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향수

[여자향수]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 솔직후기

366일 2013. 11. 2. 02:02

향수 :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Ce Soir Ou Jamais Annick Goutal for women)

 

소개

 

 

 

이번에 소개해 드릴 향수는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이다.

사실 이 향수로 준비를 한 가장 큰 이유는 유명세에 비해 대립되는 의견 때문이다. 보통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를 '장미향'의 대명사로 많이 추천해 주시곤 하는데, 이게 호불호가 굉장히 심한 것 같았다. 어떤 분은 '이것이 내가 찾던 바로 그 장미'라고 말하시는 반면 다른 분은 'Oh my head...'라며 울부짖으시고 또 다른 분들은 '장미향이긴 한데요. 에헤헤 아니예요' 라며 말을 얼버무리는 것이다. 실제로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에 대한 정보도 인터넷에 꽤 있는 편인데 장미향이라고만 하고 뭔가 향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 같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어떤 향인지 파악하고, 왜 호불호가 갈리는지, 자신의 구매 여부에 대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면서~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의 조향사는 Annick Goutal(아닉구딸) 본인이다. 출시년도는 1999년이며 조향사님이 향기의 영감을 일요일 아침 교회 마당에서 얻었다고 한다. 외국사이트 설명을 보면 향기를 이런 식으로 표현해 놨다. 'delicately sweet', 'mysterious', 'very natural' 어떤 향인지 짐작이 가시는가? 


몇 일에 걸려 포스팅을 준비하면서 저 단어가 무얼 의미하는지 이제서야 이해가 되는 지금...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단일노트 : 히비스커스터키쉬 로즈앰버암브레트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의 첫 냄새는 결론부터 말하면 약간 충격적이다. 맥주냄새 라고 해야되나? 굉장히 술에서 나는 알코올냄새가 강하게 난다. 소주보다는 맥주 쪽의 알코올내음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장미향수로 나왔다고 알고 있지만, 이건 장미냄새가 아니다. 맥주 먹고 설거지 하기 전의 500cc잔에서 나는 그 특유의 알코올냄새와 굉장히 흡사하다. 때문에 굉장히 독하다고 느껴진다. 블로그 독자님 이신 피치님은 이 냄새를 바나나가 새까맣게 익었을 때 껍질을 까고 툭 잘랐을 때 나는 냄새라고 표현을 하시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역시 숙성시킨 맥주냄새, 술 냄새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이건 생활패턴 차이 때문일까? 어쨌든 굉장히 시큼하고, 톡쏘고, 독한 냄새가 난다. 참고로 펌핑을 많이 할수록 이 특유의 시큼한 탑 냄새가 더 심해지니까 꼭 펌핑 횟수조절을 하셔야 할 것 같다. 실수로 많이 뿌린다면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에게 자신이 먹히는 대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사실,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는 단일노트로 나왔지만 초반의 충격적인 알코올+맥주냄새가 꽤 오랫동안 남아 있어서 탑 노트로 분류를 해놓았다.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의 탑 노트는 맥주 잔에서 나는 알코올냄새 + 시큼함 + 장미(?)

 


충격적인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의 탑 노트를 뒤로하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알코올 냄새가 날아가면 본연의 장미 향기가 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장미냄새가 여러분들이 꿈꿔왔던 장미냄새가 아니다. 코를 톡 쏘며 치고 들어오는 날 선 듯한 장미향이다. 우아하고 포근한 느낌의 장미는 전혀 없고, 눈을 한껏 치켜 뜨고 째려보는 장미가 서 있다.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가 꽃으로 존재해서 구매했다고 가정하면, 살아있는 생화일 것 같다. 그만큼 장미향기가 시원하고, 톡쏘고, 아주 강렬하게 살아있다. 생 장미여도 너무 생 장미향 같다. 향기가 굉장히 선명하면서 시원하다. 그래서 그런지 향기가 코로 너무 잘 들어온다. 나도 모르게 '독해' 라는 말을 하게 되는데, 그런 표현을 하기에는 향기의 무게감이 좀 가볍다. 향기의 선명함에 비해서 구멍이 좀 숭숭 뚫려 있는 느낌 같다.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를 물에 띄워 놓으면 꽤 오랜 시간 동안 둥둥 떠있다가, 서서히 가라 앉을 것만 같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생화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생동감? 풀내음? 같은 것이 느껴진다. 독자님들 혹시 생화를 선물 받았을 때, 코 박고 냄새를 맡으면 그 특유의 살아 있는 생동감을 느낀 경험 다들 있지 않는가? 그 특유의 꽃의 생동감이 있다. 약간 나쁘게 말하면 꽃 비린내라고 말하고 싶은데 상당히 신기한 것 같기도 하다, 장미향이 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가시를 잔뜩 세워 올려서, 경계태세를 취한 것 같은 느낌이라니파우더리함, 달달함, 포근함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향기의 파워가 굉장히 강해서, 장미 한 두 에서 날 법한 정도가 아니다. 상당한 양의 장미를 응축시켜서 향수로 만들어 놓은 느낌이다. 어떤 분들은 장미에 둘러쌓인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하시던데,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향이 독하다 라고도 충분히 말하실 수 있을 것 같다. 샤넬 향수에서 독하다고 알려진 것들과는 독한 종류가 다르다. 향이 독하다고 느껴지는 조금 다른 이유를 설명하자면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 특유의 화~한 느낌 때문인 것 같다. 지금까지의 설명은 맥주를 따랐던 잔에서 나는 알콜냄새라고 표현을 해놨는데, 이 부분만 따로 떨어뜨려 놓고 설명하면 드럼통에 맥주를 받아놓고 숙성시켰을때 날 법한 향기가 나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술이 우려지고, 향이 톡 쏘게 되는 그 특유의 냄새가 묘하게 섞여 있다.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의 미들~베이스 노트는 선명한 장미향 + 날선 듯한 장미향 + 생화의 비린내 +  맥주잔에서 나는 술 냄새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네가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이대로 포기할거야?”

 

겉만 화려한 이런 삶이제 지쳤어 속 빈 강정 같아

 

화려하게 흐느끼는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라는 연극의 연습실이다. 불우한 가정사에, 힘든 어린시절을 겪었지만 역경을 극복하고 화려한 연예인이 되는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의 삶을 다룬다. 실제로 여기 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배우도 이름이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라고 하던데 그녀의 외모, 성격, 옷차림 모든 것이 여자주인공과 닮아있다.

 

다 집어치워! 이딴거 끝내자고그만하자고… 흑흑…”

 

잔뜩 격앙된 얼굴을 하고 있는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의 얼굴이 곧 터져버릴 것 같다. 흐르는 눈물 때문에 마스카라는 죄다 흘러내리고 있고, 선명하게 빛나는 빨간색 머리카락은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다. 그녀가 그렇게 위태위태 하게 연기하고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본 감독은 만족스러웠는지 잠깐 쉬었다가 가자고 한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정이 미처 정리되지 못했는지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의 눈빛이 상당히 불안하다. 얼굴에 흘러내린 검은색 눈물을 천천히 닦아내고 있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처량하다. 하지만 난 그래서 지금 보이는 장면이 더 그로테스크하단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연습실 안에서 그녀는 절대적으로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어떤 화장을 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이상하게 포근하지 않고 차가웠다. 난 괜히자꾸만 그녀가 무서웠다.’ 하지만 무대 뒷정리는 막내인 나의 역할, 이대로 겁만 먹을 순 없어서 용기 내어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락커 번호가 72번이죠? 가방 가져다 드릴까요?” 활기찬 내 물음 뒤로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의 가시 돋힌 목소리가 들린다.

 

그냥 가

 

… 그럼 마실거라도 가져다 드릴까요?


그러자 그녀가 깨질 것 같은 목소리로 내 말 안 들려?” 라고 말하고선 터벅터벅 걸어 나간다. 흔들리며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인다.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그 이상의 어떤 상처가 있는 것 같다. 이대로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를 혼자 두기엔 그녀가 너무 아파 보였다. 화려한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그녀의 아픔이 뭔지, 두꺼운 가시 장벽을 뚫고 넘어가서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가요!”

 

 

결론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는 너무 예뻐서 예쁘지 않은 향수다.

생장미 향기가 선명하고, 시원하게 나지만 특유의 술 숙성시킨 느낌이 섞여서 아이러니하게 독하단 생각이 조금 든다.

여자향수 특유의 파우더리함, 달달함, 은은함 이런 것들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생장미 향기다. 하지만 순수한 장미가 아니라 향수로 사용하기 위해서 무더기로 집어 넣고 압축시킨 듯한 느낌이 있다. 보통 고정관념의 장미향기를 생각하신다면, 아마 깜짝 놀라시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 특유의 그 묘한...톡 쏘는, 신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다.

하지만 확실한건 이 향수를 뿌리고 나가면 남성분들에게 '여인'으로서 각인은 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지속력은 보통에서~ 약간 오래가는 정도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생장미를 드럼통에 넣어놓고 압축시켜서 숙성시킨 후 향수로 만든 것 같습니다. 정말 생장미 향이 너무 강한데요? 생장미의 향기 속에 완전히 파묻히고 싶으신 분들에겐 적합하지만, 기존에 사용하시던 여성스러움, 포근함, 따뜻함 느낌의 향수를 찾으셨던 분들에겐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PS)
1. 벌써 11월 입니다.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요즘 이불에서 나오기가 싫어지네요. 독자님들도 그런가요?


2. 옛날에 피치님에게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를 추천해 드린적이 있잖아요? 그때 구매 후에 말을 아끼시더니... 죄송해요 피치님이 찾던 향이 아니었을텐데 ㅠㅠ

차라리 딥디크 오로즈를 추천해드릴걸... 장미향을 찾으시는 독자님들, 아닉구딸 스스와우자메는 꼭! 시향을 해보고 구매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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