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를 담은 리뷰
바이레도 모하비고스트
Byredo Mojave Ghost for women and 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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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beautiyminded.be>
오랜만의 바이레도 향수, 그 중에서 바이레도 모하비고스트를 들고 왔다. 사실 바이레도 향수 중에서 유명한 건 블랑쉬와 라튤립 이지만, 개인적으로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건 바이레도 모하비고스트다. 왜냐면 바이레도 블랑쉬랑, 라튤립은 다른 브랜드의 향수를 들이다 대며 ‘이런 면이 있어서 쓰기에 더 좋아요’ 라고 말할 수 있는게 있는데, 바이레도 모하비고스트는 딱히 다른 브랜드에서 대체하기가 힘든 자기만의 색깔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변 반응도 좋은 편이고. 물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그럼 14년에 런칭 된, 바이레도 모하비고스트의 향기는 어떨까?
바이레도 모하비고스트의 향기
탑 노트 ㅣ 암브레트, 네스베리(사포딜라)
미들 노트 ㅣ 매그놀리아, 샌달우드, 바이올렛
베이스 노트 ㅣ 시더우드, 프랑스 머스크, 바삭한 앰버
바이레도 모하비고스트 TOP/MIDDLE NOTE
『모과껍질 + 포도껍질 + 바이올렛 + 앰버 + 이슬』
바이레도 모하비고스트는 뿌리면- 모과 특유의 상큼함과 포도 껍질의 텁텁함이 섞인 진짜 묘한 향기가 난다. 약간 덜 여물은 새큼한 모과의 껍질을 도려낸 후, 그대로 입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찌릿함, 텁텁함, 상큼함, 덜 익은 달콤함’ 이런 느낌이 동시에 나는 향기다. 재밌는 건 이런 상큼한 과일 향이 나면서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플로럴’ 스럽다는 것이다. 뭐랄까… 소나기를 잔뜩 맞은 후, 미처 빗물을 다 털어내지 못한 바이올렛 꽃에서 날 것 같은 우아함, 슬픔, 청초함을 담은 꽃 향기가 난다. 전체적으로 이슬 같이 스며드는 촉촉함이라 물 비린내도 전혀 없다. 게다가 향기의 선이 뭔가 안개가 잔뜩 낀 신비로운 숲 속의 공기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느낌’ 같은 두리뭉실한 느낌으로 퍼지는 모습이 참 재밌다.
속된말로 하면, 니치향수란 이런걸까? 라는 생각이 드는 ㅋㅋㅋ 굉장히 신기한 밸런스를 보여준다.
바이레도 모하비고스트 MIDDLE/BASE NOTE
『매그놀리아 + 솜 + 이슬 + 톡 쏘는 시더우드 + 바이올렛』
시간이 지난 바이레도 모하비고스트는 매그놀리아(목련)꽃을 부욱- 찢은 듯한 향기가 나는데, 이 느낌이 마치 솜을 손으로 뜯은 것 같 단 착각이 드는 향기다. 초반에 나던 상큼한 과일 향기는 사라졌는데, 뭔가 코를 ‘툭툭’ 찌르고 도망가는 찌릿한 상큼함은 남아 있다. 아무런 맛도 안날 것 같던 예쁜 꽃 잎을, 입으로 와그작 씹어먹었더니 의외로 거기서 나오는 꽃 즙에서 어떤 예상치 못한 맛이 난다고 할까? 그리고 이 모든 플로럴 향기를 굉장히 단정한 나무 속살 향기와 푹신한 머스크 향기가 감싼다. 예를 들면, 빗물 먹은 나무를 반 갈라서, 그 안의 속살만으로 침대시트를 만든다. 그리고 그 시트 커버를 이슬 먹은 바이올렛으로 만들고 그 위에 누웠을 때- 날 것 같은 포근하면서도 새초롬한 꽃+나무+머스크 향기다.
바이레도 모하비고스트
집에 가는길
갑자기 바람이 분다
“어?!”
무의식적으로 걷던 거리. 이상한 낌새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본 하늘
“어??”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햇빛은 자취를 감췄고 반팔 입은 내 살갗에 살며시 닿는 서늘한 바람의 감촉.
“어어?!”
비가 올 것 같다. 아니, 비가 올 것임이 틀림 없다. 하필 우산도 없는 이런 날….! 홀딱 젖은 생쥐꼴이 되기 싫은 나는, 마음이 급해져서 두리번 거렸다. 다행히 저 멀리 보랏빛 꽃이 가득 피어 있는 정원이 보인다. 심지어 노란색의 열매가 달린 커다란 나무도 있다. 그런데 선뜻 저 쪽을 향해 뛰기엔 영 께름칙하다. 왜냐면 심히 거슬리는 이름의 나무간판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지
‘바이레도 모하비고스트’
귀신 나올 것 같은 저 이름은 뭐야? 사람의 접근을 막으려고 만든 이름이라면 참 박수를 쳐주고 싶다. 나란 사람, ‘손대지 마시오’ 라는 경고판이 있으면 일부러 더 만지는 성격이거든. 근데 바이레도 모하비고스트라니… 이건 삐딱선을 타기엔, 너무 무섭잖아?
후둑… 후두둑-! 쏴아아아아-!
그렇지만 신 께선 그런 내 모습이 즐거우셨는지, 곧바로 우렁찬 비를 하사하셨다. 고민할 틈도 없이 울면서 뛰어 들어간 바이레도 모하비고스트. 이 곳은…!
“뭐야, 이 좋은 냄새는”
생각보다 기분 좋은 상큼함이 가득했다. 게다가 사방에 가득 찬, 정말 예쁜 꽃들. 보라색, 하얀색, 분홍색의 꽃들이 파스텔 물감처럼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천국 같다. 은근히 나를 고혹하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 그때, 갑자기 내 눈에 어떤 과일이 눈에 들어왔다. 가지 끝에 간신히 매달려, 소나기를 그대로 맞으며 위태롭게 흔들리는 노란색 과일. 흙 바닥 보단 내 품이 나을거야, 라는 선량한 마음으로 손을 뻗은 찰나-
툭-
그 가엾은 것이 결국 떨어졌다. 아래로, 저 아래로. 그런데 그 열매가 떨어지는 곳에 굉장히 고혹적인 모습의 풍성한 연보라색 꽃이 보인다. ‘설마?’ 하는 마음이 들 때쯤, 그 예쁜 꽃이. 그 가엾은 열매를 품 안으로 받으며 특유의 향기를 뿜어 냈다.
톡 쏘면서도, 고혹적인 달콤함이 가득한 꽃 향.
결론
바이레도 모하비고스트는 조화로운 듯 하면서도 이질적이다. 톡- 쏘는 프루티한 달콤함과 풍성한 플로럴이 절묘하게 섞여 있다. 향기 나침반이 있다면 ‘플로럴이야? 프루티야?’ 라면서 빙글 빙글 돌 것 같은 느낌? 더 재밌는 건 향기가 진행될수록 머스크와 시더우드가 섞인 향기가 나는데, 이것 때문에 성정체성도 딱히 없다는 것이다. 뭔가 자연을 묘사한 것 같으면서도~ 사람의 성격이 묻어나오는데, 저런 점 때문에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별이 안되는 진짜 특이한 향기인 것 같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고혹적인 느낌이 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원하는 분들에게 바이레도 모하비고스트 추천
바이레도 모하비고스트 요약
[연령]
무관
[성별]
중성적(살짝 그늘진 느낌, 촉촉함, 고혹적인 매력)
[계절]
사계절
[지속력]
★★★★(4.0/5.0)
[질감]
톡- 쏘는 과일향기를 품은 보라색 꽃이
이슬을 머금고 고혹적인 눈빛으로 부드럽게 쳐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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