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펜할리곤스 앤디미온(Endymion Penhaligon`s for men)
소개
영국 왕실에서도 사용한다는 펜할리곤스의 향수들, 그 중에서 펜할리곤스 앤디미온은 가장 유명한 향수 중 하나이다. 실제로 보그라는 잡지에서 여성이 가장 원하는 향기 1위로 뽑힌 적도 있다고 하니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사실 저게 뻥이 아닌 것 같은게 펜할리곤스의 여러 향수들을 맡아보신 여성분들은 대개 앤디미온이 제일 좋은 것 같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뜨곤 한다.
우선 공식 사이트 설명에 따르면 남성을 위한 오리엔탈 스파이시 향수라고 한다. 이 말은 즉, 고전적인 남성의 향기에 시원하고 알싸한 느낌을 섞은 약간 전통적인 남자향수를 표방하려고 노력했다는 소리이다. 정식 런칭 년도는 2003년으로 지금까지 소개해드렸던 유명한 다른 니치 향수들 보다는 꽤 신상인(?) 향수다.
그럼 펜할리곤스 앤디미온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탑 노트 : 만다린 오렌지, 베르가못, 라벤더, 세이지 미들 노트 : 제라늄, 커피 베이스 노트 : 가죽, 머스크, Myrhh, 넛맥, 베티버, 블랙 페퍼, 카다몽, 샌단우드, 향, 유향 |
펜할리곤스 앤디미온의 첫 향은 생각보다 좀 명확하다. 굉장히 진하고 부드럽고 달콤한 커피 향이다. 막 로스팅한 원두로 바로 뽑아낸 것 같은 진한느낌이 있다. 그렇지만 진한 커피에서 느껴지는 쓴 맛은 전혀 나지 않는다. 굉장히 부드럽고 달콤하다. 달달함에도 종류가 많으니까 좀 더 정확히 예를 들어보면 천연 재료의 꿀이 들어간 느낌이라고 할까? 달달한 느낌이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커피로 조금 예를 들어보면 캬라멜 마끼야도가 생각이 난다. 왜냐하면 순수한 원두커피 혹은 아메리카노라고 말하기엔 좀 이것저것 재료가 많이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카페모카라고 하기에는 그 특유의 텁텁함과 쓴 맛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나마 비슷한 걸로 캬라멜 마끼야또를 찾았는데… 이게 또 캬라멜 마끼야또가 아니다. 캬라멜 마끼야또는 정말 캬라멜 맛이 나면서 굉장히 달고, 그리고 입안을 가득 채우는 미묘한 텁텁함이 있고, 끈적끈적한 느낌이 있지 않은가? 펜할리곤스 앤디미온은 좀 진하게 우려낸 커피에 우유와 캬라멜 혹은 천연의 꿀을 적당히 넣고 나온 느낌이다. 커피 위에 거품이 올라간 것 같은 느낌 보다는 정말 순수한 액체 상태의 느낌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깊고 진하고 우려 나온 듯한 느낌이 있다.
펜할리곤스 앤디미온의 향기를 따듯함과 차가움으로 나눠보면 따뜻함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시원한 향과 차갑고 쿨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당연히 성격에 비유를 하면 자상하고 배려심 있고 따듯한 남성이 생각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커피 향이 나도 모르게 조금씩 증발해서 사라지는데 여기서 조금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보통 향수들이 탑 노트, 미들 노트의 주춧돌 같은 향기가 사라지면 그 빈 자리를 치고 들어오는 향기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펜할리곤스 앤디미온은 주춧돌인 커피향이 사라지면서 그 빈자리를 치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커피 향의 세력에 억눌려 있던 밑바닥의 향들이 조금씩 드러나는 느낌이다. 왜 문화상품권을 보면 동전으로 박박 긁어야 하지 않는가? 젤 위에 동전으로 긁어야 되는 부분이 위에서 설명한 커피향이고, 동전으로 긁고 난 후 드러나는 숫자가 펜할리곤스 앤디미온의 잔향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각설하고, 기존의 커피 향이 사라지면 밑에 숨어있던 미들~베이스 노트의 향기가 드러나는데 여기서의 향이 또 약간 의외이면서 신기하다. 약간 고전적인 남자냄새가 난다. 보통 이게 많이 쎄지면 목욕탕의 남자스킨 냄새 혹은 아빠냄새라고 불리곤 하는데 바로 그것과 비슷한 느낌의 향기가 난다. 물론 강도는 훨씬 약하고 은은하고 부드럽지만 그래도 굉장히 부드러운 커피향에서 이 정도로 남자냄새가 난다는게 좀 의외인 것 같다. 그리고 신기한 점이 있는데 남자냄새가 워낙 잔잔하게 나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다가 맡으면 이게 느껴지는데, 계속 코를 대고 킁킁대면 다시 커피냄새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 이 잔잔한 남자냄새가 더 흐릿해지고 부드러워지면서 향을 마무리 짓는다.
펜할리곤스 앤디미온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한 겨울 산 속에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집
그 작은 집 안에서 펜할리곤스 앤디미온과 그의 여자친구가 조그마한 화롯불을 쬐고 있다. 둘 다 모포 비슷한걸 뒤집어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추운 모양이다. 집 안 내부를 둘러보니 주변은 온통 컴컴한데 화롯불로 인해서 반짝거리며 흔들리는 불빛만이 둘을 비춰주고 있다.
다시 깜빡 거리는 불빛을 따라서 펜할리곤스 앤디미온의 얼굴을 따라가자 그의 수려한 외모가 보인다. 똑 떨어진 콧날에 부드럽게 내려오는 턱선까지 정말 깔끔하고 단정하게 생겼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그의 눈을 보니 온통 화롯불의 불을 살리고 지키는데 집중하는 것 같다.
타닥타닥-
화롯불이 타는 소리가 들리고 이윽고 여자가 입을 연다.
“오빠… 나 추워…”
“…추워?”
펜할리곤스 앤디미온은 잠시 생각하더니 자기가 두르고 있던 털목도리를 풀어서 그의 여자친구에게 말없이 매주고 다시 화롯불을 지키기 시작한다. 사실 목도리 하나만으로 얼마나 따뜻해졌겠냐만 그녀는 나름 만족한 모양이다. 그녀의 눈빛을 자세히 살펴보니 근심과 믿음이 동시에 존재한다. 현재 산 속에 이렇게 고립된 상황에 공포감을 느끼지만 펜할리곤스 앤디미온을 상당히 의지하며 믿고 있는 것 같다. 평상시에 펜할리곤스 앤디미온이 그녀를 어떻게 사랑해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결론
펜할리곤스 앤디미온의 장점은 누구나 좋아할 만한 부드러운 향기라는 것이고
펜할리곤스 앤디미온의 단점도 누구나 좋아할 만한 부드러운 향기라고 말하고 싶다.
무슨 말인가 하면 향이 좀 어디선가 맡아본 듯한 느낌이 있지만, 정말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게끔 좋은 향을 골라서 밸런스 조절을 잘 해놓은 것 같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대중성이 100점 만점인 대신에 개성이 70점 정도라고 할까…? 사실 개성과 대중성은 두마리 토끼로 다 잡기가 정말 너무너무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부족한 개성을 고급스러움과 따뜻함 그리고 인위적이지 않은 향으로 극복한 것 같다.
소중한 사람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을때 굉장히 적합할 것 같다.
계절은 가을과 겨울에 좀 더 적합할 것 같고, 여름에는 개인이 어떻게 펌핑 하느냐에 따라서 사용 여부가 갈릴 수 있겠다. 하지만 너무 무거운 향수는 아니니 부담 없이 사용하셔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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