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향수

[여자향수] 딥티크 도손 솔직후기

366일 2014. 7. 16. 02:10

향수 : 딥티크 도손(Do Son Diptyque for women)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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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jynglyparis.com>



벌써 섯 번째 딥티크 향수를 소개해 드리게 되었다. 사실 이번에 소개해 드리는 딥티크 도손은 바람이 조금 찬 계절에 어울리는 향수라서 소개하는 타이밍에 대한 후회가 약간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풍부한 느낌의 화이트 플로럴 계열의 향수를 거의 소개해 드리지 못한 것 같으니 한번 소개해 보는 걸로~

딥티크 도손은 한국의 딥티크 향수 중에서는 그래도 유명한 편에 속하는 것 같다. 풍부한 질감의 향기 덕분에 캔들로도 잘 활용되고 말이다. 딥티크 도손의 런칭년도는 2005년이며 조향사는 Fabrice Pellegrin 라는 분이다. 엄청 대중적인 분이라기 보단 팬층이 두터운 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고현정 향수라고도 불린다는 화이트 플로럴 계열인 딥티크 도손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딥티크 도손

탑 노트 : 아프리카 오렌지 꽃, 로즈, 아이리스

미들 노트 : 튜베로즈(월하향), 핑크페퍼(홍후추)

베이스 노트 : 벤조인, 머스크

 


딥티크 도손을 뿌리면 방안을 꽉 채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텁고 하얀 꽃 냄새가 난다. 숨이 막히거나 답답할 정도는 아닌데 민감한 사람은 그럴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하다. 살아 있는 꽃 이라기 보단 정말 생크림 같은 새하얀 비누, 캔들 등으로 압축되어 있는 듯한 향기. 그러니까 정말 딱 향기로 만든 제품 의 컨셉에 아주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향수라기 보단 바디크림 이라는 표현을 쓰면 좀 더 적당할 것 같기도 하다. 이 새하얀 꽃의 정체는 튜베로즈+아이리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튜베로즈와 아이리스의 새하얀 여성스러움에 장미의 활짝 피어 있는 듯한 느낌을 얹은 향기다. 그리고 좀 더 자세히 향기를 확대해서 보면 특유의 합성향기가 난다. 새로산 가구, 새롭게 칠한 페인트 에서 나는 그 특유의 고무 같은 냄새 있지 않은가? 그런게 은근히 섞여 있다. 여기까지 설명이 조금 헷갈리시는 분들을 위해 장면 묘사를 하면

 

작은 방 안에 새로 산 원목 가구가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원목 가구 위에는 순백색 이라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로 밝게 빛나는 새하얀 꽃이 완전히 활짝 피어서 나를 반긴다.

 

딥티크 도손의 탑 노트는 『장미를 닮은 순백색의 꽃(튜베로즈) + 거품 같은 풍성함 + 휘발성 합성향 + 미끄러움

 

 

시간이 좀 더 지난 딥티크 도손은 좀 더 맵고 알싸한 향기가 강하게 올라온다. 물론 전체적인 향기는 튜베로즈를 주축으로 한 새하얗고 풍부한 향기지만 말이다. 어쨌든 알싸하고 맵게 올라오는 향기가 굉장히 특이한 것 같다. 확실히 후추의 속성에 가까운 것 같은데 단순한 후추는 아니다. 초반에 언급했던 페인트, 새 가구에서 나는 휘발성 특유의 냄새와 후추가 섞인 굉장히 복잡한 향기다. 이 특유의 알싸하고 매운 향기가 딥티크 도손의 풍부함을 좀 더 깨끗하게 잡아주려 노력하는 것 같다. 사실 여러 번 시향을 해보면 이 홍후추와 순백색 꽃의 세력싸움이 그때 그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번은 후추의 매운 향기가 도드라져 보일 때가 있고, 다른 때는 풍부하고 미끄러지는 듯한 새하얀 화이트 플로럴의 향기가 강할 때가 있으니 말이다.

 

딥티크 도손의 미들 노트는 『새하얀 꽃 응축(튜베로즈) + 홍후추의 알싸함 + 미끄러움

 


시간이 더 지난 딥티크 도손은 초반의 풍성했던 튜베로즈의 기세가 훨씬 약해진다. 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생크림을 쌓아 올린 듯한 그 특유의 짙고 풍성한 향기는 여전한 것 같다. 그리고 딥티크 도손을 계속 지배했던 그 특유의 미끌거리는 향기가 나무,후추와 섞이면서 조금 단정해진다. 탑,미들 노트때는 미끄러질 것 같았다고 하면 이젠 그래도 미끄러지진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달까? 어쨌든 탑부터 베이스까지 꽤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딥티크 도손의 베이스 노트는 『홍후추 + 합성고무 + 한 풀 꺾인 새하얀 꽃(튜베로즈)

 

 

딥티크 도손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어둡게 내려 앉은 강물이 잔잔히 흐르고

밤하늘의 별빛처럼 수면위로 가득 떠오른 조명들

곱게 뻗은 다리 위로는 차 불빛이 우아하게 움직이는데

 

그래, 나는 한강 공원에 혼자 퍼질러 앉아 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비웃기 라도 하듯 바로 옆에선 커플들의 속삭임이 들려오고 말이다.

 

아무리 봐도… 자기는 진짜 예뻐. 김태희보다 네가 예뻐

 

~ 거짓말하지마 꺄르륵~”

 

거울 들이대서 진실을 마주보게 해줘? 라는 생각이 가득 차올랐지만 그러기에 저 커플은 너무 행복해 보였다. 그래… 심술 부려서 뭐하랴

 

내 님은 도대체 언제 오려나

 

감히 신도 대답할 수 없는 물음을 던져 놓고 제 멋대로 상실에 빠져 있을 때쯤, 하얀 꽃을 풍성한 크림에 갈아 넣은 듯한 냄새가 저 멀리서 풍겨오기 시작했다. 화려함과 수수함을 같이 가지고 있는 우아한 향기다. 호기심에 고개를 돌려 보니 발목까지 내려오는 나풀거리는 새하얀 치마를 입고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여자가 보인다. 알 없는 뿔테 안경에 새겨진 딥티크 도손 이란 글씨를 보니, 이름이 딥티크 도손인가 보다. 자세히 보니 예쁜 케이스로 한껏 멋낸 휴대폰을 들고서 격앙된 어조로 통화를 하고 있다.

 

이번 달이 아니라, 다음 달 예약이라 분명히 말했는데요.”

 

목소리는 부드러운데 느낌이 강렬하다. 전체적으로 부티나는 음색이다.

 

죄송하다고만 하면 끝인가요?”

 

하지만 상대방을 사정없이 몰아치는 저 냉정함을 보라, 왠지 저 여자랑 얽히면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찰나에 딥티크 도손이 나를 흘깃 바라봤다.

 

뭐죠?”

 

‘뭐긴, 그냥 딥티크 도손, 당신을 쳐다보고 있었을 뿐인데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강아지가 예쁘네요 라고 말해버리고 말았다. 비웃어도 소용없다. 여러분들도 저 여자 눈쌀 한방이면 그냥 무릎을 꿇게 될 테니.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고 말았다. 딥티크 도손이 강아지 예쁘단 내 말에 갑자기 함박 웃음을 짓는 것이다.

 

그렇죠~? 우리 아가들 정말 예쁘죠?”

 

예쁘다고 말하면 점점 이 여자와 얽힐 것 같단 생각이 들었지만

 

“네, 제가 본 강아지 중에 최고예요! 우아하단 말이 더 어울리는 녀석이네요

 

위협을 느낀 본능이 입을 지 멋대로 놀리고 있었다. 이런 나의 노력이 통했는지 딥티크 도손이 갑자기 사람 좋은 웃음을 짓기 시작한다.

 

이분 참, 개 볼 줄 아시네~”

 

강아지란 귀여운 말 내버려두고 개가 뭐냐

 

제가 개 하나는 기가 막히게 봅니다. 핫핫

 

살려는 본능과 내 자존심은 자석의 N극과 S극을 닮았나 보다. 자꾸 반대로 튀어나가는걸 보니더 어이없는 사실은 그 자리에서 하하, 호호거리며 딥티크 도손과 내가 한참을 서로 웃고만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는정말 기뻐 보였다. 하지만 나도 행복해야 하지 않겠는가


“저… 그럼 전 이만 산책 중이어서, 가볼게요.

 

내 말을 들은 딥티크 도손이 얼굴 한가득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뭐랄까, 감정이 잔뜩 묻어 나오는 얼굴을 보니 굉장히 순수하고 해맑은 여자였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첫 인상은 믿을게 못돼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딥티크 도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도 산책 중인데, 우리 아가들이랑 같이 할까요?”

 

?!”

 

순간 내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지만, 뒤이어 들리는 수줍은 듯한 딥티크 도손의 목소리가 사실임을 확인시켜 줬다.

 

이렇게 편하게 얘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오랜만이라 기분 좋아서요.”


그 만큼 나는 가시방석 이었는데… 어쨌든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거절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는데 글쎄


"음…"


그녀가 거절당할까봐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다.

 

목줄 주세요. 같이 가요


어쩌겠어

 

 

결론

딥티크 도손은 향기가 굉장히 풍성하고 살짝 미끄러운 감이 있다. 즉, 사용자 본인의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수 있는 향수다. 물론 그 만큼 잘 소화한다면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이 잘 올 수 있는 향수이기도 하다. 재밌는 점은 아시아 권에서는 딥티크 도손을 '약간 진하다' 라고 표현하는데 서양권에서는 'Fresh'하다고 표현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쌀쌀해지는 계절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반면, 서양에서는 날이 좋을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딥티크 도손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하얀색 꽃 향기가 이렇게 풍성하고 진득하게 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향수입니다. 다만 버터를 살짝 바른 것 같은 느끼함이 조금 아쉽네요. 땀, 온도에 따라 튜베로즈의 밸런스가 달라지니 구매전에 꼭 시향해보시기 바랍니다.』

 

딥티크 도손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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