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향수

[공용향수] 세르주루텐 로 솔직후기

366일 2014. 9. 15. 00:22

 '366일 향기나는 블로그'

향수 : 세르주루텐 로(L’Eau Serge Lutens Serge Lutens for women and men)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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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주루텐 향수 2, 세르주루텐 로를 소개해 드리게 되었다. 사실 로 이외에도 굉장히 독특한 개성을 뽐내는 향수들이 많지만, 아직은 2탄이니까 유명한 것부터…^^ 만약 세르주루텐 로 를 검색해서 들어오신 분이라면 향수에 관심이 많은 분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세르주루텐은 니치 향수 중에서도 약간 개성 있는 군에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로 향을 맡아봐도 세르주루텐 만의 특이한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특유의 우울함, 칙칙함이라고 할까? 어쨌든 인터넷에서 세르주루텐 로를 찾아보니 아직 정보가 부족한 것 같아서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힘이 난다. 세르주루텐 로는 2009년에 런칭 하였으며, 세르주루텐 로가 직접 조향에 참여하였다. 만들 당시의 컨셉은 산의 깨끗한 공기, 선선히 부는 바람, 깨끗한 옷에 머리를 기대고 누워 있는 듯한 느낌을 묘사하고 싶었다고 한다.

 

 

과연 깨끗함을 표방한 세르주루텐 로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단일노트 : 시트러스, 알데하이드, 매그놀리아, 민트, 클라리 세이지, 머스크

 

세르주루텐 로를 뿌리면 처음엔 오렌지랑 귤이 비가 되어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한 향기가 난다. 그러니까 순수한 과일의 향기가 아니라 그러한 오렌지와 귤의 과즙이 빗방울 같은 동그란 수분의 형태로 흩뿌려지는 느낌이다. 이 특유의 흩뿌려지는 수분이 굉장히 부드럽고 사방으로 으스러지는 듯한 모습이 굉장히 재밌다. 그리고 가만 보면 오렌지 과즙의 달달함도 느껴지는데, 오렌지 알알갱이 씹었을 때 느껴질 듯한 당도다. 설명이 조금 애매한 것 같아서 좀 더 묘사하면 딱 이런 것 같다. 분무기에 맛있게 익은 오렌지와 귤을 알갱이만 넣고 막 믹서기에 돌린(?) , 칙칙- 뿌렸을 때 분사되는 모습과 비슷한 향기. 여기서 포인트는 분무기를 그냥 뿌리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향해 뿌린 후 쏟아져 내려오는 안개 같은 물방울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세르주루텐 로의 탑 노트는 『오렌지 알갱이 + 귤 알갱이 + 흐드러지는 물방울 + 부드러움 + 수분감

 

 

상대적으로 시간이 긴 세르주루텐 로의 탑 노트가 지나면 다시 미묘하게 향이 변한다. 좀 더 부드럽고 뽀송하게 변하는 것 같다. 초반에 나던 시트러한 과일 향기는 비교적 더 부드럽게 변하는데 그 특유의 상큼함은 남아 있다. 그러니까 향기를 맡았을 때 주황색 과일을 연상할 수는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목련 냄새가 되게 부드럽게 올라오는데 다른 비유를 들면 하늘의 뭉게구름을 따다가 꽃으로 예쁘게 빚었다 라고 표현하면 적당할까? 수분 가득한 하얀 구름을 한 조각 떠다가 얇게 펴서 만든 물체가 생각이 날 정도로 굉장히 부드럽다. 아침 햇살이 쫙 들어오는 방 침대에 누워서 푹신한 베개에 얼굴을 묻었을 때 느끼는 포근함과 비슷한 것 같다. 보통 이런 식으로 깨끗함을 표현한 향수들은 갓 빨래한 옷감의 느낌이 강했었는데, 이외 대조적으로 세르주루텐 로는 '푹신한 이불과 베개에서 뒹구는 듯한 나른함'이 좀 더 강한 것 같다. 뉘앙스가 살짝 다르다고 할까? 덕분에 공용향수로 나왔지만 약간 여성스러운 느낌이 강한 것 같다.

 

세르주루텐 로의 미들 노트는 『주황색 과일의 상큼함 + 하얀 꽃 + 뭉게구름 + 산뜻함 + 부드러움 + 나른함

 

 

시간이 더 지난 세르주루텐 로는 시원한 물 향기가 스며든 세탁물 같은 향기가 난다. 좀 더 정확히는 세탁기에 민트를 잘 풀어놓고 그 향을 은근히 배게 만든 후, 빨래에 그 물기가 약간 남아 있을 때의 향기 같다. 그렇지만 다른 런더리 류의 향수 처럼 칼칼하다, 맵다, 빠릿하다 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시원한 청량감이 잔잔하게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초반에 나던 주황색 과일의 시트러스한 향기는 거의 볼 수 없게 된다. 어쨌든 세르주루텐 로의 베이스 노트는 이런 식으로 향기가 점점 옅어지면서 희미해진다.

 

세르주루텐 로의 베이스 노트는 『세탁물 + 부드러움 + 여성스러움 + 청량감

 

 

세르주루텐 로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아침 햇살이 따갑다.

 

으음~~~~

 

팔을 양 옆으로 쫙 펼쳐보니 따가웠던 햇살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진다. 예기치 못햇던 세르주루텐 로에서의 하룻밤, 잠자리만큼은 정말 최고인 것 같다.

 

푹신해…”

 

세르주루텐 로의 사람들은 다 좋은 침대를 쓰는 것 같다. 어떤 방향으로 누워도 몸이 정말 편하니 말이다. 내친 김에 슬그머니 힘을 빼보니 침대가 기다렸다는 듯 나를 끌어 안는다.

 

이대로 죽을 때까지 잠들면 좋겠다….”

 

세르주루텐 로의 밝게 내리는 햇살 덕분에 잠은 오지 않지만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다. 그냥 이대로 잠만 자다가 죽어도 꽤 괜찮은 삶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래이대로 영원히 자는 거야…. 사는 거 뭐 별거 있어?

 

휘이잉-

 

작은 창문을 통해 세르주루텐 로의 시원한 바닷바람이 들어온다. 나더러 그만 일어나라는 듯 살며시 건들면서. 하지만 그 손길이 굉장히 자상하고 부드럽다. 매연으로 미지근해진 서울의 바람과는 차원이 다르다. 시원하고 산뜻한, 폐를 정화시켜 주는 것 같은 바람

 

더 자기는 글렀고밖에 구경이나 할까?”

 

나를 부여잡는 침대를 겨우 겨우 뒤로 하고 일어나보니 창 밖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하늘이 보인다. 파란색 물감을 수놓은 하늘이 굉장히 낮고 실감나게 드리워져 있다. 손을 내밀면 닿을 것 같은 하늘. 좀 더 가까이 가서 봐보자

 

와아~”

 

시원하고 깨끗할 거란 내 예상을 뒤엎고, 세르주루텐 로의 하늘은 굉장히 편안했다. ‘멀리서 이 아름다움을 지켜봐야겠다라는 생각보단 저 하늘 위 구름에 올라가 한번 누워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하늘을 보면서 그 부드러움에 나른해지기는 또 처음인 것 같다. 그런데 그때 탁자 위에 올려 놓은 핸드폰에 위이잉하고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뭐지?”

 

아들, 이제 그만 일어나지?

 

귀신같다… 평상시에 내가 잠이 많았나?

 

「무슨 소리예요. 한창 산책 중이었구만

 

휘이이잉-

 

아까와 달리 나를 약 올리는 것 같은 바람이 불고, 다시 한번 내 핸드폰이 크게 울렸다.

 

「그런 걸로 하자. 빨리 밥 든든히 먹어라

 

분명 타지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내 집이라는 착각이 드는 세르주루텐 로의 아침이다.

  

결론

 

세르주루텐 로를 향수의 전체적인 직군에서 분류를 한다면 세제빨래비누런더리(Laundry)’ 정도에 포함이 될 것 같다이 점만 보면 수 많은 런더리 물 중 하나 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같은 부류의 다른 향수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반대인 것 같다기존의 뽀송함을 강조했던 향수들과 달리 깨끗하면서 나긋한’ 느낌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세르주루텐 특유의 색채화 같은 향을 좋아하시는 팬 분들은 심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그냥 한발자국 멀리 떨어져서 보면 누구나 부담 없이 사랑할 수 있는 향수다. 다만 공용으로 나왔지만 특유의 부드러움과 나긋나긋함 때문에 여성적인 분명히 있는 것 같긴 하다. 그래도 향수 같지 않은 향수를 찾는 분들에게 아주 적합할 정도로 순하고 부드럽고 깨끗한 향수라는 생각이 든다.

   


세르주루텐 로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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