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아닉구딸 오드 아드리앙(Eau d'Hadrien Annick Goutal for women and men)
소개
이번에 소개해드릴 아닉구딸 향수는, 아닉구딸 오드 아드리앙이다. 저번에 포스팅한 쁘띠드쉐리에 이어서 꽤 유명한 향수에 속하는 편이다. 런칭년도는 1981년으로 꽤 오랜 역사가 있으며 조향사는 Annick Goutal과 Francis Camail 두 분이다. 게다가 아닉구딸 오드 아드리앙은 향수의 오스카 상이라고 불리는 FiFi Award Hall Of Fame 2008 에서 당당하게 우승하였다. 1981년에 만들어진 향수가 27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쟁쟁한 향수들을 제치고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다.
그럼 아닉구딸 오드 아드리앙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단일노트 ㅣ 사이프러스, 자몽, 레몬, 시실리안 레몬, 시트론, 만다린 오렌지, 알데하이드, 일랑일랑
아닉구딸 오드 아드리앙의 첫 냄새는 새큼한 오렌지 냄새 혹은 귤 냄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순수한 과일의 냄새라기 보다는 사탕냄새가 생각난다. 잠깐, 사탕냄새라구?
혹시 사탕계의 거물 썬키스트 사탕 아시는가? 모르시는 분을 위해 사진첨부를 하는 센스(웃음)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marsss7&logNo=50129619869&categoryNo=192&viewDate=¤tPage=1&listtype=0)
여기서 레몬사탕 또는 오렌지사탕을 입에 넣고 혀로 몇 바퀴 굴리면 사탕 겉에 있는 미끌미끌한 코팅이 벗겨지고 본격적으로 달달한 알맹이의 맛이 나지 않는가? 바로 그 순간의 맛이 향기로 다가오는 것 같다. 사탕이 침과 섞여서 본격적으로 맛이 나기 시작할 때 바로 그 순간이 생각난다. 쉽게 말해면 오렌지 + 귤 향에 설탕을 조금 뿌린 것 같은 달달함이 있다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에이 2008년에 상 받은게 겨우 사탕냄새가 나나요?’ 라고 물어보신다면 저는
‘단언컨대 사탕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 라고 대답을…
… 이러면 다시는 블로그 안 오실 것 같으니 조금 더 설명을 해보자면 단순히 사탕 냄새는 아니다.(웃음) 우리가 커가면서 저런 사탕을 한번씩은 입에 물고 경험을 해보기에 단단히 각인이 되어있어서 한번 예로 들어봤다. 그만큼 아닉구딸 오드 아드리앙의 첫 향에서 썬키스트 사탕의 강력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시간을 두고 향을 조금 더 음미해보면 처음보다 과일의 느낌이 좀 더 강하게 난다. 생각나는 과일은 귤과 레몬인데 이게 두 가지가 잘 섞여서 어느 쪽의 과일도 아닌 느낌이다. 조금 더 정확히 묘사하면 귤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레몬에서 느껴질 법한 새큼한 향이 강하게 난다고 할까? 뜨거운 태양에서 잘 익고 있던 귤을 완전히 익기 전에 막 따낸 느낌이다. 귤 꼭지에는 새파란 풀잎이 붙어있고 껍질을 벗기면 사하학-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단맛보다는 신맛이 더 나겠다라는 느낌? 껍질에는 수분이 탱탱해서 이놈의 귤이 아직 자기가 살던 나무에서 강제로 떨어졌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신선함이 생각난다.
다시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향이 옅어지면 귤의 느낌은 많이 사라지고 레몬의 느낌이 조금 더 강해지는데 이게 좀 신기하다. 레몬 향이 난다기 보다 레몬 꽃에서 날 것 같은 향기다. 맞다, 실제로 레몬 꽃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런 느낌이다. 처음에 굉장히 시큼했던 느낌이 지금은 상큼한 느낌과 부드러운 향기로 변해있다. 그리고 이 향이 점점 증발하면서 아닉구딸 오드 아드리앙의 향기가 마무리된다.
아닉구딸 오드 아드리앙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덥다.
지친다.
얼마나 걸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냥 나는 한없이 이 황량한 들판을 걷고 있다. 사람도 그리고 동물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흙 바닥에선 뜨거운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아지랑이를 꾸역꾸역 내뿜고 있다. 타는 듯한 갈증에 마지막 남은 물을 꺼내서 목을 축여보지만 역부족이다. 이대로 조금만 더 걸으면 쓰러질 것 같단 생각이 들 찰나에 저 멀리 노란 과일이 잔뜩 열린 나무가 보인다.
도착해서 살펴보니 과일 숲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누군가 적어놓은 것 같은 팻말이 보인다.
‘아닉구딸 오드 아드리앙’
정체 모를 노란색의 과일이었지만 왠지 먹어도 죽을 것 같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묵묵히 견뎌낸 생명력만 느껴졌을 뿐이다. …한번 먹어볼까?
타악-
나뭇가지가 꽤 탄력 있게 구부러졌다가 튀어 올랐을 정도로 아닉구딸 오드 아드리앙은 굉장히 열심히 붙어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나뭇가지가 튕겨서 올라갈 때 정말 굉장히 시원하면서 새콤한 향기가 났다는 것이다. 아직 입에도 넣지 않았는데 어떤 맛일지 상상이 된다. 손에 쥔 아닉구딸 오드 아드리앙을 자세히 살펴보니 크기는 내 주먹보다 조금 더 큰 것 같다. 꼭지에는 정말 새파란 잎이 붙어있다. 껍집을 벗기려 손톱을 꼭지 쪽에 힘있게 눌렀는데 굉장히 딴딴하다. 조금 더 힘을 줘서 손가락을 넣고 껍질을 벗기자 시원함이 손 안 가득히 몰려온다. 껍질 안쪽이 얼마나 부드럽고 시원했는지 손톱 안쪽에 과즙이 잔뜩 스며들어있다. 풍부한 수분과 시원함에 놀란 나는 조심스럽게 한 알갱이를 분리해서 입에 넣고 용감하게 꽉 씹었다. 순간 코끝을 찡- 하게 울릴 정도로 신맛이 느껴진다. 인상을 쓰면서 조금 더 여러 번 씹자 단맛이 느껴진다. 정말 달긴 한데 많이 먹어도 살찔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은 그런 맛이다. 아닉구딸 오드 아드리앙 한 개를 순식간에 해치운 후 조금 여유가 생긴 나는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한다. 지금까진 몰랐는데 아닉구딸 오드 아드리앙이 열린 나뭇가지 근처에 노란색의 꽃도 함께 피어 있다. 가까이 가서 향기를 맡아보니 지금까지 맡아보지 못했던 신기한 향기가 난다. 부드럽고, 여리고, 깔끔한 꽃 향기 말이다. 아닉구딸 오드 아드리앙에게 성별이 있다면 여자일 것 같단 생각을 하며 너털 웃고서는 나는 다시 가던 길을 가기 시작한다.
결론
아닉구딸 오드 아드리앙은 남성, 여성을 가리지 않고 나온 향수라고는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여성분들에게 더 적합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여성향수로 분류했다. 왜냐하면 남성분들이 이렇게 깔끔하면서 상큼한 향을 소화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혹은 여성분들이 이런 향이 나는 남성분들을 남성적으로 매력있다고 느낄까? 라는 생각을...
전체적으로 굉장히 뜨거운 태양을 묵묵히 견디고 꿋꿋하게 열린, 생명력이 느껴지는 귤 + 레몬향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인공적인 느낌보다는 자연적인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기존 여성향수의 파우더리함이 싫다거나, 깔끔하고 시원하고, 덜 달달한 과일 향을 원하시는 분들이 사용하기 좋을 것 같다.
당연히 연령대도 상관이 없을 것 같고, 복장도 전혀 가릴 것 같지 않다.
“그럼 366일님은 이 향수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라고 물으신다면 이렇게 대답해 드리고 싶다.
“아닉구딸 오드 아드리앙은 시원하고 상큼한 과일향을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잘 풀어낸 향수라고 생각합니다. 인위적이라기 보다는 굉장히 자연친화적인 느낌이 강하고 기존의 여성향수들 보다는 상당히 개성 있는 라인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보다는 시간이 조금 지난 후 나는 잔향의 밸런스가 상당히 마음에 드네요. 파우더리한 향, 달달한 향, 여성스러운 향을 써보셨다면 한번쯤 이런 종류의 향수를 써보시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자에게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향기라기 보다는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느낌의 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PS)
1. 부지런히 쓴다고 썼는데 그래도 5일만의 포스팅이네요. 하지만 저 미워하지 않을거죠^^?
2.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다. 향수에 대한 것도, 그리고 사람에 대한 것도... 항상 감사합니다 ^^
3. 『366일 향기나는 블로그』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오실 수 있도록 항상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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