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향수/Casual

[남자향수] 에르메스 H24 : 작정하고 만든 15년만의 신작

366일 2021. 6. 20. 16:28

향기나는 리뷰

 

에르메스 H24 오드뚜왈렛

Hermes H24 Eau De Toilette

 

사진출처 퍼퓸그라피

 

 

 

15년만에 새롭게 출시된 에르메스의 새로운 남자 향수. 에르메스 H24

향수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향수가 출시되자마자 ‘에르메스 H24 맡아보셨어요?’ 질문을 엄청 퍼부을 만큼 굉장히 관심을 많이 받던 향수다.

 

그도 그럴 것이 에르메스 전속 조향사가 조말론 향수 총괄 하시던 크리스틴 나이젤(Christine Nagel)로 바뀐 뒤, 나온 첫 남자 향수이기도 하고. 에르메스는 이상하게 남자 향수를 만들 때 만큼은 엄청 신중히, 소수의 라인업만 출시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십년도 전에 출시된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가 아직도 높은 완성도로 많은 판매량을 가져가는 것을 보면…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자, 그래서 에르메스 H24 오드뚜왈렛의 향기는 어떨까?

살짝 스포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작정하고 나왔구나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그런 향수였다.

 

 

 

 

 

 

 


에르메스 H24 의 향기

탑 노트 ㅣ 클라리 세이지, 클라리 세이지 앱솔루트

미들 노트 ㅣ나르시소 앱솔루트

베이스 노트 ㅣ로즈우드 에센스, Sclarene(스클라렌)

 

 

 

에르메스 H24 탑 – 미들 노트

『옥상정원의 로즈우드에 열린 달콤한 녹색 비누향으로 샤워 후, 하얀 가운을 걸쳐 도심을 바라보는 듯한 향기』

 

에르메스 H24 의 첫 향기는 에르메스 옥상 정원에서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피어 오르는 아지랑이가- 문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달콤한 로즈 우드와 허브의 잔디사이로 지나가는 듯한 상쾌하고 허브한 느낌의 향기가 난다. 뜨거운 물로 막 씻고 나온 증기처럼 왠지 비누향이 연상되는 포근함이 있지만, 그 질감 안에서 흐르는 향기는 푸른 옥상 정원이 그대로 펼쳐질 정도로 엄청 그리너리하고 산뜻하고 시원하고 신선하다.

에르메스 옥상정원의 로즈우드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녹색 비누로 샤워를 즐겁게 마친 후, 하얀 가운만 가볍게 걸친 다음에 벤치에 딱 앉아서 도시의 정경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할까? 엄청 깔끔하면서도 군더더기가 없는, 스킨 냄새는 1도 안나면서- 극도의 깔끔함이 느껴지는 새로운 남자의 향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에르메스 H24 미들-베이스 노트

『흙을 뚫고 올라온 수선화의 꽃잎과 로즈우드를 함께 스클라렌 증기로 다려낸 뽀송한 향기』

 

시간이 지난 에르메스 H24 오드뚜왈렛은 나르시소(수선화)의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꽃이, 부드러운 흙 속에서 천천히 기지개를 켜며 지상으로 막 피어 올라오는 듯한 향기가 난다. 흙을 뚫고 올라오느라 다소 우디한 흙 내음이 꽃 향기에 묻어 있지만, 그래도 그 예쁘고 부드러운 수선화의 꽃 향기는 그리너리한 비누향기와 어울려서 고스란히 살아 있다. 여기서 스클라렌 특유의 우디한 증기 내음이 살짝 민트와 타바코 잎을 다려낸 듯 스모키한 달콤함이 살짝 올라오기도 하는데, 여기서 흡연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간혹 좋은 담배 냄새(?)로 느끼시는 경우도 있는 것 같고, 그 반대로 비흡연자의 경우에는 정원의 벤치 위에서 태양을 맞으며 잘 다려낸 하얀 와이셔츠의 잘감에 그리너리한 비누향기가 섞여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어쨌든 에르메스 H24 오드뚜왈렛의 향기 전반을 아우르는 느낌은 ‘신뢰가 가는 편안한 깔끔함’ 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에르메스 H24 오드뚜왈렛

상황극

 

 

 

호기심 가득 반짝거리는 눈빛은 총기가 가득했고

시원하게 웃는 모습은 주변 사람에게 기분 좋은 신뢰감을 주는 사람. 에르메스 H24

 

‘잘생겼다…’

 

아니, 에르메스 H24를 잘생겼다는 한 마디로 압축하기엔, 오히려 그 단어가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닮고 싶을 정도로 멋있어요” 라고 엄지를 치켜세우면, 그는 좋으면서 쑥스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렸는데, 그 모습이 또 그렇게 멋있었다.

 

그럼 또 겸손한 사람인가? 라고 물으면,

또 마냥 그렇다고 하기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묘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예를 들어 모임의 뒷풀이 자리가 생기면, 에르메스 H24 는 항상 적당한 거리의 바깥 사이드 자리에 앉는 편이었다. ‘가운데서 주목 받는 건 좀 부담스럽다고’ 그는 항상 그렇게 웃으며 말하곤 했다. 하지만 그가 드디어 자리에 앉고 나서야, 가까운 자리에 서둘러 앉는 여성분들을 보다 보면, 테이블의 맨 가운데 자리에 앉아 목청을 고래 고래 높이는 남자분이 가끔 안쓰러웠다.

 

그럼 나는 동정표를 날리 듯, 가운데의 목청 높은 아저씨 옆에 동생처럼 앉아주곤 했다.

그리곤 옆 눈을 흘깃거리며- 저 먼 테이블에서 항상 화기애애한 에르메스 H24의 모습을 몰래 훔쳐보는 것이다.

 

도대체 그의 매력이 뭘까…

뭔데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주변 사람들을 끌어당길 힘이 있는 것일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주변의 여성분들 눈빛도 그를 향해 있는 것을 보면

마치 지구상의 꽃들이 태양 빛을 보려고 꽃잎을 내미는 장면과 오버랩됐다.

 

태양 같은 사람, 이라고 하면 그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당한 단어일까

술잔을 삼키며 나는 다시 부러움에 고민에 빠진다.

 

 

 

 


 

결론

 

패션도 10년 단위로 유행이 돌고 도는 것처럼, 향수의 향기도 유행이 돈다.

다만 예전의 스타일을 그대로 복붙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무언가 더 현대적인 감각을 추구하여 새롭고 창조적으로 재창조 된 다는 것이 공통적인 특징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에르메스 H24 오드뚜왈렛은 앞으로의 남자 향수로 가는 이정표 중 하나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뭐라고 할까… 기존에 사용하던 남성 향수의 조향방식을 완전히 뒤집으면서도- 전체적인 남자 향취를 잘 유지했다고 할까?

 

예를 들면, 향수의 중심인 미들 노트에는 여자향수에 많이 쓰이는 수선화를 가득 넣고, 진귀한 원료인 로즈 우드의 달콤함으로 한껏 고급미를 돋보인 후,

그 향기를 받쳐주는 상단과 하단에서는 남성적인 향취가 강하게 돋보이는 어코드를 아주 부드럽게 섞어서, 힘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연출했기 때문이다.

 

창의력과 대중성을 한꺼번에 잡은 향수인 것 같다.

언뜻 비누향기처럼 느껴지면서도, 두발자국 떨어져 맡아보면 자기관리 굉장히 잘되고 유행타지 않는 진짜 미남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니치 향수가 아무리 많아도, 에르메스 H24 는 1개 정도 소장하셔도 좋을 것 같다.

이 글을 보시는 남성 독자님들에게 강추,

그리고 남자 친구 향수 고민하시는 여성분들에게도 강추

 

 

 

 

 


 

에르메스 H24요약

 

[구매처 및 예산]

에르메스 매장, 퍼퓸그라피

50ml 10만9천원

100ml 15만6천원

 

[성별, 남성적]

기본 카라티, 셔츠가 아주 잘 어울리는 남자.

자기관리 잘 된 잔근육형 체형

부드럽지만, 남자다운 성격

 

[연령대]

20대 중반 이상 – 50대초반까지

 

[계절감]

사계절

 

[지속력]

★★★★(4.0/5.0)

 

[비슷한 향수]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 + 에르메스 트윌리 + CK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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