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리뷰
딥디크 올렌느
Diptyque Olene for women
저녁 퇴근길 선선한 공기가 피부에 닿을 때마다 ‘이젠 정말 옷 입기 좋은 날씨!’ 라는 생각이 가득해진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에 관심도 없던 옷 가게들이 눈에 들어오고…! 이 가을과 더 어울리는 차분하고 멋진 향수를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것 같다. 바야흐로 향수의 계절
이번에는 선선한 날에 뿌리면 정말 폭풍 피드백 받을 수 있는 딥디크 올렌느 라는 제품을 들고 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딥디크 베스트셀러 제품군에 포함된 향수는 아닌데, 딥디크의 베스트 셀러 제품이 독하다거나 답답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의외로 많이 선택하는 향수다. (개인적으로 잘 몰랐는데 향수추천 해드리다가 알게 된 사실…)
딥디크의 향수가 다 독하다는 분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독자님들의 안목은 정말 탁월한 것 같다.
소리소문 없이- 소문나고 있는 딥디크 올렌느의 향기는 어떨까?
(단종이라는 설도 있던데 이건 확실하지가 않네요)
딥디크 올렌느의 향기
탑 노트 ㅣ 수선화, 허니써클
미들 노트 ㅣ 위스테리아(등나무), 재스민
베이스 노트 ㅣ 그린노트 어코드, 화이트 플라워 어코드
딥디크 올렌느 탑-미들 노트
『얇은 실크 같은 풍성하고 그윽한 화이트 플라워』
딥디크 올렌느의 첫 향기는 두 손 가득 수선화와 등나무 꽃을 풍성하게 올려 놓고 얼굴을 그대로 박았을 때 느낄 법한 향기가 난다. 각각 꽃들마다 피는 계절이 있을텐데, 가장 절정의 순간에 아주 화려하게 만개한 수선화 꽃을 한 움큼 따서 만끽하는 느낌마저 든다. 그렇다고 생화의 향기라고 하기엔 엄청 부드러운 하얀색 실크를 그 위로 통째로 덮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만개한 등나무 아래에서 날 것 같은 풍성하고 예쁜 꽃 향기이지만, 그 향기의 온도라던지 밀도감은 오히려 실크 블라우스 자락에 더 가까운 느낌? 그래서 그런지 향기가 전체적으로 되게 우아하면서도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면도 있는 것 같다.
딥디크 올렌느 미들-베이스 노트
『바람에 떨어지는 수선화 꽃과 풀잎』
시간이 지난 딥디크 올렌느은 확실히 허니써클 특유의 따뜻한 달콤함이 조금 더 올라온다. 초반에는 우유 위에 띄워 놓은 수선화, 등나무 꽃잎의 향기였다면- 지금은 선선한 바람이 계속 불면서 만개한 등나무 가지를 이리저리 만져주면서 가는 듯한 선선함이 강하다. 딱 가을바람의 선선함이 생각나는 그 온도에- 만개한 꽃들이 ‘이젠 안녕’ 이라면서 몇 개씩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하는 장면이 딱 생각난다. 마치 대중가요에서 가장 고음을 지르는 절정이 지나고, 천천히 음이 하강하면서 ‘이제 노래가 끝나가는구나’ 라는 뉘앙스와 닮아 있는 우아하고 차분하고 고혹적인 꽃 향기다. 재밌는 점은 향기가 마무리되는 포근한 질감에 ‘머스크’ 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정말 순수하게 만개한 하얀색 꽃 잎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유사하게 연출해 놓은 조향이다.
딥디크 올렌느
5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넌 그대로였다
“여기예요!”
길게 그어져 있는 횡단보도의 맞은편에서 네가 두 손을 번쩍 들어 손을 흔들어 보였다. 힘찬 네 손짓을 따라서 스커트 자락이 만개한 꽃잎처럼 펼쳐졌다 접어들었다. 내리쬐는 햇빛 아래서 핸드폰만 쳐다보던 사람들도 흘깃- 그녀의 아름다움에 눈을 떼지 못했다.
“신호 금방 바뀌니까, 잠깐만 기다려요! 늦어서 미…”
좋아 죽겠다는 듯 방방 뛰는 딥디크 올렌느를 말리기 위해 나는 허겁지겁 손가락을 입에 올려 ‘쉬!’ 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녀의 맑고 짙은 눈동자가 가만히 나를 응시했다. 얼굴이 손톱처럼 보이는 아주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내 앞으로 바로 다가와 응시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눈이 마주친 딥디크 올렌느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는 듯 작은 새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우루루-
좁은 횡단보도 위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녀는 혼잡함의 틈에서 나무처럼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어느정도 혼잡함이 가시고 나서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등 뒤로 하얀 꽃들이 햇빛에 반짝거렸다.
그렇게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보고싶었어요”
그녀가 하얀 손을 길게 내밀며 말했다.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청초했지만 심장을 탁 치는 강렬함에 나는 잠시 숨을 깊게 삼켰다.
“안보고 싶었나보네?”
순식간에 나를 코너 끝까지 물어 붙이며 그녀는 장난스럽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커다란 눈동자 뒤로 하얀 구름이 흘러 간다. 나도 모르게 홀리듯 눈동자 그 너머를 보려고 고개를 기울이자 한껏 상기된 내 얼굴이 보였다. 마음을 들킨 것 같은 당혹감에 나도 모르게 참았던 숨을 터트렸다. 서늘한 가을 바람 향기가 천천히 스며 들어온다.
흩날리는 그녀의 머리에서
달콤한 아카시아 꽃 향기가 났다.
결론
사실 꽃 냄새라는 게 참 어렵다. 개개인이 기억하는 꽃 향기가 천차만별에 뭉뚱 그러져 있고, 심지어 정확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딥디크 올렌느에서 나는 하얗고 풍성한 꽃 향기는 확실히 길을 가다가 어디선가 맡은 느낌이 있는 모양이다. 삼청동 한적한 거리를 다니다가 불어오는 바람에 나는 진한 꽃 향기 같은 느낌? 그래서 그런지 딥디크 올렌느에서 나는 꽃의 정확한 이름은 사람들이 많이 틀리는데, 공통적으로 각자 기억하는 진하고 편한 꽃 향기를 말하는 경우가 되게 많았다. 많이 들었던 것이 라일락, 아카시아 등
그래서 그런지 주변반응이 의외로 굉장히 좋은 편에 속하는 향수다.
물론 사용자의 주관적 경험에 따라서 향기의 독함에 대한 강도는 꽤 차이가 있다. 어떤 분들은 등나무 꽃 내음을 기분 좋게 인식할 것 같고, 반대로 어떤 분들은 잔향의 그린노트를 청순하다고 느낄 것 같은데, 또 어떤 분들은 얇은 실크 같은 질감을 독하거나 진하다고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주변 반응이 좋다.
딥디크 올렌느 요약
[판매처/정가]
딥디크 매장 / 13.5 – 17.5
[연령대]
20대 초중반 – 40대 중반
[성별, 여성적]
여유로운, 그 여유로움으로 유혹하는
다채로운 모습을 지님
단아한 인상, 의외로 재기발랄
[계절]
봄, 가을, 겨울
[지속력]
★★★★(4.0/5.0)
[비슷한 느낌의 향수]
딥디크 도손 + 크리드 플러리시모
네이버 이웃추가해서 새글 편하게 알림받기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fr_366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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