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크리드 어벤투스(Aventus Creed for men)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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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드 남자향수 3탄
사실 다른 향수를 소개하려 했으나… 몇 일간 많이 아파서 쓰러져 있던 탓에 공백이 길어져서 죄책감에 비싼 향수를...^^ 크리드 어벤투스는 2010년에 런칭 되었으며 크리드 향수 중 가장 신상에 속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크리드 실버마운틴이 가장 잘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서양에서는 크리드 어벤투스가 가장 잘 나간다. 재밌는 점은 나폴레옹의 삶(로맨스, 평화, 전쟁) 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짐작이 잘 가지 않는데 독자님들은 상상이 되시는가? 비슷한 예를 들면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선을 맞섰을 때의 삶, 절망감, 믿음에서 영감을 받았다 라고 말하는 것과 같지 않은가? 음... 그런데 써놓고 보니까 갑자기 영감을 받을 만 한 것 같기도 하고…^^ 다시 돌아와서, 크리드 어벤투스의 조향사는 Olivier Creed 라는 원래의 6대 조향사와, 크리드의 미래를 책임질 그의 아들 Erwin Creed 둘이서 합작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나폴레옹에게서 영감을 받았다는, 크리드 어벤투스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크리드 어벤투스 Perfume Pyramid |
탑 노트 : 베르가못, 블랙 커런트, 사과(빨간), 파인애플 미들 노트 : 쟈스민, 자작나무, 파츌리, 장미 베이스 노트 : 머스크, 오크 모스, 앰버, 바닐라 |
크리드 어벤투스를 뿌리면 여러가지 과일향이 복합적으로 나는데 느낌이 되게 묘하다. 파인애플을 반 잘라서 코에 들이댔을 때 날 것 같은 특유의 새큼달달함과 예쁘게 잘라 놓은 사과 껍질의 향기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다고 할까? 수치로 환산하면 달달함 10~25, 새큼함 10~25 정도가 되는 것 같다. 살짝 시선을 바꿔서 바라보면 남자 스킨향을 기초로 과일 향을 얹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 정도로 향이 굉장히 남성적이고 중후하다. 만약 저더러 ‘향이 강한가요?’ 라고 물어보신다면 ‘꽤 쎈데요?’ 라고 말씀 드릴 정도로 마냥 순수하지만은 않은 텁텁함(?)이 느껴진다. 색깔은 검붉은 색이 생각나는데 오랜 시간 푹 고운 딸기 잼을 국자로 펐을 때 국자 끝에서 엿가락 늘어지듯 천천히 늘어지는 듯한 향기라고 할까? 아, 오해하시면 안되는게 끈적거린다는 소리가 아니라 낮고, 묵직하게 밀도 높은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성 정체성은 확실히 남성적이며 고급 브랜드의 정장을 제대로 갖춰 입은 중후함이 느껴진다. 오빠라고 부르기엔 좀 애매한... 뭔가 오빠와 아빠의 경계선에 있는 것 같은 중후한 느낌이다. 여기서 중요한건 올드하지 않고, 중후하다는 것! 시향지에서는 훨씬 더 파인애플과 사과의 상큼함이 강하고 전체적으로 향기가 하늘로 방방 뜨는 듯한 느낌이 있다. 덕분에 코 끝을 찡-하게 만들 정도로 시원하게 맵다.
크리드 어벤투스의 탑 노트는 『알싸함 + 사과껍질 + 파인애플 + 중후한 남성』
시간이 조금 지난 크리드 어벤투스는 시원하게 매운 향이 올라온다. 몸에 좋은 녹색 약초에서 날 것 같은 매운 향기라고 할까? 마늘을 빻는 곳에 알싸하게 매운 약초를 집어넣고 쿵쿵- 찧을 때 날 것 같은 향기다. 그 정도로 굉장히 무게감 있고 텁텁한 녀석이 코에 훅- 하고 들어오는데, 은근히 강단이 있다. 또한 탑 노트에서 느껴졌던 복합적인 과일 향은 상당히 많이 사그러들고 나무냄새가 올라오는데 이것도 느낌이 되게 묘하다. 숲의 한 복판에 있는 자연적인 느낌이 아니라, 껍질은 다 벗겨지고 매끈한 알몸만 남은 채 집을 짓거나, 가구 등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되기 위해 갈무리 된 나무 같다. 중요한 건 갈무리된 나무 + 알싸하게 매운 향기가 뒤섞여서 살짝 담배냄새 같은 매캐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나무로 불을 지폈을 때 나오는 검정색 연기 같은 매캐함이라고 하시면 이해가 쉬우시려나? 살짝 과장해서 말하면 통나무 집에 들어갔을 때 크리드 어벤투스의 미들 노트가 강하게 나면 ‘어디서 불 났나?’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특이한 매캐함이 있다. 시향지에서는 베르가못 냄새가 좀 더 오래 자리에 머물러 있어서, 훨씬 시원하면서 알싸한 향기가 난다. 착향을 했을 때 나는 크리드 어벤투스 특유의 묵직함이 시향지 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크리드 어벤투스의 미들 노트는 『인테리어 소품용 나무 + 매캐하게 매운 냄새』
시간이 좀 더 지난 크리드 어벤투스는 전체적인 큰 향의 틀은 비슷하다. 다만 향의 밸런스가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차분해지면서 바닐라 냄새가 슬며시 치고 올라온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향기 자체는 굉장히 은은한데 의외로 성 정체성은 굉장히 남성적이다. 현대적 감각으로 재 탄생시킨 아빠 냄새 같다고 할까? 뭔가 고리타분하지 않고 굉장히 품격 있지만, 특유의 진중한 분위기가 오빠가 아닌, 아빠를 연상되게 하는 것 같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향기 자체가 올드하다기 보다는 회사에서 굉장히 높은 위치에 있을 것만 같은 그러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베이스 노트의 특징은 공기 반, 향기 반이라고 말 할 수 있는 밸런스다. 전체 향기의 절반 정도만 냄새가 나고, 나머지 절반은 공기로 채워져 있는 특이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이 향수, 박진영씨 스타일인가?
크리드 어벤투스 베이스 노트는 『인테리어 소품용 나무 + 매캐하게 매운 냄새 + 바닐라』
크리드 어벤투스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평범한 카페 안-
말쑥한 정장 차림의 크리드 어벤투스가 여자친구를 앞에 두고, 한 시간이 넘게 통화만 계속 하고 있다. 물론 공적인 일이라 통화를 하는 게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그 동안 쌓인 게 많았는지 여자친구의 표정이 좋지 않다.
“단 30분이라도 나한테만 집중해줄 수 없어?”
“잠깐만, 중요한 일이라”
“그럼 난 안 중요해? 내가 시간이 남아서 여기 있는 것 같냐구”
통화중에 저런 말을 할 정도면, 여자친구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걸 보여주는 것일 텐데 크리드 어벤투스는 딱히 반응하지 않고 계속 통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 모습을 보는 여자친구의 표정은 점점 더 붉어졌고 크리드 어벤투스의 통화가 끝났을 무렵 결국 “우리 헤어져” 라고 억눌린 마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뭐?”
놀란 목소리에 비해 크리드 어벤투스의 표정은 딱히 변화가 없다. 그리고 그의 그러한 담담한 태도가 여자친구는 더 화가 나는지 되돌릴 수 없는 말을 내뱉는다.
“헤어지자고”
상기된 여자친구의 표정을 뒤로 하고, 크리드 어벤투스는 “그러자” 라고 무표정 하게 말하고서 태연하게 노트를 펼친다.
쾅-
성이 난 여자친구는 그대로 박차고 일어나서 카페를 나가버렸고 크리드 어벤투스는 창문 밖으로 뛰어가는 여자친구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다.
다음날 신제품 출시 프리젠테이션-
수 많은 청중들 앞에서 한 시간 동안 제품을 소개하는 크리드 어벤투스의 모습은 당당했고, 자신감이 넘쳤다. 넓게 울리는 목소리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기 충분했으며 프리젠테이션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쯤, 빨라지는 그의 목소리와 함께 청중들의 표정도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흔히 매일 같은 일상의 반복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희 소프트웨어에 여러분의 일상을 공유하시면 일상적인 추억이, 서로에게 얽혀 특별해지게 될 겁니다. 이제 더 이상 평범하지 마세요. 특별해지세요.”
그 말을 끝으로 청중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수 많은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크리드 어벤투스는 여유롭게 질문에 하나하나 답해나갔고,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은 기자들은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빛에는 옛날 스티브 잡스를 보는 것 같은 존경심 마저 서려 있었다. 그렇게 강당이 거의 정리가 됐을 무렵, 딱 한 사람이 끝까지 자리에 남아 있었다. 바로 그의 여자친구다. 크리드 어벤투스도 그녀가 미처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살짝 놀란 어조로 입을 연다.
“왔네”
“오빠 때문에 온 거 아니야, 나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잠시 동안 둘 사이에 불편한 정적이 흘렀고, 그 묘한 긴장감을 깬 건 그의 여자친구였다.
“우선 첫 번째 질문, 이번 신제품을 개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젠가요?”
질문을 들은 크리드 어벤투스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솔직하지 못했던 어제요.”
“…”
펜을 꽉 쥔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고 두 입술은 꽉 깨물어서 금방이라도 피가 날 것 같다. 그리고 크리드 어벤투스는 그녀 옆에 조심히 앉고서 말했다.
“헤어질 수 없으면서 그럴 수 있는 척해서 미안해”
“그런 말 들으려고 온 거 아니…”
그녀의 말이 다 끝나기 전에 크리드 어벤투스가 온 몸이 부서져라 그녀를 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넌 한 순간도 내게 평범한적 없었어... 미안하고, 사랑한다”
결론
우선 향수라는 면만 놓고 보았을 때는 밸런스 조절이 상당히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옛날의 남성 향수에서 찾아보기 힘든 굉장히 세련된 조향 방법이라고 할까? 한 가지 예로 들면 중후한 남성다움을 세련되고, 섹시한 느낌으로 잡아주기 위해서 장미를 사용하는 방식 등이다. 펜할리곤스 오퍼스 1870에서도 사용된 방식인데 서양 사람들은 이런식의 스며드는 장미냄새를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다. 다만 살짝 동양의 감성, 그 중에서도 한국의 감성으로 바라보면 크리드 어벤투스는 호불호가 꽤 갈릴 수 있는 향수다. 향이 무겁지 않음에도 특유의 아빠같은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크리드 어벤투스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샤넬 에고이스트, 블루 드 샤넬 같은 향수를 좋아하셨던 분들이 좋아할 것 같네요. 서양적 감성이 담긴, 즉 한국에선 호불호가 갈리는 향수 입니다. 눈물을 머금고 집에 방치되어 있는 향수들을 바탕으로 드리는 말씀이니 어느정도 신뢰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좋은 향수이지만, 무턱대고 선물하기엔 위험 부담이 있네요.』
[크리드 어벤투스]
◆ 연령대 : 20대 극후반 ~
◆ 성별 : 남성적
◆ 계절 : 봄,가을,겨울
◆ 지속력 : 4~5시간, 잔향이 오래 남음
◆ 확산력 : 보통
◆ 질감 : 향기 반, 공기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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