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향수/Chic

[남자향수] 메르세데스 벤츠 솔직후기

366일 2013. 12. 25. 01:00

향수 :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 Mercedes-Benz for men)

 

소개


<사진출처 : selloutstore.com >


드디어 포스팅 하게 되었다. 메르세데스 벤츠 향수!

사실 포스팅 할 때 뭐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정식 명칭은 메르세데츠 벤츠그냥 이렇게 끝나는데, 그럼 자동차랑 너무 겹쳐버려서 혼돈이 생길 수도 있고 부르기도 너무 힘드니 이제부터는 벤츠 향수혹은 벤츠라고 줄이도록 하겠다. 그런데 첫 향수 출시에 어떤 수식어도 붙이지 않고 메르세데츠 벤츠라고 내놓은 것을 보니까 벤츠에서 정말 마음먹고 만들었다는 의지가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다.

벤츠 향수는 2012년에 런칭되었으며 한국에는 2013년이 다 되어서(?)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만 해도 수입이 되느니, 마느니 말이 많았는데 현재는 원활하게 되는 것 같다. 대표 조향사는 Olivier Cresp(올리비에 크레스프) 라는 분으로 이 분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분이다. 재밌는 사실은 벤츠 향수를 만들때 여성들이 매력적으로 느끼는 남성의 향을 만들기 위해 조향사의 90% 이상을 '여성'으로 구성했다는 점이다. 슬로건은 '기품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풍기는 것' 이라는 정말 벤츠 다운 어감으로 만들어 놨다.



메르세데스 벤츠 향수는 과연 자신의 브랜드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향기

메르세데스 벤츠 Perfume Pyramid

탑 노트 : 베르가못레몬만다린 오렌지

미들 노트 : 갈바눔, 넛맥(육두구), 바이올렛, 페퍼(후추)

베이스 노트 : 베티버, 패츌리, 버지니아 시더(삼나무)


벤츠 향수를 뿌리면 처음에는 굉장히 시원한 청사과향이 난다. 그런데 이게 과일냄새임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코끝을 찌르르 울리는 금속성의 느낌이 있다. 굉장히 신기하지 않은가? 세상에 메탈로 만들어진 사과나 오렌지가 있다면 이런 향기가 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굉장히 시원함에도 불구하고 바람 같은 속성은 전혀 생각나지 않고 오히려 가죽지갑’ ‘자동차’ ‘같은 단어가 연상이 된다. 이 정체불명의 메탈스러운 과일냄새를 좀 더 설명하면 오렌지 껍질과 청사과의 시원한 알맹이가 섞인 냄새 같은데 사과 알맹이를 오렌지 껍질로 감쌌다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전체적으로 향의 무게감은 은은하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따뜻하고 은은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고 굉장히 능력있고, 시크한 도도함이 생각난다. 새롭게 올린 신식 건물에 젊은 회장이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턱을 괴며 음 그래요?’ 라면서 회의 내용을 약간 건방진 느낌으로 듣고 있는 모습이 생각난다. 다시 돌아와서 벤츠 향수 특유의 메탈이 떠오르는 시크한 과일향의 재질감(?)을 표현해보면, 잘 빠진 은색빛깔의 고급 세단이 휘황찬란한 햇빛에 반짝거리는 장면이 생각난다. 차갑고 광채가 나는 은갈치 같은 고급 세단....! 그 정도로 향기가 은은하면서 매끄럽지만 굉장히 시크하다. 전체적인 향기는 지금까지 설명한 것과 같은데 약간 부가적인 설명을 덧붙이면 벤츠 향수를 직접 맡지 않고 멀리에서 약간 스치듯이 맡으면 오이 특유의 느낌이 약간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오이냄새라고 물어보시면 아뇨, 오이 특유의 느낌만요 ^^’ 라고 대답해 드리고 싶지만 말이다.

 

벤츠 향수의 탑 노트는 『메탈 + 시크함 + 청사과 + 오렌지 껍질 + 가죽

 

 

시간이 조금 더 지난 벤츠 향수는 초반에 느껴지던 과일 냄새가 많이 뭉뚱 그려진다. 그러니까 청사과, 오렌지 이렇게 따로 존재하던 녀석들이 스르륵~’ 하면서 섞인 후 하나의 휘발성(?) 냄새처럼 변한다. 검정색 석유, 기름으로 손질된 가죽, 가죽벨트 이런 종류의 느낌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 그리고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계속 코 끝을 찌르르 울게 만드는 특유의 매운 향기가 있다. 탑 노트에서는 그게 과일의 상큼함으로 조금 커버가 됐는데 과일 냄새가 세력이 약해지면서 화~ 하게 매운 냄새가 분명하게 느껴진다. 생강의 매운 냄새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뭐라고 표현을 못하겠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은은함은 그대로인데 나무 계통이 섞인 쌔한 냄새가 계속 느껴진다. 보통 나무 계통의 냄새가 나면 '톱밥' '마른 장작' 같은것들이 생각이 나던데, 벤츠 향수의 쌔한 나무 향기는 '약초와 풀이 자라는 물먹은 나무(?)'의 느낌이 강하다. 확실히 초반에 느껴지던 메탈의 느낌은 어느 정도 사라진 것 같은데 대신 자동차의 가죽시트 처럼 구멍이 뚫려있고, 푹신한 재질감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살짝 물내음도 나기 시작하는데 오이에서 느껴졌던 그 특유의 물 내음과 비슷한 것 같다. 바다보다는 강의 이미지에 가깝고, ‘물 냄새가 난다!’ 라기 보다는 저 멀리에는 강이 흐르는게 보이는 것 같은데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존재감이 느껴지되 확신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할까? 향의 미묘한 변화는 이렇지만 전체적으로 벤츠 향수 특유의 쿨하면서 냉담하고, 능력있고, 고급스러운 느낌은 여전하다. 향의 농도나 느낌은 분명히 은은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 가볍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벤츠 향수의 미들 노트는 『시크함 + 물 먹은 나무 + 생강 + 기름칠한 가죽

 

 

미들 노트와 베이스 노트 사이의 벤츠 향수는 조금 더 물 내음이 강하게 난다. 순수한 물이라기 보다 오이에서 느꼈던 그 새큼함이 있는 것 같고 살짝 정제된 맹맹함이 느껴진다. 비슷한 향수로 프라다 루나로사가 생각이 나는데, 프라다 루나로사는 확실히 전체적으로 비누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던 반면 벤츠 향수 알싸하게 매운 정제된 물같은 깔끔하고 딱 떨어지는 느낌이 있다. 숲 근처에 흐르는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은 강이라고 말하면 조금 이해가 되시려나? 물 향기를 주축으로 나무냄새도 나고, 풀 냄새도 나고, 정체불명의 알싸하게 생강처럼 매운 향기가 전체적으로 섞여서 굉장히 은은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파우더리함은 전혀 생각나지 않고 깨끗하고 은은하다. 재밌는 점은 물의 속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부는 시원함'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나무 그늘에 가려져서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느낌이 강하다.

 

벤츠 향수의 베이스 노트는 『물 내음 + + 나무 + 약간 알싸한 냄새

 

  

 

벤츠 향수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글로벌 회사의 중역들이 모인 회의실,

호기심 어린 눈빛 뒤로 금방이라도 물어 뜯을 것 같은 살기가 느껴진다.

그들의 눈빛은 흡사 맹수와 같아서 빈 틈을 보이는 순간 내가 쌓아온 모든 커리어를 물어 뜯겠지

 

콜록 콜록…”

 

긴장 탓에 잠 못 이룬 밤이 문제였을까,

밤새 무리한 연습이 문제였을까,

중요한건 내 몸의 상태가 정말 최악이라는 사실이다. 밥도 못 먹어서 온 몸에는 기운이 하나도 없는데 심지어 화장도 잘 먹지 않아서 얼굴이 환자 마냥 누렇게 떠버렸다. 이 순간 만큼은 엄마도 나를 보면서 예쁘다고 말해주시지 않겠는걸...? 어쨌든 발표는 해야 하니까 나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Can I start my presentation?" (발표를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하지만 기침은 멈추지 않았고 그런 내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였는지, 자기네에게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했는지 미국지사 임원이 특유의 가식적인 목소리로 안부를 물어왔다.

 

“Oh~ You don’t look well, are you all right?" (오~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괜찮아요?)

 

'니 눈엔 괜찮아 보이니?' 라고 톡 쏘아 붙이며 하이힐로 머리를 찍어 버리고 싶었지만 중요 발표인만큼 속내를 최대한 감추며 밝게 웃었다. 특히나 맨 앞자리에서 나를 쳐다보는 우리 벤츠 향수 회장님의 잔뜩 화난 표정도 한 몫 하긴 하는 것 같다. 저 무서운 표정을 해석하면 '이런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감히 아파?' 정도 이려나

 

“My conditions isn’t quite back to normal yet, but is OK now (컨디션이 아직 정상으로 돌아오진 않았지만, 뭐 지금은 괜찮아요)”

 

그리고 발표를 시작하려고 하는 순간, 벤츠 향수 회장님이 임원들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하더니 나보고 빨리 밖으로 나오라며 손짓하고 있다. 부르니까 나가긴 한다만... 화가 머리 끝까지 난 것 같은데 감정을 갈무리 하려고 노력하는 벤츠 향수 회장님의 표정을 보니 두려운 마음이 든다. 나 어떡하지?

 

몸 상태가 왜 그래?”

 

“연습을 너무 많이 했더니... 죄송해요. 끝까지 책임져 보겠습니다.

 

책임? 자기 몸도 책임 못 지면서 무슨 프리젠테이션을 책임지겠다고, 지금 제정신이야?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죄송해요…”

 

“하... 믿고 맡겼더니자료 나한테 주고 나가봐.”

 

?

 

가라구요.”

 

말을 마친 벤츠 향수 회장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있다. 평소에 워낙 유쾌하고 장난을 많이 치셔서 인자하신 분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화난 모습을 보니까 정말 무섭다. 그런데 한켠으로는 이렇게 된 이유가 조금이라도 더 잘해보려고 그런건데 나한테 너무 하다는 생각도 들고... 벤츠 향수 회장님 그렇게 안 봤는데 나 은근히 속상해!


어쨌든 '이제 내 커리어는 끝이야...' 라고 읊조리며 힘없이 회사를 나왔는데 입구에 최고급 벤츠 차량이 주차 되어 있고 회장님 기사가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다. '뭐지?' 의아함에 쭈뼛거리며 가만히 서 있는 내게 기사님이 웃으며 말을 거셨다.

 

많이 혼나셨나봅니다.” 

말도 마세요오늘이 제 마지막 모습일지도 몰라요.


기사님은 특유의 인자한 미소를 지으시며 내게 하얀색 쪽지를 건네셨다.

회장님이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어서 타시죠.


얼떨결에 타게된 최고급 세단 안에서 곱게 접힌 쪽지를 펴보니, 세련되게 적힌 남자 손글씨가 눈에 확 들어온다.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것은 끝내는 것까지 포하는 것,

마무리 짓지 못할 일은 시작도 하지 않길


정곡을 찌르는 것 같은 냉철한 말에 상처 받아서 손을 바르르 떨고 있을때 쪽지 밑 부분에 자그맣게 써진 글씨가 보인다.

글씨 크기도 아까보다 작고... 뭔가 되게 조심히 써내려 갔다는 생각이 든다.

 

내 사전에 두 번은 없지만... 

다음 프리젠테이션도 잘 부탁할게 그리고


제발 아프지 마

 

 

결론


향수를 쭉 포스팅 하다 보면서 느낀게 있는데 향수는 어떤것을 표현할때는 크게 2가지 방법이 사용되는 것 같다.

첫째 '자연'을 묘사 하는것, 둘째'사람'을 묘사 하는것

메르세데스 벤츠 향수는 사람을, 그 중에서도 '굉장히 능력있고 쿨한 느낌의 남성' 어필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향수의 좋고 나쁨을 따지기 전에 그냥 메르세데스 벤츠라는 브랜드가 주는 오로라 때문에 왠만한 남성분들은 벤츠 향수가 선물로 들어온다면 좋아하시지 않을까?

사용 연령대는 딱히 상관 없어 보이지만, 약간 바보같은 이미지나 허당기 있어보이는 남성분들은 아쉽지만 다른 향수로 발걸음을 돌리는게 좋아보인다...^^

다만 기존의 벤츠 브랜드가 가지는 클래식, 중후함 같은 느낌과는 분명히 거리가 있는 것 같고, 지속력은 약간 약한 편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대략 2~3시간)


마지막으로 메르세데스 벤츠 향수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감히 벤츠에서, 자신의 브랜드만 딱 걸고 나온 향수치고는 뭔가 부족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향기 자체는 전체적으로 무난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고 그 동안 시크한 향수를 사용하셨던 분이 더 좋아할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좋긴 좋은데 살짝 아쉬운 그런 향수인 것 같습니다.


PS)

1. 이번 감기는 전국을 강타하는군요. 힘 없는 저는 역시 감기태풍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건강합니다 ^^ 이번에 감기가 상당히 쎈 것 같으니까 독자님들 감기기운 조금만 보이신다 싶으시면 빨리 병원가세요. 개인적으로 감기에 걸렸는데도 불구하고 '약 먹으면 1주일, 안 먹으면 7일' 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보면 제가 환장해서 손 잡고 병원 끌고가는 스타일이라 ㅋㅋㅋ


2. 독자님들은 '메리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실까요

 '에이.. 크리스마스' 보내게 되실까요. 후후... 


3.366일 향기나는 블로그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편하게 쉬다 가세요 ( ⁿ_ⁿ)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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