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리뷰
메종 마르지엘라 레플리카 ‘플라워 마켓’
Maison Margiela Paris REPLICA Flower Market
이번엔 거의 블로그 독자님들만 알 수 있는 숨겨진 향수, 메종 마르지엘라 레플리카 플라워 마켓이라는 향수를 들고 왔다. 이건 진짜 한국에서 아는 사람 거의 없는 완전 희소성 높은 향수일 것이라 가슴을 탕탕 친다. 왜냐면 한국에 수입도 안되면서, 외국에서도 일부 프리스티지 매장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기 때문
개인적으로 이 향수를 알게 된 3년 전에는, 긴 이름 외우는게 너무 힘들었던 기억 탓에… 조금 더 정확한 풀 네임을 말씀 드리면
메종 마르지엘라 – 브랜드
레플리카 – 시리즈
플라워 마켓 – 이름
메종 마르지엘라 레플리카 플라워 마켓 이라는 향수다. 참고로 향수 스프레이 분사구 디자인이 정말로 독특한데, 블로그 6년 하면서 이런 분사구 디자인은 처음 봐서 실물을 영접하며 너무 즐거웠다. 곳곳의 디테일이 너무 예쁘다.
다시 돌아와서, 3년 전- 향수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던 매니아 동생이 있었는데, 향수를 저렇게 많이 모으는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향수는 뭘까, 궁금해서 이렇게 물어봤었다.
“뭐 뿌리고 나갔을 때 반응이 제일 좋아?”
그때 동생이 거침없이 탁탁탁 집어 준 향수가 있었는데, 메종 마르지엘라 플라워 마켓이 그 주인공 중 하나다.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점 때문에 이 향수를 더 아끼는 것 같기도 했다. 특히 남자들 반응이 그렇게 좋다나…? 자기만 쓸거라고, 소문내지 말라며 ㅋㅋ
메종 마르지엘라 플라워 마켓의 향기는 어떨까?
메종 마르지엘라 레플리카 ‘플라워 마켓’의 향기
탑 노트 ㅣ 짓이긴 잎 어코드(Crushed leaves accord), 프리지아
미들 노트 ㅣ 인도 재스민 삼박, 이집트 재스민, 튜베로즈, 그라스 로즈
베이스 노트 ㅣ 복숭아, 시더우드, 오크모드
메종 마르지엘라 레플리카 ‘플라워 마켓’ 의 탑-미들 노트
『물을 막 주고 있던 예쁜 화원에서 나는 장미, 쟈스민, 튜베로즈 향기』
메종 마르지엘라 플라워 마켓의 첫 향기는 되게 예쁜 화원에 들어가서, 거기서 가장 예쁘게 피어 있는 종류가 다른 장미와 프리지아를 잔뜩 따다가- 나무 테이블 위에 쫙 펼쳐서 올려 놓은 것 같은 향기가 난다. 아직도 자기가 살아있는 줄 알고 있는 싱싱한 부케의 꽃 향기와 줄기, 잎사귀 등이 테이블 위에서 ‘뭐야뭐야뭐야’ 라고 외치는 것 같다. 싱그러움이 가득해서 그 옆으로 촉촉함이 새어나오는 여리여리한 향기다. 보기만해도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에 바로 올려버리고 싶을 정도로 형형색색 예쁘게 피어 있는 꽃들의 잔해(?), 게다가 어디서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벌이 한번 다가왔다가 갈 것 같은 느낌의 생화에서 날 법한 달콤함도 스물스물하게 섞여 있다. 제일 중요한 점은 이 꽃들을 둘러싸고 있는 푸릇하고 싱그러운 짓이겨진 푸른 잎사귀들의 싱싱함이다. 비 맞고 온 잎사귀들을 널어놓은 것 같다.
메종 마르지엘라 레플리카’ 플라워 마켓 미들-베이스 노트
『그린 로즈 부케 라는 꽃이 있다면, 그 꽃에 물을 줄때 날 것 같은 향기』
시간이 지난 메종 마르지엘라 플라워 마켓은 이슬을 머금은 하얀 재스민 꽃 잎이, 약간 잔해 같은 느낌으로 짓이겨진 상태로 나무 테이블 위에 있는 것 같은 향기가 난다. 뭔가 ‘그린 로즈’ 라는 단어의 뉘앙스가 잘 어울리는 싱그럽고 촉촉한 향기, 재스민 향기가 위로 솟구쳐 오르지만 그 아래에는 장미와 줄기가 얇게 깔려서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느낌이다. 예쁜 화원 혹은 공방에 가서 ‘그린 로즈 부케’ 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작품에 다가가서, 거기다가 물을 조심스럽게 주면 딱 이런 향기가 날 것 같다. 촉촉한 듯 하면서도 되게 화사한 복합적인 꽃 향기가 은은하게 아래부터 올라오는 느낌
주르륵- 주르륵-
비가 내린다
“봄비가 주륵, 주르륵- 내리는 것 봐~”
마을버스 뒷자리에 앉아 멍 때리다가, 창밖으로 부슬부슬 떨어지는 봄비를 보니까 괜히 네가 예전에 했던 말이 생각났다. 헤어진 연인을 생각하는 것만큼 궁상맞은 게 없다지만
주르륵- 주르륵-
이렇게 그날의 봄비가 떨어질 때면 자꾸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가만 보자… 그때 메종 마르지엘라 플라워 마켓한테 내가 뭐라고 말을 했더라? 귀 깊숙이 꽂아 넣은 이어폰으로 나오는 음악을 흘려 들으며, 다시 한번 그날을 떠올려본다.
“와… 봄비, 주르륵? 나 이런 표현 쓰는 사람 처음 봐, 소설속에서나 나올 법한 표현인데”
“정말? 난 함축적인 느낌이 좋아서 자주 쓰는데, 헤헹”
그러면서 그녀는 내가 들고 있는 우산 안으로 더 깊숙이 파고 들어왔다. 팔짱을 예쁘게 끼고, 신나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는 메종 마르지엘라 플라워 마켓의 모습이 정말 꽃 같았다. 무성한 덩굴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봄비를 구경하려 고개를 이리 저리 흔드는 예쁜 꽃
“우와… 비 냄새…! 오빠, 지금 비에 젖어가는 꽃 냄새 맡아져?”
‘….비에 젖어 가는?’ 나는 다시 한번 표현방식이 참 신기하다 라고 생각하며 코를 열심히 킁킁거렸다. 하지만 둔해 빠진 내 코로는 그냥 옆에 바짝 팔짱을 끼고 걷는 너의 향기 밖에 느껴지지 않는걸?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어 얼굴을 쳐들고 호흡을 해보니, 그제서야 촉촉한 수분감 정도는 느껴졌지만, 그냥 그게 다였다.
“음…. 나는 것도 같다, 아니, 확실히 느껴진다”
“….진짜 거짓말 못한다. 어떻게 그렇게 얼굴에 티가 날까?”
그런 어리숙한 내 모습이 더 좋다는 듯, 메종 마르지엘라 플라워 마켓은 잠깐 까치발을 들어서 내 볼에 가볍게 뽀뽀한 후, 다시 앞으로 신나게 걷다가 우산 밖으로 나가 비를 맞더니 “이크” 라고 외치더니 잽싸게 돌아온다. 그래, 확실히 비에 젖어가는 꽃 냄새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내 뺨에 남아 있는 너의 온기는 확실히 느껴지는 것 같다.
“못 맡는 거 티 많이 나?”
“에이 괜찮아, 아무렴 어때? 그래도 나중에 봄비만 보면 오늘의 하루가 그대로 기억날 걸?”
그리곤 메종 마르지엘라 플라워 마켓은 가느다란 손가락을 길게 뻗어, 우리 옆으로 예쁘게 줄지어 있는 꽃 덩굴들을 가리켰다. 다시 나를 향해 몸을 돌리며, 우산 속에서 영원히 함께 하자는 듯한 눈웃음을 지으면서 말이지
….
끼익, 치이익-
버스가 멈춰 섰지만, 나는 아직도 ‘그 날의 봄비’를 보고 있었다.
결론
생각보다 향기가 막 창의적이다 라는 느낌은 아니었다. 어느정도 연상을 해볼 수 있는 느낌의 향기라고 할까? 그런데 이 뉘앙스가 정말 미묘한 것이 뭐랄까… 짧게 묘사하면 이렇다.
봄비가 내리는 귀갓길의 흔한 풍경, 너무 익숙해져 있던 광경이었지만-
마침 오늘은 너무 센치한 기분, 괜히 안가던 길로 가보고- 옆에 피어 있는 덩굴에도 가까이 다가가 봤는데 이게 왠걸? 왠만한 화원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정체모를 예쁠 꽃이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것을 보며, 내가 여태 이런 걸 못 보고 살았다니 라며 놀라는 감정
뭔가 이런 느낌의 향수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화사할것만 같았는데 되게 담백한?
그렇다고 담백하다고 놓기에는 잘 꾸며진?
하지만 향수 매니아던 친구가 3년 전, 실질적으로 사람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향수 베스트로 꼽았던 제품중 하나이기도 하니까,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무엇보다 한 사람에게 좋은 추억을 남기는 힘이 있는 향수라면,
비로서 조향이 완벽해진 상태인 것 같으니까
메종 마르지엘라 레플리카 플라워 마켓 요약
[판매처/정가]
국내없음 / 15~18만원대
[연령대]
20대 ~ 30대
[성별, 여성적]
처음이 진한 사람,
자취가 아련한 사람
[계절]
사계절
[지속력]
★★★☆(3.5/5.0)
[비슷한 느낌의 향수]
아닉구딸 쁘띠쉐리 + 조말론 피오니
돌체앤가바나 로사 + 돌체앤가바나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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