 블랙베리와 체리블라썸 향기로 훨씬 더 프루티하게 바뀜, 파우더리함 거의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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