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프레쉬 헤스페리데스(Hesperides Fresh for women and men)
소개
<사진출처 : http://positivelynice.blogspot.kr/>
프레쉬 향수 1탄
프레쉬 헤스페리데스를 소개해 드리게 되었다. 올리브영 왓슨스에는 입점되어 있지 않고 롯데백화점, 갤러리아 같은 상대적으로 접근이 힘든 곳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꽤 높은 편이다. 동양사람들이 좋아하는 시트러스 계열에 속하며, 서양사람들은 좀 심심하다고 생각하는 시트러스 계열이다. 이게 문화의 차이인지 유전적 차이인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러하다. 프레쉬 헤스페리데스의 런칭년도는 2007년으로 유니섹스를 목표로 나온 향수이다. 농도는 EDP로만 나오는데 사실 이 농도가 조금 반전인 것 같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는 것으로 하고…
프레쉬 헤스페리데스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탑 노트 ㅣ 자몽, 레몬, 오렌지
미들 노트 ㅣ 쟈스민, 로터스, 베르가못
베이스 노트 ㅣ 머스크,복숭아, 랍다넘
프레쉬 헤스페리데스를 뿌리면 처음엔 레몬과 자몽이 섞인 굉장히 상큼한 냄새가 난다. 탄산음료 특유의 톡 쏘는 느낌이 생각날 정도로 통통 튄다. 프레쉬 헤스페리데스를 물에다가 풀면 ‘치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탄산음료처럼 주황색 거품이 막 올라올 것만 같다. 그런데 또 막상 그 음료를 삼키면 생각하던 탄산의 강도보단 조금 밋밋하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강도다. 향기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레몬 6, 자몽 4의 비율에 가까운 향기인 것 같다. 레몬을 정말 얇게 썰어서 입에 넣고 혀로 한번 돌렸을 때 날 것 같은 맛이다. 여기까지 보시면 향기가 굉장히 시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또 그렇게 막 시진 않다. 그러한 느낌만 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향기의 밀도는 굉장히 얕고, 공기 중으로 금방 증발하는 것 같은 형태를 띈다.
프레쉬 헤스페리데스의 탑 노트는 『얇게 썬 레몬 + 자몽 즙 + 상큼함』
시간이 조금 지난 프레쉬 헤스페리데스는 초반의 상큼함이 잔잔해지면서 자몽의 달달함이 치고 올라온다. 사실, 달다 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것 같고 싱싱한 자몽과 오렌지를 먹을 때 으레 느껴지는 신맛과 단맛이 동시에 느껴지는 상태에 가까운 것 같다. 그리고 그 느낌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싱싱하다. 프레쉬 헤스페리데스가 말할 수 있었다면 ‘난 유기농 이예요’ 라고 하지 않았을까? 만약 카페에 갔는데 이러한 정도로 싱싱하고 부담 없는 깔끔한 맛의 자몽 에이드가 나온다면 6천원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러한 식의 부담 없고 깨끗한 느낌 때문에 뭔가 멋을 내는 향수의 느낌은 덜한 것 같다. 로션을 얼굴에 발랐는데 거기서 좋은 냄새가 나는 느낌이라고 할까? 혹은 퐁퐁 세제에서 프레쉬 헤스페리데스의 냄새가 나도 좋을 것 같고, 섬유유연제에서 이러한 냄새가 나도 어울릴 것 같다. 그 정도로 향기의 밀도가 굉장히 구멍이 숭숭 뚫려있고 시원하다. 덕분에 프레쉬 헤스페리데스를 즐기려면 코를 대고 폐 끝까지 호흡을 들이켜야 성에 차는 그러한 힘든 점이 존재한다.
프레쉬 헤스페리데스의 미들 노트는 『자몽의 달콤함 + 상큼함 + 자연의 깨끗함』
시간이 더 지난 프레쉬 헤스페리데스는 레몬의 냄새가 거의 사라지고 자몽과 복숭아가 섞인 냄새가 난다. 여전히 특유의 상큼함을 유지하고 있으며 다른 향수의 베이스 노트와 다르게 포근한 느낌은 거의 나지 않는다. 초반에 하늘로 증발할 것 같이 나던 특유의 모습은 더욱 강력해져서 더 투명해지고, 더 옅어진다. 이런 부분이 지속력이 약하다고 느끼게 될 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프레쉬 헤스페리데스의 베이스 노트는 『은은한 복숭아 + 자몽의 상큼함 + 정말 여리여리한 꽃』
프레쉬 헤스페리데스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주문하신 프레쉬 헤스페리데스 나왔습니다.”
“와…”
나는 눈앞에 놓여 있는 프레쉬 헤스페리데스를 보고 나지막히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부끄러운 듯 새빨갛게 달아오른 자몽 위로 터질 것 같은 알맹이가 가득 놓여 있다. 지금은 단지 자몽 꼭지 부분을 잘라 뚜껑처럼 만들어 놨을 뿐인데 벌써 상큼한 향기가 코끝까지 퍼져온다.
“아… 미칠 것 같아 먹고 싶어”
살기 위해 먹는다고 말하는 인간들은 아직 세상 경험이 부족함에 틀림없다. 이렇게 탐스러운 프레쉬 헤스페리데스를 앞에 두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단언할 수 있다. 세상은 먹기 위해 사는 것이라고
“흐흐흣… 흐하하하하”
침샘을 자극하는 상큼한 냄새를 뒤로하고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수저를 조심히 들어 올렸다. 그리고 성스러운 의식을 행하듯 새빨간 알맹이를 향해 밀어 넣었다.
파바바박-
금방이라도 내 얼굴을 칠 듯 튀어 오르는 프레쉬 헤스페리데스의 과즙이 나를 더 황홀하게 한다. 지금 이 순간은 내 시각조차 맛을 느끼기 위해 존재하는 게 틀림 없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조심히 새빨간 알맹이를 입안에 털어 넣었고 자동으로 감탄사를 내뱉고 말았다.
“아아아~ 이 맛은…”
입안 가득 퍼져 오는 프레쉬 헤스페리데스의 과즙이 나를 떨리게 한다. 뜨거운 여름을 식혀줄 자몽쥬스가 들어간 스프링 쿨러를 온 몸으로 뿌리는 것 같은 맛이다. 너무 달지도 그렇다고 시지도 않은, 어떻게 보면 평범한 그래서 특별한 맛이다. 그렇게 황홀경에 빠져 있다가 나는 반 무의식 적으로 다음 단계인 ‘씹기’ 기술을 시전 하기로 했다.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지만, 이유 모를 기대감을 가지면서
아삭아삭-
“크아오~”
내 치아가 프레쉬 헤스페리데스를 짓누르는 것인지, 프레쉬 헤스페리데스가 나의 입안을 감싸는지 모르겠다. 정말 부드러운 알갱이가 산산이 흩어지면서 내 입안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어떤 인공 첨가물도 들어가지 않은 레몬과 자몽의 향연이다. 한 여름 타들어가는 사막의 빛나는 오아시스처럼 프레쉬 헤스페리데스는 그렇게 내 입안에서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후룹- 후루루룹-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나는, 체면은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채로 정신 없이 프레쉬 헤스페리데스를 들이키기 시작했다. 수저 같은 거추장스러운 도구는 더 이상 존재의 이유가 없었다. 이 녀석의 자연스러움에 답하기 위해서는 나도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먹어줘야 할 것 같았다. 사실 고백하자면 더 빨리 먹고 싶었다. 그렇게 정신 없이 프레쉬 헤스페리데스의 영혼까지 탈탈 털어서 먹은 후에는 갑자기 미칠듯인 갈증이 몰려왔다.
“또 먹고 싶어… 더 먹고 싶어… 아아… 부족해…”
내가 프레쉬 헤스페리데스에게 속은 게 하나 있는데, 갈증을 해소해줄 것처럼 탱탱했으면서 나의 목마름을 전혀 해결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난 이 녀석을 맞이하러 다시 와야겠다. 결코 먹고 싶어서 오는 게 아니라, 배신감 때문에 오는 것이다.
“I will be back”
결론
사람을 묘사했다기 보다 정말 자몽과 레몬을 잘 섞어서 향수로 내놓은 느낌이다. 성별, 연령대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으며 한 여름에도 사용 가능한 부담 없는 향수이다. 만약 프레쉬 헤스페리데스를 뿌리고 다니면 ‘너 무슨 향수 써?’ 라기 말 보다는 ‘너한테 좋은 냄새나’ 라는 말을 더 많이 들을 것 같다. 튀고 싶을 때 말고 조금 자연스러운 멋을 부리고 싶을 때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다만 EDP의 농도에도 불구하고 지속력이 정말 약한 것이 흠 이다.
마지막으로 프레쉬 헤스페리데스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좋은 향수라기 보다는 좋은 냄새가 난다 라는 표현이 적합한 것 같습니다. 사람을 묘사한 기존의 향수에 질리셨을 때 사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점이 어떻게 보면 양날의 검인 것 같네요. 근데 지속력이 정말 눈물 나네요.』
프레쉬 헤스페리데스(EDP) 요약정보
★ 연령대 : 무관
★ 성별 : 공용, 자연적
★ 계절 : 봄,여름,가을
★ 지속력 : 2~4시간, 약함
★ 확산력 : 조금 약함
★ 질감 : 투명하고 상큼한 향이 증발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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