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Juniper Sling Penhaligon`s for men)
소개
<사진출처 :
펜할리곤스 향수 3탄!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을 소개해 드리게 되었다. 사실 펜할리곤스의 괜찮은 향수를 더 빨리 소개해 드리려 했는데 옛날에 포스팅 했던 앤디미온이라는 제품이 워낙 밸런스, 대중성이 좋아서 그에 마땅한 적수를 찾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펜할리곤스 향수 중 유명하다고 해서 무조건 괜찮은 건 아니라서… 오히려 별로인 것도…
어쨌든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의 출시년도는 2011년이며 우디 스파이시를 컨셉으로 나온 제품이다. 조향사는 Olivier Cresp(올리비에 크레스프)라는 분으로 예전에도 소개해 드렸지만 정말 세계적인 분이다. 벤츠, 돌체앤가바나라이트블루, 모스키노 등등등… 진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향수들이 주루룩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다 히트작으로!
오랜만에 야심 차게 들고나온 남자향수,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 Perfume Pyramid |
탑 노트 : 안젤리카, 시나몬(계피), 오렌지, 쥬니퍼 베리 미들 노트 : 카다몸, 오리스 루트(붓꽃 뿌리), 페퍼(후추) 베이스 노트 : 베티버, 체리, 설탕, 앰버 |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을 뿌리면 처음엔 살짝 꼬릿꼬릿한 냄새가 난다. 시향지에서는 확실히 깔끔하고 화한 느낌이 있는데, 이상하게 살에 뿌리면 살짝 화하게 올라오는 꼬릿내가 있다. 습기가 가득한 흙에서 자란 약초가 있는데, 약초가 살짝 눌러 붙고 꿉꿉할 때 날 것 같은 냄새다. 음… 꼬랑내 라는 극단적인 표현은 부적합한 것 같지만 분명히 뭔가 퀘퀘하고… 약재 모아놓은 곳에서 날 것 같은 냄새다. 다만 재밌는 점은 이 특유의 꼬릿한 냄새가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거나, ‘냄새 별로야’ 라는 말이 나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냥 딱 ‘음~?!’ 하고 멈추는 그런 정도이다. 초반에 워낙 부정적 단어를 나열해서 나쁜 향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굉장히 고급스럽고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줄 것만 같은 아로마틱한 면이 존재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꼬릿한 냄새가 살짝 달달한 흙 내음으로 변한다. 지면에서 흙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향기의 농도는 은은한 편이며 ‘사람’보다는 ‘자연’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시향지에서는 훨씬 더 시원하고 가벼운 약초 냄새가 강하게 난다.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의 탑 노트는 『흙에서 자란 약초 + 꼬릿함(잠깐) + 달달함 + 은은함 + 알싸함』
탑 노트의 꼬릿함, 그리고 달달함이 지나고 나면 순식간에 미들 노트에 들어오게 된다. 즉,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의 탑 노트가 상대적으로 짧은 편인 것 같다. 어쨌든 시간이 지난 후의 향기는 흙과 나무 그리고 약초의 알싸함이 섞인 자연적인 냄새가 난다. 흙의 종류는 바싹 마른 황토가 아니라 산 속에서 오랜 시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에 있는 검정색의 흙이 생각난다. 살짝 묘사를 하면 한 남자가 여행을 하다가 산 속 깊은 곳에서 잠시 나무에 기대어 앉아서 쉬고 있는데 살랑 바람이 불면서 나뭇가지들이 우수수- 하고 흔들릴 때 날 것 같은 향기다. 확실히 차분하고, 정갈하며 사람을 안정시켜 주는 고급스러움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또 마냥 아로마틱한 향기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 이 냄새를 정장에 입혀놔도 매우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듬직한 나무의 뿌리, 축축한 흙, 알싸한 약초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남성적인 느낌으로 잘 표현이 되고 있다. 굉장히 자상하고, 이 남자와 함께 있으면 모든 고민이 사라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다고 해야할까? ‘안기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따듯함과 듬직함이 있는 것 같다. 시향지에서는 펜할리곤스 특유의 민트 같은 스파이시함과 흙이 묻어있는 우디스러운 느낌이 좀 더 강하게 난다.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의 미들 노트는 『나무 + 흙 + 약초의 알싸함 + 편안함 + 듬직함』
시간이 조금 더 지난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은 특유의 약초와 나무 냄새가 섞인 느낌은 그대로 유지하되 훨씬 더 은은하고 부드러운 형태로 변한다. 그리고 달달한 향기가 조금씩 나기 시작하는데 굉장히 은은하게 달다. 꿀이나 설탕을 천천히 달였을 때 슬며시 올라오는 향기 같다. 물론 이전보다 달달함의 농도는 확실히 늘었지만 객관적인 수치로 보면 약한 수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향의 전체적인 질감은 손목을 부드럽게 휘감고서 내가 봐야지만 그제서야 '음?' 이라며 마주 보는 느낌이다. 뭔가 사용자에게 어필되려고 노력하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의 베이스 노트는 『은근한 달달함 + 부드러움+ 흙 + 나무 + 약초 』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던 나는 친구들과 제대로 어울려서 놀아본 적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하염없이 구경만 하는 것.
의지대로 몸을 가눌 수 없는 나는- 한없이 무기력 했다.
“난 쓸모가 없어…”
그때 혼자만의 정적을 깨고, 바람부는 듯 편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쓸모가 없어요. 이렇게 예쁘신데"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젊은 남자가 보인다.
“안녕하세요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 이라고 합니다. 옆에 앉아도 될까요?”
그 만남 이후로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은 내가 집 밖에 나와 쉬고 있을 때 마다 지금까지 그래왔다는 듯, 늘 옆에 있어 주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타인이, 이렇게 내 생활 깊숙이 파고 들어서 일정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신기해요.”
“뭐가요?”
차분하게 웃으면서 바라보는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의 눈빛이 굉장히 따듯하다.
“처음이에요,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게”
말 없이 나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을 도무지 읽을 수 없다. 정말 따뜻하지만,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사람… 그래서 난 더 불안해진다.
“저도 처음인걸요. 이렇게 예쁜 사람이랑 있는 게”
“푸흡”
아무런 의미 없는 말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기분은 좋아지는 것 같다. 그리고 동시에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의 손길도 참 따뜻하게 느껴진다.
“우리 서로 공통점이 있네요.”
“에이 그건 좀 억지에요.”
그런데 떼쓰는 듯한 내 말이 싫었던 걸까? 갑자기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멀리 걸어 나갔다.
“어디 가요?”
사실 일정시간 같이 있던 후에, 그는 매번 어디론가 가버렸다. 익숙해질 법 했지만 다시 혼자가 된다는 이 느낌이 너무 무섭다. 왜냐하면 나는 그를 잡을 능력이 없었으므로… 잠시 후 먼 발치에서 내 쪽을 바라보던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이 입을 열었다.
“걸어본 적 있어요?”
“아니요…”
“어떤 건지 궁금하지 않아요?”
나에게 걷는 다는 건, 궁금함을 넘어서 동경의 대상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다가갈 수 있으니까…
“소원이죠.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불가능 하다고 하셔서…”
내 말을 듣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고 있는 그가 갑자기 얄미워 지려고 할 때쯤,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이 평소와는 다른 단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평생 기다림의 두려움 속에 있을 바에- 그냥 한번 해보세요.”
“하지만…”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재활치료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그럴 시간에 좋은 장비를 알아보자고 말했었다. 가능성 없는 일에 도전하는 게 바람직한 일일까? 실패하게 되면 난 다시 상처 받지 않을까? 그렇게 좌절감이 몰려와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자,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이 다가와 나를 안으며 말했다.
“우리 서로 공통점이 있다고 했죠?”
“……”
“저도 옛날에 그랬어요.”
결론
인터넷에 정보가 아직 많지 않은 향수에 속하는 것 같다. 그래서 돌아다니다 보면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의 향기를 굉장히 시원하고, 민트향 처럼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아마 그건 시향지 위주로 기억된 향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살에서는 확실히 그 시원함이 좀 더 부드럽고, 따뜻하게 바뀌기 때문이다.
남자향수로 분류해놨지만, 사람보다는 자연을 닮은 모습 때문에 여성분들도 충분히 소화하실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지속력이 정말 약하다고 볼 수 있는데... 미들 노트가 굉장히 빨리 증발하다가, 베이스 노트가 다시 강하게 치고 나오는 형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향기가 가만히 손목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 있어서 주변 사람들이 잘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은은하고, 시원하지만 확실히 안기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따뜻함도 가지고 있는 향수입니다. 그 동안 시트러스, 우디, 아로마, 스파이시 종류의 향기를 좋아하셨던 분들은 마음에 들어하실 것 같네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숨겨진 보석 같은 향수입니다. 하지만 지속력이 정말 약하다는 단점이 있네요.』
[펜할리곤스 쥬니퍼슬링]
◆ 연령대 : 무관
◆ 성별 : 약간 남성적
◆ 계절 : 봄,여름,가을
◆ 지속력 : 2~4시간, 약함
◆ 확산력 : 약함
◆ 질감 : 투명하고 시원함
'니치향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자향수] 크리드 스프링 플라워 솔직후기 (43) | 2014.03.04 |
---|---|
[남자향수] 딥티크 탐다오 솔직후기 (98) | 2014.02.27 |
[남자향수] 크리드 어벤투스 솔직후기 (113) | 2014.01.31 |
[여자향수] 조말론 잉글리쉬 페어 앤 프리지아 솔직후기 (94) | 2014.01.25 |
[남자향수] 크리드 밀레지움 임페리얼 솔직후기 (160) | 2013.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