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리뷰
록시땅 로즈에렌
L'occitane rose et reines Eau de Toilette
오랜만의 록시땅 향수! 록시땅 로즈에렌을 소개해드리려고 한다. 사실 향수추천을 하면서 워낙 많은 독자님들이 이 향수와의 즐거운 추억을 저에게 많이 소개해줘서, 퍼퓸그라피에도 진작에 들여오고 싶었지만.... 난 몇년 동안 블로그 하면서도 몰랐다.
록시땅 향수가 이렇게 구하기가 힘들줄... 거의 샤넬 향수 급으로 직영매장으로만 유통되는 시스템인 것 같다.
어쨌든 저런걸 다 떠나서, 이 향수를 포스팅 해야겠다고 생각한 큰 계기가 있었는데 한두달 전에 받았던 한 여대생의 사연이다.
굉장히 장문의 글이었는데, 약간만 소개를 해드리면 이렇다.
안녕하세요 육육님!
제가 평소 향기에 정말 민감하거든요. 그래서 향수란 향수는 다 맡아봤는데... (올리브영이요) 거의 마음에 들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폭풍검색으로 니치(?)향수란걸 알아냈는데 그건 가격대가 너무 비싸고...
“혹시 가격대 괜찮으면서, 좀 희소하고 은은한 향수 없을까요?”
어떤 향수를 찾으시는지 잘 알았으니~~ (그때에도 이 향수를 추천해줬었다)
록시땅 로즈에렌의 향기를 살펴보도록 하자
록시땅 로즈에렌의 향기
탑 노트 ㅣ 베르가못, 블랙커런트
미들 노트 ㅣ 그라스, 불가리안 로즈, 모로칸로즈, 터키쉬 로즈, 프로방스 리에 로즈, 라즈베리
베이스 노트 ㅣ 블랙베리, 시더우드, 머스크, 힐리오트로프
록시땅 로즈에렌 TOP/MIDDLE NOTE
『가장 예쁜 장미 세송이로 만든 작은 부케』
록시땅 로즈에렌의 첫 향기는 투명한 유리 화병에 예쁘게 꽂혀 있는 핑크색과 빨간색이 뒤섞인 장미 세 송이의 향기가 난다. 유리 화병에 물이 거의 줄어 있는 것을 보면 장미가 꽃을 피워내기 위해 굉장히 열심히 수분을 흡수했음을 알 수 있고, 그렇게 싱싱하고- 가장 아름다운 상태의 장미를 세 송이 혹은 다섯 송이 정도 꺼내서 작은 부케로 만든 것 같은 예쁜 향기다. 주인의 정성어린 손길에 잎사귀에 생채기 하나 나지 않고, 심지어 주인을 닮아서 옅게 화장한 것만 같은 여성스러운 향기까지 나는 착각마저 일으키는, 부드러운 손결 같은 작은 장미 부케 향기
록시땅 로즈에렌 MIDDLE/BASE NOTE
『존슨앤존스 질감이 섞인 장미에센스』
시간이 지난 록시땅 로즈에렌은 조금 더 핸드크림을 하얀 손가락 마디마디에 골고루 펴바른 것 같은 향기가 난다. 만약 존재한다면 성인용 존슨앤존스 분홍색 로션에 최고급 프로방스산 장미 추출 에센스를 넣고 나온 신제품도 이런 향기일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싱싱하고- 은은한 느낌의 예쁜 장미 향기가 존슨앤존스 베이비로션 마냥 뭔가 연한 크림형태로 흡수되어서 내 피부에 흡수되었을 때 날 것만 같은 향기다. 이 특유의 순하고 부드러운 질감 때문에, 록시땅 로즈에렌을 뿌린 여성에게 남자들은 그냥 ‘여자한테 날 법한 살 내음 + 샴푸냄새’ 정도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 속임수지만...
록시땅 로즈에렌
그녀에겐
날 듯 말듯한 향기가 나
록시땅 로즈에렌 에게선 항상 ‘날 듯 말 듯한’ 향기가 났다. 사실 ‘나는 듯 마는 듯한’ 이라는 애매한 상태에 ‘향기’라는 단어가 적당한가? 라고 반문해도 나는 별 수 없이 “정말 그런데” 라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록시땅 로즈에렌 에게는 정말 그런 향기가 났으니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라는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 친구에게, 나는 록시땅 로즈에렌의 은밀한 향기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함을 한탄해야 했다. 왜냐면
‘그녀의 향기는 구체화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은밀하게 피어 오르는 주체였기 때문이었다.’
더욱 재밌는 점은 록시땅 로즈에렌의 장미 향기는 우리 둘이 감정적으로 밀착되어 있는 거리에서 더 강렬해진 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그녀와 공적인 대화를 논하는 테이블 맞은편 거리에서는 건조함을 달래기 위한 수분크림 같은 잔잔한 느낌으로 퍼지다가, 사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숨결이 닿는 거리에 이르면- 그제서야 ‘뭐지 이 좋은 여자 향기는?’ 이라면서 확 고개를 들게 된다고 할까? 물론 고개를 들어보면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그렇지만 시선을 피하지는 않는 록시땅 로즈에렌의 얼굴이 보이곤 했다.
그제서야 한 템포 느리게 노곤한 말투로 “왜요….?”
라면서 하얀 목덜미를 보인채 거울을 찾는 록시땅 로즈에렌의 모습을 보면서, 뭔가 순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인 듯 하면서도 묘하게 여우를 보는 위화감이 들곤 했다. 그녀와 나 둘 사이를 감싸고 있는 은은한 장벽의 핸드크림 같은 장미 향기
“록시땅 로즈에렌은 정말 그런 향기가 나”
라고 다시 한번 친구에게 강조하며, 나는 쿨한척 자리를 떴다.
결론
얼핏 보면 화려하지 않고 청순하고 은은한 첫인상을 가졌는데, 이상하게 자꾸만 시선이 가는 장미 혹은 여자향기의 느낌을 살려보려고 상황극을 몇 번이나 뒤엎다가…
결국 평소와 다르게 난해한 문장과 딱딱한 단어를 나열해 놓은 상황극을 써버리고 말았다. ㅋㅋㅋ 록시땅 로즈에렌 타겟층이 10대-30대 정도가 적당할 것 같은데 글이 너무 어렵지 않을까 걱정된다.
어쨌든 ‘은은하고 좋은 향기’로 포지션을 잘 하면서, 자꾸만 시선을 돌리게 되는 여성스러움도 같이 겸비하고 있는 향수다. 실제로 평소 장미향기를 좋아하지 않다고 했던 여성 독자님들이 록시땅 로즈에렌은 한 통을 비워냈다며 향수추천 문의를 요청했던 글이 많았던 것을 보면, 여자들이 맡기에도 그렇게 큰 거북함은 없는 모양이다.
남자들은 물론 거의 모두가 호감을 표시할 것 같다.
여사친 말고, 여자친구 하고 싶어할 듯
록시땅 로즈에렌 요약
[연령대]
10대, 20대, 30대
[성별, 여성적]
부드러움, 순한 고집, 은밀한 여성미
[계절]
사계절
[지속력+확산력]
★★★★(4.0/5.0)
[비슷한 느낌의 향수]
로즈 드 끌로에 + 끌로에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 + 존스앤존스 베이비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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