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리뷰
랑세 르방케
Rance 1795 Le VainQueur Eau de Parfum
정말 오랜만에 (부담스럽지 않게) 수컷 냄새 물씬 풍기는 아주 멋들어진 남성용 니치 향수를 들고 왔다. 니치 향수 브랜드는 자연을 모티브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 중성적인 느낌의 향기 포지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랑세 르방케는 그 타겟 자체가 ‘리더십 넘치는 남성’ 이라는 점에서 굉장한 차별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뭐랄까… 포스팅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유행 따라가는 향기가 아니라 본인의 아이덴디티를 쭉 지켜가면서 쓸 수 있는 향기라는 생각에 빨리 독자님들에게 소개해드리고 싶었다.
오랜만에 좋은 남자 향수를 소개해드리게 되서 정말 신난다!
랑세 르방케의 향기는 어떨까?
랑세 르방케의 향기
탑 노트 ㅣ 그레이프 프룻, 베르가못, 진저, 만다린
미들 노트 ㅣ 라벤더, 백합, 넛맥, 재스민
베이스 노트 ㅣ 샌달우드, 베티버, 레더, 앰버그리스
랑세 르방케 탑 – 미들 노트
『새벽 이슬이 가시지 않은 라벤더 숲길을 헤치는 리더의 향기』
랑세 르방케의 첫 향기는 새벽 이슬이 가시지 않은 라벤더 숲길을 한 장군이 앞서서 천천히 헤쳐 나가는 듯한 향기가 난다. 뒷태만 봐도 리더의 품격과 포스가 느껴지는 남성의 등에 잔잔하게 베어 있는 땀 방울, 그리고 딱딱한 군화에 의해서 약간은 짓눌리며 사방으로 이슬과 숲속의 향기를 흩뿌리는 라벤더 줄기에서 투명한 스킨 내음처럼 퍼지는 향기다. 보통 남자 스킨 향기라고 하면 묵직하고 독한 목욕탕 스킨 냄새를 떠오르기 마련인데, 랑세 르방케는 그런 독한 내음이 정말 하나도 없다. 오히려 전장에서 한번도 패배한 적 없는 장군이 흘린 땀에 젖은 군복에 붙어 있는 풀과 꽃잎이 뒤엉키며 투명하고 워터리하게 번져내는 그 특유의 아로마틱함이 정말 멋지고 은은하고 깔끔하게 연출되는 것 같다.
랑세 르방케 미들 – 베이스 노트
『행군 북소리에 떨어진 나무의 이슬들이 베티버 흙길을 적신 아로마틱 향기』
시간이 지난 랑세 르방케는 한 차례 군인들의 행군이 지나간 뒤의 라벤더 숲의 향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군인들의 두꺼운 군화가 라벤더 잎을 인정사정 없이 짓밟고- 칼로 헤치며 길을 낸 공간에 우수수 떨어진 새벽이슬들. 그리고 근처에 우뚝 솟은 나무 고목에서는 전장에서 크게 둥둥- 거리며 울리는 북소리에 떨어진 빗방울이 베티버 흙에 사정없이 털어져서 젖어가는 듯한 그 거친 자취의 향기에 가까운 투명하고 은은한 향기다. 굉장히 고요하고 푸른 하늘을 닮았지만, 숲속을 가득 채우는 전쟁터 특유의 긴장감, 울림, 떨림 등이 흔들리지 않는 저 앞의 리더의 뒷모습으로 수렴하며 마무리하는 듯한 분위기가 상당히 멋있다.
랑세 르방케 상황극
제 1차 세계대전 중, 장교들을 육성하는 전문 훈련소
모두의 존경을 받았던 뛰어난 리더였던 랑세 르방케 소령의 연설 中
“용기란 두려움의 부재가 아닌, 극복입니다”
제군들이 육체적인 용기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용기는 용감함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용감한 것은 두려움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한 멍청이는 용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위험을 감지할 만한 정신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룻강아지는 위험에 대한 인식력이 부족하거나 두려움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 용감할 수 있습니다.
반면, 용기는 두려운 상황에서도 이를 무릎쓰고 수행하는 확고한 정신입니다.
용감한 것은 육체적인 것이고, 용기는 정신적이고 도덕적인 것입니다.
제군들은 전장 한 복판에서 추위를 느낄 때 손이 떨리고 다리가 떨리고 무릎이 후들거릴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두려움입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 즉 육체적 난관에도 불구하고 적을 향해 부하를 인솔해서 앞으로 전진해 적과 싸울 수 있게 했다면, 그 장교에겐 용기가 있는 것입니다.
이 때는 두려움의 실체적 징후도 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두려움을 겪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두려움은 처음 사냥에 나서는 초보자가 느끼는 두려움과 같은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승리를 빕니다.
결론
향기에도 트렌드가 있다는 것을 향기를 업으로 살면서 알게 되었다.
패션이 유행을 타는 것 처럼 향수의 향기도 계속해서 돌고 도는데, 요즘 사람들이 이런 걸 좋아한대 라고 하면서 카피캣 형태로 나오는 제품들을 그럴 수 밖에 없지 하면서도 조금 아쉬움이 드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랑세 르방케는 가장 기초의 향료를 군더더기 없이 조합하여 그 자체로 변하지 않는 리더십, 용기, 남성미를 그대로 담아낸 것 같다. 여기에서의 남성미는 스타일링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성품에 가깝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 가령 츄리닝을 입어도 랑세 르방케는 멋지게 어울릴 것이고, 정장이나 깔끔한 옷에도 당연히 잘 어울리는 그런 향수다. 약간 토너류의 아로마틱한 향기를 갖고 있긴 하지만, 충분히 은은하고 깊이감이 있는 것 같다.
평소 너무 중성적인 느낌의 향기를 소지하셨거나,
반대로 너무 달콤하고 무거워서 많이 껴입은 듯한 느낌의 향수를 소지하셨다면,
기초 스킨 토너 딱 바른 느낌의 그 자체로 아우라가 단단하게 풍기는 랑세 르방케를 한 번쯤 꼭 시향을 권해드리고 싶다.
참고로 매장에서 시향하고 가셨다가, 다시 전화로 여쭤본 고객도 여러 명 계신다 :D
(맡을 당시엔 특출 나지 않아 보이는데 은은하게 남는 잔향이 흔들림 없고 멋있는)
랑세 르방케 요약
[구매처 및 예산]
백화점 / 11 ~ 16만원
[연령대]
20대 중후반 - 50대까지
[성별, 남성적]
흔들림 없는
품격있고 리더십 넘치는
남자다운
[계절감]
사계절
[지속력]
★★★☆(3.5/5.0)
[비슷한 향수]
CK ONE + 산타마리아노벨라 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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