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향수

[남녀공용] 메모 자낫 : 이슬먹은 야생화의 서정적인 향기

366일 2019. 4. 23. 22:55

향기나는 리뷰

 

메모 자낫(쟈낫) 오드퍼퓸

Memo Jannat Eau De Parfum

 

메모 자낫

 

 

 

블로그의 유입자수를 포기하고 소개해드리는 공용 향수, 메모 자낫(쟈낫)을 들고 왔다. 몇 년 전에 메모 인레 라는 향수가 오연서 향수로 알려지면서 꽤 입소문이 났던 브랜드인데, 워낙 고가의 향수에다가 매장이 몇 군데 없어서 메모 라는 브랜드를 모르시는 분들도 분명히 많으실 것 같다.

 

심지어 네이버에서도 메모 향수에 대해서 알고리즘 인지가 덜 되었는지 가끔 상품 등록을 해서 매칭을 해놓으면 ‘필기도구, 노트’ 로 할당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필기도구 카테고리에 쭉 나열되어 있는 메모 향수를 보고 있노라면 뭔가 이해가 되는 것 같으면서도 안되는 것 같으면서도 복잡한 심정이 든다.

 

어쨌든 메모 자낫은 해당 브랜드에서 (글로벌 기준) 가장 많이 팔리는 TOP 5 안에 든다고 한다. 시트러스 계열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찾으시는 것 같으며, 남녀공용 향수이다.

 

 

멋스러운 스타일을 지니신 독자님들에게 권해드리고 싶은

메모 자낫의 향기는 어떨까?

 

 

 

 

메모 자낫의 향기

탑 노트 ㅣ 자몽, 네롤리, 배

미들 노트 ㅣ 오렌지 블로썸, 진저, 야생화

베이스 노트 ㅣ 샌달우드, 머스크

 

 

 

메모 자낫 탑-미들 노트

『먹기 좋은 탄산수에 마른 자몽과 네롤리 껍질을 풀어 놓은 향기』

 

메모 자낫의 첫 향기는 바스락 거리는 낙엽을 둥둥 띄워 놓은 자몽 에이드 혹은 네롤리 에이드를 닮은 상큼한 향기가 난다. 탄산수에서 느낄 수 있었던 보글보글한 탄산 비슷한 질감을 갖고 있는 자몽의 상큼한 향기가- 마치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낙엽 비슷한 질감으로 세련되게 퍼지는 것 같다. 혹은 잘 말려 놓은 자몽과 네롤리 껍질을 시원한 차(tea)에다가 푹- 담가서 탄산을 조금 섞어 놓은 장면을 연상하셔도 좋을 것 같다. 말린 과일의 껍질이 먹기 좋은 찻물에 풀어 놨을때 천천히 파스텔처럼 번져가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메모 자낫 미들-베이스 노트

『이슬 머금은 물안개 속에서 피어나는 연보랏빛 야생화 꽃과 진저 오일』

 

메모 자낫은 탑 노트가 비교적 짧은 편이며 미들 노트로 빠르게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때의 밸런스가 정말 굉장히 신기하다. 오렌지 블로썸이 잔뜩 열려 있는 나무가 길게 드리워져 있는 곳에 갔을 때, 그 나무가 알고 보니 진저(생강)으로 만든 영양제를 듬뿍 먹으면서 커서 꽃 잎에서도 되게 유럽 여행지 같은 느낌의 이국적이 향기를 고소하고 담백하게 퍼트리는 것 같은 장면이 연상된다. 게다가 시간이 더 지나면 파란색 계열의 야생화 꽃잎이 마치 이슬을 머금고 머리를 흔들며 털어내는 듯한 물안개 같은 청초한 질감의 머스크 향기가 올라온다. 진저를 머금은 오렌지 꽃에서 나는 이색적인 향기와 물안개를 잔뜩 먹은 야생화 꽃의 생화 같은 싱싱함이 여행지의 한 장면처럼 어울린 향기다.

 

 

 

 

 

 

메모 자낫

상황극

 

 

 

 

갑자기 퍼붓는 소나기에 예쁘게 피어 있던 형형색색의 꽃들이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지던 날이었다. 우산이 없던 여자는 비를 피하려고 발길 닿는 대로 뛰기 시작했고, 하얀 신발이 첨벙거리며 물웅덩이에 닿을 때 마다 연보랏빛 야생화 꽃 잎이 무릎 까지 튀어 올랐다.

 

“저... 여기요”

 

비슷한 공간에 있던 남자는 잠깐 눈치를 보더니 여자에게 다가와 우산을 씌워줬다. 팽팽한 우산 살을 타고 굴러 떨어지는 빗방울 속으로 당황스러움이 가득한 여자의 눈망울이 겹쳐졌다. 남자는 뻘쭘하다는 듯 살짝 땅을 보며 말했다.

 

“사실 초면은 아닌데... 비가 너무 갑작스럽긴 하죠? 저라는 사람도 그렇구요”

 

여자는 필사적으로 '이 남자를 본 적이 있던가'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지만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했다. 무안함에 귀까지 빨개지려고 할때 마침 물안개가 조금씩 차오르더니 둘 사이를 은근하게 가려주기 시작했다. 서로가 내쉬는 호흡만 물안개를 이리저리 밀어내고 있었는데, 그 움직임 만으로도 상대방의 떨림과 숨소리가 고스란히 들릴 것만 같았다. 각자의 귀에 서로의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여자는 먼저 입을 열었다.

 

“비가 조금 잦아들 때까지 만요”

 

“그러죠 뭐”

 

둘은 그렇게 그냥 가만히 붙어서서 빗소리를 듣고 있었다. 서로의 시선은 상대를 보지 않았지만, 몸에서 풍기는 무의식의 언어들은 명백하게 서로를 가리키고 있었다. 살짝 떨어졌다가 닿기를 반복하는 팔 끝의 온기부터, 옆 사람의 체온이 적당히 느껴지는 아슬아슬한 거리에 굳이 머무는 것 까지 말이다.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네요. 생판 처음보는 사람이랑…”

 

“구면 이라니까요.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여자는 머쓱함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고 하염없이 하늘을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소나기는 천천히 잦아들기 시작했는데, 둘의 몸은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것 마냥 붙어 있었다. 그러다 결국 구름사이로 비치는 맑은 햇살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여자가 먼저 용기내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빚을 갚고 싶은데... 우산은 제가 가져가고 다음에 새 우산으로 돌려드려도 될까요?”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우리 번호 교환 할래요?”

 

 

 

결론

 

메모 자낫은 풍경적인 느낌의 정서와 이미지가 강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의 뚜렷한 형상 보다는 어떤 풍경에 녹아 들어가 있는 사람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계속 연상이 되는 것 같다.  단순히 산뜻한 향기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봄과 가을의 한 가운데 풍덩 뛰어들어간 것 같은 차분한 향기도 같이 깔아주기 때문이다.

평소에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듯 꾸민’ 속된 말로 ‘꾸안꾸’ 스타일을 지향하시는 분들이 되게 좋아할 것 같은 향수다.

 

그리고 향기의 어코드 구성이 굉장히 복잡하고 섬세하게 되어 있다. 한번의 시향으로는 향기를 충분히 숙지하기가 어려운 제품인 것 같아서, 여러 번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시향해보길 권해드리고 싶다. 맡을 때 마다 느낌이 달라지다가- 코가 어느정도 향기에 익숙해지면 나중에 선명한 이미지로 천천히 수렴하게 되는 현상을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메모 자낫 요약

 

[판매처/정가]

라페르바 메모 매장

75ml 31만원

 

[연령대]

연령무관

 

[성별, 중성적]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외향성과 내향성을 동시에 가진 사람

 

 

[계절]

봄부터 초겨울까지

 

[지속력]

★★★ (3.0/5.0)

 

[비슷한 느낌의 향수]

에르메상스 세드라 삼박 + 에르메상스 오스망뜨 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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