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를 담은 리뷰
반클리프 앤 아펠 오키데 바니유
Van Cleef & Arpels Collection Extraordinaire Orchidee Vanille for women
이대로 겨울이 끝나나 싶어서 마음이 급했는데, 다행히(?) 한파가 오기 시작했다. 왜 다행이냐면 겨울에 사용하기 좋은 따뜻한 향수를 미처 다 소개해드리지 못했기 때문
이번에 소개해드릴 반클리프 앤 아펠 향수는 날이 추워진다 싶으면 슬금슬금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는 녀석이며 ‘바닐라 향이 난다, 안난다’ 라는 주제로 향수 매니아들끼리 설전도 벌이는 재밌는 향수다. 인터넷에 정보가 거의 없는 편이라 뭔가 더 막중한 책임감도 느껴지는데….!
반클리프 앤 아펠 오키데 바니유의 향기는 어떨까?
반클리프 앤 아펠 오키데 바니유의 향기
탑 노트 ㅣ 만다린오렌지, 리치
미들 노트 ㅣ 비터아몬드, 초콜릿, 불가리안 로즈, 바이올렛
베이스 노트 ㅣ 샌달우드, 통카빈, 머스크, 바닐라
반클리프 앤 아펠 오키데 바니유 TOP/MIDDLE NOTE
『바닐라 아몬드 엑셀런트 아이스크림에 파데 쿠션을 찍은 향기』
반클리프 앤 아펠 오키데 바니유의 향기는 촉촉한 파운데이션 쿠션으로 엑셀런트 아이스크림의 바닐라+아몬드 맛을 푹- 찍은 듯한 향기가 난다. 엑설런트 아이스크림 특유의 녹아내리는 부드러움에 파데 쿠션을 살짝 사용해 묻힌 화장품 분내음이라고 보셔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이 푹신한 형태의 예쁜 파우더리함은 아몬드 가루와 바닐라 향을 동시에 얹어낸 다크초콜릿 같은 달콤함과 어우러져 있다. 근데 ‘먹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드는 달콤함이 아니라, 내가 상대방을 가리키면서 ‘너한테 달콤한 향기가 난다’ 라는 말해야 할 것 같은 사람에게 더 어울리는 달콤함이다. 포근한 퍼 느낌의 외투 혹은 코트를 걸치고, 브라운으로 염색된 머리에 커피색 류의 스타킹과 구두로 마무리 된 스타일 같은 느낌. 청순함 보다는 약간 섹시한 느낌
반클리프 앤 아펠 오키데 바니유 MIDDLE/BASE NOTE
『퍼를 걸친 화려한 여성이 달콤한 베이커리에서 나온 듯한 향기』
시간이 지난 반클리프 앤 아펠 오키데 바니유는 하얀색 퍼에서 느껴지는 그 몽글하고 푹신한 파우더리함이 강해진다. 다크초콜릿과 바닐라로 빵을 만드는 베이커리에, 어떤 여성이 무스탕을 입고 한참 빵을 고르다가 막 문을 나왔을 때- 베이커리에 바닐라와 섞여 있던 따뜻한 공기가 새어나오며 주변에 퍼질 것 같은 향기다. 그리고 중요한 포인트. 문을 열고 나온 여성은 꽤 화려하게 혹은 풍성하게 잘 꾸민 상태여야 한다. 청순함보다는 섹시함에 가까운 쪽. 이게 왜 중요하냐면 향기의 전체적인 예쁜 질감, 여성을 연상하게 하는 그 특유의 달콤함이 그렇게 만든다.
반클리프 앤 아펠 오키데 바니유
달콤한 베이커리에서 들었던
설레는 목소리
반클리프 앤 아펠 오키데 바니유를 처음 본 건, 정말 그냥 우연이었다. 하긴, 모든 만남은 말도 안되는 우연이라지만 그녀를 만난 건 우연 중에서도 정말 우연이었다니까
“그래서 뭐 임마, 나 그 다음 대사도 알아”
친구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말하며 소주를 따라준다. 하지만 뭐 어때-! 그 순간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나는 행복해지는데. 하지만 나만 행복하면 좀 그러니까, 너도 좀 같이 행복하라고 얘기해줄게. 잘 들어봐
...
......
..........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날은 춥고 몸 녹일 곳이 필요해서 두리번거리다 들어간 카페 ‘반클리프 앤 아펠 오키데 바니유’. 통유리에 노란색의 조명이 바닐라 크림처럼 따뜻하게 퍼져 있던 예쁜 베이커리였다. 별 생각없이 문을 열고 들어간 그 곳은 생각보다 정말 달콤하고 고소한 빵 냄새가 가득했고
“어?”
빵을 고르고 있는 실루엣이 묘하게 달콤한 반클리프 앤 아펠 오키데 바니유도 서 있었다. 한 손에 나무 트레이를 들고 카스텔라 빵을 고르고 있는 그녀 모습이, 왜 이렇게 이 공간의 달콤함과 어울리는지 도통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청순한건가 섹시한건가...”
분명히 모던하고 여성스러운 스타일인데 전체적인 아우라가 이상하게 섹시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스스로를 만족하기 위한 치장인데 그 결과물이 너무 멋진 느낌. 빵을 고르는 표정도 어찌나 도도한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겠다,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건, 반클리프 앤 아펠 오키데 바니유가 계속해서 카스텔라 빵 앞에서 서성이며 자리를 뜨질 못하는 것이었다. '제품에 문제가 있나?' 라는 생각에 그녀 옆으로 슬쩍 다가가 보니 이게 웬걸? 그녀가 입술을 꽉 깨물고 잔뜩 성난 눈빛으로 세상의 온갖 고뇌를 다 담은 표정을 짓고 있는게 아닌가? 문제는 그 고뇌의 촉발지점이…
‘바닐라와 초콜릿….? 설마, 이 두가지 맛 중에서 못 고르고 있는 거야?’
...이게 그렇게 고민할 일인가? 다시 생각해봐도 모르겠지만 그녀에게는 정말 중요한 문제였던 것 같다. 20분 째 자리를 뜨지 못하고 심지어 핸드폰으로 어떤 맛이 더 맛있는지 검색까지 하고 있는 걸 보니…. 순간 그 모습이 편했는지 용기가 생겼던 것 같다. 내 인생에 가장 운 좋은 오지랖을 부리게 되었으니….
“저기요...”
놀란 토끼눈을 하며 내게 경계심을 대놓고 표시하는 그녀에게, 나는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바닐라 맛 카스테라를 가리켰다.
“여긴 바닐라가 진짜 그렇게 맛있대요.”
그러자 봄에 눈 녹듯 사르르 풀리는 그녀의 표정이 정말 신기했다. 이윽고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에서 가장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입을 열었는데
“...진짜요?”
난 태어나서 한 여자가 그렇게 설레하는 목소리는 처음 들었다.
결론
반클리프 앤 아펠 오키데 바니유는 갈색 코트, 스웨터, 퍼, 이런 단어들이 생각나는 따뜻하고 포근한 향수다. 바닐라와 아몬드, 초콜릿이 섞인 그 특유의 베이커리식 달콤함이 ‘은은하다’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밸런스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향기를 전체적으로 감싸는 파데 쿠션? 여자화장품? 이런 형태의 향기가 섹시한 느낌의 여성미를 연출해줘서, 어떤 분들은 되게 좋다고 느낄 것 같고 반대로 어떤 분들은 약간 답답해할 수도 있겠단 생각은 든다.
하지만 확실히 날 추울 때, 목도리 두르는 느낌으로 뿌리고 나가면 정말 예쁠듯
전체적으로 무난한 밸런스지만, 약간은 파우더리함이 있어서 호불호가 약간(?) 갈릴 수 있으니 꼭 시향해보시길
반클리프 앤 아펠 오키데 바니유 요약
[연령]
20대 중반 - 무관
[성별, 여성적]
귀여움과 도시적인 느낌 그 중간의 외모.
전체적인 분위기는 은근히 섹시함
[계절]
가을, 겨울
[지속력]
★★★★☆(4.5/5.0)
[질감]
엑셀런트 아이스크림에 파데 쿠션을 찍어낸 듯한 질감에
바닐라와 초콜릿, 샌달우드가 달콤하고 아늑하게 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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