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향수

[남녀공용] 메종 프란시스 커정 실크무드 : 서늘하고 고급스런 버건디색 오우드

366일 2019. 3. 31. 21:10

향기나는 리뷰

메종 프란시스 커정 오우드 실크 무드
Maison Francis Kurkdjian Oud Silk Mood

 

 

 

최근에 유튜브를 보다가 연예인 보미씨가 운영하는 채널을 보게 되었는데, 거기서 어떤 향수만 뿌리고 나가면 그렇게 피드백이 좋다고 자랑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직업병인지 찰나의 순간으로 스쳐 지나가는 그 장면을 반복해서 보며 어떤 향수인가 알아냈다.

 

그리고는 쿨결제와 함께 실사용을 해보기 시작했는데, 이게 참 신기한게 누군가는 고급스러운 장미향기 혹은 그러한 톡 쏘는 향기로 맡는 것 같았고, 다른 누군가는 따뜻하고 고급스러운 오우드 향기를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그렇지만  주변 피드백의 공통점은 "이거 비싼향수죠?" 였던 것 같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의 오우드 시리즈의 대표적인 향수는 총 3개가 있다.
1. 벨벳 무드
2. 캐시미어 무드
3. 실크 무드


여기서 보통 매장에서 시향을 이것 저것 하실 때는 벨벳 무드에 눈을 동그랗게 뜨시는데, 정작 돈을 주고 구매하거나 다른 분들에게 권장해주는 향수는 실크 무드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실크 무드가 가장 호불호가 덜 할 것 같은 중간의 밸런스여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을 해본다. 부황률도 오드 퍼퓸버전 외에 엑스트레드 퍼퓸(Extrait de Parfum)이라고 해서 훨씬 더 상위의 버전도 주력으로 출시되기 때문에 돈 가격은 하는 것 같다.

 

이번 포스팅은 오우드 실크 무드의 오드퍼퓸 버전과 엑스트레드 퍼퓸 버전의 중간 지점의 밸런스에서 다뤄봤다. 아무래도 향기의 큰 줄기는 거의 같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게 독자님들에게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43만 7천원이라는 가격으로 크리드 향수도 저렴하게 보이게 만드는 사악한 가격의 끝판왕.
메종 프란시스 커정 오우드 실크 무드의 향기는 어떨까?

 

 


메종 프란시스 커정 오우드 실크무드의 향기

단일노트 ㅣ 라오스산 오우드, 모로코산 블루 카모마일, 불가리안 로즈, 인도산 파피르수

 

*거의 단일노트지만, 이해를 위해서 세분화 하였습니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 오우드 실크무드 탑-미들 노트
『오우드 나무 장작 위에서 불길에 휩싸인 장미꽃과 장미 줄기』


메종 프란시스 커정 오우드 실크무드의 첫 향기는 동양 저 먼 곳의 신비로운 땅에서 미래를 점치는 점성술사가 두꺼운 재직의 패브릭 커튼을 쫙 쳤는데, 그 안에 일렁이는 붉은색 촛불과 함께 조금씩 타고 있는 오우드 나무의 장작더미에서 날 것 같은 향기가 난다. 보통 오우드를 주제로 만든 향수는 한약방 특유의 쿰쿰한 나무 향기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향수 같은 경우에는 오우드 나무 위에 두꺼운 천을 부드럽게 덮어 놓은 것 같은 간접적인 느낌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부드럽고 몽환적인 오우드 나무 향기 위로 다시 한번 이국적인 곳에서 채취해온 붉은 장미잎을 가시가 돋힌 줄기와 함께 추출해온 것 같은 생화의 향기도 미묘하게 올라온다. 밝고 여성스러운 느낌이 장미 향기가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서늘하고 차가우면서도 이지적으로 느껴지는 중성적인 장미의 생화 향기다. 약간 말라가는 장미 줄기를 손으로 가볍게 갈랐을때 그 안에서 날 것 같은 정도의 수분감인 것 같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 오우드 실크 무드 미들-베이스 노트
『천천히 흘러내리는 실크의 부드러움을 닮은 오우드 로즈』


시간이 지나면 실크로 만든 장미색의 붉은 천이 스르르 흘러내리는 것 같은 부드러움이 남는다. 초반에 묵직하게 나던 오우드 향기는 확실히 상당부분 사라지고, 톤다운 된 느낌의 그레이한 장미가 약간 버건디의 마른빛으로 차분하고 스모키하게 변해간다. 극초반에는 생화 줄기에서 날 법한 특유의 시큼함이 살짝 있었는데, 시간이 지난 뒤에 그 향기는 상당부분 사라지는 것 같다. 뭐랄까... 오우드 나무로 만든 촛불에 불을 붙이고- 녹아내린 촛농을 살짝 모아서 버건디 색의 마른 장미에 살짝 덧입힌 것 같은 향기라고 할까?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고급스럽고, 세련되고, 섹시한 것 같다. 노출하는 류의 섹시함이 아니라, 가릴 것 다 가렸는데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가 너무 지적이고- 끌림이 있어서 섹시하게 느껴지는 그러한 뉘앙스의 향기다. 물론 오우드 라는 재료 자체가 갖고 있는 한약방 스러운 향기 때문에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지만, 확실히 실키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있는 편이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 오우드 실크무드

상황극

 



‘나를 찾지 마세요’ 라고 써둔 편지를 던지며 소녀는 털썩 주저 앉았다. 칠흑같이 어두워진 밤하늘이 드리워진 도시의 한강이 출렁인다. 그 어둠속에서도 반짝거리는 도시의 야경을 보며 소녀는 생각했다.

 

‘저곳에서는 나도 별처럼 반짝거리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소녀는 떨리는 손으로 종이컵에 소주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는 인상을 팍 쓰면서 두 컵을 연달아서 마시고 나서야 소주를 내려 놓는 것이다. 바닥에 내려놓은 병의 울림이 끝나기 전에 한 남자가 다가와 소녀 옆에 털썩 앉았다. 굉장히 고가로 보이는 명품 스웨터와 코트가 더러워질 법 했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아하는 것 같았다. 조금씩 희끗거리는 하얀 머리가 마치 예술가 같기도 했고 은퇴한 백만장자 같기도 하다.

 

“술을 굉장히 맛없게 마시네, 아직 어려서 그런가”

 

남자는 소녀가 채워 놓은 잔을 자기가 훌쩍 들이키더니 ‘크으’ 하는 소리와 함께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정말 드럽게 맛없네”

 

그 말에 소녀는 실소가 터졌다. 서리에 얼어 있던 장미 꽃이 녹으며 피어나는 것 같은 서늘하면서도 기꺼이 예쁜 얼굴이었다. 남자는 그런 소녀를 가만히 보더니 툭툭 대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삶은 마냥 행복하기만한 사랑노래가 아니지”

 

소녀는 갑작스러운 남자의 참견이 불편할 만 했지만 자리를 피하지는 않았다. 사실은 누가 옆에 와 주기를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와 주는 것을 넘어서 자기 자신을 말려 주길 바랬을 수도. 남자는 그런 소녀의 마음을 짐작했다는 듯 한층 따뜻하게 말했다.

 

“오히려 이별과 재회의 노래에 가깝더군, 하지만 그 슬픔을 견디고 나면 행복 비스무리한 것이 있다는 것을 너도 알게 되는 날이 올 거야”

 

남자는 품 안에서 오래되어 보이는 빈티지 와인과 명함을 꺼내 소녀의 옆자리에 내려 놨다. 아직 조금 남아 있는 소주병은 남자가 집어서 미련없이 버려버렸다.

 

“빨리 가봐,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결론

 

 

상황극의 소녀와 남자, 그리고 그 모든 풍경과 소재가 메종 프란시스 커정 오우드 실크무드와 같다. 한없이 따뜻한 것 같으면서도 극도로 외로워보이고, 활기차 보이면서도 가슴 깊은 곳에는 적당한 우울함도 있다고 할까?

 

하지만 확실히 귀족이나 재력가가 사용할 것만 같은 윤기가 흐르는 고급스러움을 아주 세련되게 잘 표현된 것 같다. 오우드를 주제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세르주루텐 향수에서 느낄 수 있었던 약간 톤 다운된 색감의 우울한(?) 장미 향기가 관능적으로 섞여 있어서 중화 작용을 해주는 것 같다. 누군가는 버건디색의 생화에 가까운 장미잎의 향기를 많이 느낄 것 같고, 누군가는 실키한 질감의 오우드 나무 향기를 많이 느낄것 같다.

 

그러한 의미에서 남녀공용 향수라고 할 수 있겠다.

연예인 보미 씨가 이것만 뿌리고 나가면 그렇게 주변에서 물어본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보미씨의 어떤 귀여운 느낌에는 붕(?) 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연예인은 실물로 보면 포스가 장난이 아니라고 하니까 (딱 봐도 연예인 포스) 누구보다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어쩄든 그 사람의 분위기가 멋지면, 이 향수는 충분히 아주 좋고 세련되게 소화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 봐도 고급스러운, 잘 살 것 같은, 뭔가 있을 것 같은.
그러한 느낌을 연출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 오우드 실크 무드 요약

 

[판매처/정가]
브랜드 매장
오드퍼퓸 : 31만원
엑스트레드 퍼퓸 : 43.7만원


[연령대]
20대 중후반 ~ 40대 중반


[성별/남녀공용]
차가운 분위기의 세련됨
윤기가 흐르는 부티
스마트하고 이지적인 이미지


[계절]
사계절


[지속력]
★★★☆(3.5/5.0)

 

[비슷한 느낌의 향수]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 + 톰포드 누아드 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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