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리뷰
쥬시꾸뛰르 위
Juicy Couture OUI
향수 꼬꼬마 시절에 백화점 매장에서 쥬시꾸뛰르 향수는 특히나 헷갈렸던 기억이 난다. 보통 랑방 향수 같은 경우는 바틀 디자인이 달라서 기억하기가 쉬웠는데, 쥬시꾸뛰르는 내가 보기에는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모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명히 백화점에서 시향했을 때 내 기억속의 향수를 친구에게 선물하면, 이상하게 전혀 쌩뚱맞은 향기일 때도 많았다.
음… 어쨌든 쥬시꾸뛰르 향수는 전체적으로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달콤한 과즙향기로 시작하는 경향이 있고 통통 튀는 상큼함을 돋보이는 연출을 많이 해준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 여성 사용자분들의 호불호가 조금씩 나뉘기도 하는데, 작년 가을에 새롭게 출시된 쥬시꾸뛰르 위는 ‘우리는 이제 달라지겠어!’ 라는 뉘앙스를 살짝 풍기며 마치 끌로에 같은 밸런스를 내줘서 인기가 많다고 하길래 준비했다.
쥬시꾸뛰르 위의 향기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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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시꾸뛰르 위의 향기
탑 노트 ㅣ 워터멜론, 레몬, 아사이티,
미들 노트 ㅣ 튜베로즈, 재스민, 배
베이스 노트 ㅣ 우디어코드, 머스크, 앰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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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시꾸뛰르 위 탑-미들 노트
『달달한 재스민과 레몬을 수박화채 속에 풍덩』
쥬시꾸뛰르 위의 첫 향기는 설탕을 살짝 버무린 재스민 꽃잎을 수박 화채 안에 넣고 푹 재워 놓은 것 같은 향기가 난다. 재스민에 수박 화채의 상큼함이 스며들었을 때쯤 냉장고에서 체리와 사과 레몬등의 과일을 꺼내 보기 좋고 썰은 후, 달콤한 재스민 꽃 잎을 쌈을 사서 포크로 꼭 찍어 먹는 듯한 아삭하고 달콤한 향기에 가깝다. 그런데 달콤함의 정도도 설탕이 가볍게 스며든 느낌이고, 오히려 플로럴과 우디향조가 은근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과일향기의 명확함 보다는 복합적으로 은은하고, 산뜻하고 달콤한 여성스러운 향기인데- 전체적인 색감이 프루티함.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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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시꾸뛰르 위 미들-베이스 노트
『튼튼한 메이크업하고 외출 후, 늦은 오후 집에 들어왔을때의 잔향』
시간이 지난 쥬시꾸뛰르 위는 초반의 과즙 향기가 상당부분 사라지고 그 대신 끌로에 향수처럼 살내음이 연상되는 부드럽고 포근한 재스민 + 우디어코드의 향기로 변한다. 배의 아삭함이 살짝 남아 있는 재스민 류의 플로럴 향조를 아주 얇고 고운 실키한 질감의 살색 스카프로 가볍게 감싸쥐었을 때 그 사이로 천천히 스며들듯이 부드럽게 퍼지는 향기. 그래서 그런지 오전에 화장을 예쁘게 한 후, 약간 늦은 오후 수정메이크업 없이 집에 들어왔을 때의 자취가 연상되는 딱 그 정도의 밸런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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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시꾸뛰르 위
상황극
‘사랑이란 걸 할 수 있을까?’
서른이 넘어가면서부터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어려워졌다. 이십대에는 단 한가지 이유로도 그 사람이 좋았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단 한가지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이 확 식어버리곤 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훨씬 더 풍족한 연애가 되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계속 빈곤 해져만 가는 삼십대
쥬시꾸뛰르 위를 만나기 전에는 그런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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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남는데 우리 조금만 걸을까?”
세 달 정도 사귄 여자친구와 제주도 여행 마지막 날. 시간 착오로 렌터카를 빨리 반납해버려서 비행기 탑승까지 시간이 꽤 붕 떠버린 상황. 나는 쥬시꾸뛰르 위에게 이왕 이렇게 된거 공항까지 조금 걷다가 중간에 택시를 타자고 말했고, 여자친구는 좋은 생각이라며 세상 달콤하게 웃었다. 과즙 같은 애교가 철철 흐르면서도 묘한 시크함까지 묻어 있는, 그러니까 오직 나만이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표정에 어깨가 절로 으쓱해졌다. 나는 신이 나서 "걷자!" 라고 말하며 힘차게 먼저 나아갔지만, 그 판단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짓이라는 것을 깨닫는건 얼마 걸리지 않았다.
“맙소사… 택시가 하나도 안다니네, 어떡하지? 목적지까지 두시간 넘게 걸어야 된다는데”
오죽 시골길이었으면 지나가던 차가 우리 커플을 보면서 “여기 차 없어요. 타세요!” 라며 히치하이킹까지 해주려고 했을까. 나는 온 몸이 뜨거워질 정도로 미칠 것 같은 미안함에 여자친구를 바라 봤는데, 쥬시꾸뛰르 위는 그런 나를 슬쩍 보더니 아무렴 어떠냐는 듯 더 신나고 파워풀하게 걸었다.
뭐랄까... 그 순간의 나에게는 무한한 용기를 주는 제스쳐 였던 것 같다. 나도 이에 질세라 배낭에서 남은 맥주를 꺼내며 외쳤다.
“러브샷?”
그렇게 우리는 차만 씽씽 다니는 도로에서 두 시간이 넘게 동영상까지 찍어가며 즐겁게 걸어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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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의 그때였던 것 같아”
쥬시꾸뛰르 위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천천히 그 동안 아껴왔던 말을 꺼냈다.
“평생 함께 하고 싶은 여자를 찾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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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그 동안의 쥬시꾸뛰르 향수와 조금 궤도를 달리하는 향수인 것 같다. 뭔가 한층 더 성숙한 듯 하면서도 미팅자리에서도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게끔 모던하고 담백하게 나온 것 같기도 하다. 초반에 나는 프루티한 달콤함이 시간이 지나면서 담백한 플로럴-우디 어코드로 바뀌면서 끌로에와 같은 우아함으로 변하는 것이 놀랍다. (물론 끌로에 자체와는 향기차이가 많이 난다)
쥬시꾸뛰르 위는 전체적으로 달콤함도 그렇게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밸런스 자체가 딱히 호불호 갈리지 않는 것 같아서 초보자 분들도 사용하기 좋을 것 같고, 어느정도 달콤한 향수를 찾지만 또 너무 달콤한 향수는 싫은 분들에게는 특히 권해드리고 싶은 향수인 것 같다. 왜 나이가 조금 먹어서 너무 쌩장미나 화이트플로럴 계열만 쓰다가 가끔은 달콤하고 기분 좋은 향기를 찾고싶을때, 그럴때 쓰면 딱 좋을 것 같은 향수다.
쥬시꾸뛰르 위에 관련된 블로거 분들의 포스팅을 보면 반응이 크게 2가지로 나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게 향수를 주력으로 맡은 시간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여기서 ‘상큼, 발랄’의 키워드가 들어갔으면 초반 향기를 중점적으로 묘사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고, ‘우디, 당당한’ 이런 키워드로 작성되었다면 잔향의 느낌을 묘사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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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시꾸뛰르 위 요약
[판매처/정가]
백화점 / 매장
30ml 74,000
50ml 96,000
100ml 124,000
[연령대]
20대 초반 ~ 30대 초반
[성별, 여성]
술 좋아하는데 몸이 안따라줘서 술 못먹음
되게 꼼꼼한것 같은데 은근히 허당
사교성 좋음
[계절]
사계절
[지속력]
★★★☆(3.5/5.0)
[비슷한 느낌의 향수]
끌로에 + 쥬시꾸뛰르
네이버 이웃추가해서 새글 편하게 알림받기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fr_366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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