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리뷰
구찌 블룸 아쿠아 디 피오리
GUCCI BLOOM ACQUA DI FIORI
이번엔 싱싱한 정원의 봄내음이 가득한 구찌 블룸 신상-! 구찌 블룸 아쿠아 디 피오리 라는 제품을 들고 왔다. 출시된지 1달도 안되어서 현재 영국에만 출시되어 있으며, 한국에는 제품 정보도 등록되어 있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귀한 녀석이다. 개인적으로 작년 11월에 출시된 구찌 블룸 향수가 워낙 인기가 많아서 그 후속작도 굉장히 궁금하던 찰나였는데 이렇게 신상이 딱…! 게다가 세계적인 천재 조향사 알베르토 모리야스(Alberto Morillas)님이 필두로 뛰시며, 프레쉬, 선샤인 등의 경쾌한 단어를 써가며 묘사를 하시니…
제발 향기가 좋았으면 좋겠다 라는 바람으로, 질렀던 향수다.
봄, 여름에 사용하기 좋을까?
과연~ 구찌 블룸 아쿠아 디 피오리는 어떤 향기가 날까?
구찌 블룸 아쿠아 디 피오리의 향기
탑 노트 ㅣ 갈바넘 잎, 블랙커런트
미들 노트 ㅣ 아로마 튜베로즈, 인디안 재스민, 허니써클
베이스 노트 ㅣ 머스크, 샌달우드
구찌 블룸 아쿠아 디 피오리 『 탑-미들 노트』
구찌 블룸 아쿠아 디 피오리의 첫 향기는 스프링쿨러가 한참 돌아간 뒤의 녹색 정원에 들어갔을 때 나는 촉촉한 향기가 난다. 게다가 스프링쿨러로 뿌린 물에는 레몬의 추출물이 들어 있어서 정원의 꽃잎에서는 알 수 없는 상쾌함이 하늘로 솟아 오르고…! 녹색정원에 쏟아지는 햇빛에 신나는 꽃들이 이리저리 만발을 했을 때 날 것 같은 플로럴 스러운 느낌도 난다. 물론 베이스에 깔려 있는 향조는 튜베로즈 특유의 뽀얀 질감인데, 기존의 구찌 블룸 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상쾌하고 촉촉하다.
구찌 블룸 아쿠아 디 피오리 『미들-베이스 노트』
시간이 지난 구찌 블룸 아쿠아 디 피오리는 녹색 정원의 주인이, 오전에 돌린 스프링쿨러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정말 30초 정도만 잠깐 더 돌린 것 같은 향기가 난다. 정원에 드넓게 펼쳐진 분무기의 물 알갱이들이 튜베로즈, 재스민, 허니써클 등의 푸른 줄기에 송공송골 맺혀가고- 만개한 꽃잎 위에도 물방울을 맺어갈 때…! 꽃들이 서로 어떤 향기를 내야 하나 눈치를 보고 있을 때, 볼일 다 본 주인장이 무심하게 돌아가려 하는데 꽃 들을 몸으로 이리저리 살짝 쓸었을 때 그제서야 튀어오를 것 같은 향기, 굉장히 촉촉하고 싱그럽고- 그러면서도 튜베로즈 특유의 향기가 베이스에 계속 깔려 있다. 시간이 많이 지나거나- 샤워 후 덧 뿌리게 되면 머스크 향조가 많이 올라오는 것 같다. (사람 피부의 온도, 체취, 땀나는 여부 따라 머스크 밸런스가 달라질 듯)
서늘한 무채색 느낌의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5분이면 돼요~!”
햇살이 쏟아지던 초여름, 녹색의 푸른 덩쿨이 건물 외벽을 잔뜩 둘러싸고 있는 멋진 건물 앞에서 구찌 블룸 아쿠아 디 피오리는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동의를 구했다.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하얀 끈이 야무지게 묵여 있던 컨버스를 신은 예쁜 두 발이 정신없이 사라졌다. 그러자 그녀가 사라진 빈 공간에 레몬이 뒤섞인 상큼한 풀 향기가 차기 시작했다. 나는 ‘좋은 샴푸를 쓰는가?’ 라는 호기심에 몇 발자국 걸어 그녀가 서 있던 공간에 들어갔고 내 머리 위로 서늘한 그늘 드리워졌다.
“시원하네”
건물 외벽을 꽉 채운 푸른 덩굴들이 주변에 있는 모든 햇빛을 흡수해주는 것 같았다. 차가운 건물 뒤에서 미적지근하게 늘어진 그늘이 아닌, 꽃을 피우기 위해 푸른 줄기들이 온 힘을 다해 빛을 흡수하는 곳에서 나는 촉촉한 그늘이었다.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이런 그늘에 앉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두런 두런 이야기 하고 싶은 공간
탁, 탁- 탁탁—
감상에 빠질 시간도 없이 구찌 블룸 아쿠아 디 피오리가 헐레벌떡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한 손에는 하얀색 종이컵을 – 다른 손에는 정원이 페인팅 되어 있는 예쁜 핸드폰을. 그렇게 숨을 헐떡이며 가까이에 서 있는 그녀의 손에 들린 종이컵에서 타닥타닥 거리는 탄산 기포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나 허겁지겁 뛰어왔던 걸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뻥 뚫리는 탄산소리
“설문조사 시간 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드릴 게 이것 밖에 없어서…”
“아…! 네, 감사합니다”
갓 개봉된 탄산음료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신선한 맛이 났다. 냉장고에서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은 새 음료를 찾다가, 커다란 페트를 보고서 잠시 고민을 하다 따서 가져왔을 모습이 순식간에 그려졌다. 아마 캔으로 된 작은 음료수가 없었겠지, 그렇다고 먹던 걸 줄 순 없고
“맛있네요, 이거 다 먹고 가면 되겠죠?”
그녀가 두 손을 모아서 아주 크게 고갯짓을 한다. 정말 감사하단 목소리로
“그럼요~ 천천히 드셔도 되요”
“그래요…?’
갑자기 소나기라도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대로는 왠지 그냥 아쉬워서
결론
구찌 블룸은 되게 하얗고 우아한 느낌의 화이트 플로럴 향조가 강했는데, 구찌 블룸 아쿠아 디 피오리는 정말로 ‘봄(혹은 여름)’을 겨냥한 깨끗함이 돋보인다. 노트를 구성하고 있는 수 많은 향료들 중 어느 누구도 혼자서 튀어나오지 않고 ‘워터리한 녹색 가든’ 이라는 하나의 키워드 안쪽에서 열심히 교향곡을 만들어간다.
향기 자체가 굉장히 상쾌하면서도- 굉장히 깔끔한 느낌의 여성미? (샤랄라가 아님)가 있기 때문에 데일리용으로 멋있게 쓰기 좋을 것 같다. 여성미를 어필하기 보다는 그냥 무심한 듯 시크하게- 데일리용으로 좋은 향기를 내뿜는 여자라고 할까? 자기만 알고 있는 좋은 향기 제품을 사용하는 느낌, 예쁘긴 예쁜데 색조가 들어간 아름다움이 아니라 뭐랄까... 오히려 색채를 빼면서 상큼하다는 어렴풋한 자취만 잔잔하게 남기는 느낌이다.
서양권에서도 인기가 많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분명히 한국에서는 굉장히 선호하는 깔끔한 향기 구성인 것 같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봄, 여름에는 항상 언급되는 향수 중 하나가 될 듯
구찌 블룸 아쿠아 디 피오리 요약
[판매처/정가]
한국미수입 / 12~13만원대
[연령대]
20대 ~ 50대
[성별, 중성적]
미술전공, 놈코어룩, 화장기 없는, 담백한
[계절]
봄, 여름
[지속력]
★★★(3.0/5.0)
[비슷한 느낌의 향수]
바이레도 인플로레센스 + 조말론 바질앤네롤리
톰포드 네롤리 포르토피노 + 마크제이콥스 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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