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Original Musk Kiehl`s for women and men)
소개
키엘 향수1탄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는 후기 요청이 정말 많이 들어왔던 향수다. 실제로 사용하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고, 알고 계신 분들도 많은 것 같다. 메일로도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신 분들이 많았는데 그땐 선호도가 절반 정도로 나뉘었던 것 같다. 아, 그리고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를 홍보하는 재밌는 일화가 있던데 다음과 같다.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 블렌드 넘버 원은 키엘의 창립자의 친척이었던 러시아왕자에 의해 만들어 졌는데, 너무 관능적이라는 이유로 ‘사랑의 묘약’이름만 남기고 판매가 중단되었다. 그런데 1958년 매장 리뉴얼 공사 중에 우연히 발견, 그 이후로 재판매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랑의 묘약이라니?! 이게 정말 사실인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으나, 사향(머스크)를 주축으로 한 향수라서 이런 식으로 마케팅을 재밌게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쨌든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의 정식 런칭년도는 2004년이며 ‘플로럴 우디 머스크’ 를 대표 향조 컨셉으로 잡고 나온 향수이다.
사랑의 묘약 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던(소문에)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탑 노트 : 오렌지 블로섬(오렌지 꽃), 베르가못
미들 노트 : 릴리(백합), 네롤리, 일랑일랑, 로즈
베이스 노트 : 통카빈, 머스크, 파츌리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 TOP NOTE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를 뿌린 직후엔 ‘독해’ 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뭔가 찐한 머스크 향기가 올라온다. 주변 사람들을 뿌려줘도 첫 반응이 한결같으니 그 모습이 은근히 재밌다. 설명을 하자면 민들레, 해바라기처럼 뭔가 고소한 향이 날 것 같은 꽃 향기가 섞인 머스크 향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여기서 머스크 향이 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추가 설명을 드리면 보통 일반적인 향수에선 머스크는 앰버 등과 섞여서 부드러운 솜, 하얀색 구름 같은 뽀송함으로 표현이 되곤 한다. 베이스 노트에 많이 사용되며 향기를 마무리 짓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근데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의 머스크는 그것과는 약간 다른 느낌인 것 같다. 좀 더 얼굴을 들이밀고 선두주자로 깃발 들고 앞장 서서 뛰어 나오는 머스크의 향기다. 솜 보다는 토끼 같은 연한 동물의 털을 만졌을 때 느껴지는 부드러움을 닮은 것 같다. 향기의 온도는 약간 따듯한 편이며 가을, 겨울에 어울리는 포근함을 담고 있다. 성 정체성은 남성에 가까운 것 같다. 뭔가 머스크가 포근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추운 겨울 남자가 여자친구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으며 손을 벌리는 모습이 생각난다.
『짙은 머스크 + 꽃의 고소함 + 부드러움 + 포근함』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 MIDDLE NOTE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가 시간이 좀 더 지나면 흔히 알고 있는 본연의 머스크 향기가 난다. 공장에서 갓 출하된 회색 맨투맨 티셔츠의 질감과 비슷한 것 같다. 회색 맨투맨을 두 손으로 감싸고 얼굴을 가까이 댔을 때 닿는 뽀송함을 닮았다. 그 외에 여러 가지 꽃 향기들이 섞이긴 했는데 밸런스 조절용으로 사용되는 느낌이지 머스크 향을 침범하는 느낌은 아니다. 머스크 향기에 꽃의 고소함으로 화장을 시켜 놓았다고 할까?
『회색 맨투맨 + 머스크 + 부드러움 + 알싸함』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 BASE NOTE
시간이 더 지난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는 향기가 조금 더 부드럽고 애기 살 내음처럼 변한다. 베이비 파우더를 아주 살짝만 묻혀서 탕탕 털었을 때 올라오는 부드러움을 살짝 닮은 것 같다. 그렇다고 베이비 파우더 향기는 아니고 그 특유의 부드러운 느낌이 비슷하다 정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그렇지만 머스크의 부드러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 껍질을 조각도구로 긁었을 때 떨어지는 껍질에서 날 것 같은 건조한 갈색냄새도 섞여 있다. 때문에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의 향기가 어떤 한쪽의 성별에 쏠리지 않고 남녀공용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머스크 + 분 내음 + 나무 껍질』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여러분~ 다가오는 겨울엔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를 입으세요~”
낭랑한 사회자의 목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지고 사람들이 매장 입구에서 웅성대고 있다.
“뭐지?”
호기심에 발걸음을 향하니 가운데에 떡하니 회색 후드티와 맨투맨 티가 전시되어 있다. 성별이랑 관계없이 누가 입어도 예쁘고 깔끔할 것 같은 디자인이다.
“흐음…”
좀 더 가까이 가서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를 살펴보니 뭔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듯해지는 편한 색감과 재질이다. 부드러운 회색 빛이 하얀 빛으로 은근히 물들어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토끼 같다. 다가오는 겨울에 회색으로 털갈이를 하는 토끼 말이다.
“…만져볼까?”
사람들 틈을 뚫고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봤다. 손 끝에 살포시 닿은 회색 맨투맨 셔츠의 감촉이 여과 없이 전달돼 온다.
“우와…”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의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황홀하게 나를 감쌌다. 비누와 솜의 뽀송함이 아닌, 강아지 같은 동물의 털을 닮은 부드러움이다. 초겨울 건물 밖과 안의 커다란 온도 차이를 상쇄해줄 수 있을 것만 같다. 실내에서 입어도 답답하지 않고, 밖에서 입어도 춥지 않는 그 미묘한 두께
“사야겠다”
이런 건 사지 않으면 돈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 나는 품격있게 멋진 자세로 카드를 꺼냈다. 직원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직원의 따뜻한 눈빛에서 본능적인 불안감이 엄습한다. 불안해, 불안해...
"얼마죠?"
"네 고객님~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는 신상품 할인 행사 중이라 38만원이란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실 수 있으세요."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얼마라구요?"
직원의 사글한 웃음이 다시 한번 내 카드를 향한다.
"380,000원 입니다 고객님"
…어떡하지?
"하하하! 카드를 잘못… 들고왔네요. 잠시만요 저쪽 가서 가져올게요"
뒤돌아 보지 않아도 직원이 나를 개보다도 못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근데 어떡해…
…애증의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
결론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의 주변 반응은 이미 검증이 되었다고 보셔도 될 것 같다. 머스크 향 덕분에 사용자의 호불호는 갈릴 수 있는데,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느낌이 꽤나 따뜻해서 인기가 많은 편이다. 초반의 짙은 느낌보다는 중반 이후부터 은은하게 가라앉은 밸런스가 대중성이 좋은 것 같다. 뭔가 부담스럽지 않고 고소한 부드러움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는 나름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이 향수의 큰 메리트는 주변 반응이 좋아서...^^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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