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딥디크 필로시코스(Philosykos Diptyque for women and men)
소개
<사진출처 : http://www.fortyfiveten.com>
딥디크 향수 2탄
저번에 포스팅 했던 딥디크 롬브로단로에 이어서, 수 많은 관심과 요청이 들어왔던 딥디크 필로시코스를 소개해 드리게 되었다. 딥디크 필로시코스는 우디 아로마틱 계열을 대표로 해서 나왔으며 1996년에 출시되었다. 조향사는 Olivia Giacobetti(올리비아 지아코베티)라는 분인데 이 분 또한 정말 유명하다. 라티샨, 딥디크, 프레데릭 말, 펜할리곤스 등등 정말 다양한 브랜드에서 작업하셨다. 게다가 한미모 하시는 외모까지…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사진 첨부하는 센스
<사진출처 : 위키디피아>
어쨌든 현재까지 한국에서 딥디크 필로시코스, 롬브로단로는 정말 유명한 것 같다.
수많은 후기 요청이 들어왔던 딥디크 필로시코스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탑 노트 ㅣ 무화과잎, 무화과
미들 노트 ㅣ 코코넛, 그린노트
베이스 노트 ㅣ 시더우드, 우디노트, 무화과 나무
딥디크 필로시코스를 뿌리면 풀 잎과 과일향기를 주축으로 한 향기가 난다. 그런데 이 과일 냄새가 그 동안 맡아보지 못했던 좀 특이한 냄새인데, 여러 정보에 의하면 무화과 냄새라고 한다. 사실, 과일을 엄청 좋아하는 편인데 아직 무화과를 따로 먹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저와 비슷한 처지일 거라 생각을 해서 무화과라는 단어를 좀 최대한 배제하고, 설명을 해보려고 한다. 혹은 무화과 향을 최대한 설명하는 방향으로…
그래도 우선 이해를 위해서 무화과가 이렇게 생겼구나~ 라고 사진 첨부
<사진출처 : http://www.nemopan.com/photo_food/3708035>
과일냄새가 살짝 맹맹하면서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이 있다. 보라색 가지를 데쳐서 먹는 기분이라고 할까? 막 달지도 않고, 상큼하지도 않고, 특유의 맹맹하면서 미끌미끌한 느낌이다. 어쨌든 초반에는 이런 식의 과일냄새 + 잎(Leaf)냄새가 난다. 착향 했을 때 잎 냄새가 조금 더 빨리, 강하게 올라오는 것 같다. 그런데 딥디크 필로시코스의 잎 냄새는 뭐랄까… 상쾌하고 개운하다기 보단 살짝 텁텁한 느낌이 있다. 시골 길 양 옆으로 피어있는 호박넝쿨들을 볼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까? 잎사귀가 있다면 잔털이 있어서 되게 까끌까끌 할 것 같다. 그렇다고 무성한 잎들이 만들어 내는 울창함 같은건 아니고 아주 큰 잎사귀가 햇빛을 온몸으로 막고서 그늘을 만들어 주는 느낌이다. 촉촉하고 시원한 날씨라기 보다는 해는 쨍쨍 떠 있어서 덥고 큰 잎사귀들이 굳건히 제 자리를 지키면서 스스로의 영역을 만들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싱그럽다기 보다는 이상하게 살짝 텁텁한 느낌이 있다. 그러고보니 딥디크 필로시코스의 잎(Leaf)냄새는 푹 삶은 호박 잎이 생각난다. 푹 삶은 호박 잎을 손에 올려 놨을 때 느끼는 감촉과 유사하다고 해야할까? 뭔가 묵직하게 꽉 찬 무게감이 있다. 상쾌하면서 뻥 뚫리는 향기는 분명히 아니다. 다만, 펌핑을 조절하면 삶은 호박 잎의 개수를 조절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딥디크 필로시코스의 탑 노트는 『무화과 잎 + 맹맹함 + 씁쓰름함』
서민적인 표현을 빌리면 푹 삶은 호박 잎에 밥 싸먹으면서 ‘역시 건강식이 좋아!’ 라고 외치고 싶은 그런 향기...
시간이 조금 지난 딥디크 필로시코스는 기존의 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코코넛 냄새가 많이 올라온다. 확실히 코코넛 열매를 농축해서 향수로 만든 느낌이 있다. 근데 이게 되게 미끄러운 향기다. 무화과 잎과 섞여서 살짝 기름진 냄새가 난다고 표현해야 할까? 손으로 만지면 미끌미끌하면서 물컹물컹 할 것 같은 코코넛 향기다. 시간이 아주 조금 더 지나면 달달한 냄새도 더 많이 나는데, 이것도 그 동안 우리가 맡아왔던 것과 종류가 다르다. 지금까지 맡아 왔던 과일의 단 냄새는 ‘설탕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먹고 싶은’ 느낌이었다면 딥디크 필로시코스의 단 맛은 분명히 달긴 한데 뭔가 맹맹한 맛이다. 살짝 예시를 들어보면 ‘2% 부족할 때’라는 음료에서 느껴지는 단 맛이라고 할까? 확- 하고 단 맛이 느껴지는게 아니라 묘하게 달다. 단 맛에 대한 단어가 세분화된 단어가 부족해서 그냥 달다 라고 말하게 되는 느낌이다. 굉장히 말로 표현하기 힘든 단 냄새가 난다.
딥디크 필로시코스의 미들 노트는 『코코넛 + 단 맛(?) + 미끌거림 + 잎(Leaf)으로 한번 슥 닦았을때 묻어나오는 찌꺼기에서 날 것 같은 녹색의 느낌』
미들 노트 이후로는 그렇게 향의 변화가 크지 않다. 무화과의 향기는 정체성을 가지고 계속 되는것 같은데, 그 동안 설명했던 잎 냄새가 좀 많이 사라지는 것 같다. 그리고 특유의 미끌미끌한 느낌도 상당부분 사라진다. 탑 노트와 미들 노트는 무성한 잎에 둘러 쌓여 나무에 열린 무화과 라고 한다면 베이스 노트부터는 흙에 떨어진 무화과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세세한 디테일이 그렇다는 것이지, 멀리 떨어져서 크게 향기를 느끼면 그렇게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딥디크 필로시코스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자~ 집중해 주세요. 지금 앞에 보이는 나무는 딥디크 필로시코스라고 합니다.”
현재 나는 '신비한 꽃과 나무들' 이라는 주제로 여행하고 있고 지금은 딥디크라는 나라에 와 있다.
“딥디크 필로시코스의 수명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요. 하지만 확실한건 지금 여러분들 앞에 있는 나무의 나이는 2천 살이 넘었다는 거죠”
너무 짙고 푸르른 이미지 때문에 나이가 그렇게 많을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2천년이라...
“딥디크 필로시코스는 평상시에는 거의 향기를 내지 않는데 정말 아주 가끔씩 온 마을이 울릴 정도로 향기를 내뿜을 때가 있었다고 해요. 신기한건 마을을 꽉 채울정도로 진하고, 강한 냄새인데 전혀 독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다고 합니다. 게다가 나무가 향기를 낼 때에는 벌레가 전혀 생기지 않는다고 하구요.”
가만히 들어보니, 가이드의 목소리가 약간 격앙되어 있었다. 왠지 가이드도 아직 냄새를 맡아보지 못한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사실 이게 중요한데요. 기록에 의하면 딥디크 필로시코스가 사랑에 빠졌을 때만 향기가 난다고 하네요. 나라에서는 새 사랑에 빠진 딥디크 필로시코스를 축복하며 축제를 열었죠. 나무가 사랑에 빠진다는게 웃긴 얘기지만, 기록에 의하면 그래요.”
사랑에 빠지는 나무라… 확실히 '신비한 꽃과 나무들' 이라는 주제에 부족함이 없다.
“그럼 이제부터 한 명씩 나와서 나무 기둥을 안고 돌아갈 거예요. 기둥을 안고 가면 축복을 받는다고 하니까 모두들 꼭 하고 가세요~”
가까이서 본 딥디크 필로시코스는 정말 거대했다. 높이 솟아 오른 기둥 위로, 색색들이 열매가 열려 있었고 푸르고 짙은 잎 들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나를 편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손으로 기둥을 만져보니 생각보다 굉장히 부드러웠고 여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나는 딥디크 필로시코스를 꽉 안아봤다. 순간 머리가 휘날릴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코 끝을 타고 지나가는 풀 내음이 상당히 기분 좋게 느껴진다. 머리 위에서는 새들이 지저귀고, 열매와 잎 사이로 새어 나온 한줄기의 햇살이 내 얼굴을 기분 좋게 감싼다. 따뜻하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채,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버스를 향했다. 내가 마지막 차례여서 그런지 다들 빨리 오라고 손짓하고 난리다. 헐레벌떡 뛰어간 나는 빨리 자리에 앉았고, 시동이 걸리면서 버스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버스 뒤로 딥디크 필로시코스를 설명해 줬던 안내원이 엄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쫓아오고 있다. 왜지?
"빨리이~ 그 사라암~ 잡아아~!"
딥디크 필로시코스는 정말 개성있는 향수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성별은 전혀 상관 없을 것 같고, 연령대도 그다지 상관이 없어 보인다.
심지어 복장도 딱히 가릴 것 같진 않다. 우리가 흔히 접해보지 못한 이질적인 과일의 향기와 맛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특유의 미끄덩미끄덩, 쓰르텁텁, 쌉싸름한 느낌이 있어서 이게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은 확실히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분명히 싫어할 향기다. 은근히 약의 연고 같은 느낌도 조금 있기 때문이다.
향의 변화는 거의 탑~미들(베이스) 2단계로 생각하시는게 좋을 것 같다. 지속력 자체는 평범한데, 코에 확 각인되려고 노력하는 향은 아니라서 사람들의 반응을 기대한다면, 살짝~ 짧은 지속력이라고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딥디크 필로시코스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 정도로 유명한 향수가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건 처음이네요. 보통 이 정도로 유명하면 대중성도 겸비하기 마련인데 말이죠. 외국사이트의 평들을 보면 'grass, natural, lightly, green, fresh'등의 단어를 써서 표현하던데... 어느 정도는 동의하지만 막 그렇게 상쾌하고 그린(green)한 느낌의 향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코코넛 특유의 미끄덩, 울렁거리는 느낌이 조금 아쉽네요. 어쨌든 확실한건 정말, 너무 표현하기 힘든 향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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