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를 담은 리뷰
장폴고티에 르말
Jean Paul Gaultier Le Male for men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장폴고티에 향수를 소개하게 되었다. 당시 24살의 조향사 ‘메종 프란시스 커정’을 일약 글로벌스타로 발돋움 시키고, 장폴고티에의 시그니처가 되어버린 그 향수, 장폴고티에 르말이 그 주인공이다.
매니아층이 애플 뺨 때릴 정도로 굳건히 형성되어 있는 재밌는 향수이며, 서구권(특히 프랑스)에서 장폴고티에 르말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다만, 아시아 정서와는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한국과 일본에서는 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호기심 으로라도 백화점에서 “장폴고티에 르말 시향해볼게요” 라고 말하면 직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오~? 향수 매니아 이신가봐요!” 라고 되물어 오는 현상이…
근데 정말로 향수 초보라서 저 멘트에 당황했다면?
그냥 살포시~ 웃어주자
탈 많은 연예인 같은 장폴고티에 르말의 향기는 어떨까?
장폴고티에 르말의 향기
탑 노트 ㅣ 민트, 라벤더, 베르가못, 카다멈
미들 노트 ㅣ 바닐라, 시나몬, 오렌지 블라썸
베이스 노트 ㅣ 통카빈, 샌달우드, 앰버
장폴고티에 르말의 TOP/MIDDLE NOTE
『거친 시나몬 + 스모키한 질감 + 바닐라 + 샌달우드 + 고소한 통카빈』
장폴고티에 르말의 첫 향기는 부드러운 바닐라로 따뜻한 라떼를 만든 후, 시나몬 가루를 그 위에 부드럽게 뿌려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시나몬 특유의 알싸함이 거칠게 올라오면서도 그 뒤를 따뜻한 바닐라가 단단히 받쳐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좀 더 이미지 적으로 묘사해보면
옛날 카우보이들이 말아서 피웠을 법한 굵은 담배 있지 않은가? 왠지 그 담배를 바닐라에 푸욱- 넣고 부러질 정도로 휘적휘적 저은 후, 성에 차지 않는 듯 시나몬 가루를 턱턱턱- 털어서 넣고 한 입에 꿀떡- 삼킬 때 날 것 같은 향기다.
전체적으로 그을음 혹은 스모키한 질감이 있어서 굉장히 거친 느낌의 남성미가 생각이 난다. 꽃미남, 귀여운 얼굴 이런 것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장폴고티에 르말의 MIDDLE/BASE NOTE
『부드러운 바닐라 + 뽀송한 앰버 + 고소한 통카빈 + 빈티지 신문 + 나무껍질』
시간이 지난 장폴고티에 르말은 초반의 매웠던 시나몬 향기가 자취를 감추고, 전체적으로 굉장히 부드럽고 고급진 모습을 보여준다. 이 향수의 진가는 미들 노트 이후의 잔향부터 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근데 이 부분이 샤넬 향수처럼 굉장히 복잡하고,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서 그냥 묘사를 해드리는게 나을 것 같다.
수염을 멋있게 기른 가죽재킷을 입은 남성이 빈티지한 테이블에 걸터 앉아 있다. 그의 옆엔 빛 바랜 느낌의 빈티지 영자신문, 태우다 만 담배가 놓여 있는데 그가 그 위에 갓 나온 바닐라 라떼를 쏟았다. 흘러 나온 라떼는 나무색을 흡수하며 갈색으로 변하다가, 이내 빈티지 신문으로 흘러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미처 흡수되지 못한 녀석들은 그 옆의 태우다 만 담뱃를 싸고 돌기 시작한다.
…이런 향기다. 이해가 되셨으면 좋겠는데
장폴고티에 르말
위태로운 느낌의 퇴폐적인 눈빛
날카로움 속에 숨어 있는 자상함
기스난 바닥, 찢어진 그물이 걸려 있는 농구골대.
전체적으로 빈민가 느낌의 분위기가 가득한 어느 동네-
“어이!”
약간은 째지는 듯한 카랑거리는 목소리의 주인공, 장폴고티에 르말이 나를 불렀다.
“….네?! 저요?”
친구들과 새로 나온 게임카드를 뜯어야 하는 중요한 순간이었지만, 장폴고티에 르말의 기세에 눌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거기 공 좀”
형의 손 끝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바람 빠진 농구공이 질척하게 굴러가고 있다. 농구공은 원래 데굴데굴 굴러가야 하는 거 아닌가? 저렇게 바닥에 질척거리는 농구공 이라니… 저 형은 우리 집 보다 형편이 더 안 좋은가봐
“공!”
쭈뼛 거리는 내가 답답했던지 장폴고티에 르말이 다시 카랑거리는 목소리로 굵고 짧게 외쳤다. 운동장을 꿰뚫을 정도로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 무서워, 저 형 깡패 같아. 친구들도 겁 먹었는지 다들 카드게임을 멈추고 내 눈치를 보고 있다. 저 눈빛은… 너 안 움직이고 거기서 뭐하냐 라는 건가
“넵! 형!”
친구들아 조금만 기다려! 저 공 같지도 않은 공, 내가 공같이 던져주고 올게. 나는 헐레벌떡 뛰어가서 흙 바닥에 뒹구는 농구공을 집었고, 있는 힘껏- 장폴고티에 르말을 향해 던졌다.
후두둑…
그런데 농구공에 진흙이 잔뜩 묻었던 모양이다. 얼마나 더러운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세균이 찌든 진흙이 사정없이 내 얼굴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악…! 이게 뭐야…! 흐아앙…”
우리 엄마가 길에 떨어진 음식도 먹으면 안된다고 했는데… 음식이 아니라 발자국 가득한 진흙을 가득 씹고 있다. 나 이대로 죽는 걸까? 라는 생각이 가득한 그때, 그 깡패 같은 형이 갑자기 내게 뛰어오는게 아닌가!
너무 놀라서 숨도 못 쉬고 가만히 서 있는데, 그 형이 내 앞에서 물통을 꺼냈다.
“...헹구고 빨리 뱉어”
이 동네 물이 진짜 비싼데… 장폴고티에 르말은 아무렇지 않은 듯, 바람빠진 농구공을 코트 안에 던져 넣고 있다.
결론
장폴고티에 르말이 아시아 정서, 특히 한국 정서와는 조금 맞지 않는 묵직한 달콤함이 있다. 그렇지만 일명 ‘남자스킨’냄새가 하나도 없으면서, 통카빈,타바코 등으로 굉장히 깊고 스모키 하게 남성성을 묘사했다는 점은 아주 인상적이다.
어쨌든 초중반까지는 확실히 진한 느낌이 있으니, 팁을 드리자면 데이트 혹은 외출하기 몇시간 전에 미리 뿌려놓고 나가면 반응이 꽤 좋다. 아무래도 잔향의 부드러운 달콤함에서 자상함, 거침, 남성다움 이런 것 들이 복합적으로 묻어 있기 때문인 듯싶다.
어쨌든 장폴고티에 르말은 취향의 범주에 들어가는 향수로 구매하시기 전엔 꼭 시향을 해보시길!
장폴고티에 르말 요약
연령
20대 중반 ~ 무관
성별
남성적(섹시함, 퇴폐미, 남성다움, 까칠함)
계절
가을,겨울
지속력
★★★★★(5.0/5.0)
질감
담배를 태운 듯한 스모키한 질감의 바닐라와
가죽재킷의 빛바랜 느낌을 지닌 빈티지한 나무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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