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베라왕 플라워 프린세스(Flower Princess Vera Wang for women)
소개
베라왕 향수 포스팅 첫 번째!
시작은 베라왕 플라워 프린세스가 끊게 되었다. 사실 어떤걸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처음 하는 포스팅이니 가장 무난한 향으로 가자! 라고 생각해서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베라왕 향수는 은근히 유명한 편이다. 그 중에서 러브스트럭이 대표 상품 중 하나이고 실제로 내 주위에서도 그걸 좋아하시는 분이 꽤 계시니까 말이다.
어쨌든 베라왕 플라워 프린세스는 2006년에 런칭 되었으며, 베라왕 프린세스라는 향수를 다시 재 조향해서 내놓은 향수이다. 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아시아를 제외한 시장에서는 한정판으로 출시되고, 아시아 시장에서만 계속해서 출시된다. ‘이게 가능한 일이냐고 물으신다면’ 그 동안 향수를 포스팅 하면서 확실히 느꼈는데 서양의 감성과 동양의 감성은 많이 다른것 같다 라고 대답해 드리고 싶다. 약간 일화를 말씀드리면 서양 향수사이트에서 댓글 들이 하나같이 ‘Wow~ wonderful~’ 이길래 시향 해보지도 않고 구입했다가 구석에 처박혀 있는 향수가 꽤 많다. 쿨럭…
베라왕 플라워 프린세스의 조향사는 Harry Fremont(해리 프리몽트)라는 분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ck one을 이 분이 만드셨다. 포스가 대단하지 않은가?
자, 그럼 이름만 들어도 컨셉이 어느정도 예상되는 베라왕 플라워 프린세스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베라왕 플라워 프린세스 Perfume Pyramid |
탑 노트 : 아이비(담쟁이덩굴), 워터릴리(수련), 탄제린(감귤) 미들 노트 : 오렌지 블라썸, 쟈스민, 미모사, 모로코 장미 베이스 노트 : 살구, 앰버, 머스크, Precious 우드 |
베라왕 플라워 프린세스를 뿌리면 상큼한 꽃 과일향이 난다. 여자화장품 특유의 파우더리함은 존재하지 않으며 굉장히 산뜻하고 하늘하늘한 향기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시원하단 생각이 들 정도이다. 시원함에도 종류가 많으니 좀 더 자세히 묘사하면 바람이 불거나, 물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은 아니고 ‘하얀 빛깔의 나풀거리는 꽃다발이 상당히 싱싱한 상태!’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꽃에 생명이 있다면 ‘여기가 어디야…?’ 라면서 처음보는 낯선 장소에 놀라 당황해서 울려고 할 것 같은 표정이 생각난다. 꽃에다가 싱싱하다 라는 표현을 하는 저질스러운 어휘력이 한탄스럽지만,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데 바로 베라왕 플라워 프린세스 특유의 정체 모를 과일내음 때문이다. 과일의 달달함과, 상큼함이 굉장히 애매하게 느껴진다. 꽃에서는 차마 날 수 없을 것 같은 달달함인데, 과일냄새가 난다고 말하기에는 정체성이 많이 부족한 그런 상태다. 꽃에서 단내가 난다고 말하는 게 더 적합할 것 같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굉장히 상큼한 꽃 향기다. 이제 막 성인으로 접어든 소녀가 꽃다발을 수줍게 들고 ‘받아보세요~’ 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하얗다, 깨끗하다, 순수하다, 연약하다 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설명이 조금 복잡한데, 그냥 길가던 사람에게 물어보면 '상큼한데요?' 라고 대답할 것 같다. 약간 유사한 향수는 베르사체 브라이트 크리스탈 정도?
베라왕 플라워 프린세스의 탑 노트는 『하얀 꽃 내음 + 꽃다발 + 시원함 + 깨끗함』
시간이 조금 지난 베라왕 플라워 프린세스의 향기는 이전보다 전체적으로 조금 달달해진다. 이제서야 과일향기의 정체성이 조금 밝혀지는데 ‘살구’에 가까운 향기다. 굉장히 잘 익은 살구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 사이에 숨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즉, 꽃 향기가 가 전면에 나오면서 살구가 그 뒤로 숨어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그리고 향기가 묘하게 뽀송뽀송한 면이 있다. 샤워를 막 마친 후, 화장을 간단히 하고 헐레벌떡 모임에 참가한 여성에게 날 것 같은 향기라고 할까? 왜 집에서 막 나갈 준비를 끝내고 온 사람들에게 나는 그 특유의 개운함? 혹은 상쾌함? 같은 느낌이 존재한다. 다만 오해하시면 안 되는게 이 뽀송뽀송한 느낌이 따뜻하고 포근하다는걸 의미하진 않는다. 시원하게 개운한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이후에 베이스 노트로 들어간 베라왕 플라워 프린세스의 향 변화는 그렇지 크지 않다. 다만 향기가 이전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투명하게 변한다. 미들노트에서 느꼈던 살구 냄새는 다시 '과일 냄새 인가?' 라는 느낌으로 바뀐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투명하고 깨끗한, 특유의 시원함은 그대로 유지가 된다.
베라왕 플라워 프린세스의 미들+베이스노트는 『살구 + 하얀 꽃 내음 + 뽀송뽀송』
베라왕 플라워 프린세스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그 여자의 속마음]
“보고 싶어.”
남자친구의 진심이 가득 담긴 ‘보고싶어’는 항상 설레는 것 같습니다. 애가 탄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도 저도 답을 해줍니다.
“나도 보고 싶어~”
핸드폰 너머로 남자친구의 웃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웃고, 우는 우리 커플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할 겁니다. 그런데 그때 나를 굉장히 당황시키는 남자친구의 말이 들렸습니다.
“나 그래서 지금 너네 집으로 가고 있어 30분내로 도착할 것 같은데?”
“뭐?!”
다시 돌려 보낼까 말까 수도 없이 고민합니다. 민낯이 자신없는건 아니지만 지금의 모습은 남자친구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거든요. 떡진 머리, 다 늘어난 바지, 기름기 좔좔 흐르는 얼굴…실종된 눈썹까지. 거울을 자세히 보니 이마에서는 축구도 할 수 있겠네요. 슬픔이 몰려오지만 이 모습을 남자친구에게 보여주는 건 정말 죽기보다 싫습니다. 한편으론 엄청나게 화가 났지만 남자친구에게 뭐라고 하기도 좀 그렇습니다.
“30분? 30분 내로 나갈게-!”
빨리 이 모습을 어떻게 청산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나갔는데 풀메이크업 되있으면 이상하니까 ‘갑자기 나오느라 화장 하나도 못했어’ 컨셉이 괜찮겠죠?
[그 남자의 속마음]
저는 지금 여자친구 집 앞에 와있습니다. 이름은 베라왕 플라워 프린세스인데 정말 공주님처럼 예쁘게 지었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실은 2시간 동안 여자 친구 앞을 배회 중입니다. 너무 보고 싶은데 갑자기 불러내면 화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 물론 저도 잘 압니다. 남자친구의 기습 방문이 여자친구에게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지를, 하지만 보고 싶은걸 어떡합니까? 저는 결국 베라왕 플라워 프린세스♥라고 저장되어 있는 번호를 누르고 맙니다. 잠시 동안의 통화 대기음이 지나고 한껏 멋 낸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목소리만 들어도 웃음이 나는 저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죠? 결국 참지 못하고 저의 감정은 그대로 새어 나갑니다
“보고 싶어”
여자친구도 신나서 대답해주네요 ‘나도 보고 싶어~’ 라고 말이죠. 아 그런데 큰일났습니다. 여자친구의 ‘나도 보고 싶어’ 라는 말에 꾹 꾹- 눌러 담았던 마음이 터져 나와 버립니다. 30분 내로 가겠다는 저의 말에 베라왕 플라워 프린세스는 적잖이 당황한 눈치 였고, 심지어 당혹감을 넘어선 분노마저 느껴집니다. 하지만 다행히 나온다고 하니 욕은 나중에 듣고 우선 얼굴부터 봐야겠습니다.
약속했던 시간이 지나고 40분 정도가 지났을까… 그제서야 베라왕 플라워 프린세스가 등장하네요. 핑크색의 예쁜 츄리닝이 보이고 올려 묶은 머리도 보이네요. 누가 봐도 막 나온 것 처럼 보이기 위해 엄청 노력한 패션인데… 그래도 예뻐 보이고 싶어하는 여자친구의 마음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웃음이 납니다.
가까이서 본 베라왕 플라워 프린세스의 피부는 톤이 상당히 곱고 좋은 냄새까지 납니다. 친 누나가 있는 저로서는, 여자친구의 저 얼굴이 투명메이크업이고, 좋은 냄새의 정체는 향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냥 모르는 척 해주기로 합니다.
“와~ 화장 안 해도 진짜 예쁘다!”
그러자 여자친구가 묘하게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투덜대며 말하네요.
“갑자기 불러서 대충 나왔잖아, 옷도 이게 뭐야~ ”
결론
‘돈 주고 사기에는 뭐가 살짝 아쉬운데?’ 라고 말하는 분들은 계실 수 있지만, 베라왕 플라워 프린세스의 향기를 풍기는 여성을 싫어할 남성,여성은 없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굉장히 은은한 향기이고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향기가 주는 전체적인 이미지가 자기 취향이 아니신 분들이 있을 수는 있겠다.
추천 연령대는 10대 후반~20대 중반이다. 향수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이 사용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또한 복장은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다. 아무리 편하게 입은 옷도 베라왕 플라워 프린세스는 능히 잘 소화 해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다만 지속력이 조금 약하거나, 평범한 것 같다. 이것은 은은한 향수의 숙명....
마지막으로 베라왕 플라워 프린세스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베라왕 플라워 프린세스는 부담없는 향수를 찾는 분들에게 제격일 것 같습니다. '나 향수 뿌렸어' 라는 느낌보다 '나한테 좋은 냄새 나지?' 를 추구하시는 분들에게 어울릴 것 같네요.』
PS)
1. 새벽 작업을 강행하다가 어제 퍼져서 하루 늦게 포스팅 하게 되었네요.(동정심 유발)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인데. 이 블로그의 운영자는 제가 맞지만, 계속해서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은 독자님들이세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2. 눈 온 뒤에 날씨가 너무너무 춥네요. 독자님들 감기 안걸리시게 조심하시구요~
갈루아님 생일 미리 축하드려요 ^^ 제가 다음 포스팅이 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어서 이렇게 미리 축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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