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향수

[여자향수] 딥디크 롬브로단로 솔직후기

366일 2013. 9. 9. 00:16

향수 : 딥디크 롬브로단로(L'Ombre Dans L'Eau Diptyque for women)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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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디크 롬브로단로는 니치향수 브랜드인 딥디크 시리즈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다. 출시년도는 1983년이며, 조향사는 Serge Kalouguine라는 분이다. 여기서 주의 깊게 봐야할게 1983년에 나온 제품이 지금도 줄기차게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시간(세월)을 이기는 모든 것들은 나름의 본질을 잘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딥디크 롬브로단로는 그런 의미에서 본질적인 무언가를 잘 간직하고 있는 향수라고 추측할 수 있겠다.

 

그럼 딥디크 롬브로단로는 어떤 향기이길래 세월과 싸워 이기면서 아직도 사랑받고 있는걸까?

 

 

향기


 단일노트 : 장미카시스블랙 커런트베르가못만다린 오렌지앰버그리스머스크블랙 커런트 잎


딥디크 롬브로단로를 처음 뿌리면 굉장히 맵고 쌉싸름한 냄새가 난다. 뭐라고 해야 되나, 깻잎 냄새라고 해야 할까? 왜 상추 말고 깻잎처럼 적당히 쌉싸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잎사귀들 있지 않은가? 그런 것에서 날 것 같은 냄새가 난다. 그리고 향이 굉장히 시원하다. 파도가 강하게 철썩- 철썩- 몰아치는 것 같은 COOL~ 함이 있다. 다만 살에 닿았을 때는 지금까지 언급한 향 보다 조금 더 달짝지근하면서 오렌지 껍데기를 씹으면 날 것 같은 냄새도 섞여서 난다. 어쨌든 자연의 재료를 그대로 가져다가 만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만약 길가는 사람을 붙잡고 이 향기 어때요?” 라고 물어보면 조금 쓴데요? 약초냄새 같기도 하고…” 정도의 답변이 나올 것 같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초반에 오렌지 껍질에서 날 것 같던 향기가 슬며시 블랙 커런트의 향기로 둔갑한다. 서서리 블랙 커런트로 변신해 가는 느낌이 재밌다. 어쩜 이리 감쪽 같을까? 다만 블랙 커런트가 뭔지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서 사진을 하나 첨부해 드리고, 조금 부가 설명을 드리자면 블랙 커런트는 최고급 와인의 재료로도 사용되며, 잼으로도 만들어진다. 뭐랄까약간 포도 계열의 과일인데 훨씬 작고, 신맛이랑 단맛, 쓴맛까지 같이 겸비하고 있는 느낌의 과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시간이 조금 지난 딥디크 롬브로단로에서는 블랙 커런트의 향기가 점점 강해지는데 특유의 달달한 느낌도 같이 올라온다. 살짝 묵직하게 베이스로 깔린 것 같은 달달함이라고 할까? 비슷한 예로 건포도가 생각이 난다. 되게 단 맛이 나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쓴 맛 같기도 한?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초반에 느껴졌던 깻잎 같은 잎사귀에서 날 것 같은 쌉싸름한 냄새도 여전히 같이 난다. 산에서 풀과 약초를 뜯고서 입에 한 움큼 넣었을 때 날 것 같은 쌉싸름함과, 매운향기가 같이 공존한다. 신기한 점은 딥디크 롬브로단로가 여자향수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파우더리함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사람을 표현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지금까지 언급한 자연의 냄새, 풍경을 표현하려고 노력 한 것 같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초반에 났던 냄새들이 서서히 가시면서 되게 은은한 향이 난다. 초반의 블랙 커런트가 많이 맹맹 해져서 다가온다. 예를 들어 건포도로 티백을 만들어서 여러 번 우려 먹었을 때 날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나 이제 다 우려졌어~’ 라고 말하는 듯한 맹맹한 느낌이 있다. 그리고 향기가 초,중반 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성스러운 느낌이 나는데 이게 되게 신기하다. 왜냐면 한국 사이트, 외국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보니 이걸 장미향기'라고 말해 놨기 때문이다. 장미냄새라니? 보통 장미냄새 하면 여성 특유의 진한 냄새와, 파우더리한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딥디크 롬브로단로에서 나는 장미향은 전혀 그렇지 않다. 생 장미에서 날 것 같은 향기라고 해야 되나? 너무 은은해서 장미향인지도 잘 모르겠다. 졸업식때 꽃다발 한 아름을 안고 있는 소녀에게서 날 것 같은 향기다. 정말 은은하고 여린 생 장미향기라고 말하고 싶다. 시간이 더 지나면 장미향이 점점 거품이 일듯이 순한 비누향 처럼 변하면서 딥디크 롬브로단로의 향도 마무리가 된다.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가지만, 딥디크 롬브로단로의 장미향을 맡으신 분은 대개 "와~ 이런 장미향기도 있어?" 라고 말하실 수 도 있겠다. 그 만큼 시중의 장미향과는 계통을 조금 달리한다.

 

 

딥디크 롬브로단로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쏴아..

쏴아아아아

누워 있는 내 등 뒤로, 시원한 바닷물이 나를 스치면서 지나가고 있다.

여긴 어딜까?’ 라는 물음에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니, 태풍을 만나 배가 뒤집힌 것만 기억이 난다. 내가 아직 살아 있구나 라는 확신을 얻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자 검은색의 바위와 암벽들이 가득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생명체가 살지 않는 무인도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섬에서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시 반대쪽을 살펴보니 붉은 석양이 지고 있고 그것과 발맞춰 검은색의 암벽뒤로 그림자가 서서히 스러져 가고 있다. 그림자가 하나 둘, 잠을 자러 작별 인사를 하는 것 같다. 문득 나도 어서 몸을 뉘일만한 곳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저 몸을 일으켜 세우자 온 몸이 아프다고 아우성을 지르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억지로 몸을 추스르면서 암벽을 따라서 몇 분이나 걸었을까 저 멀리 움푹 파여서 그림자가 잔뜩 드리워진 곳이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파도가 직접적으로 들어오지는 않고 힘이 다 약해진 물살만 조금씩 들어오고 있고, 위에서는 바위 산을 타고 내려온 것 같은 깨끗한 물이 졸졸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 두 개의 물이 만나는 지점에 꽤 많은 양의 분홍색 꽃이 피어 있다. 진한 녹색 빛깔의 잎이 상당히 큼직하고 풍성하게 피어있고, 꽃의 주위로는 과일처럼 보이는 자그마한 보라색 알갱이가 달려 있다. 석양이 지는 햇빛과, 스산한 분위기에서 나오는 그림자와 섞여 굉장히 홀로 골군분투하는 느낌이 드는 꽃이다. '너도 나랑 비슷한 처지구나, 네 이름은 이제부터 딥디크 롬브로단로란다.' 살기 위해서 역경을 견디지만 홀로 외로움을 참고 있는 듯한 딥디크 롬브로단로가 가여웠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녹색의 잎과 줄기가 굉장히 독기를 품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강인함을 자랑하기 위해 이렇게 독기를 품은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외로움과 연약함을 숨기기 위해 독기 있는 척을 하는 것일까,

딥디크 롬브로단로를 더 자세히 느끼고 싶어서, 자그마한 보라색 과일을 밑으로 아주 고운 빛깔의 분홍색으로 피어있는 꽃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지금까지 봐왔던 까칠까칠한 잎의 느낌이 아니라 너무 부드럽고 포근한 향기가 난다. 자그마한 보라색 열매에서 나는 냄새는 심지어 달달하기 까지 하다. 이 느낌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굉장히 은은하고 사랑스러운 꽃이다.’ 딥디크 롬브로단로가 자신의 주위에 가시를 잔뜩 친 이유는 자신의 연약함을 숨기고,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


딥디크 롬브로단로의 향기는 굉장히 특이한 편에 속하는 것 같다. 여러번 언급했지만 어떤 인물, 성격을 표현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풍경, 자연을 표현하려고 노력한 향수다.

분류는 여성향수로 해놨지만, 남성분들이 사용해도 딱히 상관은 없을 것 같다.

보통 개성 있는 향수가 밸런스 까지 좋기는 힘든데, 딥디크 롬브로단로는 취향에만 맞으면 충분히 매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향수라는 생각이 든다.

지속력은 딱 보통인데 향의 끝 마무리가 은은하고, 여린 느낌이 있기 때문에 적당한 부위에 뿌려줘야 충분히 향을 발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알아보니까 딥디크 롬브로단로에 어울리는 계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 그냥 쓰는 사람이 편할때, 편한 상황에서 사용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계절을 막 가릴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딥디크 롬브로단로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딥디크 롬브로단로는 처음의 알싸하면서 맵고, 씁쓰름한 향기가 주축이었다가 블랙 커런트의 달달함이 묵직하게 올라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달달함이 맹맹해지면서 그 뒤로 수줍게 장미가 얼굴을 내미는데, 이게 여러분이 알고 있던 장미향수와는 상당히 다른 장미향입니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녹색의 정원, 그리고 한가운데 피어 있는 장미 같은 향기를 원하신다면 사셔도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PS)

1. 블로그에 관해서 계획했던 프로젝트가 있어서 꾸준히 노력은 하고 있는데 진행이 잘 되지는 않네요. 하지만 준비되어 있다면 언젠가 기회는 오겠죠 ^^ 그런 의미에서 하단의 추천버튼은 저를 힘나게 한답니다. ^^


2. 헤밍웨이의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모든 인생은 제대로만 된다면 하나의 소설감이다."

블로그에 와주시는 모든 분들은 주인공 입니다. 항상 응원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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