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리뷰
퍼퓸 드 말리 레이튼
Parfums De Marly Layton Eau de Parfum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향기’ 라는 타이틀로 해외에서 부쩍 인기를 얻고 있는 향수, 퍼퓸 드 말리 레이튼 이라는 향수를 들고 왔다. 퍼퓸 드 말리는 몇 개월 전부터 독자님들이 정말 요청을 많이 해주셨던 브랜드인데, 우선 첫 소개이니 만큼 비교적 가장 유명한 레이튼을 소개해드리는게 좋을 것 같다. 나중엔 여성 향수도 몇 개 더 다룰 예정!
퍼퓸 드 말리 레이튼, 퍼퓸 드 말리 등으로 검색해봐도 블로그 검색결과가 50개도 안되는 걸 보니까, 진짜 초 희귀 브랜드라는 생각이 든다. 독자님들은 도대체 어디서 이런 구석구석의 향수 정보를 얻으셔서 이렇게 나한테 귀띔을 해주시는 것인지…! 참 신기하고 감사하고 그렇다. 블로그 하면서 오히려 향수에 대해서 계속 더 배우게 되는 날들인 것 같다.
그럼 퍼퓸 드 말리 레이튼은 어떤 향기가 날까?
퍼퓸 드 말리 레이튼의 향기
탑 노트 ㅣ 애플, 베르가못
미들 노트 ㅣ 재스민, 바이올렛, 캐러멜, 커피
베이스 노트 ㅣ 바닐라, 핑크페퍼, 프리셔스 우드
퍼퓸 드 말리 레이튼 탑-미들 노트
『부드럽게 달아오른 바닐라와 스웨이드 우디가 어울린 묵직한 향기』
퍼퓸 드 말리 레이튼의 첫 향기는 사과 향을 입힌 자작 나무를 솥가마에 넣어서 아주 불로 잔뜩 그을렸을 때, 그 공간에 연기와 함께 가득 차오르는 듯한 묵직한 향기가 난다. 근데 그 공간 어딘가에 아주 달콤한 바닐라 캬라멜이 있었는지, 그 바닐라 캐러멜이 뜨거운 자작 나무 연기에 녹아 내리면서 아주 달콤하고 부드럽게 퍼지는데 이 달콤함이 완전 묵직해서 굉장히 상남자스럽다. (무식마초적인 것이 아니라 진짜 남자) 피부까지 시린 추운 겨울 공기를 뚫고서, 방금 코트와 달콤한 커피를 들고 내 옆을 휙- 지나간 영화 배우에게서 잔향이 난다면 딱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겉 보기엔 부드럽게 달콤한 바닐라와 캐러멜 향 때문에 자상해보이지만, 커피 원두 향기 안에서 거칠게 그을려 가며 앰버와 함께 타오르는 듯 퍼지는 자작 나무의 스웨이드함이 굉장히 굳건하고 섹시해서, 남성적이다.
만약 퍼퓸 드 말리 레이튼이 말을 할 줄 안다면 구매를 고려하는 독자님들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겁쟁이들은 나를 입을 자격이 없다.’
퍼퓸 드 말리 레이튼 미들-베이스 노트
『따뜻한 캐러멜 라떼을 덮어 묵직한 우디-스웨이드』
시간이 지난 퍼퓸 드 말리 레이튼은 향기가 한껏 더 부드럽게 블렌딩 된다. 아까 나를 지나갔던 초 훈남 영화 배우가 내가 너무 추워 보였는지, 달콤한 캐러멜 라떼 한잔을 건네 주고 코트까지 따뜻하게 덮어준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렇지만 내가 감사를 표현하기도 전에 휭- 하고 다시 자기 갈 길을 가버린 느낌. 초반에 이글이글 타오르던 스모키한 애플과 커피 자작나무 향기는 부드럽게 사그라들고, 그 빈 자리를 한껏 더 부드럽고 섹시하게 달아오른 바닐라와 묵직한 크리드 어벤투스 류의 향기가 남자답고 듬직하게 공간을 채워준다.
퍼퓸 드 말리 레이튼
상황극
지하 1층에서 주문을 넣는 특이한 구조의 카페,
언뜻 불친절해 보이지만 1층, 2층, 3층까지 세련되게 이어지는 공간
그리고 구석구석 고객을 배려한 여러가지 소품들이 그의 성격을 정말 똑 닮은 것 같다.
“어, 왔어?”
애써 피해봐도 사실 내 속마음 따위 다 알고 있다는 듯 자신만만한 저 눈빛. 나도 모르게 호흡을 멈추고 본인에게 집중시키게 만드는 달콤한 목소리. 공간이 그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인지, 공간이 그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인지 헷갈리는 지금. 나는 마음을 들키기 싫어 괜히 퉁명스러워진다.
“여기는 커피 마시려면 아주 위 아래, 위 아래, 다이어트 코스가 따로 없어”
“그래서 네가 옷 태가 사는 거야, 매일 출석 도장 찍어서”
어쩜 저렇게 한마디를 안 질까, 나는 괜히 더 자신감 있는 척 말을 걸었다.
“나 예쁘단 소리지?”
퍼퓸 드 말리 레이튼은 가만히 내 얼굴을 응시하더니 피식- 하고 웃는 것이 아닌가.
귀엽다는 눈빛, 그는 딱히 대답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거리고서 커피를 내리러 들어가버린다.
“왕재수…..”
저 멀리서 “다 들려~” 라면서 그가 머신 만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로스터리 기계와 에스프레소 머신이 각자의 역할을 하며 묵직하게 갈아내는 원두와 나무 타는 듯한 그 뜨거운 열기가 나에겐 괜히 열정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그가 항상 맛있게 만들어 주는 바닐라 와플과 크런치 베이글은 덤이고 말이지
나는 괜히 소리쳐 물었다.
“맨날 이렇게 일만 하고, 쉬지도 못하고, 그러면 진짜 힘들지 않아?”
“힘들때도 있지!”
“그럼 그 스트레스 어떻게 풀어? 친구들도 잘 못 만나고, 어디 편하게 놀러가는 것도 아니고”
뚜벅 뚜벅, 그가 커피 머신의 뜨거운 열기를 가르며 커피와 디저트를 가져온다. 다소 느긋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힘있고 신뢰있게 내딛는 모습에서 괜히 한번 더 믿음이 가는 그런 남자. 바로 그가 그냥 뭐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무덤덤하게, 하지만 진심을 다해 말했다.
“나 그냥 이렇게, 너랑 같이 밥 먹는 거.
함께 밥 먹고 커피 마시고 그런 거
난 그거면 되던데"
결론
그 동안 독자님들에게 향수추천을 할 때 항상 입버릇 처럼 했던 말이 ‘향수는 결국 사람을 따라간다’ 였는데, 퍼퓸 드 말리 레이튼은 그 계열을 조금 벗어나는 것 같다. 향기의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정도의 섹시함과 묵직함- 거기에 묘한 부드러움까지 잘 소화하려면 이 향수를 사용하는 사용자도 꽤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재밌는 점은 그 동안 통카빈의 달콤함을 주축으로 다룬 향수는 많이 봤는데, 이렇게 훈증된 커피원두에 대놓고 묵직하고 달콤하게 퍼지는 바닐라, 캐러멜을 멋지고, 심지어 섹시하게 연출하는 이 녀석은 대단한 것 같다.
물론 산뜻한 향기가 전혀 아니기 때문에 상큼한 향 좋아하시는 분들은 불호이실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정말 호드백이 잘 왔던 향수이고, 평소 장폴고티에 르말, 크리드 어벤투스, 딥디크 탐다오 정도의 무게감을 소화하실 수 있었다면 또 다른 어나더 레벨로 퍼퓸 드 말리 레이튼은 적극 추천드리고 싶다.
아직 소문도 안났겠다, 완성도도 좋겠다, 섹시하기도 하겠다…!
시향이라도 꼭 해보자 :D
퍼퓸 드 말리 레이튼 요약
[구매처 및 예산]
해외 직구(or 퍼퓸그라피 ^▽^)
/ 20 ~ 50만원
[성별, 남성적]
슬기롭고 자상한 섹시남
[연령대]
20대 중반 ~ 50대
[계절감]
가을, 겨울
[지속력]
★★★★★(5.0/5.0)
[비슷한 향수]
장폴고티에 르말 + 크리드 어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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