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향수/Sporty

[남자향수] CK ONE 솔직후기

366일 2014. 5. 27. 00:26

향수 : CK ONE(CK One Calvin Klein for men)


소개



<사진출처 : www.theperfumeparadise.com>


CK 향수 3, CK ONE을 드디어! 소개해 드리게 되었다. 사실 굉장히 많은 분들이 사용하셨거나, 혹은 이미 알고 계셔서 그동안 차일피일 미뤄왔던 향수다. 그런데 블로그에 오시는 많은 분들이 정보습득외에도 공감을 중요시 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결국 포스팅을 결정했다. 물론 많은 독자님들이 이 향수와 얽힌 추억을 들려주기도 하고, 요청을 한 것도 한 몫 하긴 했지만 말이다. [* 꽃봉오리님의 '여름 향수를 다뤄보는 건 어떨까요' 라는 제안과 이 의견이 멋져보인다는 필리아님의 댓글을 반영하였습니다.]


CK ONE의 런칭년도는 1994년으로 시간이 꽤 흐른 제품이다. 조향사는  Alberto Morillas(알베르토 모리야스), Harry Fremont(해리 프로몽트) 두 분의 합작품이다. 사실 이 두 분은 남자 향수의 전설이다. 굉장히 섹시하면서, 은근하고, 남성다움을 잃지 않는 향수를 잘 만든다. 예를 들면 알베르토 모리야스는 불가리 블루를, 해리 프로몽트는 케네스콜 블랙을 만들었다. 가만보니 CK ONE이 높은 완성도로 오랜 시간 베스트 셀러로 사랑받는건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참고로 CK ONE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굉장히 인기가 많다. 개인적으론 이렇게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한 향수를 존경하는 편이다.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한 CK ONE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CK ONE Perfume Pyramid

탑 노트 : 파인애플, 그린노트, 만다린 오렌지, 파파야, 베르가못, 카다몸, 레몬

미들 노트 : 넛멕(육두구), 바이올렛, 오리스 뿌리, 쟈스민, 릴리오브밸리(은방울꽃), 장미

베이스 노트 : 샌달우드, 앰버, 머스크, 시더(향나무), 오크모스

 


CK ONE을 뿌리면 레몬과 청사과가 살짝 섞인 짭조름함이 복합적으로 같이 난다. 분무기에 레몬 즙과 청사과 즙을 짜 넣어서 공기 중에 분사시켰을 때 날 것 같은 향기다. 그만큼 향기가 무겁지 않으면서 깔끔하고 개운하게 퍼진다. 그렇다고 또 오해하시면 안되는게 과일향기는 아니다. 그저 레몬의 상큼함에 청사과의 소금 뿌린 것 같은 냄새가 청바지에 흰 티를 입은 캐쥬얼한 남성적 냄새와 섞이는 느낌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향기의 무게감은 비교적 산뜻한 편이며 몸에서 자연스럽게 새어나오는 듯한 모습으로 향기가 퍼진다. 그러니까 CK ONE을 뿌린 남성이 있다면 몸에서 대놓고 향수 냄새가 나는게 아니라 옆에 앉을 때, 포옹할 때 산들바람 불 듯이 은은하다 라는 강도로 느낄 수 있는 정도다. 시향지에서는 짠내가 조금 덜 나고, 파인애플, 레몬, 사과 등의 과일 향기가 조금 더 선명하게 나는 것 같다. 과일의 비유가 어려우신 분들은 그냥 레몬 냄새에 역동적이고 캐쥬얼한 느낌이 섞였다 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CK ONE탑 노트는 『레몬의 상큼함 약간 + 청사과의 짭짜름한 약간 + 캐쥬얼한 남성


 

CK ONE의 탑 노트는 30분 내외로 빨리 사라지는 편이며, 초반에 느껴지던 레몬의 상큼함이 슬며시 자취를 감추면서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여러가지 보라색, 하얀색 꽃잎을 짓이겨서 든든히 서 있는 향나무, 삼나무 기둥에 발랐을 때 날 것 같은 향기다. 좀 더 정확히는 나무 기둥이 아니라, 나무 껍질을 벗겨내서 하얗게 나온 속살에 파인애플 특유의 새큼함과 청사과 껍질, 그리고 보라색이 연상되는 꽃 잎을 잘 으깨서 바른 향기다. 어떻게 보면 살짝 향나무 속살을 태운 것 같기도 하고 정말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복합적이다. 설명이 조금 애매한 것 같아서 다시 묘사하면 이렇다. 향나무를 물에다가 잠깐 동안 담가놓은 후 연보라색의 꽃 잎을 담가 놓는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물 색깔이 옅은 갈색을 띄었을때 상큼하고 살짝 짭짜름한 복합 과일즙을 섞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성 정체성은 남성적으로 많이 기울었지만 특유의 역동적이며 캐쥬얼한 느낌은 여전하다. 그렇게 한참을 잘 빚어진 남성의 느낌을 즐기다 보면 갑자기 어느 순간 향기가 부드러워진다. 녹색 풀과 하얀색 꽃을 복합적으로 섞은 듯한 부드러움이다. 굉장히 편안한듯 섹시하며 지적이다. 이런 분위기의 향기는 장면 묘사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지구가 둥글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곧게 펼쳐진 황야, 모래 섞인 거친 바람이 불고 있고 그 가운데에 CK ONE이 서있다. 살짝 찢어진 청바지에 핏 좋게 붙는 흰티를 입고 있다. 팔을 보니 근육이 선명한데, 자랑하듯이 키워놓은 근육이 아니라 겸손하게 붙은 근육이다. 바람에 펄럭이는 머리를 넘기며 활짝 웃는 CK ONE의 얼굴에서 자신감과 자유분방함이 엿보인다.

 

CK ONE미들 노트는 『파인애플과 귤이 섞인 복잡한 과일 + 향나무 속살 + 복합적 꽃 + 녹색 잎

 


시간이 지난 CK ONE향기가 점점 옅어지면서 하늘로 증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덕분에 베이스 노트의 CK ONE을 즐기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편인 것 같다. 다시 돌아와 향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기존의 과일향기와 나무 속살의 향기가 선명하게 갈라지며 자신의 길을 가려고 한다. 그러니까 기존의 나무 속살은 자신의 원래 자리에 가만히 있으려고 하고, 과일의 상큼함은 자꾸 하늘로 올라가서 분리 현상이 벌어지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자유분방하고 익살스러운 느낌이 드는 남성적인 향기.

 

CK ONE베이스 노트는 『가라앉는 향나무의 달달함 + 꽃 잎을 으깬 비누같은 부드러움 + 희미하게 남은 과일의 상큼함

 

 

CK ONE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안녕히 가세요~”

 

오늘도 역시 손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가 버린다. 3년 전에 사귀었던 남자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창문이나 닦아야지…”

 

그때 당시에 받은 상처가 꽤나 커서인지, 그 이후로 연애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친구의 설득으로 소개팅을 몇 번 해보긴 했는데 뭔가 느낌이 오는 사람도 없고알지도 못하는데 그런 자리에 나가 있는게 그저 불편했다. 물론 몇 명의 남자들이 호감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친해지기도 전에 내 겉모습만 보고 다가오는게 싫었다. 나에 대해서 뭘 얼마나 안다고…. 그렇게 혼자 한참을 성내고 있을 때 종소리가 울리며 가게 문이 열렸다.

 

땡그랑- 땡그랑-

 

어서 오세요~”

 

잘생긴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들어오고 있다. 신발부터 머리까지, 요즘 트렌드를 열심히 따라간 옷차림이다. 전체적인 느낌은 단정했지만 뭔가 풍기는 분위기가 약간 익살스럽다. 참 예전부터 느끼던건데 잘생긴 사람은 얼굴값 한다고 왠지 여자 밝힐 것 같다. 편견인가?

 

네 안녕하세요, 제가 사고 싶은게 있는데

 

네 어떤 거 찾으시는데요?”

 

고백하자면 난 이 남자 얼굴을 잘 알고 있다. 두 달 전인가? 부터 계속 가게 앞을 서성이며 여러가지 뷰티제품을 꾸준히 구입했던 손님이기 때문이다. 이름이 CK ONE라고 했던가

 

좋아하는 사람 선물해줄 건데, 여자들 입술에 바르는거 있잖아요?”

 

립스틱이요? 아니면 립무스?”

 

순간 CK ONE이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립무스는 또 뭐지? 여하튼 입술 발라서 색깔 나는거 좋은 걸로 하나 주세요.”

 

그냥 좋은 걸로 주라니답답하다. 하여간 남자들이란


손님, 이 립스틱을 추천해 드리고 싶은데요. 색깔이 1호부터 10호까지 있어요. 한번 보시겠어요?”

 

성큼성큼 잘 고를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그는 정작 아무것도 못하고 멀뚱히 서 있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CK ONE이 특유의 익살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내게 물어왔다.

 

하핫! 저는 도무지 색깔 구별이 안 되는데요? 제일 좋은 걸로 주세요

 

차마 미워할 수도 없게 활짝 웃고 있는 저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려고 한다. 어쨌든 좋아하는 사람을 준다 이거지?

 

좋아하는 분 피부색이 하얀편이에요 어두운 편이에요?”

 

살짝 눈을 찡그리며 나를 잠시 쳐다보던 CK ONE이 밝은 톤으로 대답한다.

 

하얀 편인 것 같아요

 

화장은 주로 어떻게 하는 편이에요?”

 

CK ONE은 내 말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내 얼굴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이 사람 뭐야 부끄럽게

 

그냥 수수한 것 같아요.”

 

그럼 이 제품이 좋을 것 같아요. 발림성도 좋고 색깔도 정말 예쁘게 나왔거든요. 솔직히 저도 이 제품은 탐났어요.”

 

그래요?”

 

만족한 듯 웃으며 제품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걸어가는 CK ONE이 순간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이 CK ONE 맞으시죠?”

 

내가 이름을 말해줘서 좋았던 것일까 CK ONE이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띠릭- -

 

그런데 계산을 하는 동안 그가 평소와 다르게 약간 긴장해 보인다. 기분 탓인가?

 

여기 있습니다. 선물 받으시는 분이 좋아했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계산이 끝난 뒤에도 CK ONE이 멀뚱 멀뚱 서서 움직이질 않는다.

 

손님?”

 

그때였다. 활짝 웃고 있던 그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내 손에 립스틱을 쥐어준 것이

 

좋아하는 사람 준다고 했잖아요. 선물이에요.”

 

놀라서 말도 못하고 있는 나는 아랑곳 하지 않는 듯 CK ONE이 말을 이었다.

 

몇 달 전부터 일하는 모습을 쭉 지켜봤거든요. 지금 당장 사귀자는 게 아니라 서로 조금씩 알아갔으면 하는데 핸드폰 번호 좀 주시겠어요?”

 

“……”

 

가만 생각해보니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이렇게 물어보는 것일까? 결국 이 남자도 똑같을 것 같다. 친해지기도 전에 내 외모만 보고 접근하고, 멋대로 실망하겠지

 

죄송합니다만 몇 번 보지도 않았고, 심지어 친하지도 않은데 번호를 주긴 좀 그렇네요.”

 

일부러 조금 차가운 어투로 말했는데 내 말을 들은 CK ONE이 답답하다는 듯 입을 연다.

 

“세상에 친해지고 만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만나면서 친해지는 거지

 

듣고 보니 맞는 말 같아서 번호를 줄까 말까 고민하고 있자 CK ONE이 굉장히 자신감 넘치는 어투로 입을 열었다.

 

“누가 그러던데요. 할까 말까 할때는 그냥 하라고. 부담없이 딱 세 번만 만나봐요.

 

 

결론

 

크리드 어벤투스의 진중하고 전투적인 남성다움을 최대한 산뜻하게 만들어서 버버리 위크엔드의 부드러움과 합친 것 같다. 자연적이고 세련된 조향이라기 보다는 정말 잘 빚었다 라는 느낌이 강하다. 향수 입문자, 고수 상관없이 부담없이 뿌릴 수 있을 것 같다. 남자 향수로 분류해놨지만 중성적인 느낌을 좋아하는 여성분들도 사용하실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CK BE와의 차이점을 물어보는 분이 계시다면 이렇게 대답해드리고 싶다. CK BE는 조금 더 자상하고 부드럽고 따듯한 냄새가 나고, CK ONE은 좀 더 깨끗하고 자유분방하며 레몬,꽃 향기가 강하다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CK ONE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CK ONE이 취향에 맞지 않는 분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굉장히 잘 만든 향수라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 같습니다. 자연적인 아름다움은 부족하지만 굉장히 인간적으로 멋있는 향기가 납니다. 요즘은 물량이 잘 풀리고 부담 없는 가격에 살짝 평가절하된 느낌이 있지만 앞으로도 오랜시간 사랑받을 것 같습니다.

 

 

CK ONE(씨케이 원) 요약정보 [EDT]

★ 연령대 : 무관

★ 성별 : 남성적(깔끔하고 활달한)

★ 계절 : 무관

★ 지속력 : 2~4시간, 약간 약함

★ 확산력 : 약간 약함

★ 질감 : 과일과 꽃이 잘 섞인 지적인 깨끗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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