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향수/Chic

[남자향수] 불가리 블루 솔직 후기

366일 2013. 2. 17. 12:18

향수 : 불가리 블루(BVLGARI BLV)

 

접하게 된 계기

 

사실 난 이 향수를 산적이 없다.

하지만 집에 있다.

왜냐면 동생이 옛날에 자기 여친한테 선물 받았거든

 

각설하고, 이 향을 처음 맡게 된건 21살이었나 그때쯤 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때는 바야흐로 여름인지 가을인지 잘 기억이 안 난다만 학교 캠퍼스에서 친구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이때 나름 굉장히 멋을 잘 부리고 다니는 좀 안 친한 친구가 말을 건네왔다. 친구들과 나누던 이야기의 흐름이 끊긴 것 같아서 조금 짜증났지만 반갑게 인사했다.

 

그때였다.

 

낯선 남자의 향기가 나를 설레가 만든건

 

뭔가 젊으면서도, 점잖고, 멋있는 향기가 났다. 그때 그 친구가 검은색 빵모자, 마이, 구두를 신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기억나는 걸 보면 그 향이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었나 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몇 년 전, 동생이 여자친구에 선물 받았다며 불가리 블루를 들고 왔다.

 

첫 인상

 



향수 바틀의 모양은 별게 없는데 진한 파란색과 깨끗한 철제(?) 느낌의 뚜껑이 매우 잘 어울렸다. 왠지 성공한 30대 초반 남성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그런 바틀이다.

페라리 라이트 에센스의 바틀이 청량하고 깨끗한 느낌이었다면, 불가리 블루는 뭔가 우아하다. 우아하면서 도시적이고 전문직 스럽다. 써놓고 보니 비유가 너무 저질인데…… 그냥 느낌이 그랬다.

인터넷에 불가리 블루를 쳐봤다.

연관검색어 1위가 여자들이 좋아하는 향수이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향수라니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난 동생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며 열심히 내 손목에 펌핑을 했다.

 

 

향기

 

 

탑노트 : 카다몬, 은행잎, 쥬니퍼 베리

미들노트 : 갈랑가

베이스노트 : 노트샌달우드, 타바코 플라워, 그레이 틱

 

이 향수의 공식적인 향이다.

 

우선 초반에는 남성적인 특유의 싸한 알콜 냄새가 조금 난다. 하지만 향이 톡쏘거나 가볍지는 않다. 오히려 부드럽고 차분하게 깔리는 느낌이다. 확실한건 남자 냄새같다. 뭔가 교회오빠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향기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하고 싶은 대상이 뿌릴 것 같은 향기다. 보통 향수의 탑노트는 별로일 경우가 많은데, 이 향수는 느낌이 괜찮다.

시간이 지나면 특유의 알콜 냄새는 사라진다. 그리고 향의 자상함이 더욱 짙어진다. 색깔에 비유하면 파란색의 청량한 느낌은 아니고, 남색과 회색이 섞인듯한 남자다운 향기다. 성정체성을 남성으로 확고하게 유지하는 향인데도 불구하고 역겹지 않다. 역겹긴 커녕 어른스러우면서 포근하고 안기고 싶다. 이 향수를 뿌려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길가다가 한번쯤 맡아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주변반응

 

내가 이 향수를 뿌리고 다닐 때 이 향에 대해서 여타부타 말을 들은 적은 없다. 하지만 다른 향수를 뿌리고 다닐 때 이 향수에 대해서 많이 들었다.(?)

우선 확실한 건 이 향수는 생각보다 역사가 오래되었고 그만큼 많은 남성들이 사용했다. , 여성들에게 인정받은 향수인 것이다. 실제로 이 향이 나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없는 것 같다. 심지어 어떤 여성은 이 향수만 맡으면 뿅 간다는 말까지 하셨으니

하지만 이와 정 반대의 반응도 존재했다.

이 특이한 반응을 하는 여성무리는 불가리 블루를 혐오했다. 왜 그런가 알아보니 다들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이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이 향수만 뿌렸는데 나쁘게 헤어졌다. 그래서 이 향기만 맡으면 그놈이 생각난다.”

 

그렇다.

 

향수가 너무 검증되고 오랜시간 많은 남성들에게 사용되다 보니 이런 부작용이 생긴것이다.

남자 좀 만나봤다 하는 여성분들은 불가리 블루의 향기를 필수 관문처럼 통과하게 되고 그 향에 대한 추억이 각인 된다. 이때 추억이 좋으면 좋겠지만, 나쁘면 나쁜 향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 향수를 뿌리고 그 여성분들 앞에 나타난 적이 몇 번 있는데, 어떤 분은 불가리 블루인지도 모르는걸 보니 향이 싫은 것 같지는 않다.

확실한건, 거의 모든 여성이 좋아할 만한 향이다. 이 향이 싫다고 하시는 분은 내 추측상

향이 싫다기 보단 질렸다 거나, 얽힌 추억이 안 좋다거나, 남들이 많이 쓰니까 괜히 싫은 경우로 압축할 수 있겠다.

 

 

 

결론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 무난하게 사용 할 수 있을것 같다. 이 향을 싫어하는 여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실제로 남성들도 향이 좋다고 인식을 하게되는 밸런스 조절이 잘 된 향이다. 괜히 오랜시간 사랑을 받은게 아닌 것 같다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이미 너무 오랜시간 많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 향수에 자신만의 개성과 추억을 담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남자친구를 2번 이상 사귀어 본 여성이라면 거의 다 이향에 관한 어떤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음.... 상당히 대중적으로 통하고, 밸런스 조절이 잘 된 향이다. 향이 확실히 좋다.

하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싶다면 한번 쯤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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