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향수/Feminine

[여자향수]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 솔직후기

366일 2013. 12. 20. 04:51

향수 :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Omnia Amethyste Bvlgari for women)

 

소개


불가리 여자향수 1!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

사실 개인적으로는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향수다.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뭔가 딱히 알아보고 싶지 않았다고 할까? 기회가 될때 그냥 스쳐 지나가듯이 맡아보면서 ~’ 이랬던게 다였다. 그런데 그룹채팅 에서도 그렇고, 친구모임에서도 그렇고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가 꽤 호평이길래, 그 정도로 좋은 향기라면 독자님들에게 소개해 드리는게 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의 런칭년도는 2006년이며, 조향사는 Alberto Morillas(알베르토 모리아스) 라는 분으로, 이 분도 거의 탑 조향사 이신데 최근에는 펜할리곤스와 손을 잡고 아이리스 프리마라는 향수를 만들었다. 감이 안 오실까봐 하나 더 예를 들면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불가리 블루를 만드신 분이다.

 

 

여기저기서 호평일색이던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 Perfume Pyramid 

탑 노트 : 핑크 자몽그린 노트

미들 노트 : 아이리스불가리안 로즈

베이스 노트 : 우디 노트헬리오트로프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를 뿌리면 보랏빛 여성스러움이 하늘거리며 날아든다. 시원하면서 기분 좋게 달콤하다. 보랏빛 꽃 향기가 나는데 거기에 과일의 달콤함이 섞여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동시에 살짝 습스름하면서 텁텁한 냄새도 나는데 이게 묘하게 이질적이면서 익숙하다. 살랑거리는 꽃 냄새와 이 습스름 텁텁한 냄새가 섞이면서 크레파스 뚜껑을 열었을 때 확 올라오는 냄새와 비슷한 종류의 냄새가 난다. 다만 향기가 완전 똑같은 것은 아니고 크레파스 뚜껑을 열었을 때 올라오는 냄새에 풀잎을 짓눌러 살짝 섞은 느낌이 있다. 이 특유의 밸런스 때문에 향기가 굉장히 깨끗하고 정갈하다고 느껴진다. 착향된 향도 전체적으로 비슷하긴 한데, 살에서 날아갈 것 같은 살랑거림과 새큼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훨씬 더 확 아래로 붙어서 다가온다. 그리고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의 장점이기도 한 것 같은데 굉장히 적은 숫자의 향기가 느껴진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이거 단일노트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통일된 느낌으로, 적은 수의 냄새가 나는데 복합적이군 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과일과 꽃이 잘 섞여서 우아한 냄새가 난다. 이 투명하면서 우아하고 예쁜 밸런스를 설명해 드리고 싶은데 정말 어렵다. 무슨 냄새가 나긴 하는데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잘 메이크업 해줘서,네놈이구나!’ 라고 콕 집어서 말할 수가 없다.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의 탑 노트는『크레파스 뚜껑을 열었을 때 + 짓이긴 녹색향 + 보라색 꽃

 


시간이 조금 더 지난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에서는 기존의 꽃+과일 향기에서 갑자기 꽃이 피기 시작한다. 초반에 약간이나마 느껴졌던 과일의 새큼함이 사라지면서, 그 빈자리에 보라색 꽃 한 송이가 우아하게 올라온다. 여러 다발이 피어 있는 강한 향기가 아니라, 그냥 딱 한 송이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예쁘게 피어 있는 느낌이다. 근데 이게 보통 떠오르는 소녀스러운 꽃 향기가 아니라 굉장히 보라색을 띄면서 짙고 낮으며 진지하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조용한 정원에 조용히 혼자 피어서 사색에 잠긴 꽃이라고 할까? 복합적인 꽃 향기임에도 불구하고 소녀 같다거나, 싸구려 같은 느낌이 전혀 없다. 오히려 온 몸에서 성숙함이 풍겨져 나오는 아가씨에 가깝다. 우리 주변에서 비슷한 향을 찾으면 어렸을 적 미술시간에 만지던 색종이가 생각난다. 근데 색종이 향이라고 딱 잘라서 말하기 어려운 것이, 색종이에서는 종이 특유의 서늘함과 매끈함, 부드러움이 느껴졌는데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에서는 종이의 서늘함과 매끈함이 풍겨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홀로 떨어져 나온 생화의 꽃잎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색종이의 향은 박제된 느낌이 있는데,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의 향기는 외로운 꽃잎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종류는 같되, 느낌이 완전히 다른 별개의 향기라고 말하고 싶다.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의 미들 노트는 『조용히 숨쉬고 있는 한 떨기의 꽃잎 + 색종이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는 베이스 노트에 들어가도 향의 변화가 크지는 않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단일노트로 나온 향수는 아닌데, 단일노트처럼 최소한의 향을 조합한 듯한 정갈함이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설명해드리면, 꽃 향기 비스무리함 때문에 파우더리한 특유의 여성성은 분명히 느껴지는데, '이거 파우더리한 향기잖아' 라고 말할 수가 없고 '파우더리함이 조금...있나?' 라고 말하게 된다. 또한 분명히 달달함이 느껴지는데 꽃에서 맡을 수 있는 자연의 달달함이라고 해야할까? 그래서 인위적인 느낌이 덜하고 무엇보다 과하지 않다.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는 전체적으로 넘치는 느낌의 향기가 없다. 즉, '나 좀 봐줘'라면서 잘난척 하는 향기가 한 개도 없다.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의 베이스 노트는 『약간의 파우더리함 + 색종이 + 부드러움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여기가 도대체 어디냐…”

 

현재 나는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 한국대학교에 와있다. 학교 크기가 도시 하나랑 맞먹는 다는 소문이 헛소문인줄 알았는데, 한 시간째 건물을 못 찾아서 헤매는 나를 보면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소문은 더 약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걸?

 

왜 걸어 다니는 학생이 없냐고!”

 

캠퍼스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한 나라를 통째로 이주시켜도 남을 것 같은 드넓은 캠퍼스에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으니까 발걸음을 옮기는 내가 이상하게 죄스럽다. 마치 와서는 안될, 걸어서는 안될 금기의 지역을 온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든다.

그렇게 삼십분 정도 더 걸었을까? 드디어 길을 따라서 움직이고 있는 셔틀버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반가움에 강아지마냥 버스 뒤를 졸졸 쫓아가다가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신은 내 편이 아니구나 라는 확신을 얻고 말았다.

 

셔틀 노선이 한 개가 아니잖아?”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고사하고 집에는 돌아갈 수 있을까 라는 좌절감이 나를 지배할 무렵, 버스에서 한 여대생이 내렸다.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는 어깨 밑 부분까지 곱게 흘러내렸으며 기모재질의 티셔츠와 치마를 입고 있다. 전체적으로 멋은 부렸는데 과하지는 않은 그녀만의 느낌으로 소화하고 있는것 같다. 한쪽 팔에는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 라고 적힌 보라색빛 파일철을 안고, 반대쪽 어깨에는 화통을 든 것을 보아하니 이름이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 미대생인 것 같다. 게다가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딱 떨어진 옆 모습을 보자니 그냥 숨이 막혀왔다. 세상에 대학생이 저렇게 예뻐도 되는 걸까…? 다만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 특유의 분위기가 묘하게 부담스러웠는데 뭐랄까도시적인 냉랭함과 우아한 여성미가 같이 공존하고 있다고 할까?

하지만 묘한 부담감과 떨림보단 길을 찾고자 하는 절박함이 더 컸으므로 용기 내서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저기요.”

 

말 없이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는 그녀의 눈빛은 정말이지차분하면서 지적인 아름다움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하 학, 학교에 사사람이 없네요

 

울고 싶다. 세상에 이렇게 찌질하게 말 거는 남자는 남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내가 봐도 너무 한심했지만 예상외로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는 활짝 웃으며 대답해줬다.

 

~ 학교 처음이신가 봐요~ 저는 처음에 길 못 찾아서 막 울었는데 헤헷

 

생각보다 애교가 꽤 많이 묻어있는 목소리에 놀라고 있을때,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의 친절한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어디 가시는 거에요~? 방향이 비슷하면 제가 말동무 해드리고 싶은데

 

그 후로 약 20분 정도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와 나는 함께 걸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대화 내용은 거의 '자꾸~ 교수님이 수업시간 막 저만 놀리시는 거에요', '우리 집 강아지가요~' 등 그녀의 신변잡기가 대부분이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녀는 상당히 서글서글했고, 어딘가 살짝 부족한 모습도 보이면서 굉장히 편한 매력을 주는 힘이 있었다. 너무 유쾌했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만들어준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여기까지 데려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저도 같은 방향이었는걸요.”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그런데 핸드폰 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내 말을 들은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는 잠시 고민하는 눈치다. 이거 뭔가 쌔한 느낌이 드는데?

 

“또 보게 되면 그때 제가 먼저 물어볼게요. 오늘은 우연인데, 그렇게 되면 인연이겠죠? 조심히 가세요~”


이 여자... 우연한 만남으로 이뤄지는 동화같은 사랑을 기다리는건가? 하여간 드라마가 다 망쳤어... 그깟 번호가 뭐라며 서운한 생각도 들었지만 어쨌든 그녀는 분명 여지를 남겨 놓지 않았는가, 내가 택할 방법은 딱 한가지뿐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가 들어간 건물을 바라보면서, 나는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왜냐구? 그녀도 집에는 가지 않겠는가?


"인연하세요 전 노력할래요."


 

결론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의 밸런스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좋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히 쉽게 호불호가 갈릴 것 같지는 않다.

플로럴 계열의 향수임에도 불구하고 딱히 파우더리 하지도 않으면서, 특유의 우아함, 세련미를 잘 표현한 것 같다.

참 뻔해질 수도 있는 향수를 뻔하지 않게 만든 조향사에게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드라마로 비유하면 소재가 너무 흔한데 작가 필력이 좋아서 잘 승화시켰다고 할까?

발랄한 소녀감성은 아니므로 연령대는 20대~30대 중반까지가 좋을 것 같다.

다만 지속력은 조금 약하거나~ 평범한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2~3시간 정도


마지막으로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굉장히 갈무리가 잘 되어 있는 예쁜 향수인 것 같습니다. 어딘가 넘치는 부분이 한 군데도 없네요. 조향사가 극도로 자제하면서 소수의 향으로 뭔가 쿡- 찍어내려고 노력한 모습이 그려지네요.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평이 좋은 사실이 어느정도 공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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