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Un Jardin Sur Le Nil Hermes for women and men)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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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해 드릴 향수는 에르메스의,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 이라는 향수다. 애미없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에르메스의 향수들은 가격이 정말 장난 아니다. 요즘 말로 하면 등골 브레이커 라고 할까? 사실 이건 에르메스 향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그냥 이 브랜드가 좀 그렇다.
어쨌든, 에르메스에서는 정원 시리즈로(운 자르뎅) 여름에 어울리는 향수를 내놓고 있는데 종류를 살펴보면
2003년 지중해를 컨셉으로 만든 에르메스 운 자르뎅 메디테라네
2005년 나일강을 컨셉으로 만든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
2008년 인도를 컨셉으로 만든 에르메스 운 자르뎅 아프레 라 무쏭
2011년 지붕위의 가든을 컨셉으로 만든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뜨와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은 2005년에 조향 되었으며 조향사가 이집트의 나일강을 여행하다가 만들었다고 한다. 사실 에르메스 향수가 현재처럼 전속 조향사 시스템으로 간 이유가 샤넬 때문인데, 이런 에피소드들은 나중에 따로 다루기로 하고…^^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의 조향사는 Jean-Claude Ellena라는 분이다.
딱 감이 안오실 것 같아서 한글로 적으면, 쟝 끌로드 엘레나 라는 분이다. 향수 세계에서 거의 신화같은 인물인데 살짝 예시를 들면 이렇다.
“이거 향수 조향사가 누구야?”
“쟝 끌로드 엘레나”
“헉 대박! 완전 좋아! 나 살래!!!”
가 되는 것이다.
그럼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탑 노트 : 당근, 자몽, 토마토, 그린망고 미들 노트 : 오렌지, 피오니, 불러쉬, 로터스, Hiacynth 베이스 노트 : 랍다넘, 아이리스, 시나몬, 머스크, 인센스 |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의 첫 향은 굉장히 청량감 있고, 시원하고, 깔끔하다. 화창한 날에 햇살이 들어오고 있는 울창한 숲 속이 생각 난다. 민트향 처럼 코를 톡톡 쏘는 청량감이 아니라, 정말 시원한 바람이 쏴아~ 하고 부는 상쾌한 느낌에 가까운 것 같다. 건조하다거나 습한 느낌도 없고 살랑살랑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것 같다. 색깔은 녹색이 생각나는데, 이게 그냥 풀 냄새는 아니다. 상쾌하고 청아한 느낌으로 자연이 빚어낸 낸 정원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시간이 살짝 지나면 달달한 향기가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이게 되게 묘하다. 착향 했을때 달달한 냄새가 훨씬 더 심해지는데 여러 가지 과일을 섞은 냄새가 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자몽 냄새가 난다고 표현하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 굉장히 여러 가지 과일이 섞여있는 복합적인 향기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채소들을 갈아 넣은 싱싱한 야채쥬스가 생각났다. 달달함의 종류가 굉장히 특이한데, 보통 달달한 향기 하면 ‘꿀, 설탕, 사과, 바닐라’ 같은 것들이 생각나지 않는가? 그런데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의 달달한 향기는 ‘당근, 브로콜리’ 이런 느낌의 달달함이다. 그리고 테스트를 해보니까 이 달달함의 정도는 개인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다. 하지만 초반에 느껴졌던 자연이 만든 정원의 싱그러운 느낌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모든 것이 묘하게 섞이면서 굉장히 자연의 풍경을 묘사한다. 어떤 특정한 사물의 향기를 추출해 낸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추억이 서려있는 특정한 장소 같다. 다만 그 장소가 우리 주위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없고 아주 멀리 놀러 가야만 볼 수 있는 그런 곳인 느낌이다. 쉽게 범접할 수 없고 너무 고요하고, 부서질 듯한 청아함 마저 느껴져서 경이로운 감정이 드는 그런 장소 말이다.
너무 멋있게 표현해 놨는데, 싸구려처럼 말하면 야채쥬스…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의 탑 노트를 요약하면 『화창한 날의 울창한 숲 + 여러가지 과일 + 당근』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초반에 느껴졌던 달달한 냄새가 많이 없어진다. 그리고 자꾸 야채쥬스를 생각나게 했던 미묘하게 과일이 섞인 냄새도 많이 사라진다. 대신 향기가 굉장히 은은해 지면서 전체적으로 조금 더 꽃의 느낌으로, 혹은 풀의 느낌으로 많이 다가간 것 같다. 아까는 해가 막 떠서 물이 과일에 잔뜩 묻어 있었다면, 지금은 물에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고, 꽃잎에 어렸던 물기들이 천천히 증발해 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러한 느낌 때문에 신기하게 연꽃이 생각이 난다. 실제로 연꽃 냄새를 맡아 본 적이 있는지 없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물에 둥둥 떠있는 연꽃이 생각난다. 만지려고 하면 도망갈 것 같고, 가만히 있으면 다가오는 도도함이 느껴진다. 혹시 연꽃이 생각나지 않는 분들을 위해 예쁜 사진을~
(사진출처 http://vibary.tistory.com/1174)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의 미들 노트를 요약하면 『물기가 아지랑이 처럼 증발하는 느낌 + 연꽃 + 우아함』
시간 좀 더 지나면 그 동안 줄곧 보여줬던 싱그러움이 많이 사라진다. 탑 노트와 미들 노트에선 해가 막 떠올랐다면, 이제는 해가 저물었다고 할까? 묘한 서늘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절 냄새라고 해야하나, 제사 지낼 때 피는 향 냄새 있지 않은가? 그것과 조금 비슷한 향기가 난다. 그렇다고 ‘향 냄새다!’ 라고 말하기에는 향 특유의 맵고 싸한 느낌이 거의 없다.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은 약한 느낌의 꽃 냄새도 은은하게 같이 나기 때문인 것 같다. 어쨌든 이 두 가지가 섞여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향기가 난다. 신기한건 툭 치면 부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감히 건드릴 수 없는 고귀함이 느껴진다. 경건한 마음이 든다고 해야할까? 다만 살에서는 시향지보다 풀 내음같은 녹색의 느낌이 조금 더 있는 것 같다.
중요한 점은 향기를 들여다 보면 탑,미들,베이스 별로 미묘한 변화가 있지만,
크게 보면 은은히 물이 흐르고, 푸르디 푸른 숲, 정원의 느낌으로 통일되어 있다는 것이다.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생각난다.
“제길…”
우리 부모님은 자수성가하신 재벌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렸을 때부터 나는 늘 사육당하는 것 처럼 길러졌다. 하지만 난 공부에 영 흥미가 없었고, 아버지 사업 물려 받는 일도 관심 없었다. 친구들이 나에게 접근하는 것도 전부다 돈 때문 인 것 같았고 그래서 사람을 못 믿었다. 심지어 사랑도 나에겐 사치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카드 몇 번 긁고, 자동차 키 쥐어주면 여자들이 알아서 울고 불고 난리를 쳤기 때문이다. 반면 하나 뿐인 내 남동생은 어려서부터 공부도 잘하고, 잘생기기 까지 했다. 장남인 나에게 오던 사랑이 전부다 동생에게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이리저리 방황하는 동안 동생은 아버지 옆에서 경영교육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난 몇 일 전에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는 사고를 쳤고, 아버지는 나에게 마음공부나 하라며 절에 처박아놨다. 사실 나도 내가 왜 이렇게 삐뚤게 행동하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건
“나도 행복해 지고 싶다.”
넓게 트인 마당을 타고, 다시 나에게 되돌아온 행복이란 메아리를 들으며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갑갑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절 뒤쪽에 있는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 가보니 왠 꼬마 아가씨가 앉아서 멀뚱멀뚱 물 위에 피어 있는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 꽃을 쳐다보고 있다.
“어린애가 밤에 여기서 뭐 하는거야 빨리 집에 가”
하지만 꼬마애는 내 말을 귓등으로 흘려 듣는지, 계속해서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만 보고 있다. 이런 건방진 꼬맹이를 봤나 이런 늦은 밤에… 조금은 걱정되는 마음에 버럭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꼬맹이가 작은 입을 열었다.
“기다려”
“…뭐?”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이 내게 올 수 있길 기다려”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었지만, 날 보고 말하는 꼬맹이의 눈이 너무 깨끗하다. 귀여운 마음에 머리를 쓰다듬으려 가까이 다가가자 꼬맹이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잡으려고 가까이 가면 뒤로 도망가고, 내가 준비를 하고 기다리면 다시 다가와, 수면위로 피어 있는 꽃 밑에 뿌리가 떠있거든”
나는 꼬맹이에게 다가가는 걸 멈추고 물어봤다.
“그런데?”
몸이 굳은 채로 얼어서 물어보는 나에게 꼬맹이가 다가와서 살며시 안기며 말했다.
“행복도 그렇대”
결론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은 봄,여름,가을에 잘 어울릴 것 같은 향수다. 겨울에 쓰기에는 향기가 청아하고 상쾌한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성별은 남,녀를 가리지 않으며 연령대도 전혀 상관 없을 것 같다.
지속력은 보통인데 끝에 남는 잔향이 꽤 오래간다.
향기의 호불호는 거의 없을 것 같다. 물론 '향기는 좋은 것 같은데 내 스타일은 아니야' 정도의 대답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외국사이트의 평도 그렇고, 거의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자연,숲,물,연꽃,우아함의 느낌을 정말 잘 표현한 향수라고 생각합니다. 대단하다고 생각하는건 물의 느낌을 가지고 있지만 물 내음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물 속성이 있지만 물 냄새는 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미들노트부터 조금씩 섞여서 나는 향 냄새는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의 신성함, 깨끗한 느낌을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녹색이 잘 어울리는 깨끗한 느낌의 향수라고 생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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