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향수

[공용향수] 딥티크 베티베리오 솔직후기

366일 2014. 6. 30. 02:21

향수 : 딥티크 베티베리오(Vetyverio Diptyque for women and men)

 

소개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saty80/140188083705>


딥티크 향수 4, 딥티크 베티베리오를 소개해 드리게 되었다.

딥티크 향수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남성이 사용하기 보단, 여성이 사용하기에 좀 더 편한 향들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딥티크 베티베리오는 남성분들도 사용하기 좋게 나온 공용향수이다. 성 정체성을 굳이 나누자면 남성쪽에 가까운 것 같다.

딥티크 베티베리오의 런칭 년도는 2010 5월이며 조향사는 Olivier Pescheux(올리비에 페슈)라는 분이다. 역시 굉장히 유명한 분이며 조향한 향수 중 한국에서 잘나가는 것은 몽블랑 레전드, 모스키노 핑크부케 등이 있다.

 

 

한국에서도 꽤 잘나가는 딥티크 베티베리오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딥티크 베티베리오 Perfume Pyramid

탑 노트 : 베르가못, 그레이프프루트, 아말피 레몬, 만다린 오렌지

미들 노트 : 제라늄, 일랑일랑, 로즈, 당근 씨앗, 넛맥, 클로브(정향)

베이스 노트 : 베티버, 머스크, 버지니아 시더

 

 

딥티크 베티베리오를 뿌리면 블랙베리에 가까운 과일의 달달함이 은근하게 손목에 퍼진다. 조향 노트를 보면 레몬, 그레이프푸르츠 등이 들어가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 상큼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상큼하다기 보단 차분하게 가라앉고, 진한 색이 떠오르는 달달함에 가까운 것 같다. 그렇다고 순수한 블랙베리류의 과일 향기는 아니다. 풀과 당근을 액체 넣고 푹 삶은 후 그 위에 블랙베리 소스를 살짝 끼얹은 듯한 느낌이다. 혹시 여러분 당근 특유의 달달함을 아시는가? 그러한 종류의 달달함이 은근하게 밑에 깔려 있다. 사실 처음에 이 당근 냄새를 캐치하지 못해서 굉장히 여러 번 시향을 했다. 특유의 달달함이 뭔가 블랙베리 류라고만 칭하긴 굉장히 복잡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머스키 하게 퍼지는 과일의 달달함이다. 덕분에 성 정체성은 살짝 남성에 기운 모습을 보여준다. 여자도 뿌릴 수 있을 정도지만, 여성스러움과는 확실히 거리가 멀다.

 

딥티크 베티베리오의 탑 노트는 『블랙베리류의 달달함 + 삶은 당근 + + 머스키함 + 차분함

 

 

시간이 좀 더 지난 딥티크 베티베리오는 향기가 굉장히 부드러워진다. 초반엔 과일냄새가 강했는데 지금은 부드러운 꽃의 느낌이 더 강하다. 정확히 어떤 꽃이라고 지칭하기는 힘든 복잡한 냄새인데 질감이 확실히 부드럽다. 물론 가만히 살펴보면 베티버 향기가 가장 주축이 되는 것 같다. 다만 보통 베티버를 사용한 향수들은 굉장히 중후한 남성, 흙내음이 강하기 마련인데 딥티크 베티베리오의 베티버는 그것들과는 많이 다르다. 뭐랄까 베티버를 굉장히 예쁘게 만들어 놨다. 초반에 났던 과일의 달달함과 베티버의 달달함이 섞여서 굉장히 부드럽고 우아한 향기가 난다. 게다가 장미 같이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꽃 내음이 섞여 질감이 굉장히 아름답게 표현이 된다. 덕분에 성 정체성이 굉장히 중성적이고 편안하고 자상하다. 하지만 향기의 색감이 그윽하게 짙고, 낮게 퍼지는 분위기가 있어서 조금 더 남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긴 하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달달한 향기가 조금 더 베티버 답게 변한다. 하지만 여전히 순수한 베티버는 아니다. 예를 들면 손에 흙을 잔뜩 묻힌 후 박수로 몇 번 털어냈을 때 손바닥에 남아 있는 흙의 느낌이라고 할까? 아니면 장미가 땅에 묻혀 있어서 조심히 꺼낸 후 뿌리에 묻어 있는 흙을 손으로 툭툭 쳐서 털었을 때 날 것 같은 그러한 느낌이 있다. , 맛있는 달달함이 아니라 몸에 좋은 도라지 차에 꿀을 살짝 넣어서 먹기 좋게 만들어 놓은 듯한 달콤함이다. 딥티크 베티베리오가 사람이었다면 과도하게 오버하지 않고 공감을 해주며, 중립을 잘 지키는 성격이었을 것 같다예를 들면 내가 딥티크 베티베리오에게

 나 고민이 있어라고 말했다면 눈을 살포시 적당히 뜬 상태로 나에게 집중하며

 , 뭔데?” 라고 말하고 다시 자기 위치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의 상황이 생각난다.

 

전체적으로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하며 분위기 있는 느낌의 향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딥티크 베티베리오의 미들 노트는 『꿀을 조금 넣은 베티버 차 + 부드러움 + 편안함 + 오버하지 않는 + 예쁜 꽃

 

 

시간이 더 지난 딥티크 베티베리오는 굉장히 솜 같은 포근함으로 향기가 마무리 된다. 그리고 향기가 무겁지 않게 레몬같이 상큼한 향기가 은근히 솟아 오른다. 사실 이 점도 굉장히 특이해서 여러 번 시향을 했던 것 같다. 베이스노트에 상큼함이라니 하지만 이러한 상큼함은 탑, 미들 노노트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것이지 전체적으로 상큼하다라고 표현하기엔 조금 역부족인 것 같다. 그냥 굉장히 부드럽고, 분위기 있고, 부담스럽지 않게 중립을 지키는 베티버 향수 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딥티크 베티베리오의 베이스 노트는 『솜 같은 달달함 + 부드러움 + 편안함 + 레몬의 상큼함』

 

 

딥티크 베티베리오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따르릉~ 따르릉~

대문 밖에서 자전거 벨 소리가 활기차게 들려온다. 경쾌하지만 섬세하게 울리는 벨소리를 보니 아마도 그가 틀림없을 것 같다.

 

딥티크 베티베리오?”

 

빙고-! 빨리 나와 학교 가자!”

 

딥티크 베티베리오의 편안한 분위기의 목소리와 달리 내 움직임은 갑자기 분주해 지기 시작했다.

 

어제 봐뒀던 옷 어딨지? 가방은? 아 과제-!”

 

전날 봐뒀던 옷이 다음날 괜히 마음에 들지 않는 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옷이 이상한 걸까, 내가 이상한 걸까?

 

다했어~! 잠깐만~!”

 

그렇게 마음에 드는 신발이 보이지 않아 한참을 신발장 앞에서 서성이자, 딥티크 베티베리오의 답답해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얘 또 이러네오늘 옷 뭔데?!

 

날씨가 좋아서 밝은 톤으로 샤랄라하게 입으려고!”

 

애인도 아니면서 왜 이런 질문에 대답하고 있을까

 

그럼 노란색! 수업 늦겠어 빨리 나와!”

 

응 노란색…”

 

쟤가 신으란다고 신는 나는 뭐지? 내 결정장애 때문에 무색하게 흘러갔던 시간아미안해소중히 다뤄주지 못해서

 

끼이익-

 

대문을 열고 나서자 자전거에 살짝 기댄 딥티크 베티베리오가 보인다. 따뜻한 아침 햇살에 얼굴을 부비고 있는 그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이상하게 쟤는, 뭘 해도 분위기가 있다. 실제로 그런 점 때문에 인기도 많고

 

“어제 술 먹은건 괜찮아? 여기 숙취 해소제

 

생각도 못한 디테일 한 자상함도 그 인기에 한 몫 하겠지

 

나 어제 술 별로 안 먹었거든? 어쨌든 고마워

 

하지만 나란 여자, 이런 따뜻한 배려에 익숙하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틱틱 거리고 말았다. 내 속 마음이 그렇지 않다는 걸 너도 알아줬으면

 

얼굴 누렇게 떴는데?”

 

알아줄 리가 없지나쁜 놈

 

근데 예쁘네

 

차라리 한가지 컨셉으로 가지. 더 나빠! 마음 갈피도 못 잡게 이랬다 저랬다.

 

!”

 

사실 이럴 때면 항상 느끼지만 내 성격이 조금 이상한 것 같다. 이상하게 딥티크 베티베리오 랑만 대화하면 뭐가 자꾸만 말린다. 좋은데 쑥스럽고, 싫은데 좋다. 나 사춘긴가? 대학교 마지막 학긴데? 그리고 그때 딥티크 베티베리오가 한 손을 슥 내밀며 입을 연다.

 

가방 무겁겠다. 이리 줘, 자전거 핸들에 걸게

 

괜찮아 라고 말하고 있지만 가방을 건네고 있는 내 모습을 나도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딥티크 베티베리오는 정말 부드럽게 웃으며 보고 있다. 웃는 모습이 따뜻한 우유 같다.

 

그리고 이거 들고 있어

 

딥티크 베티베리오가 손에 들고 있는 건 보라색 장미를 예쁘게 묶어 놓은 부케다.

 

왠 꽃이야?”

 

그리고 평소와 달리 약간 긴장한 목소리로 딥티크 베티베리오가 입을 열었다.

 

숙취에 좋은 꽃이래, 수업 끝나고 보라색 장미 검색해봐

 

말을 마친 딥티크 베티베리오는 서둘러 나를 뒤에 태우더니,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기 시작했다.


"그러지 뭐"


이유 없이 묘하게 설레는 아침이다.

 


결론 

 

베티버는 자연적인 느낌과 중후한 남성다움을 표현하는데 자주 쓰이는 향료다. 물론 그 만큼 밸런스 조절을 잘 못하면 똥배나온 아저씨 향기가 되어 되어버리고 말지만 말이다. 재밌는 점은 하나의 베티버라도 브랜드 마다 표현하는 방법이 제각각 이라는 점이다. 다 다루긴 힘들지만 그 중에서 딥티크 베티베리오는 베티버 향기를 상대적으로 여성스럽고 예쁘게 풀어낸 것 같다. 메트로섹슈얼에 가까운 베티버 향기라고 말하면 딱 좋을 것 같다. 덕분에 여성분들도 충분히 사용할 수는 있지만, 친구들에게 '남자 만나고 왔냐?' 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는 건 함정...


마지막으로 딥티크 베티베리오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베티버 향수는 '진한게 짱이죠', '대지의 냄새', '남성의 중후함' 등 의견이 많이 갈리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딥티크 베티베리오는 조금 약하다 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확실히 '아저씨' 소리는 피할 수 있는 안정감 있고 예쁘게 잘 표현한 향수인 것 같다.



딥티크 베티베리오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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