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향수

[니치/남성] 메종 마르지엘라 언타이틀드 : 탄성이 나오는 시크함

366일 2024. 11. 16. 16:36

향기나는 리뷰

 

메종 마르지엘라 언타이틀드 오드퍼퓸

Maison Margiela (Untiled) Eau De Parfum

 

 

노랗게 물들어서 떨어지는 낙엽들이 길거리를 수놓는 요즘, 지금 이런 계절부터 내년 초봄까지 사용하기 좋은 향수, 메종 마르지엘라 언타이틀드 오드퍼퓸을 준비했다.

 

보통 메종 마르지엘라 향수들이 전개하는 ‘명확한 이미지 네이밍’이 아닌, ‘이름 없음’을 이름으로 내세워서 전개하는 방식이 상당히 흥미로웠던 향수인데, 실제로 향기 자체도 기존에 출시하던 일반 라인의 향수들과 차별점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가을이 오면 빨리 소개해드려야지 하고 한달동안 벼르고 있던, 그런 향수이기도 하다. 갈바넘 특유의 향 때문에 호불호가 조금 갈리기도 하는 것 같던데, 그래도 크게 호불호 없이 편안하게 쓸 수 있는 향수의 범주에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메종 마르지엘라 언타이틀드 오드퍼퓸 의 향기는 어떨까?

          

 

 

 

 

 

메종 마르지엘라 언타이틀드 어코드 정보


탑 : 갈바넘 에센스, 안젤리카, 만다린 에센스, 레몬 에센스, 스피어민트 에센스

미들 : 갈바넘 레지노이드, 유향나무 에센스, 오렌지 플라워 앱솔루트,

베이스 :  인센스, 파츌리 에센스, 화이트 머스크

 

 

메종 마르지엘라 언타이틀드 오드퍼퓸

탑 – 미들 노트

 

첫 시작은 잘 말린 레몬 껍질과 야생 허브(갈바넘)를 두 손에 올려 꽉 쥐어서 부서놓은 후, 후~ 하고 불어서 사방으로 부서진 마른 잎들이 흩어지며 낼 것 같은 산뜻함과 바삭거리는 향기가 난다. 바짝 말린 레몬에서 날 법한 상큼함이 너무 튀지 않고 자연스럽고 캐주얼한 분위기로 멋지게 스쳐 지나가는 것이 이 향수의 이름 ‘언타이틀드’ 와 왠지 모르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나면- 내 손끝을 떠나서 하늘 높이 솟구쳤던 레몬, 야생 허브(갈바넘)의 마른 잎들이 가을 햇살이 내리 쬐는 길 대로변의 양 끝에 우수수-하게 쌓이는 듯한 우디한 향기가 천천히 올라오면서 향기가 차분하게 마무리 된다.

 

 

 

 

 

메종 마르지엘라 언타이틀드 오드퍼퓸

미들 – 베이스 노트

 

 

시간이 지난 메종 마르지엘라 언타이틀드는 커다란 공영장에서 홀로 공간을 꽉 채우는 그랜드 피아노의 깊은 울림을 담아내는 듯한 차분하고 스모키한 우디항기가 고급스럽고 감각적이게 퍼지기 시작한다. 작은 불꽃에 그을리다가 멈춰서 천천히 그을음을 뿜어내는 인센스와 파츌리의 스모키한 향기가 딱딱한 레진과 만나서 느리게 퍼지는 폭풍전야 같은 향이 느껴진다. 동시에 오렌지 플라워가 갖고 있는 석양빛의 따뜻함이 마치 일몰이 지고 있는 가을날의 하늘처럼 주황빛으로 두둥실 떠오르는 듯한 향기가 나는데, 이 전체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도회적인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사람 자체를 묘사하는 느낌보다는- 어떤 사람이 갖고 있는 하나의 커다란 이미지, 성격 등을 추상적으로 뿌옇게 담아낸 그런 향기처럼 느껴졌다.  햇빛이 내려앉는 길목의 어딘가에서 흩날려가고 있는 드한 은은하고 스모키한 질감을 지니고 있는 향기다.

 

 

 

 

 

메종 마르지엘라 언타이틀드 오드퍼퓸

상황극

 

 

우리는 가끔 사소한 것에도 마음이 요동치곤 한다.

사실 전부 용서할 수 있는 것이었음에도

 

 

한달만의 만남, 긴 침묵의 시간  주변의 손님들마저 우리의 눈치를 보며 지나갔을 정도로 차가운 표정의 우리 둘 사이. 우리는 어렵사리 침묵을 깨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린 정말 생각이 서로 너무 다르다…  어떡하지?”

 

어떻게 하고 싶은데?”

 

고민 방법을 물어봤던 나에게, 단호하게 마음의 결정을 물어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다시 한번 입을 꾹 닫았다. 그래 우리 정말 다르구나.

 

우리의 시작은 분명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며 시작했던 것 같다. 서로의 취향이 비슷함에 감사하고, 이외에도 서로가 비슷한 공통점을 계속해서 발견하며  ‘운명이다!’를 외치며 평생 함께 하자던 낭만의 날들 말이다.

 

그랬던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사랑 너무 어렵다, 이제서야 인류의 5000년동안 사랑에 관한 주제가 셀 수도 없이 많은 가사와 운율로 기록되며 수천만의 사람들의 감정을 담아냈던 이유를 알 것 만 같다. 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때,  그가 내 앞으로 커피를 슥 내밀어주며 입을 열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아까 여기서 네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어”

 

“뭔데?” 라는 나의 물음에 그는 잠시 숨 죽이더니, 나를 보고 말했다.

 

“그렇게 싸웠는데도 너의 모습이 싫지 않구나  다른 점들은 너무 힘들지만   너의 존재까지 싫지는 않은 그런 마음”

 

“…그래서?”

 

유난히 크고 검은 그의 눈동자가 다시 한번 깊게 요동쳤다.

 

"아, 나는 이 여자를 사랑하는구나. 우리의 다름까지도   그대로 수용하기로 했구나"

 

날카롭고도 사내다운 굴곡의 옆모습에서 그의 고뇌와 남자다움을 내가 다시 한번 느꼈을 때, 그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매일 보고 싶었어"

 

 

 


 

메종 마르지엘라 언타이틀드 오드퍼퓸

결론

 

쓸쓸하고 차갑고 시크한 면모가 돋보이면서도, 사실 속 마음과 행동은 굉장히 자상하고 상대의 모든 점들을 끌어안고 수용할 수 있는 그릇이 넓은 사람이 생각나는 향수였다. 이 향기가 가진 특유의 시크함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여성분들보다 남성분들에게 더 추천 드리고 싶다. (물론 여성분들도 충분히 사용 가능한 정도의 밸런스다)

 

이제 다시 옷가지가 두꺼워지는 계절, 차가운 공기와 잘 어울리는 향수라는 생각이 든다.

-       지금 서로의 공통점을 탐색하고 있는 중인 설레는 남녀

-       혹은 서로의 다름을 모두 존중하고, 인정하고, 수용한 남녀 모두에게

 

연령대 상관없이 추천드리고 싶은 향수, ‘메종 마르지엘라 언타이틀드 오드퍼퓸’ 이었다.

 

 

 

 


메종 마르지엘라 언타이틀드 오드퍼퓸

요약

 

[정가]

100ml // 310,000 ₩

 

[연상 이미지]

남자답고 잘생긴

쓸쓸하지만 어딘가 따뜻하고 자상한

 

[추천 연령대]

20대 중반 - 50대까지 무관

 

[계절]

가을, 겨울, 초봄

 

[지속력]

아주 살짝 아쉬움, ★★★(3.0/5.0)

 

[비슷한 추천 향수]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 + 조말론 잉글리쉬 오크 앤 헤이즐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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