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향수

[공용향수]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 솔직후기

366일 2014. 4. 30. 00:15

향수 :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Original Vetiver Creed for women and men)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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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드 향수 5! 크리드만 5탄 이라니… 왜 이것만 많지?

어쨌든 공용향수로는 1탄인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를 소개해 드리게 되었다. 사실 향수계에서 베티버는 정말 소중하고 유명한 향료 중 하나이다. 그만큼 베티버를 컨셉으로 나온 향수는 무궁무진하게 많은 편이다. 재밌는 점은 같은 베티버를 사용했어도 브랜드 마다, 그리고 조향사 마다 풀어내는 향기가 완전히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이다.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는 그 중에서 조금 가볍고, 상대적으로 중성적인 분류에 속할 수 있을 것 같다. 쉽게 말하면 개성 보다는 대중성을 따라갔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의 런칭 년도는 2004년으로 6세대 조향사와 7세대 조향사가 같이 참여하였다.

 

 

그간 포스팅 하면서 크리드 향수 중 공용으로 분류한 건 처음인 것 같은데,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탑 노트 ㅣ 만다린 오렌지, 생강, 베르가못

미들 노트 ㅣ 아이리스, 아이티 베티버, 샌달우드

베이스 노트 ㅣ 머스크, 앰버그리스(용연향)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를 뿌린 직후에는 상큼한 레몬과 베르가못의 냄새가 난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레몬과 베르가못의 정체성을 갖기 직전에 사방으로 흩어지는 듯 풀어진 형태다. 20 강도의 상큼함과 10정도의 달달함이 섞여 있는 정의하기 어려운 냄새다. 그렇게 어떤 냄새다 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 힘든 상황이 잠시 지속되다가 갑자기 녹색빛깔의 씁쓰름한 향기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자그마한 화분에 흙을 담아 놓고 살짝 화~ 한 냄새가 나는 풀을 심었을 때 날 것 같은 향기다. 만약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를 화분으로 뒀다면 기분이 안 좋거나, 울적할 때 향기에 취하면서 자기 만족을 했을 것 같다. 뭔가 남들에게 공개할 화려한 꽃 보다는 혼자서 조용히 감상할 때 어울릴 것 같은 특유의 잔잔함이 있다. 왜 엄청 심심하게 생겼는데 향기는 진득하니 은은하게 풍기는 그러한 녀석 말이다. 향기의 온도는 뭔가 해 넘어갈 때 그늘지고 있는 느낌에 가깝다. 하루 종일 햇빛을 실컷 흡수한 후 해가 이제 뉘엿뉘엿 넘어가면서 알맹이는 따듯하지만 겉은 서늘해지고 있는 그러한 상태다. 그리고 동시에 호흡기에 좋을 것 같은 텁텁한 듯 하면서 달달한 흙 묻은 풀 냄새가 난다. 시향지 에서는 레몬의 냄새가 좀 더 강하고 특유의 텁텁함과 잔잔함이 잘 안 느껴진다.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의 탑 노트는 『살짝 화한 냄새의 풀 + 화분의 흙 + 그늘진 느낌 + 약초의 달달함 + 씁쓸함

 


시간이 조금 지난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는 향기가 좀 더 은근해진다. 공기 7 : 향기3 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향기가 점점 숨는다. 달달한 흙 냄새와 씁쓰름한 풀 냄새는 그대로 유지가 되며 향기의 질감이 약간 비누처럼 변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풀 냄새라기 보다는 살짝 당도를 가지고 있는 씁쓰름한 냄새가 나는 흙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좀 더 자세히 묘사하면 짙은 녹색에 가까운 비누로 손을 씻은 후 물기까지 다 제거를 했을 때 손에서 은근히 날 것 같은 향기다. 좋은 향기를 목적으로 만든 비누라기 보다는 순수한 천연 재료만을 사용해서 피부를 자극하지 않는 순한 비누라 광고할 것 같은 짙은 녹색의 냄새다. 신기한 점은 이때까지만 해도 향기가 막 사라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느낌과 생강 특유의 매운 향기가 있었는데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부드러운 향기가 올라오면서 향기가 안정화가 된다. 이전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비누냄새에 가까워지면서 잔잔하고 따뜻하다. 향기의 분위기가 굉장히 특이한데 조곤조곤 웃으며 할말 다 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살짝 묘사를 해보면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데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가 분명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런데 그 끄덕임이 도무지 긍정인지 부정인지 모르는, 마음을 읽을 수 없는 애매모호한 상태 말이다.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의 미들 노트는 『짙은 녹색 비누 + 생강의 매움 + 부드러움 + 잔잔함

 


시간이 더 지난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는 점점 향이 옅어지면서 증발한다. 향기를 맡기 위하여 점점 더 코를 들이대야 하며 그렇게 해도 머릿속엔 물음표가 떠오르는 강도이다. 특유의 씁쓰름함과 매운 향기는 거의 사라진 상태이며 전체적으로 부드러움이 많이 남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는 미들 노트의 잔향에 가까우며 특유의 자연스러운듯 잔잔함은 끝까지 유지가 된다.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의 베이스 노트는 『잔잔한 부드러움 + 미들 노트의 자취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한 여자가 자전거를 세워 놓은 채 겁먹은 눈망울을 하고 있다. 그 옆에는 그런 그녀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가 있다. 둘만이 알 수 있는 미묘한 기류가 흐른 후 여자가 자전거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이내 발을 떼지 못하고 겁먹은 얼굴로 입을 연다.

 

못하겠어…”

 

그러자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가 묵직한 손으로 자전거의 핸들을 두 손 꽉 잡아준다. 그 안정감이 여자에게도 전달이 되었는지 겁먹은 얼굴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무언가 할 수 있다는 듯 한 자신감이 조금씩 차오르는 얼굴이다. 그 모습을 보던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는 그 상태로 자전거를 조심스럽게 앞으로 끌어주기 시작했다.

 

간다간다!”

 

어설프긴 했지만 여자는 페달을 밟기 시작했고 자전거는 순응하듯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잘하네

 

미소 지으며 말한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의 목소리는 굉장히 차분했다. 그의 말만 들어도 근심 걱정이 다 달아날 만큼- 특유의 안정된 무언가가 존재했다. 하지만 여자는 그러한 안정감 속에서 무언가의 불안감을 느낀 모양이다.

 

아직 손 놓지마 알았지?”

 

여자의 불안함이 적중했던 것일까? 앞서가던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의 몸이 잠시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천천히 손을 떼기 시작했다.

 

…?!”

 

상황을 인지한 여자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어버렸다. 표정을 보니 배신감과 두려움이 복잡하게 섞여 있다. 하지만 여자를 바라보는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의 눈빛은 믿음으로 가득 차 있다.

 

잘하네

 

페달을 밟는 여자의 몸짓이 위태위태하다.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았지만, 두려움에 사로잡힌 여자가 자전거를 넘어뜨릴 것만 같다. 하지만 확실한 건 아직 자전거는 넘어지고 싶어 하지 않는것 같았다.

 

좀 더 세게

 

자상하지만 힘이 가득 실린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의 목소리가 멀리까지 울려 퍼졌지만 여자는 듣지 못한 듯 하다. 얼굴은 점점 겁에 질려가고 더 이상 혼자 못하겠다 라는 마음의 확신이 눈빛에 올라왔을 때

 

그때, 자전거는 넘어졌다.

 

여자는 한참을 넘어져서 울었다. 두 번 다시는 못 일어날 것처럼 서럽게 울었다. 그런 여자를 바라보는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의 눈빛에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는 위로를 건네지 않았다. 그저 여자의 손을 굳게 잡고 귀에 속삭였을 뿐이다.

 

할 수 있어, 한번만 더

 

여자는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울음자국이 남은 상태로 천천히 일어섰다. 두 발로 서기 위해선 넘어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인정한 것 같았다.

 

나 할 수 있어, 한번만 밀어줘

 

아픔을 받아들인 여자의 눈빛에 이전과 같은 두려움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실패를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을 때

 

그때, 자전거는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전거는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보는 사람이 불안할 정도로 자전거는 자꾸 넘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두려움을 이긴 여자의 발걸음이 자전거를 곧게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가 그제서야 안쓰러운 표정을 거두고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할 수 있잖아, 그렇게

  

 

결론

중성향수로 분류를 해놨지만 여성적인 향수를 싫어하는 여성분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정도까지의 성 정체성을 보여준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베티버 특성상 남성적인 분위기에 가깝지만 살짝 짙은 비누향기처럼 표현되어서 이러한 밸런스가 나온 것 같다.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는 베티버를 표현하려고 했다기 보다 그저 원료로 사용해서 자연적인 느낌을 표현하는데 충실한 것 같다. 그만큼 대중적인 라인에 들어가 있으며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향수다. 물론 가격이 대중적이지 않지만 말이다. 무자비한 가격같으니...

 

 

마지막으로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자연적인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면서 그 분위기로 진지함과 잔잔함을 어필하고 싶으신 분들이 사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너무 쓰지도 않고, 달지도 않고 괜찮게 표현된 것 같네요.

 

 

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 요약정보

★ 연령대 : 20대 중반 ~

★ 성별 : 느낌은 남성적, 전체적으론 중성적

★ 계절 : 봄, 여름, 가을, 겨울

★ 지속력 : 3~4시간, 조금 약함

★ 확산력 : 조금 약함

★ 질감 : 씁쓰름하고 살짝 매우면서 잔잔하지만 비누의 부드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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