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프레데릭말 엉빠썽(Frederic Malle En Passant for women)
소개
프레데릭말 향수 2탄, 프레데릭말 엉빠썽을 소개해드리게 되었다. 예전에 꽃봉오리님이 프말 향수 중에선 엉빠썽을 제일 먼저 포스팅 해달라고 살짝 언지를 주셨는데 지금에서야 다루게 되어서 뭔가 죄송스런 마음이 쿨럭…. 어쨌든 보통 프레데릭말의 향수는 각자 자신의 존재감을 굉장히 뽐내는 느낌이 있는데 그 중에서 프레데릭말 엉빠썽은 비교적 일반인(?)들도 깔끔하게 사용하기 좋은 편에 속하는 것 같다. 아름답고 투명한 라일락 꽃 향기의 진수라고 할까? 조향사는 올리비아 지아코베티(Olivia Giacobetti)이며 프레데릭말 엉빠썽의 출시년도는 2000년이다.
FM의 라인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프레데릭말 엉빠썽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단일노트 ㅣ 오렌지잎, 큐컴버, 밀, 화이트라일락, 워터노트
프레데릭말 엉빠썽 탑-미들 노트
프레데릭말 엉빠썽을 뿌리면 처음엔 굉장히 맑고 깨끗한 물과, 사각거리는 오이의 수분감이 섞인 라일락 향기가 난다. 오이를 입 안에 넣고 씹을 때 사각- 거리며 들어오는 특유의 수분감을 닮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나 여깄어~!’ 를 외치는 맑고 깨끗한 라일락 생화 향기가 그 위를 덮는다. 분무기로 꽃잎이 촉촉해질 때까지 뿌려대니까 프레데릭말 엉빠썽이 ‘아, 이제 물은 그만!’ 이라고 외치는 것 같은 살짝 쨍- 한 느낌도 있다. 아니면 집 앞에 파스텔톤의 색을 띄고 있는 라일락 꽃잎을 뜯어다가 코 앞에 슬며시 들이댔을 때 날 것 같은 생화 향기다. 수분감이 가득하고, 그 정도로 생동감이 넘치면서 청아하다.
프레데릭말 엉빠썽 미들-베이스 노트
시간이 조금 지난 프레데릭말 엉빠썽은 약간 향기가 달콤하게 변한다. 달콤하다라는 표현이 향기를 담지 못하는 것 같아 예를 들면 혹시 바게트 빵 아시는가? 약간 딱딱한 재질의 고소한 빵, 그러한 빵에서 날 것 같은 고소함이 엄지 손톱만큼 첨가되었다고 할까? 수분 머금은 라일락의 꽃 향기가 엄지손톱만큼의 고소한 빵 향기와 어우러지다가 시간이 지내면서 점점 부드럽게 변한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 라일락의 존재감은 거의 사라지며, 뭔가 그냥 예쁘고 부드러운 꽃 향기의 뽀송함 정도의 밸런스로 향기가 남는 것 같다.
프레데릭말 엉빠썽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세상엔 수 많은 꽃이 있고, 고유의 향기가 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의외로 딱히 생각나는 꽃 향기는 없잖아?’
작약꽃? 장미? 백합? 그 꽃에서 정확히 어떤 향기가 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 그 꽃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그 꽃을 주제로 해서 나온 바디워시, 향수, 핸드크림 등의 ‘만들어진 향기’가 생각날 뿐- 그런데 그런 내게도 길을 가다가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꽃 향기가 있었으니-
프레데릭말 엉빠썽, 라일락 꽃의 여러 종자 중 하나인 이 녀석이 그 주인공이다. 삼청동 거리 위쪽 북촌 한옥마을로 걷다 보면 담벼락 한 켠에 연보라색의 우아하게 흩날리는 라일락 나무가 한 그루 있다. 프레데릭말 엉빠썽이란 이름을 가진 이 녀석은, 지나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발걸음을 멈추게 묘한 매력이 있다.
“진짜 예쁘다”
바람이 살짝 불고 살랑살랑 보라색 꽃잎을 흔드는 프레데릭말 엉빠썽의 모습이 청아하다. 문득 든 생각이지만 저 연보랏빛 프레데릭말 엉빠썽에 예쁜 한복을 입혀 놓으면 얼마나 고울까? 한참 턱을 까딱거리며 프레데릭말 엉빠썽의 연보랏빛 아름다움을 즐기고 있는데 옆에서 애교 가득한 목소리가 들린다.
“자기야~♥ 여기서 사진 찍자”
고독한 나의 감성에 찬물을 끼얹다니... 약간의 분노와 함께 고개를 돌려보니 알콩달콩 잘 어울리는 커플이 보인다. 게다가 남자친구와 으스러져라 깍지 낀 저 손은...
“이, 이런 젠장…. ”
우울해졌다. 누가 봐도 서로 엄청 좋아 죽는 것 같은 그 커플은 심지어 나를 한켠으로 살짝 밀더니 이내 프레데릭말 엉빠썽 아래의 시원한 그늘로 들어가서 포즈를 잡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서로 끌어안고, 뽀뽀를 하고 그리고 이내 서로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두 눈빛까지-
“보지 말아야 할걸 봐버렸어….”
프레데릭말 엉빠썽의 청초함이고 뭐고, 오늘은 이만 퇴각하기로 하자. 여긴 항상 이게 문제다. 맑고 깨끗한 라일락 향기에 커플들이 정신 못 차리는거
결론
개인적으로 프레데릭말 엉빠썽은 맑고 예쁜 라일락 향수의 정수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근데 블로그를 운영하고, 몇일 동안 아는 분들에게 테스트를 해보니 되게 재밌는 현상을 볼 수 있었는데 평소 향수에 관심이 많은 분들과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분들의 반응이 나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향수를 잘 아는 분들은 ‘세상에, 이렇게 맑고 깨끗한 라일락이라니!’ 라고 외치는 반면 그렇지 않은 분들은 ‘뭐야 꽃 비린내’ 혹은 ‘그냥 무난한 꽃 향기’ 라고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할까? 개인적으론 정말 충격적이었는데 어쨌든 부담감 없이 청아하게 뿌리기 좋은 향수임은 분명해 보인다.
프레데릭 말 엉빠썽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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