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향수/Feminine

[여자향수] 버버리 런던우먼 : 고민상담하게 하는 수수한 신뢰감

366일 2020. 2. 18. 22:46

향기나는 리뷰 

 

버버리 런던우먼 (단종)

Burberry London Women Eau De Parfum

 

 

 

 

정말 오랜만의 버버리 여자향수, 버버리 런던우먼을 들고 왔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신상이라고 표기하는 곳이 있는데, 사실은 15년도 이전에 아예 단종이 되어버린 제품이다. 맨 최초에 버버리 런던우먼으로 나왔다가 패브릭 버전이라고 해서 약간의 리뉴얼은 있었지만, 지금은 해외 창고에서 남아 있는 재고만 직구형태로 구할 수 있다.

 

구하기도 어려워진 버버리 런던우먼을 독자님들에게 소개하는 이유는?!

요즘 새로움(New)과 복고(Retro) 를 합친 뉴트로가 유행이라고 하는데, 뭔가 고전적인 듯 하면서도 가장 세련되고 현대적인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향수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모던하고 우아한 느낌의 향수를 요즘 니치 향수 브랜드에서는 찾기가 어렵기도 한 것 같다.

 

 

그렇다면 버버리 런던우먼의 향기는 어떨까?

 

 

 

 

 

버버리 런던우먼의 향기

탑 노트 ㅣ 로즈, 허니서클, 탄제린

미들 노트 ㅣ 티아레 꽃, 자스민, 피오니, 클레멘타인

베이스 노트 ㅣ 샌달우드, 머스크, 파츌리, 솔라노트

 

 

 

버버리 런던우먼 탑-미들 노트

『트렌치 코트를 깔끔하고 멋스럽게 걸친 차분한 누나에게 날법한 허니써클과 재스민 향기』

 

버버리 런던우먼의 첫 향기는 뭔가 굉장히 익숙한 느낌의 따뜻하고 우아한 티아레 플라워 향기가 난다. 게다가 햇살이 내리쬐는 듯한 따뜻하고 달콤한 허니써클이 한껏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선이 얇고 곱게 퍼지는 재스민의 여성스러운 향기는 한껏 우아한 부드러움을 가미해준다. 만약 버버리 런던 우먼이 사람이었다면, 나의 모든 약점을 믿고 털어 놓을 수 있을 것 같은 든든한 지원군 같은 누나였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예쁜 찻잔에 따뜻한 증기가 모락모락 올라오는 상큼한 레몬티를 가볍게 마시며, 나는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려서 못써. 라는 말을 할 것 같은 그런 사람.

 

 

 

 

 

 

버버리 런던우먼 미들-베이스 노트

『후배들에게 악수를 청하는 긴 생머리의 꾸안꾸 스타일, 고급스러운 이미지 여신 선배님』

 

시간이 지난 버버리 런던우먼은 초반의 산뜻한 긴장감이 어느정도 느슨하고 부드럽게 변한 머스크 향기가 올라온다. 우리가 흔히 아는 순하고 부드러운 솜 같은 머스크가 아니라, 샌달우드의 따뜻함과 어울려서 아이보리색의 살결색으로 변한 성숙함과 따뜻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은은한 향기다. 게다가 마냥 머스크의 향기로 끝내면 재미없다고 생각했는지, 피오니와 파츌리의 도도하고 선이 고운 느낌의 플로럴 향조가 언뜻 언뜻 섞여 있는데, 이게 느낌이 굉장히 신기하고 재밌다. 뭐랄까… 대학교 4학년 졸업반에 수업이 끝날 때쯤- 모두가 동경하는 회사에 입사한 인턴 선배(버버리 런던우먼)이 있다고 하자. 그 선배가 짧고 재밌는 강의를 마친 후, 우리에게 힘내라면서 설레하는 남학우들에게 악수를 건넬 때- 뭔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잔뜩 풍기는 여성스러움과 고급미를 닮았다고 할까? 혹은 그러한 졸업생 선배의 체취에서 아주 모던하고 여성스럽게 날 것만 같은 센슈얼한 향기다.

 

 

 

 

 

 

 

버버리 런던우먼

상황극

 

 

 

 

 

 

밤 12시에 문을 여는 독특한 선술집,

왜 사람들은 굳이 이 야심한 시각 이런 구석진 곳에 위치한 선술집을 찾아오는 것일까?

 

“귀한 손님인데, 찬밥만 내어드릴 수 없지요”

 

손바닥처럼 작은 이 선술집에서 안주 없이 술만 시켰던 나의 무례함을 은근히 일갈하는 세련된 거절을 들으니, 왠지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이 가게의 이곳 저곳을 제대로 살펴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내 앞에서 부드러운 눈웃음으로 알 수 없는 아우라는 자아내는 이 여자사장님도 같이 말이다.

 

‘군더더기 없이 수수했고, 아름다우셨다.’

 

이제 갓 30대 중반이 되었을까? 살짝 웃는 입꼬리를 따라 가볍게 지어지는 보조개를 보니, 어떻게 보면 갓 대학교를 졸업한 사회인에게 날 법한 씩씩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아한 이마를 따라 곧게 그려진 눈썹과 톡 쏘는 눈빛을 보니 확실히 오랜 시간 가게를 운영해온 오너 특유의 고집스러움도 느껴진다.

 

“아, 예… 그럼 저 메뉴로 부탁드립니다.”

 

부엌에 계시던 어머님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요리를 하러 들어가셨고, 버버리 런던 우먼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재빠르게 테이블을 정리하며 내게 질문을 던졌다.

 

“가게가 처음이신가 봐요”

 

마치 내 앞자리에 앉아 턱을 괴며 나긋한 눈빛으로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목소리. 고급스럽고 세련된 나긋함에 나는 눈이 반쯤 스르르 풀리다가 이내 정신을 번쩍 차리며 대답했다.

 

“아, 예… 궁금해서 와봤어요”

 

“호기심은 모든 것의 시작이죠. 실은 저희는 그걸로 먹고 살아요”

 

알 듯 말 듯한 우문현답이었지만 이상하게 상대방은 내 고개가 절로 끄덕거리게 만드는 재주를 지니고 있었다. 나는 저 말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열심히 아는 척 입을 벌리며 공감의 신호를 보냈다. 그런 나를 보며 여자 사장님은 이번에 개구쟁이처럼 눈빛이 변하며 이 가게의 비밀을 말해주었다.

 

“저희는 그때그때 손님에게 어울릴 것 같은 요리를 랜덤하게 내어드리고 있거든요.”

 

“드라마같은 운영방식이네요, 저는 어떤 음식이 어울릴까요?”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을 잊게 해줄, 아주 독한 술이요”

 

 

 

 

결론

 

요즘에 출시되는 버버리 향수 말고, 예전에 출시 되었던 버버리 향수들은 확실히 범접할 수 없는 은은한 성숙함이 있는 것 같다. 요즘에는 뭔가 더 강렬하고 통통 튀는 느낌을 연출하는 향수를 만들어내는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시절에 쭉 출시했던 버버리 향수들은 하나 같이 다 명품이란 생각이 든다. 그 당시 조향사분들은 지금 전설적인 조향사가 되었고…

 

 

버버리 런던 우먼을 맡다보면 끌로에의 발랄함이 생각나다가도,

샤넬에서 느껴질 법한 성숙한 관능미에 흠뻑 빠져들다가,

어느새 고민상담을 하게 되는 도시적인 우디함에 상대방을 홀릭시키는 향수다.

 

평소에 은은한 우아함, 여성스러움을 연출하고 싶으신 독자님들에게 정말 딱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만약 만약 버버리 런던 우먼이라는 과 누나(?)가 실제로 있었다면, 남자 후배들은 고민상담을 하고 술을 같이 마시러 여기저기 놀러 다니다가, 어느 순간 사랑에 빠진 감정을 몰래 숨기기에 급급했을 것 같다. (이 누나가 도저히 자기랑 레벨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버버리 런던우먼 요약

 

[구매처 및 예산]

해외 직구로 재고상품만 구매가능,

5 - 10만원

 

[연령대]

20대 중반이상

 

[성별, 여성적]

사람을 기대고 싶게 만듬

꾸안꾸 스타일, 하지만 모던하게 여성스러움

그게 관능적임

 

[계절감]

사계절

 

[지속력]

★★★☆

[비슷한 향수]

끌로에 + 샤넬 가브리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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