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를 담은 리뷰
샤넬 넘버5 로 (샤넬 no.5 leau)
Chanel No 5 L'Eau for women
개인적으로도 너무 궁금했던 향수, 샤넬 넘버5 로(샤넬 No.5 leau) 를 소개해드리게 되었다. 샤넬 No.5의 라인의 가장 최근 신상이며 그 만큼 샤넬 측에서 막대한 돈을 들여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인터넷에 막상 검색해보면 어떤 향기인지 알기가 쉽진 않다. 향수관련 여러 커뮤니티에서도 여러가지 의견이 있는 것 같아서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포스팅을 준비했다.
샤넬 넘버5 로(샤넬 No.5 leau) 의 향기는 어떨까?
샤넬 넘버5 로의 향기
탑 노트 ㅣ 레몬, 네롤리, 오렌지노트, 시트러스 노트
미들 노트 ㅣ 일랑일랑, 로즈, 재스민, 알데하이드
베이스 노트 ㅣ 시더우드, 화이트머스크
샤넬 넘버5 로 TOP/MIDDLE NOTE
『소다색 물에 깨끗이 헹궈진 하얀색의 두꺼운 와이셔츠』
샤넬 넘버5 로의 첫 향기는 푸른 하늘을 큰 대야에 담아 물로 만든 후, 거기다가 아주 고급스런 하얀색 와이셔츠를 푹 담갔다가 꺼낸 듯한 향기가 난다. 빳빳한 하얀색 와이셔츠에 소다색 물이 잔뜩 스며들어 점점 흐드러지다가, 이내 그 수분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엔 그 아래로 물방울이 뚝뚝뚝- 빠르게 떨어질 때 날 것 같은 향기라고 할까? 전체적으로 세르주루텐 로, 바이레도 블랑쉬 등에서 느꼈던 수분감 넘치는 런더리 향기를 상당부분 닮았다고 생각하셔도 편할 것 같다.
샤넬 넘버5 로 MIDDLE/BASE NOTE
『바닐라라뗴 핸드크림을 발랐던 손이 있던 털장갑』
시간이 지난 샤넬 넘버5 로는 향조가 완전히 바뀐다. 초반에는 물기 어린 소다향기에 '겨울에 쓸 수 있겠어?' 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지금은 '겨울에도 쓸 수 있겠어!' 라는 느낌표로 바뀐다. 뭐랄까... 한 겨울 바닐라 라떼 향기가 나는 핸드크림을 바른 여성이, 길 가다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악수를 하려고 막 손을 뺐을 때- 딱 그때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체취, 은은한 달콤함, 설레임 등이 연상되는 향기다. 어떤 특정 향조가 두드러지진 않는데 전체적으로 은은하고 예쁘게 퍼져나오는 달콤함이 그 어떤 남성이라도 '자연스럽게 예쁘다'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할까?
샤넬 넘버5 로
단아한 이목구비
사려깊은 달콤함
“진짜 단아하게 예쁘다, 눈 엄청 높겠지?”
내가 샤넬 넘버5 로를 보고 느꼈던 첫 인상, 그리고
“세상물정 모르게 생겼네.... 집이 잘사나”
그녀를 멀찌감치 바라보면서, 괜히 혼자 질투했던 말이다. 그런데 지금, 아파트 앞 놀이터 벤치에 앉아서 내게 머리를 기대고 살랑살랑 다리를 흔드는 내 여자친구, 샤넬 넘버5 로
“…춥지?”
그렇게 우린, 1년째 연애 중이다.
“괜찮아~”
예쁘게 보이려고 짧은 치마에 옷도 얇게 입어서, 딱 봐도 추워 보이는데 그녀는 한사코 괜찮다며, 여기 오래오래 있고 싶다며 고집을 부리고 있다. 사실 샤넬 넘버5 로 와 연애하는 1년은 그냥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왜냐고? 첫 인상과 너무 달라서
“그때 기억나? 첫 데이트 때, 너가 군고구마 일일이 까서 나 먹여줄 때”
샤넬 넘버5 로도 그때 생각이 났는지 “으흐흐” 하고 웃으며 내게 어깨를 기댄다. 그리고 특유의 차분한 어투로 내게 되물어왔다.
“그럼 군고구마를 까서 먹지, 어떻게 먹어?”
그렇긴 하지, 그런데 왠지 샤넬 넘버5 로 너는...
“손 까매진다고 나한테 까달라고 할 것 같았거든”
그리고 네가 까준 고구마에선 예쁜 향기가 났었어.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그녀는 종종 자기가 못 먹는 음식도 내가 맛있다고 데려온 곳이면 먹는다. 그것도 ‘못 먹는 티 안나게 노력하면서’. 난 샤넬 No.5 leau가 맛있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아하고, 너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더 좋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렇지만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된 뒤 항상 미안한건 나였고
“지금도 고마워”
예쁘고 고맙단 말로 미안한 마음을 대신 사과하곤 했다. 어쨌든 시간이 갈 수록, 그녀의 배려심은 점점 따뜻해졌고, 깊어만 갔다. 도저히 거기서 헤어나올 수 없을 만큼
결론
샤넬 여자향수 중 가장 은은하다. 우스갯소리를 하면 샤넬의 다른 여자향수들에 비해서 가장 화장을 연하게 한 것 같다. 원체 예뻐서 수수하게 꾸며도 그 존재가 튀는 느낌? 가령 샤넬 코코마드모아젤이 도발적인 섹시함, 샹스 오 비브가 샤랄라한 패션이라면 샤넬 넘버5 로는 한껏 꾸미는걸 약간 부담스러워 하거나,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너무 예뻐서 필요성을 못느끼는 그런 느낌이 있다. (제 블로그 여성독자님들은 다 이런걸로... 흐음... 흠..... 흐음......)
다만 초반에는 소다색의 빠릿한 향기가 바이레도 블랑쉬 처럼 쌔하게 나니까, 그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릴 순 있겠다. 그렇지만 시간 지나고 은은하고 올라오는 바닐라 노트 그 이후부터는 호불호가 별로 안갈릴 것 같다. 은은함의 질감이 바닐라 같다는거지, '바닐라 향수' 라고 말할 수 있는 향기는 아니라는 점, 참고해주시길! 평소 샤넬 향수가 조금 독하다고 느꼈던 여성분들이 있다면, 샤넬 넘버5 로는 한번 도전해봐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다만 지속력이 약한건 조금 아쉽.
샤넬 넘버5 로(샤넬 No.5 leau) 요약
[연령]
20대 초반 – 40대 후반
[성별, 여성적]
단아함, 수수함, 안꾸며도 예쁨, 사려깊음
[계절]
사계절
[지속력]
★★★☆(3.5/5.0)
[질감]
물에 뚝뚝 떨어지는 하늘색 런더리 향기가 났다가
중반 이후 단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은은한 바닐라와 화이트 머스크가 살내음처럼 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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