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토리버치 향수 (EDP) (Tory Burch Tory Burch for women)
소개
토리버치 향수는 토리버치에서 내놓은 첫 번째 향수이다. 에스티로더 컴퍼니와 합작을 했으며 런칭년도는 2013년이지만 한국에는 14년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수입이 될 예정이다. 사실 토리버치는 오렌지 빛깔의 디자인으로 상당히 유명한데, 클러치 백, 쇼핑 백, 매장 인테리어 전부 다 오렌지 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향수 바틀도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오렌지 빛 뚜껑으로 상당히 심혈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토리버치 향수의 철학은 ‘과유불급’ 으로 쉽고(easy), 자연스럽고(natural), 아름답고(beautiful), 빛나는(glow) 를 바탕으로 완성했다고 한다. 음 그리고 이건 살짝 부연인데, 디자이너인 토리버치 님의 외모가 상당하신 것 같다.
그렇다면 야심차게 내놓은 토리버치 향수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토리버치 Perfume Pyramid |
탑 노트 : 핑크페퍼(홍후추), 네롤리, 블랙 커런트, 자몽 미들 노트 : 스위트 알리섬, 쟈스민, 투베로즈(월하향), 미모사 베이스 노트 : 샌달우드, 시더우드, 화이트 머스크, 베티버 |
토리버치 향수를 뿌리면 살색이 생각나는 달달함이 상쾌하게 퍼진다. 살짝 새큼함도 숨어 있어서 종합하면 살구, 복숭아 에서 느낄법한 당도같다. 달달함의 농도를 수치로 환산하면 20~25 정도? 그리고 조금 더 지나면 상큼하고 새큼한 과일냄새가 스르르 하고 올라오는데 자몽과 살구를 섞은 것 같다. 향의 질감은 전체적으로 굉장히 부드러운데 정말 얇고 질 좋은 하얀 천을 공중으로 펄럭였을 때 서서히 떨어지는 모습이 생각난다. 왜 너무 얇은 천은 공중으로 한번 털었을 때 쿵- 하고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람타면서 살랑살랑- 떨어지지 않는가? 딱 그런 정도의 무게감이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향기가 굉장히 투명한 느낌이 드는데 이게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우선 탑 노트만 보면 누가 맡아도 정말 부담없고, 깨끗한 향이지만 향수에 대해서 별로 경험이 없거나, 코가 둔한 사람이 맡으면 냄새를 잘 못 맡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시향지 에서는 상큼함과 달달함이 별로 느껴지지 않고, 후추 냄새 같은 알싸함이 훨씬 더 많이, 그리고 길게 느껴진다. 뭔가 후추에 과일이 섞인 것 같은 굉장히 특이한 알싸함이다.
토리버치 향수의 탑 노트는 『자몽과 살구의 상큼함 + 복숭아 빛 달달함 + 정말 얇은 하얀 천』
시간이 조금 더 지난 토리버치 향수는 확실히 여성스럽고 여리여리한 꽃 냄새의 향연으로 변한다. 그리고 꽃 냄새가 주축이라서 그런진 모르겠는데 향기가 코로 치고 들어오는 강도가 꽤 약하다. 은은하다고 말하기엔 분명히 꽃 향기가 나는데, 그게 너무나 투명하고 복합적이어서 코에 각인되는 느낌이 좀 약하다. 상황 묘사를 해보면 지금 내 앞에 하얗고 청초름한 꽃이 한 송이 피어 있다. 그 순결함을 느끼고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는데, 예상했던 예쁜 향기가 아니라 깨끗하고, 투명하고, 흘러가는 듯한 향기에 당황하는 모습이 생각난다. 그래서 그런지 성 정체성은 확실히 여성적이다. 속이 살짝 비칠 정도의 아주 가벼운 재질의 하얀 원피스를 입고서 '꺄르르-' 거리며 웃는 여성이 생각난다. 하지만 역시나 단점이라면 코가 둔한 사람은 ‘무슨 냄새?’ 이러면서 두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토리버치 향수의 미들 노트는 『투명함 + 순수함 + 깨끗함 + 하얀색 꽃 향기』
시간이 좀 더 지난 토리버치 향수는 꽤 놀라운 변화를 보여준다. 분명히 투명하고 깨끗했던 향기가 꽤 파우더리하게 바뀐다. 물론 달달함은 덜하지만, 확실히 여성의 뷰티 제품에서 느껴질 법한 파우더리함이 느껴진다. 다만 특이한 점은 향기의 질감은 굉장히 부드러운데 이상하게 살짝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바닐라로 솜을 만들었을 때 날 것 같은 향기라고 할까? 분명히 은은하지만 가볍다고 말하기엔 힘든 것 같다. 또한 탑,미들 노트에서는 전체적으로 향이 날듯 말듯 투명한 느낌이었다면 그와 대조적으로 베이스 노트에서는 확실히 존재감을 어필하는 각인력이 있다. 게다가 더 놀라운 사실은... 베이스 노트의 지속력이 정말 길다. 심지어 비누로 닦아도 잘 지워지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토리버치 향수의 베이스 노트는 『파우더리함 + 여성미 + 솜 같은 달달함』
토리버치 향수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기약 없는 여행, 현재 나는 토리버치 마을에 와 있다. 마을의 분위기는 어린이 동화에 나올 것처럼 굉장히 서정적이다. 마을 전체를 수놓는 새하얀 쟈스민과 투베로즈, 그리고 주위를 아름답게 둘러싸고 있는 오렌지 나무들은 괜스레 마음을 더 설레게 만든다. 게다가 나는 마을의 촌장님에게 “해가 바뀐 이래 첫 손님이군, 자고로 첫 손님은 마을에 행운을 몰고 온다고 하지” 라는 말을 듣고서 생각지도 못한 환대를 받는중이다.
그렇게 찾아간 촌장님의 집은 하얀색과 오렌지 색이 조화된 아담한 벽돌집이었다. 어떻게 집 한 채, 한 채가 동화 같은 느낌이 드는걸까? 그렇게 동화속의 주인공이 된 마냥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자 “안녕하세요~” 라며 수줍은 목소리로 나를 반기는 소녀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름이…?”
“토리버치 라고 해요.”
말을 마치고 한 발자국 뒷걸음치며 나를 주의 깊게 보는 소녀의 눈빛이 상당히 조심스럽다.
“아하~ 저는 촌장님 소개로 오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 드려요.”
나름대로 최대한 자상하게 말했으나 토리버치는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일 줄 몰랐다. 정확히는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안절부절 못하는 것 모습인 것 같다. 아마 이런 경우가 처음인 모양이다. 어쨌든 나는 오랜 여행에 상당히 배가 고팠기 때문에, 토리버치 옆에 놓여져 있는 오렌지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배가 고파서 그런데 저기 오렌지 좀 먹어도 될까요?”
그러자 토리버치는 눈이 휘둥그레 커지면서 얼굴부터 귀까지 새빨갛게 변했다. 뭘까 이해할 수 없는 이 반응은?
“어…귀, 귀한 거면 배를 채울만한 다른거, 아무거나 상관 없어요. 대신 머무는 동안 먹은 만큼 열심히 일할게요.”
토리버치는 딱히 대답하지 않은 채 서둘러 나를 부엌으로 안내했고, 따듯한 스프와 갓 구운 빵을 내줬다. 이후로 세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나는 촌장님의 신임을 받으며 마을에 활기가 넘칠 수 있게 젊은이로서의 역할을 다했고, 낯가렸던 소녀 토리버치 와도 장난을 주고 받을 정도로 상당히 친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내가 밖에서 사람들의 일을 도와주다가 저녁을 거르게 되면 직접 만든 도시락을 주고 갈 정도가 됐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과, 그리고 토리버치와 정이 상당히 들었을 무렵, 나는 이유 모를 답답함을 느꼈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떠날 때 가 되었음을 감지했다. 우선 촌장님께 알려드리는 게 예의겠지.
“촌장님, 이만 떠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내 말을 들은 촌장님의 표정에서 살짝 아쉬움이 보였지만 이미 예상은 하고 있으셨던 것 같다.
“갈 곳은 있고?”
“발길 닿는 곳으로요.”
그때 갑자기 ‘쿵쿵쿵-‘ 하며 누군가 급하게 뛰어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고, 촌장님은 발소리가 난 곳을 잠시 지켜보더니 나에게 다시 말했다.
“딸아이가 들은 모양이네, 마음 상하지 않게 잘 달래주고 갔으면 하네”
“알겠습니다.” 라는 나의 대답을 끝으로 촌장님은 더 이상 말씀이 없으셨고, 나는 잠시 자리를 지키다가 방으로 조용히 돌아 왔다. 낯가림이 심했던 토리버치가 이제 겨우 마음을 열었는데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그렇게 한참 상념에 빠져 있을 때 ‘똑똑똑-‘ 하며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밤중에 누구지?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슬며시 몸을 내민 사람은 다름아닌 토리버치 였는데 평소와 달리 표정이 굉장히 비장했다. 게다가 자야할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외출하기 직전 처럼 굉장히 꾸민 모습이다. 아니, 오히려 외출할 때 보다 더 열심히 꾸민 것 같다. 이 정도면 거의 결혼식의 신부라고 해도 믿겠는데?
"예쁘다. 사실 나 할 말이 있는데"
“아까 다 들었어”
평소의 다정다감한 말투와 달리 지금 그녀의 목소리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항상 웃고 친절했던 그녀라서 지금 이 상황이 더 괴롭다.
“미안, 말 안 해서 화 많이 났구나.”
내 말에 딱히 대답하지 않던 토리버치는 가만히 서 있다가 내 쪽으로 갑자기 다가오더니 선명하고, 밝은 오렌지 한 개를 내 손에 쥐어준 후 나를 꽉 안았다. 큰 일이라도 벌어진것 마냥 덜덜 떠는 그녀가 의아했다. 도무지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감이 안잡혀서, 그냥 한참을 어루만져 주자 그제서야 진정이 되었는지 그녀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말했다.
“잘 갔다 와”
“응?”
물음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당황한 나를 뒤로 한 채 그녀는 바람같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토리버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얘는 끝까지 안 나오네요. 들은 정이 얼만데…”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라서 그런 거지… 몸 조심 하게”
그렇게 동화 같은 풍경의 서정적인 토리버치 마을을 뒤로 한 채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무렵, 뒤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촌장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 잠깐만 자네... 손에 든 오렌지 어디서 났나?!”
“네? 토리버치가 줬는데…”
촌장님은 말 없이 한숨만 푹푹 내쉬더니 굉장히 허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떠나는 사람에게 이게 뭐하는 짓인지... 그건 딸아이가 자네와 평생 함께 하겠다는 징표라네”
결론
토리버치 향수는 전체적으로 심플한 느낌의 향수다. 그리고 인물을 성격을 표현하려고 했다기 보다 푸른잔디에서 뛰노는, 뭔가 서정적인 모습이 더 많이 그려진다. 그 이유는 향수를 만들때 애초에 토리버치 자신의 어릴 적 추억을 최대한 담으려고 한 것이 한 몫 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보면 확실히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게 나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아쉬운 점은 탑,미들 노트에서 느껴지던 깨끗한 향기가 확산력이 약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과는 대조적인 베이스 노트가 갑자기 파우더리하게 색깔이 바뀐다는 것이다.
여성적인 느낌을 가지고 싶으신 분들이 뿌리면 좋을 것 같으며, 연령대는 화장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면 상관이 없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토리버치 향수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심플하면서 깨끗한 느낌은 좋은데, 처음과 대조적인 끝이 아쉽습니다. 깨끗한 향기로 시작했다면 마무리도 비슷한 계통으로 좀 다르게 표현 하는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베이스 노트의 조향이 개인적으로 아쉽네요. 하지만 평소 여성미가 넘치는 분들은 잘 소화하실 수 있을 것 같으며, 베이스 노트의 취향은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꼭 시향해 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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